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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부

나는 팔을 벌려서 그녀에게 오라고 말했고, 그녀는 내 품에 안겨들며 키스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나디아나 아내와는 달리 미모도 아니고, 몸매가 좋기는 하지만 그렇게 최고라고 하기는 그렇고, 세경이처럼 톡톡 튀는 것도 아닌 여자…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빈말이 아니라 지금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이 사람이 확실했다. 예전에 봤던 그 강렬한 광경의 트라우마가 아니었어도… 어쩌면 그녀를 내가 가지는 것은 시간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이유 같은 것은 없다. 그냥, 그녀가 좋으니깐 좋은 것이다. 나는 안겨드는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키스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완샷한 독한 술 덕분일까? 그녀의 구릿빛 몸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벌써부터 퍼져나오고 있었고 몸에는 곳곳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시골 생활에서 익숙해진 덕분인지, 배에는 보기 좋은 복근이 만져지고, 허벅지에서는 핫팬츠를 터트릴 것 같은 근육이 사람을 자극했다. 그리고 비부의 거친 체모와 거기서 풍겨오는 비릿한 체취가 나를 자극했다.
 
딱히 좋다고는 할수 없는 냄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어떤 향수나 최음제보다 더 강렬하게 나를 자극하는 그녀의 체취였다. 긴 키스의 끝에서 그녀의 입술이 떨어지고, 그녀는 나를 보며 술에 취한 흐릿한 눈빛을 보며 주시했다. 그러면서… 나는 느꼈다. 그녀에게서 보여주는 강렬한 육식 본능을… 지금 이 여자, 나를 가지고 싶어하고 있다. 평소처럼 사냥당하는 야생동물이 아니다. 오늘의 사냥꾼은 그녀다. 그녀는 나라는 포기할 수 없는 먹이감을 자신의 것으로 포식하기 위해 내 위에 올라타고 있다.
 
“크흑…”
 
통증이 느껴졌다. 살짝 이빨을 세우고 내 물건을 애무하고 있다. 평소에 혀라도 까칠할까봐 조심하던 그녀가 아니다. 그리고 자세도, 마치 나무 위에서 땅바닥에 초식동물을 노리는 퓨마처럼, 의자에 앉은 내 입가에 비부를 밀착시키고 자신의 머리를 내 물건을 노리는 거꾸로 선 자세다. 뒤로 제껴지는 몸을 뉘일 수 있는 의자이기에 나오는 자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녀는 지금 사냥을 즐기고 있다.
 
그녀가 애태우던 목표는 이제 하늘을 찌를 듯이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그녀는 자세를 바꿔서 그곳을 자신의 비부에 대고 앉을 자세를 취했다. 팔은 내 목을 감고 얼굴은 키스할 듯 밀착한 다음에 마주 앉아 보는 자세를 취한 그녀는… 잠시 사냥감을 확보하고 음미하는 사냥꾼의 희열을 드러내며 나를 보고 미소지었다. 왠지 모르게 순진한 얼굴에서 숨겨진 가학적인 모습이 묘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몸에 체중을 실어 그것을 밀어넣었다.
 
“하으으윽!!!”
 
신음은 그녀가 내질렀지만, 짜릿함은 내 몫이었다. 그리고, 평소와는 다르게 심하게 격한 기분이 들었다. 엄청… 뜨거웠다. 그녀의 내부는… 이게 사람의 체온 36.5도가 맞는건가? 40도가 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혹독한 열기가 그녀의 안에서 느껴졌다. 단순히 내부는 물론이고 피부에서도 격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비오듯 흘러내리는 땀이 열기와 어울러져 마치 수증기를 만들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녀는 사냥꾼이어도 평범한 사냥꾼이 아닌, 그림에서 나올 법한 수렵 야만 부족의 사냥꾼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에게 그것은 유린이었다. 자신의 손에 넣은 사냥감에 자신의 체취를 묻히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각인이자 조교였다. 그녀와의 피부가 마주하며 나는 화상을 입을 것 같은 열기를 느끼며 그걸 자각했다. 내 물건은 거의 그녀에게 잡아 먹힌 상태같아 보였고, 허리를 움직이는 와중에도 그녀는 손톱을 세워 내 등에 흔적을 남기고 이빨로 내 목을 물었다. 마치, 내 몸 곳곳을 포식하려는 것처럼… 그리고 그거 하나하나가 다 나를 격한 자극으로 몰고갔다. 역시… 그녀와의 정사는 최고였다.
 
마치 도살당하고 포식당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격한 정사를 나누며 나는 생각했다. 역시… 여러 번 말할 것 없이 이 사람이다. 나에게는 이 사람만이 만만치 않게 일그러진 내 사랑을 받아줄 사람이다. 그것에 대해 자각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녀의 안에 열탕에 자극과 그 생각에 안에서 팽창했고, 그 때문에 안에서 커진 것은 그녀의 점막에 거친 마찰을 만들었다. 그것에…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아이들은 잠들었겠지만 나디아는 들었을텐데… 그런 생각도 이내 머리 속에 사라졌다. 
 
