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서로 인내심 싸움이 되기 직전에… 그녀가 여전히 미소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말했다.
“화를 내다뇨? 그게 무슨 소리시죠? 저는 고모부에게 전혀 화가 나지 않았는데요? 제가 왜 고모부에게 화를 내야 하죠?”
“그야 물론… 지난 주에 보셨던 제 애인 때문이죠.”
그녀가 입술을 깨무는 것이 보였다. 우와… 어지간히 열받았나 보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저런 반응인가? 하지만 그녀는 모르는 척 나에게 말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여전히 모르겠네요. 제가 그 일에 대해서 왜 화가 나야 하죠? 그냥, 고모부 댁에 가사 저녁 잘 얻어먹고 하루 자고 돌아온 일이잖아요. 환대에 감사하면 또 모를까 화를 내야 할 이유를 저를 잘 모르겠는데요? 애초에… 제가 고모부의 사생활에 간섭할 자격이 없잖아요? 밖에서 어떤 여자분을 만나고 다니시던지 그건 고모부의 자유죠. 제가 관여하거나 신경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그런 말씀은 당황스럽네요. 저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으니 마음껏 연애를 즐기세요.”
“솔직하지 못하시네요.”
“제가 지금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닌가요?”
“네, 아니에요. 결단코 아니에요. 애초에 저와 당신은 처남댁과 고모부 사이인걸요. 제가 거기에 왜 화를 내야하죠?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네네…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근데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걸 반응으로 확실히 보여주고 있으시네요. 나는 반응이 고조되는 그녀를 보며 미소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그러시다면… 할수 없네요.”
“어디가세요?”
“그야… 그 여자가 있을 제 집으로요…”
그리고 걸음을 내딛으려는 찰라 그녀의 팔이 내 팔목을 붙들었다. 의외로 강한 완력으로… 나는 그녀를 내려다 보았고, 그녀도 나를 제대로 주시하고 있었다. 분한 얼굴로… 그리고, 단호한 어투로 내게 말했다.
“앉으세요.”
“하지만…”
“앉으시라고요!!!”
나는 어께를 한번 으쓱인 다음에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놓여 있던 맥주캔을 내밀었다.
“이게 도움이 되실 것 같은데요… 아직도 필요 없으세요?”
그녀는 말없이 채가듯이 그걸 내 손에서 집어 들었다. 그리고 캔을 까더니 나름 대용량인데 그대로 벌컥벌컥 완샷했다. 그리고 캔을 우그러뜨리면서 바닥에 내려놓고 이제는 온화한 가면을 쓰지 않고 말했다.
“그래요. 솔직히 말씀드리죠. 화나요. 화가 나서 미치겠어요. 대체 어떻게... 그런 모습을 저한테 보이실 수가 있죠? 제가 어떤 마음으로 그곳에 갔는데… 어떻게 그런 모습을 저에게 보란듯이…”
“왜 안되죠?”
“네? 그게 무슨…”
“안될 것 없잖습니까? 처음 말하신 대로 저와 지인씨는 처남댁과 고모부 사이니깐, 돌싱인 제가 그러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입니까? 그런데 당신은 지금 저에게 화를 내고 계시네요. 그리고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시네요. 왜 그럴까요? 왜 당신은 우리의 관계에서 그럴 이유가 없는 일에 상관하는 걸까요? 솔직함을 좀더 쓰세요? 모처럼 술도 한잔하셨으니깐요. 그건 아마도… 우리의 관계가 그런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 아닌가요? 더 이상 당신에게 저는 승아 고모부이자 태현이 아빠가 아닌거 아닌가요? 그럼 전 대체 누굴까요?”
그녀는 나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게 하였다.
“나 좋아하죠?”
“그… 그런…”
“나를 지금 남편으로 생각하고 있죠? 그리고 태현이는 당신 아들로 여기고 있고…”
“그렇지 않아요. 저는 그저… 고마운 마음을…”
“그래서… 짜증나는 거죠? 그 여자에 대해서… 자신의 것을 빼앗아 간 그 여자가 미운거죠?”
