눈 치우는 사람 하나 없는 비탈진 골목은 남이 밟고 지나간 데를 또 디뎌서 반질반질 다져지니 자빠지기 딱 좋다.
새끼줄 감은 납작한 신발을 신어야 마땅하지만 예쁜 것이 더 중요한 여자들은 하이힐을 고집하다 큰코다치는 수가 있다. 엎어져서 제일 나쁜 사람은 나이 든 여자인데, 근력이 없는 데다 골다공증까지 얼씬거리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은 통증이나 증상이 없어 ‘조용한 도둑’으로 불리는데, 소리 소문 없이 칼슘이 녹아버려 뼈가 부러진 후에야 뒤늦게 알아챈다.
주범은 여성호르몬이다. 폐경기 이후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속히 떨어지면서 새로운 뼈세포가 자라지 않고, 기존의 뼈세포는 녹아 없어진다. 말하자면 골질의 형성보다 감소가 더 크기 때문에 뼈의 용적은 같아도 속은 연근뿌리 속처럼 뻥뻥 비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생리 끊어진 여자들은 찔찔 분비되는 여성호르몬 때문에 골격으로부터 골량이 급격하게 감소해 골밀도가 떨어져 있어서 살짝 넘어져도 엉덩이뼈나 꼬리뼈, 허리나 고관절이 다칠 수 있고 척추가 내려앉는 척추압박 골절이 되기 일쑤다.
노후를 위해 저축을 해야 하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높은 골밀도 유지를 위해 뼈의 재료인 칼슘을 넉넉히 먹어줘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골대사학회가 권장하는 하루 칼슘섭취량은 50세 이상 여성 1200㎎, 일반인은 1000㎎이다. 매일 먹는 식사에서 500~600㎎을 얻을 수 있으니 적어도 매일 우유 봉지 이상은 먹어야 하고, 비타민D까지 있어야 칼슘 흡수량을 높인다. 하루 15분씩 웃통 벗고 햇볕을 쫴야 하지만 하나같이 자외선 차단제 꼭꼭 바르고, 차도르(chador)나 부르카(burka)처럼 강도 같은 얼굴 가리개까지 쓰고 다니니 어림없는 일이다. 뼈는 자극을 받을 때 뼈세포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운동을 안 하면 뼈가 바삭바삭할 것이다.
똑똑한 여자, 예쁜 여자, 시집 잘 간 여자, 돈 많은 여자, 자식 잘 키운 여자를 다 이겨먹는 여자는 ‘건강한 여자’라고 한다. 노후에 아내 수발하느라 고생바가지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남편은 아내 뼈부터 챙겨야 한다. 46~80%가 유전적 성향이라니 뼈대 있는 집안의 딸과 결혼을 했어야 하지만 이제 와서 물릴 수도 없으니 어쩌겠는가.
미국의 생물학자 위니프래드 커플러 박사는 매주 성관계를 갖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월경 주기가 더 일정하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도 두 배정도 증가해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에스트로겐은 칼슘의 흡수율을 높임으로써 골밀도 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따라서 에스트로겐 분비가 끊어지면 골다공증이 생기기 쉽다.
그러니까 아무리 멸치를 하루에 몇십 마리씩 먹어주고 우유를 병째로 들이마신다 해도 밤일을 안 하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폐경으로 말라붙은 여성호르몬이 밤일을 하면 ‘순풍순풍’ 쏟아져 칼슘이 배설되지 않고 뼛속으로 흡수된다고 하니 아내의 골다공증은 백 퍼센트 남편 탓이 되는 셈이다. 아내가 죽은 다음 베옷 한 벌 사 입히면 뭐하겠나. 둘이 와인잔 부닥치며 ‘당신의 전립선과 나의 골다공증 예방을 위하여!’를 외치며 뼛속 채우는 작업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