나 역시도 머리 속에 하얀 어둠이 오면서 그녀의 안에 격하게 나를 토해냈고, 그녀는 비명과 함께 몸에서 경련을 일으켰다. 거의… 누까지 뒤집힐 정도로 그녀는 격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그녀는 평소같았으면 자지러졌을 그 상황에서 나뒹굴지 않았다. 내 무릎 위에 버티고 앉아 내 머리를 끌어안고 자신의 가슴에 파묻었다. 나는 그녀의 가슴골 사이로 얼굴을 처박고 숨을 골랐다. 가슴골 사이도… 뜨겁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녀의 땀냄새가 강하게 풍겨왔다. 싫지 않은 편안함을 느끼며 나는 만족했고, 그런 나에게 그녀가 속삭였다.
 
“돌아오실 때는… 고모부는 말고 제 남편만 오세요.”
 
못당하겠군. 예전에 내가 그녀에게 했던 고백 그대로 돌려받았다. 나는 그녀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고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마치 아이를 달래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멀리서 먼동이 터오르는 것이 느꼈다. 그리고 별채 쪽에서 숨을 죽인 인기척도 느껴졌고. 이제 몸을 씻어야 할 시간이지만 나는 그대로 여운을 느끼며 그대로 머물렀다. 여전히 삽입된 물건과 밀착된 피부, 그리고 그녀의 향기가 나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연차와 주말을 붙여서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처남이 머물고 있는 곳은 의외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센젠이라는 세경이의 검색과 그녀의 짐작가는 곳에 대한 주소… 겹치는 곳은 한곳 뿐이었다. 그곳은 나름 호화로운 외국인 빌라 지역이었다. 듣자하니… 한국에서 사고치고 도망치거나, 혹은 망신스러워 숨겨둔 사람들이 많이 머무는 곳이라고 들었다. 그렇게 집으로 들어온 나는 머리 속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때… 처남이 나타났다. 당황스러운 얼굴로…
 
“어… 어, 매제? 어떻게 여기에…”
 
“보기가 좋아 보이시네요. 살도 좀 오르신 것 같구요.”
 
나는 일부러 차갑게 말했고, 그런 나의 말에 처남은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 진상은… 대충 예상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처남은 위장 파산을 내고선 해외 업체에 대금은 직접 현금으로 받고, 외부에서 끌어온 투자금도 들고 튀어서 여기서 호화로운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하자… 그는 당황하여 변명했다.
 
“그… 그게 나도 어쩔 도리가 없었어. 나름 여기서 열심히 회사 다시 일으키고 채권자들이랑 투자자들 돈 돌려주려고 이것저것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고. 근데, 어떻게 해. 이미 상황은 악화되서 나는 무슨 돈들고 도망친 놈처럼 되서 빚쟁이들은 쫓아다니고, 당장 얼굴을 들고 다닐 입장이 아니니 숨을 죽이고 있는 수 밖에 없잖아.”
 
“숨을 죽이고 산다고 하시기에는… 아주 공기가 좋은 곳이시네요. 4층 건물을 다 쓰시는 모양이죠? 마당에 차도 2대나 있고… 서울에 남겨두고 온 부인과 딸과 여동생은 걱정도 안되신 모양이네요. 딸랑 전화 한통 해서 부모님 기일이나 대신 챙겨달라고 하는 걸 보면 말이죠.”
 
“아니, 오해야. 내가 설마 그러겠어? 상황이 좋아지면 연락하고 이곳에 데려올려고 했다고… 정말이야. 믿어줘…”
 
“믿고 안믿고는, 제가 아니라 여자들이 판단하겠죠. 저는… 그저 그네들의 부탁을 받아 회사 일로 근처에 들린 김에 잠시 찾아본 것 뿐입니다. 사실, 정말로 찾을 수 있을꺼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여기서 있었던 일… 전부다 가서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인듯 하군요.”
 
“아니, 매제… 내 말 좀 들어봐. 그러니깐, 그게 아니라니깐!!! 좀 앉아봐. 어딜 가려고 그래? 여기서 하루밤 지내면서 내 얘기 좀 들어봐. 다 설명할 수 있다니깐.”
 
나는 이제는 내 팔을 붙들고 늘어지는 처남의 손을 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사양하도록 하죠. 근처에 어차피 잡아둔 호텔이 있습니다. 그만 일어서겠습니다.”
 
“안돼!!! 아오, 정혜야. 너도 좀 같이 말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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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부

처남은 찌질하게 곁에 있던 나를 소개해준 숏컷의 여자, 아마도 그녀가 말한 처남의 내연녀겠지? 그녀에게도 다그쳤으나 그녀는 그저 나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쳐다볼 뿐 나서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밖으로 나와서 호텔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보니 벌써 저녁이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은… 오늘은 간보기다. 어리버리하게 가서는 오히려 내가 저지른 짓이 있으니 내가 당한다.

나는 일단 오늘 나와 그녀 사이에 있던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선, 마치 그녀들의 부탁을 받아 들려서 찾은 것처럼 처남을 만나 그가 적당히 풍족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 고하겠다고 협박했다. 일단, 거기서 후퇴. 그러면… 저쪽은 속이 탈 것이다. 단순히 여자들 한테 자기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건 무슨 상관이겠냐만… 그것이 행여나 빚쟁이들에게 소재지가 알려지는 결과를 만드는 건 똥줄이 타는 일이 되겠지. 안락한 제 2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치명적인 일이다.