“아니에요. 나는 그런 마음을…”
“그래서 빼앗아 오고 싶은거죠? 그 여자에게서 나를… 그걸 위해서 지금 이런 유혹하는 옷을 입은 거구요.”
결국 그녀는 참았던 분노를 터트리며 소리쳤다.
“그만해요. 대체 얼마나 여자를 수치스럽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거예요? 이런… 이런 사람이었어요? 나쁜 사람 같으니… 그래요! 좋아요. 당신이 좋아요. 처음에는 고마운 마음이었지만, 당신이 제게 해주신 건 고마운 마음으로 보답할 것 이상이었어요. 그래서… 꿈꿨어요. 당신 같은 사람이라면… 나와 딸을 버리고 도망간 남편보다 더 믿음직스럽다고… 의지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점점 당신이 좋아졌어요. 안되는 걸 알면서도… 내가 그런 입장이 아닌 걸 알면서도 끌렸다고요. 그리고 그건… 당신도 알고 있었잖아요.
모른다고 부인할 셈인가요? 정말로… 아무런 낌새도 몰랐나요? 그런거 아니잖아요!!! 지금까지 나에게 보여준 모습들… 농담삼아 던지는 말이나 행동들… 전부 다 장난이라고 할 생각인가요? 그렇다면 나도 애초에 마음 접었을꺼예요. 그런데 뭐하는 거예요. 왜 사람을 흔들리게 만들고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가지고 놀아요? 왜 여자 입으로 먼저,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해서는 안되는 사람을 상대로 좋아한다는 말이 나오게 만들어요? 얼마나 나를 더 수치스럽게 해야 만족하겠어요?”
나는 그녀의 말에 조금 담담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사과했다.
“일단은… 고마워요. 솔직하게 마음 속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그리고 좀 머쓱하네요. 이렇게 눈앞에서 여자분한테 고백을 받으니 기분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일단은 진정하고 내 얘기를 들어봐요.”
그녀가 숨을 조금 가라앉히자 나는 말했다.
“저도… 당신이 좋아요. 지금의 거래, 정말로 아이만을 돌봐달라는 의미로 아무런 사심없이 제안한 거… 아니에요.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애초에 찾아가지도 않았을꺼예요. 저도 당신을 계속 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저에게 다른 그 누구와도 비교하기 힘들만큼 큰 의미가 되었죠. 지금의 나에게… 반려라는 것을 논한다면 당신 외에 다른 사람을 두고 말하기는 어렵겠죠.”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온도 변화가 빠른 여자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내 말에서 자신이 본 내 애인과는 자신이 차별화된 입지라는 것에 대한 보장처럼 들린 모양이다. 안도하는 눈빛을 담고 있다. 나는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비겁하게 군 건 미안해요.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어요. 저에게 있어서는 제가 지금 좋아하는 마음을 먼저 누군가에게 표현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에요.”
“어째서요?”
“그야… 제가 이혼을 했기 때문이죠.”
나의 말에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나는 설명을 이어갔다.
“실패한 결혼 생활을 뒤로 하면… 쉽게 마음을 주는 것이 어려워요. 그리고, 항상 아내에게 맞춰오며 살아왔어요. 지금에 와서 갑자기 전혀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가진다고 해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과연 그런 마음이 사실일지도 모호해져요. 이혼이란 그런거죠. 상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사라지기에… 단순히 반려와 헤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에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무너져 버리는 걸 의미하죠. 그래서… 쉽게 드러낼 수가 없었어요.
혼자라면 또 모르죠. 하지만… 아이가 있잖아요. 아이에게 연이어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기에, 신중해질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먼저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죠.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라면 더… 우리 사이, 남들에게 말하기 어려운 사이잖아요? 그렇죠? 그리고… 지금 처남 아직 살아서 어딘가에 숨어있잖아요? 저는 홀몸이지만… 지금의 당신은 아직도 다른 남자의 여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그걸 입에 담을 수 있겠어요?”
