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에 비아그라보다 효과 있는 운동이 있다.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케겔운동은 분만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 권장되는 산후 재활운동법이다. 여성의 괄약근을 강화해 요실금을 개선하고, 성감도 높인다고 해서 외국에서는 산모들에게 의사가 적극 권유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최근 이 케겔운동이 남성들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 브리스톨에 있는 웨스트 잉글랜드대학 연구팀이 발기부전 환자들에게 골반근육 운동을 시행한 결과 비아그라와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힌 것. 연구팀은 6개월 이상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남자 55명(평균 연령 59세)에게 매주 5회씩 골반근육 운동을 하도록 한뒤 3개월과 6개월 후 각각 발기기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40%가 정상적인 발기기능을 회복했고, 35%는 발기기능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케겔운동의 원리=인체의 구조물 중에는 수도꼭지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이른바 괄약근으로, 체내에 축적된 것을 적당한 시기에 외부에 내보내는 배설기관에 주로 모여 있다. 일명 항문 조이기로 불리는 이 케겔운동이 남성에게도 좋은 것은 괄약근이 모여 있는 근육층의 해부학적 특성에 기인한다. 골반 아래쪽에 위치한 이 근육층은 한 장의 넓은 막처럼 생겼다고 보면 된다. 이 근육층은 위에서 장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아주면서 대변과 소변, 그리고 사정을 조절하는 조임쇠 역할을 겸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이 괄약근의 신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임신과 분만이 괄약근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따라서 운동을 통해 젊은 시절의 강도를 되찾자는 것이 골반근육 운동의 목적이다. ▶어떻게 하나=골반 아래쪽에 모여 있는 괄약근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다. 항문 괄약근을 조이면 동시에 요도 괄약근도 조여지는 것이다. 따라서 항문 괄약근을 조이는 연습을 하면 자연적으로 다른 괄약근들도 덩달아 튼튼해진다. 우선 복부나 엉덩이 근육은 사용하지 않고 항문을 힘차게 수축시킨 뒤 멈췄다가 서서히 풀어주는 것을 반복한다. 숨은 항문을 조일 때 들이마시고 잠시 숨을 멈춘 뒤 항문 괄약근을 풀어주면서 내뱉는다. 항문 근육을 수축시킨 상태에서 약 10초, 그리고 느리게 10∼15초 동안 이완시킨다. 하루 두 세 차례 각 50회 정도 연습한다. 자세는 누운 자세뿐만 아니라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도 가능하다. 전철 안이나 운전을 하다 신호등 앞에서 멈춰섰을 때도 활용할 수 있다. ▶왜 좋은가=케겔운동의 효과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치질을 치료 또는 예방할 수 있다는 것. 항문괄약근을 자주 수축·이완 하면 항문 주변 근육층에 분포돼 있는 모세혈관이 튼튼해져 치질을 예방할 수 있다. 치질의 원인이 되는 치핵은 망가진 모세혈관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요도괄약근을 단련시키면 발기력과 사정력이 좋아진다. 물론 음경에는 근육이 없다. 따라서 발기력은 음경해면체에 유입되는 혈액의 충만 정도에 달려 있다. 그렇더라도 요도괄약근은 일단 발기된 음경을 단단하게 유지시키는 데 기여한다. 특히 사정은 요도 뒤쪽에 있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괄약근이 튼튼해지면 소위 정액을 힘차게 분출할 수 있다. 또 항문 조이기는 전립선을 튼튼하게 한다. 전립선은 방광 아래쪽의 요도를 감싸고 있는 남성 유일의 성선이다. 나이가 들면 이 전립선의 부피가 커져 요도를 압박함으로써 소변줄기를 막는 전립선비대증이 나타난다. 골반근육이 전립선을 자극해 비대화를 지연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