그래서, 그는 나의 입을 막으려고 필사적으로 나에게 매달렸다. 그리고 아마도… 그 설득은 내가 이곳을 떠나기 전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일단… 밑밥은 제대로 깔았다. 분명히 호텔에서 머무르겠다고 말도 해놨으니, 아마도 처남은 나를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그의 설득에 완강하게 굴다가 마지못해 이해하는 듯이 공감해준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빚쟁이들에게 고하지는 않을 테니 대신에 한국에 남겨져 자신 때문에 여전히 빚쟁이에게 시달리고 있다고 뻥을 쳐둔 처남댁과는 관계를 정리할 것을 요구한다. 

이혼이라도 해야 그 착한 여인네가 당신과 관련된 등쌀이라도 피할 것 아니냐? 이미 곁에 내연녀도 두고 있는 모양인데 버리고 온 마누라가 불쌍하지도 않냐? 그런 식으로 스토리를 풀면… 그도 당장 빚쟁이를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그에 동의하겠지. 그래서, 팩스로 받은 이혼 서류 양식에 도장 찍으라고 말하고, 솔직히 내연녀가 생겨 이혼했으면 좋겠다는 녹취도 떠서 한국에 처남댁에게 전해주겠다고 말하고 들고 오면 미션 컴플리트. 그녀는 이제 자유고 이제부터는 정말로 내 여자다. 이것이 내 작전이었다.

어차피, 사는 모습 보아하니 처남이 한국에 돌아올 일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내가 네 여자를 뺐었니 말았니 하면서 다 정리된 감정 다시 불태우게 만들 이유가 없다. 그냥 이렇게 유도해서 알아서 정리하게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 정도면 나도 세경이 못지 않은 책략이지? 스스로에게 감탄하면서 나는 미소지었다. 그리고 마침, 그때 내 생각에 동조하듯이 호텔 방문을 두들기는 노크 소리가 울려퍼졌다. 빨리도 오셨구만… 나는 침대에서 일어서서 문으로 향했다.

“네, 나갑니다. 하지만 저는 더는 할말이… 어?”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문을 열자, 그곳에서 나타난 사람은 내가 생각했던 처남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처남의 내연녀가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리정혜라고 합니다. 잠시, 저와 얘기를 좀 하시죠.”

당황하여 아무런 말을 못하고 있는데… 그녀가 허락도 구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호텔 방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았다. 나는 몹시 당황스러운 것을 느끼면서도 일단을 호텔 방문을 닫고 그녀의 앞에 앉았다. 앉아서 그녀를 한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느 사업체 후계자를 꼬셔서 고의로 파산하게 해서 외국으로 튀게 만든 팜므 파탈이라고는 잘 연상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조직에나 있을 법한 제법 일잘하는 여직원 같은 느낌으로 보였다. 

“일단은… 차라도?”

“내연녀에게 차는 무슨… 괜찮습니다. 얼른 용건이나 얘기하시죠.”

스스로를 당당하게 내연녀라고 말하고 있다. 이 녀석, 의외로 보통내기가 아닐지도… 그러고 보니 비슷한 여자 하나 있구나. 이 녀석, 어쩌면 세경이랑 좀 닮은 꼴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허영끼 많고 생각 얕은 전처 같은 불륜녀로 생각하고 대하면 크게 다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주의를 기울이고 대화를 시작했다. 일단은… 뜬금없이 처남 대신에 이곳에 온 이유가 우선이겠지?

“의외네요. 저는 당연히 처남이 찾아오리라고 생각했는데요…”

“지금, 그 사람은 술에 골아 떨어져서 엎어가도 모르게 잠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왔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왠지 그쪽에서 일부러 대화를 그 시점에서 끊어 먹고,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에서 다시 재개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던데요? 그런 내역이라면 그 사람보다는 저와 대화하시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시는 일일 것입니다. 어차피, 이번 일을 기획한 것도 전부 저니깐요.”

역시나… 예상대로 긴장하고 있기를 잘했다. 이 녀석, 만만치 않다. 그리고, 처남이 저지른 만행에 배후에 있던 존재가 이 녀석이라는 것도 사실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직 내가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팔짱을 끼며 느긋하게 말했다.

“굳이 시간을 절약할 이유가 있나요? 저는 급할 것이 없는데요? 그러니… 기왕이면 이번 일에 대해서 자기가 했다고 나서는 내연녀보다는 실제로 의사결정권을 가진 상대와 대화하고 싶습니다만. 가서 그렇게 전해주시죠.”

“원하는 것이… 돈이에요? 아니면 여자에요?”

순간 치고 들어오는 그녀의 공세에 나는 당황했다.

“네? 그게 무슨…”

“이곳에 그 이를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목적은 간단하겠죠. 자기 돈을 받아내거나 혹은 돈들고 튄걸 빌미로 협박해서 한 몫 뜯어내거나. 그런거라면 드리죠. 섭섭치 않을 정도로…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당신은 그런 이유로 온 것 같지는 않군요. 그 이의 부인과 여동생의 부탁을 받아서 이곳에 왔다고 했죠? 사위란 입장을 생각하면 그럴 듯 해보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조금 묘한 느낌이네요. 이혼한 마당에 남이 된 처남댁과 그 정도의 컨택이 있다라… 조금 묘한 생각이 드는 것이 제 자의식 과잉일까요?”

