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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처녀성을 버리고 싶어요!"

잡지 바닥에 이렇게 말끔한 외모와 고품격 매너를 지닌 남자가 있다니? 지금은 평범한 삶을 살지만, 과거 시절 신촌 바닥을 휘젓고 다닌 전적(?)이 화려하다는 모 신문사 기자, 김이박의 섹스 칼럼. 여고생 외모에 초미니 스커트 처음 그녀를 만난 때는 대학원 1학기 때였습니다. 인천에 사는 같은 과 친구가 교회에 만난 3년 후배라며 그녀를 소개했지요. 이른바 소개팅이었던 셈이죠.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한 여름, 신촌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대강의 인상착의를 들은 터여서 주선하는 친구 없이 단 둘이 만나기로 약속을 했거든요. 약속 시간보다 10여분 일찍 도착한 카페는 한 명이 앉았는지 두 명이 앉았는지 분간하지 못할 만큼 철썩 들러붙은 한 커플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시사 주간지를 펼쳐 들고 시간을 때우고 있는 찰나, 눈 앞으로 희뿌연 여자의 두 다리가 스쳤습니다. 흘깃 고개를 들어보니 짧은 단발머리에 귀여운 스타일이 마음에 딱 들었습니다. 슬리브리스에 초미니 스커트를 입은 옷차림은 야하디 야했지만 얼굴은 여고를 갓 졸업한 것처럼 순진한 모습이더군요. 몇 번 더 만났습니다. 그래도 여자에 대해서 알만큼 안다고 자신했기에, 착하기만 그녀를 보면서 흑심을 품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솔직히 늘씬한 다리를 몰래 훔쳐보긴 해도 욕정을 품는 것을 내심 꺼리기까지 했었으니까요. 무얼 하자고 권유하면 그저 "네"라고 대답하는 그녀를 보면서 마치 동생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죠. 결국 그녀와는 대여섯번 더 만나고 자연스레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처녀성을 버리고 싶어요 그로부터 1년 후. 어느날 제 생일을 기억하고 있는 그녀가 전화를 했더군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만남을 피했지만 잠깐이라도 좋으니 시간을 내달라는 집요한 요구를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종합시험 끝나는 날 홍대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지요. 시험 준비를 하느라 말 그대로 3일밤을 꼬박 세우고 지친 몸을 이끌고 그녀를 만나러 갔습니다. 1년 전보다는 훨씬 성숙한 모습이었습니다. 얼굴 화장도 훨씬 짙어진 느낌이었구요. 그래도 소녀 같은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더군요. 생일 축하 술을 사겠다는 그녀의 제안에 2개월간 시험을 준비하느라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보려는 심산으로 흔쾌히 응했지요. 술 몇 순배 돌 무렵, 그녀가 불쑥 자신이 여자로 보이지 않느냐는 얘기를 꺼냈습니다. 동생처럼 느끼던 여자가 던진 말에 깜짝 놀랐지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 그녀가 옆 자리로 옮기더니 갑자기 입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오늘 자신의 처녀성을 버리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머리 속이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 머리를 굴리다 보니 결론이 금방 나왔습니다. "그래,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원하는 대로 해주지, 뭐." 그래도 첫 경험이라니 아무데서나 일을 치를 수는 없는 일. 다리 품을 팔아서 근방에서 제일 그럴 듯한 모텔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먼저 샤워를 하라고 하고는 침대 위에 누웠습니다. 한 편으로는 착한 동생같은 여자를 망치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도 하면서요. 샤워를 마친 그녀는 입고 들어간 옷 그대로 다시 입고 나왔습니다. 수줍음 때문이겠지요. 그녀를 남겨두고 저도 샤워를 하러 들어갔습니다. 3일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거의 한숨도 못자고 꼬박 세운 터라 금세 온 몸이 노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샤워를 마친 후 나와보니 그녀는 침대보로 온 몸을 가린 채 머리만 내밀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이불을 들추니 하얀 속살이 그대로 보였습니다. 뽀얀 피부가 보기 좋아서 손으로 이곳 저곳을 만지작거렸지요. 그러다가 얼굴을 보니 빨갛게 상기된 채로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가쁜 숨을 내리 쉬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그녀를 보니 갑자기 이러면 안 된다는 천사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작은 병아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여자는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몸 위에서 떨어져 옆으로 누웠습니다. 그녀가 왜 그러느냐고 물었지만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눈을 떠보니 벌써 해가 중천에 떠있더군요. 이런 저런 얘기를 한 기억은 있는데, 그 이후 저도 모르게 잠에 빠진 것이었습니다. 피곤하기는 피곤했었나 봅니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는데, 호주머니 사이로 작은 휴지조각이 있었습니다. 휴지 위에는 마스카라로 <자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아침 7시쯤 집으로 돌아간다. 다음에 연락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왜 <버린다>고 표현하는가? 그리고 몇 개월 후 또 갑자기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첫마디부터 그날 얘기를 꺼내더니, "오빠가 가지려 하지 않은 처녀성을 어제 다른 사람에게 줘버렸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보다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필요할 것 같았다나요. 그 일이 있은 후 지금까지 연락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은 저한테 정신적 충격을 주었습니다. 처녀성을 부담스러워 하는 여자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여자가 남모르는 남자로부터의 강간을 꿈꾸기도 한다는 말을 남자들이 우스개소리로 하는 것도 그런 여자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와 같은 행동은 아마 남녀의 불평등한 사회적 지위 때문일 것입니다. 여성들이 성에 관해서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 때문이죠. 자신도 모르게 성에 억압을 받는 여성들은 능동적인 성 관습을 갖으려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사회적 가치를 부여 받은 남성 우월적인 성 관습을 깨뜨리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수동적인 성을 권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능동적인 성을 택하는 여성들의 행동은 아마 일탈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전혀 성에 대해서 개방적이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여성이 오히려 남자와의 관계에서 적극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아마 착하디 착해보이는 외모 때문에 더욱 성에 대한 환상을 가질 수도 있는 일이죠.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주인공들처럼 말입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여자들을 더 많이 알게 됐지만 그래도 아직 그때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착하디 착하게만 보이던 그녀가 그런 결정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도대체 왜 모텔까지 간 것이며, 몇 개월 후 그런 말을 하는 속마음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버린다>고 표현할 만큼 처녀성이 부담스러운 것일까요? 그리고, 도저히 이해 못하는 것은 대부분의 여자들과 달리 그녀는 왜 처녀성을 버리는 것을 실행에 옮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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