순간, 허를 찔렸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 녀석 뭐야? 나이도 세경이랑 비슷하거나 어려보이는데 이 정도로 한 눈에 상황을 간파하다니. 그러면서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답변이 없다는 건 긍정이겠죠? 그래서 여쭤본 겁니다. 원하는 것이 돈인지, 여자인지… 결론은 여자네요. 저로서는 조금 어이가 없는 선택이지만… 그 사람의 부인을 원하는거죠? 아니면… 이미 가졌는데, 그냥 가자니 찝찝해서 깔끔하게 입장 정리를 하고 싶거나. 당황하는 표정을 적 앞에서 너무 드러내지 마세요.”

“하하하… 이것 참… 너무 깔끔하게 정리해버리니 더 할말도 없어져 버리네. 그래요. 나랑 안어울리는 낚시는 관두기로 하죠. 그래요. 솔직히 말하기로 하죠. 여자 때문에 왔어요. 한지인씨… 지금 내 여자에요. 그래서 그 입장을 정리하려고 왔어요. 하지만 먼저 그렇게 대응하면 굽신거려야 하니 그게 싫어서 페이크로 치고 들어왔구요.”

“정말로… 솔직하게 말하시네요. 그러셔도 괜찮으신 건가요? 저는 그 사람 내연녀라구요.”

“거짓말 해도 간파해 버릴텐데요 뭘… 차라리 말이 통하는 상대라면 납득할만한 이야기는 솔직히 고하고 답을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아는 댁이랑 비슷한 어떤 사람도 일처리 방식이 좀 그래요. 좋아요. 이것으로 내가 바라는 것이 뭔지는 알아들었겠죠? 그것에 대해서… 어떤 답을 내놓을 생각이죠?”

나의 말에 그녀는 조금 김이 새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손으로 턱을 괴고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요. 처음 말했던 것처럼 빠른 진행을 저로서도 바라는 바예요. 저희 쪽의 입장을 말씀드리죠. 그 이는 여전히 부인에 대해서 미련을 조금 두고 있는 듯 하지만, 그건 그냥 미련일 뿐이고 당장으로서는 부인을 데려오거나 다시 재결합할 그 어떤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장담해요. 설령 한다고 해도… 내가 전력으로 무산되게 만들 것이고요. 그러니, 당신이 그 여자를 주워가서 구워먹던 삶아먹던 그건 우리 쪽에서 상관할 바가 아니에요. 그리고 심적으로나 법적인 정리도, 원한다면 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당신의 방문 자체에 대해서 그냥 여자 하나 먹어보려고 왔다고 믿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나는 당신의 목적에 대해서 믿지만, 그 이는 거기까지 생각을 하진 못하고 당신의 방문으로 인해 거처가 빚쟁이들에게 알려질 것에 대해 안절부절하게 될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저희 쪽에서 원치 않는 상황이에요. 그러니… 원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협조를 받고 싶다면, 그 담보로 우리가 당신에 대해 신뢰할 수 있다는, 다른 헛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필요해요.”

나는 그녀의 말에 뭔가 일이 잘 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조금 의외의 조건에 눈쌀을 찌푸렸다. 무슨 증거?

“결국은… 나를 믿지 못하니 내 입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거 아닌가요? 뭐죠? 조금 있다가 삼합회 건달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건가요?”

“그럴리가요? 도피행에서 가장 멍청한 짓이 삼합회 같은 조폭들이랑 엮이는 일이에요. 거기서 모든 정보들이 다 새어나가죠. 그런 커넥션은 저희 없어요. 그리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당신의 입을 막을 생각은 없어요. 나 역시도 이번 일에 대해서 원만한 해결을 바라니깐요. 그러니깐… 당신의 입을 막을 대가는 당신이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자로 하도록 하죠.”

응? 이게 무슨 소리야? 나는 순간 이게 무슨 소린가 생각했다. 그때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핸드백에 캠코더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샤워실은 이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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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부

그리고…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엥? 에에엥? 이게 뭐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그녀의 팔을 붙들고 제지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뭐하는 짓이냐뇨? 방금 말했잖아요. 여자를 제공하겠다고요. 제 입장에서는… 당신이 그 이와 당신의 여자에게 입을 놀리지 못할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요. 당신과 저와의 섹스 동영상이라면 당신의 입을 평생동안 다물게 만들기에 충분하겠죠. 그걸 위한 캠코더이고, 그걸 위해서 샤워실을 찾은거예요. 질문 더 있나요?”
 
이게 무슨… 미친… 하지만 나의 어처구니 없음과 무관하게… 그녀는 별로 많이 입지 않은 옷을 훌훌 벗어던졌고, 슬렌더한 몸매를 드러내는 것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샤워기의 물소리가 청아하게 울려퍼지고… 나는 망연자실해졌다. 뭐야? 이게 뭐가 이런 식으로 일이 흘러가? 하지만 당황하는 사이에 그녀는 밖으로 나왔다. 클리셰 같은 목욕 수건이나 욕실 수건도 두르지 않았고 조명도 끄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그대로 침대에 올라가 누워서 캠을 조절하며 말했다.
 
“거기서 시간 끌지 말고 올라와요.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아요. 저는 그이가 깨기 전에 집에 돌아가야 해요. 그러니, 조루가 아니라면 서둘러 시작했으면 해요. 가급적이면 비즈니스 관계라기 보다는 마치 오랜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의 연인처럼 애절하게 했으면 더 담보로서의 효력이 좋겠지만… 그건 무릴 듯 하군요. 그냥 안아주세요. 시작하시죠.”
 
“자… 잠깐만요!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건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나의 말에 그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더니 조금 태도를 바꿔서 나를 달래듯이 말했다.
 
“아마도… 그녀를 사랑하는 것 같군요. 그 마음… 존중해요. 그리고, 저 역시도 그 사람을 사랑해요. 우리는… 어쩌면 조용히 잘사는 어느 평범한 부부를 각자 찢어 먹은 악랄한 무뢰한들인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은 다 그 이를 위한 것이에요. 저는 그 이를 위해서는 그 어떤 것도 감수할 수 있을 꺼예요.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도 그녀를 사랑하죠? 그녀를 위해서… 무엇이든 감수할 수 있나요?”
 
그녀의 말이 왠지 모르게 내 가슴에 울림을 주었다.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그녀를 보았다. 내연녀라고 스스로 말하는 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모습은 청초한 여학생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처남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각오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입을 다무는 조건으로 요구받은 불륜… 그녀를 위해서 그것을 감수할 수 있을까? 어린 처자랑 즐긴다는 생각을 배제하고 그녀를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그 행위에 다른 의미와 무게감이 실렸다.
 
나는 첫발걸음을 떼었다. 그것을 보고 그녀는 미소지었다. 그리고 캠을 눌러 녹화를 시작했다. 침대에 앉아 옷을 벗었다. 그리고 먼저 누워있는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갔다. 의외로… 그녀는 침대 위에서는 지금까지 보여준 사무적인 태도나, 비장하게 말하는 느낌이 없었다. 정말로 애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는 젊은 아가씨처럼, 조금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의외로 입맞춤도 그리 거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나름… 나쁘지는 않았다. 세경이나 전처, 나디아와 나의 사랑하는 그녀만큼 격렬하거나 각종 미사어구가 절로 나오는 정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내연녀라는 인상과는 무관하게 조금 경험이 부족한 처녀를 안는 것 같은 기분… 그러면서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처남댁을 안았다. 그리고 처남의 내연녀도 내 품에서 신음을 흘리고 있다. 왠지 모르게 원한가진 것도 없는 처남의 것들을 다 빼앗아 버렸다는 것이 나의 정복감을 고취하여 주었다.
 
그렇게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정사를 마치고 나는 그녀의 안에 흩뿌리고 그녀의 몸 위에 쓰러졌다. 그녀도 그런 나의 클라이막스에 자지러지는 비명으로 응답하였다. 하지만, 나처럼 여운을 즐기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몸 위에 내가 올라온 상태로 손을 뻗어 녹화하고 있던 캠코더의 영상을 확인했다. 셀프였지만 중요한 장면은 다 나왔다. 나랑 그녀라는 사실은 빼도박도 못하게 선명하게 잘보였다. 그것은 그녀는 행여나 내가 빼앗아 지울까, 폰으로 전송한 다음에서야 숨을 골랐다.
 
한번 쉬고 두번째 정사 같은 것은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서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나와서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마치, 해야 할 업무를 다 마쳤다는 듯이… 그런 그녀에게 나는 몸에 남은 여운이 사라지지 않은걸 느끼며 말을 걸었다.
 
“의외네요. 내연녀라고 해서 무슨 대단히 절륜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만족하지 못했다는 의미인가요? 나름 가는 표정으로 보였는데…”
 
“아뇨, 그런 의미가 아니라… 조금 이해가 안가서요. 당신 같은 사람이 굳이 왜 그런 일을 저질렀나 싶어서요. 처남이 솔직히 말해 그렇게 까지 매력적인 느낌은 아니잖아요? 유학생이였다면서요? 당신이라면 그런 방식이 아니더라도 더 좋은 남자와 좋은 입지를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뭐… 부정하지는 않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은 사내 성추행이었어요.”
 
순간… 할말을 잃었다. 뭐야? 처남 이 자식…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중국어 통역을 겸해 비서로 그 이에게 붙었는데, 뭔가 항상 화가 나 있더라구요. 그래서 공연히 생떼를 부리는 일도 많았구요. 알고 보니 그것들이 전부 다… 당시 대표님, 그러니깐 당신의 장인이자 그이의 아버지가 회사에서 그 이를 너무 혹독하게 대하셨던 것 때문인 모양이었어요. 항상 무능하다고 몰아붙이는 것에 쌓인 스트레스를 부하직원들에게 풀더라구요. 그리고 이내 저에게도 타겟이 돌아왔었죠. 처음에는 페이가 좋은 곳이어서 참았어요. 하지만, 그걸 참으니 점점 더 괴롭힘의 강도가 심해지더군요.
 
그래도… 그때까지는 성추행은 없었어요. 근데, 어느날 갑자기 집에 들렸다가 늦은 시간에 다시 회사에 돌아와서 마감을 하던 저와 마주쳤는데… 갑자기 격하게 저한테 달려들어서 성폭행을 했어요. 저는… 무력하게 당할 수 밖에 없었죠. 사정을 하고 나서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라 격렬히 분노했는데… 어처구니 없는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갑자기 저를 끌어안더니 미안하다고 흐느끼기 시작하더라구요. 사정을 들어보니… 그날 대표님한테 제대로 까였는데, 하필이면 그 날 사모님도 아버님 일로 불려가서 집에 없었던 모양이에요.
 
그리고 설령 있었다고 해도 항상 대표님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만 하는 부인에게 불만이 많은 상황이었구요. 그래서, 그 풀수 없는 분노를 만만한 저한테 쏟아부웠던 거죠. 그런데, 막상 술의 힘을 빌어 도를 지나치는 행동을 하고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고 당황하더라구요. 저에게 잘못했다고 빌면서, 자기를 경찰서에 데리고 가서 신고하라고 하더군요. 같이 가서 자수하겠다고 말했어요. 그건…. 나름 자신을 학대해서 부친의 명예를 더럽히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왠지 모르게 저를 끌어안고 잘못했다고 엉엉 울면서 사죄하는 그 사람을 외면하기 힘들었어요. 네, 알아요. 연민 가져서는 안될 상황인데 마치 내가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을 하며 연민을 가져버렸죠. 그때부터 그 사람의 여자가 되었어요. 그리고… 항상 아버님에게 무시당하던 그에게 조언을 해주고, 조금씩 기울어가던 회사에서 한몫 챙겨서 튈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고 부추겼죠. 여린 사람이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만스러워도 아내와 아이를 버리지 못하리라 생각했어요.”
 
나는 그녀의 기가 막힌 이야기에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보니 장인 어른이 한성질 하시긴 하셨지. 나름… 처남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긴 했던 모양이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만치 않은 시부모를 친부모처럼 여기며 사는 자기 마누라까지 원망하다니… 그리고 결국 두 사람을 버리고 내연녀랑 도망칠 생각을 하다니. 사람의 마음을 확실히 쉽게 설명할 성질의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녀는 이제 할일을 마쳤다는 듯이 옷을 다 입고선 말했다.
 
“내일, 그 이를 보내도록 하죠. 모르는 척 그가 집에 초대하는 것에 응해서 오세요. 그리고 술한잔 하시면서 슬그머니 우리가 합의한 사항들… 그 이가 부탁하니 맘에는 안들지만 동의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세요. 그러면서, 정 그렇다면 빚쟁이들에게 시달리지 않게 부인이 위장 이혼이라도 할 수 있게 이혼 서류에 도장 정도는 찍어서 주라고 언질을 하세요. 위장이라는 말을 강조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찍어줄 꺼예요. 그걸 들고 가서 부인한테 전해주면 당신이 이곳에 온 목적은 달성되죠. 입조심할 증거만 잊지 않는다면…”
 
그렇게 말한 그녀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호텔방 밖으로 나갔다. 나는 여전히 옷도 챙겨입지 않고선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딱히… 끌리지는 않는다. 더 매력적인 여자도 많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 가장 기분좋으니깐. 하지만 왠지 모르게 호텔 방안에 그녀의 향기가 남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동영상… 내가 나오는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머리 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조금… 흥분된다. 갑자기 전처가 보고 싶네. 
 
그렇게 왠지 긴 밤을 보내고 다음날 오후, 처남이 그녀의 말처럼 나를 찾아 호텔에 왔다. 나는 그를 로비의 커피숍에서 만나 전부 다 생략해도 큰 지장이 없는 변명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그리고 조금씩 지나가듯이 그의 입장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는 식으로 맞장구 쳐줬고, 그는 자기 설득이 먹힌다고 생각했는지 더 열성적으로 설득했다. 그래서 대화의 마지막 무렵에… 나는 그에게 내가 온 용건을 제안했다. 이혼 서류에 도장… 그는 그녀의 말처럼 위장이라는 말을 강조하자…
 
“아, 그렇지… 그래, 일단은 그게 좋겠다. 지인이도 지금은 데려오기 뭐하니깐, 그걸 넘겨줘야 조금은 덜 시달리겠지. 알았어… 근데 서류는 어떻게?”
 
나는 요새 세상이 좋아져서 해외에서도 다운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활용하여 그에게 출력한 서류를 넘겨줬고, 그는 망설이지 않고 그걸 찍어서 그녀에게 전해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하이고… 털어먹은 내가 할말은 아니지만 참 한심한 양반이다. 뭐, 그래도 신은 공평한 모양이다. 그런 반푼이한테 균형을 맞출 책사를 내연녀… 이제는 사실상 아내라고 봐야겠지? 아무튼 그런 상대를 엮어주었으니깐. 그걸 마무리 하고 처남은 내 손을 잡아 끌며 오랜만에 자기 집에서 한잔 하자고 권했고, 나는 못이기는 척 그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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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부

집에 도착하자, 그녀가 문을 열어주었다. 얼굴을 보자 조금 화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제 내 품에 안겨서 가릉거리는 신음소리를 냈던 여자… 지금은 무표정한 얼굴로 민소매 오프숄더 실내복을 입고선 우리를 반기고 있다. 나와 처남은 조금 화려하게 차려진 주안상을 들면서 술을 나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의 시선은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그녀에게 가있었다. 딱히 마음가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나 짜증나는 처남보다는 저쪽에 눈이 가는 것은 어쩔수 없나보다. 그리고 잠시 후…

“우웅… 한잔 더!!! 한잔 더 하자니깐!!!”

“너무 많이 드셨어요. 이만 주무세요…”

“괜찮다니깐!!! 야! 정혜야. 16년산 까서 가져와!!!”

하지만 그걸 까지는 않았다. 나는 그를 부축해서 그의 침실에 집어 던졌다. 그렇게 침대에 내동댕이 쳐지자… 그는 언제 더 마시겠다고 했냐는 듯이 잠들었다. 나는 그의 방에서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는 그녀가 우리가 먹던 것을 치우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조금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처남 술버릇은 여전하네요. 고생이 많겠어요.”

“뭐… 그래도 괜찮아요. 최근에는 좀처럼 저렇게 좋은 기분으로 마신 적이 없는데 즐겁게 마시는 걸 보니 기분이 좋네요.”

그리고… 잠시 대화가 끊어졌다. 어색한 침묵… 할말이 없기도 했지만, 사실 이 어색함의 근원은 아마도 어제의 그 일 때문이겠지. 나름 후끈했던 어제 밤의 시간… 나는 그걸 떠올리며 얼굴을 붉히고 그녀가 입은 몸에 달라붙는 짧은 치마와 오프숄더 블라우스에 다시 조금 후끈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자제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에게 가겠다는 말을 하려는데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냥 가시려구요? 보아하니… 어제 밤 일에 대해서 떠올리신 모양인데… 괜찮으시겠어요?”

“에? 아니.. 그게…”

“어차피, 애들도 아니니 유치하게 굴지 말기로 하죠. 그이는 저렇게 잠들면 업어가도 못일어나요. 아침까지는… 여기에는 당신과 저 밖에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죠. 어떠세요? 원하신다면 30분 후에 2층에 침실로 올라오세요. 어제의 비즈니스적인 것보다는 좀더 프라이빗한 느낌을 보여드리죠.”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그건 당신이 결정하는 거죠. 조용히 호텔로 돌아가시던, 2층으로 올라가시던 당신의 결정이 그것에 대한 답이 되겠죠.”

그렇게 말한 그녀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2층으로 올라갔다. 망설임의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2층에서 그녀는 조금 수줍은 모습으로 이불속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올라가서 그녀의 이불을 확 벗겼다. 알몸으로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왠지 노출이 심한 옷이 알몸보다 더 자극적이었다. 나는 침대로 올라가 그녀의 입술에 입맞췄다. 그리고… 옷을 벗으려는 그녀를 제지하고 그냥 하자는 눈빛을 보냈고, 그녀는 그것에 동의했다.

옷 위로 만져지는 첨단과 비부의 느낌이 더 자극적이었다. 나 역시도 옷을 벗지 않고 그녀의 몸을 애무했다. 입술을 맞추고 손가락이 옷속으로 파고들어가 내부를 헤집으며 그녀의 얇은 옷을 땀으로 젖게 만들고, 다른 액체로 젖게 만들었다. 손으로 한번 가볍게 가버린 그녀는 여전히 뜨거웠고, 오늘은 어제보다 시간이 더 많았다. 나는… 그녀의 팬티를 옆으로 밀고 그녀의 안으로 들어갔다. 체모가 엮이는 듯한 느낌과 팬티의 압박을 받으며 그녀의 몸이 경련했다.

“흐읍. 흐읍… 흐윽…”

그녀는 자신이 먼저 제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입을 손으로 막았고, 덕분에 그녀의 몸을 그 어떤 제지도 받지 않고 나의 손에 무방비 상태였다. 왠지 모르게… 처남의 홈그라운드에서 그의 내연녀를 품고 있는 상황… 배덕적이면서도 야릇하다. 나는 그 기분을 적나라하게 만끽하며 그녀의 안에 절정을 흘려보내었다. 입을 억지로 틀어막으며 쾌감을 참으려던 그녀는… 순간 비명을 지르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정혜야… 정혜 어딨니? 물 좀 가져와!”

밑에서 처남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흠칫했다. 다행히도 정사는 거의 마쳤지만, 설마 처남이 지금 잠에서 깬건가? 그녀는 퍼득 정신을 차리며 나에게 얼굴을 마주하고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키며 조용히 하라고 했다. 그리고… 삽입된 물건을 빼고 1층으로 내려갔다.

“저, 2층에 있었어요. 잠시만요… 물가져다 드릴께요.”

나는 슬며시 먼저 내려간 그녀를 따라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조금 전에 처남을 눕힌 방을 뒤에서 엿봤다. 처남은 비몽사몽하며 그녀가 가져다 준 물을 마시고 있었고, 그녀는 곁에서 서있었다. 비부 사이에서 흐르는 허연 애액이 무릎까지 흘러내린 것을 필사적으로 다리를 오무리고 숨기면서…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조금 귀엽다는 듯이 보고 손을 흔들었고,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 당황하여 시야에서 사라지라고 손짓했다. 처남은 물을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누웠고, 그녀는 그런 처남을 안쓰럽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리 사이에서 다른 남자의 애액을 잔뜩 흘리면서도 사랑하는 남자에게 물을 떠다 주고,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여자… 이제까지 나름 여러 여자들을 겪어 봤지만, 역시나 여자의 마음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처남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 더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녀에게 다가가 살며시 키스해주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정말로 그녀와의 시간을 마치고 처남의 집을 나섰다.

“이혼서류… 받아오셨네요.”

“네. 처남 쪽은 찍었으니, 당신만 여기 찍으면 이제 이혼은 큰 문제 없이 성사되리라 보여요.”

내가 내민 서류를 보면서 그녀는 조금 처연한 얼굴을 했다. 역시,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결혼했던 남자에게 이혼당했다는 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겠지. 그녀는 잠시 서류를 보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여보. 저에게 무사히 돌아와주셔서… 이제, 당신은 틀림없는 제 남편인거죠?”

그녀의 질문에 나는 조금 의아함을 느꼈다. 하지만… 분위기를 깰 필요는 없겠지? 

“네, 당신의 남편으로서 당신에게 돌아왔어요.”

“네, 고마워요. 그걸 믿어요. 그래서… 저는 이 서류에 날인을 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에? 어째서… 나와 정식으로 혼인신고 하고 싶어하는 거 아니었어요?”

나의 당황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네, 맞아요. 한때는 그랬어요. 제대로 된 당신의 아내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금 와서는 이런 종이 쪼가리는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사람도… 한때는 제 남편이었는걸요. 저에게는 이런 무의미한 종이조각보다는 당신의 진심이 더 의미가 있어요. 그러니, 어차피 파주에 온 이후로 빚쟁이에게 시달리지도 않는 마당에 굳이 이걸 찍고선 갈라서는 형식적인 절차… 하지 않으려고 해요.”

“하… 하지만…”

“그리고, 그것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어요. 저야 그러면 좋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러면 곤란할 꺼라고 생각해요. 나디아나 아가씨… 그리고 마음에는 안들지만 세경씨에게는 저와의 혼인신고가 대단히 불편한 상황이 되리라 생각해요. 그건… 너무 제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들 당신에게는 나름 소중한 사람들이잖아요? 저는 당신에게 가장 우선이라는 것을 확인받는 것으로 충분해요. 그러니 거기에 굳이 상대를 불편하면서 까지 더 가지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그건 불편한 상황이 되리라 생각돼요. 저는 제가 태현이 엄마라고 생각하고 책임을 다하려고 하지만, 태현이의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보호자의 입장 변화는 당황스러우리라 생각해요. 이미 엄마를 잃은 경험이 있잖아요. 그런데 어제까지 외숙모였던 사람이 엄마가 된다는 경험도… 그에 못지 않은 충격이 되리라 생각돼요. 그리고 저와 나디아의 딸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 저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이건 그냥, 서랍장 깊숙한 곳에 고이 간직해두도록 할께요.”

“뭐…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

“네.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그녀의 사랑한다는 솔직한 말에 나는 조금 중국 출장에서 온 피로가 씻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머리 속에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어쩌면 저건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네 아내지만 법적으로는 아니다. 그러니,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는 이런 종이 조각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이건, 그것을 네게 상기시켜 주기 위해 파기하지 않고 고이 간직하도록 하지. 앞으로 나에게 하는 걸 주시하겠어. 뭐 이런 생각이… 너무 과한 망상인가?

하지만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날 밤에, 나는 그녀를 다시 안았고 그녀는 나를 보내는 날과 마찬가지로 사냥꾼처럼 거칠게 안겨들었다. 하지만 조금은 달랐다. 이전에 정사가 마치 내가 자신의 사냥감이라는 것을 서로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격정이었다면, 지금은 자신이 나의 주인이라는 것을 확인시키려는 격정처럼 느껴졌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평소에 태도는 내 여자들 중에서 몸종을 자처하는 전처보다도 순종적인 그녀… 하지만 정사의 순간에는 가장 거칠고 난폭한 맹수다. 

나는 왠지 그녀가 깨문 내 목덜미에 피가 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통증을 느끼면서도 짜릿한 기분과 함께 그녀에게는 절대 처남과 같은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조금 자제를 시켜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멀리서 말도 못꺼내고 초식동물처럼 숨어서 훔쳐보고만 있는 나디아가 불쌍해지기 시작한다. 아무튼, 그렇게 그녀의 오랜 미뤄둔 일은 어영부영 해결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은 이어졌다.

격정적이었고 더웠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을 넘어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에도 우리들의 시간은 그렇게 이어졌다. 변화가 없이 이대로 계속 이어지리라 생각한 일상의 시간도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르는 순간이 한걸음씩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0035 / 0037 ----------------------------------------------
16부(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