내 말에 그녀는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건가? 처남에 대해서? 이 처자도 너무 심하게 나한테 올인하는 구만… 잠시 후 그녀가 나를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다른 여자의 존재는 어떻게 말하실 건데요? 그쪽도 나름 애인이라고 본인 입으로 말했잖아요.”
“네 애인 맞아요. 저도 욕구는 있으니깐요. 그걸 토해낼 상대는 필요하죠. 마침 저쪽도 그런 수요와 공급을 원하더군요. 그래서 사귀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정말로 비즈니스적인 느낌이죠. 마음을 주고 받지는 않아요. 어차피 저쪽은 유부녀에요. 돌아갈 남편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돌아갈 곳이 없죠. 만약에 저에게 반려라는 느낌의… 아니 모호하게 말하지 말고 정확하게 아내가 있었다면… 그런 관계는 굳이 유지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비겁한 변명이라고 생각해요. 먼저, 마음을 주는 것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욕망은 풀어야 겠다. 그래서 쉬운 여자랑 사귄다. 하지만 저를 좋아한다. 이걸 저보고 납득하라고요?”
“납득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이해하세요.”
“어떻게요?”
“그냥… 몸으로요. 지금 제가 당신에게 할 수 있는 최후의 선을 보여드리죠.”
“네? 그게 무슨… 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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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그녀는 순간 당황하며 넘어졌다. 왜냐하면 자리에서 일어선 내가 그녀의 의자를 발로 걷어차서 그녀를 데크 바닥에 나뒹굴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명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게 무슨… 흐읍!!!”
나는 그대로 나무 데크에 나뒹굴어진 그녀의 위를 덮쳤다. 그리고 그녀의 팔목을 붙들고 그녀의 입을 맞춰 입을 막아 버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커지고 발버둥치려고 했지만, 나는 거세게 그녀를 억눌렀다. 무릎으로 네글리제 치마의 다리 사이를 누르고 양 팔을 붙들어 잡은 다음에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턱을 붙들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아니… 그건 키스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격한 입맞춤이었다. 정말로 무슨 잡아먹을 듯이 그녀의 입속을 흩고 헤집으며 빨아댔다. 무릎에서… 촉촉한 느낌이 든다.
한참의 시간을 그렇게 나는 그녀를 물어 뜯었고, 그녀의 저항은 점차 무너져 갔다. 그저 허리를 활처럼 올리며 뭔가 참는 듯 하는 것이 전부일뿐 팔다리는 요동치지 않았다. 그렇게 저항이 잠잠해지고 내 입안에 침이 내것인지 그녀의 것인지 모를 정도로 서로 헤집은 다음에 나는 얼굴을 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는 촉촉해져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나는 조금 냉정하게 말했다.
“이게… 제가 당신에게 제 의지로 할 수 있는 스킨쉽의 마지막 한계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당신의 의지입니다. 선택하세요.”
“뭐… 뭐를요?”
당황하며 울먹이는 그녀에게 나는 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2층의 제 방에서… 기다리죠. 당신이 제 처남댁이면 여기 그냥 계세요. 하지만 당신이 제 아내라면 올라오세요.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안기세요. 당신의 선택에 맞기죠.”
“고… 고모부…”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위로 올라가며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올라 오실때는 그 칭호는 안들었으면 합니다. 아내만 올라오세요. 그리고… 옷도 필요없습니다.”
나는 그 말을 남기고 위로 올라갔다. 2층은 여전히 대낮의 복사열 때문에 더웠다. 이미 열기가 후끈하다. 나는 입고 있던 옷을 훌훌 벗었다. 어둠 속에서 훌렁 벗고 그녀를 기다렸다. 오는 건 확실하겠지… 정말로 알몸으로 오느냐 마느냐 정도의 차이겠지? 그리고 잠시 후 발소리가 들리고 그녀가 올라왔다. 어둠 속의 계단에서 그녀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알몸이네. 글래머러스하고 가무잡잡한 피부가 선정적이다. 이렇게 근거리에서 완전한 알몸을 보는 건 또 처음이네.
예전에 처음 그녀를 의식했던 날의 모습이 눈에 실체가 되서 다가왔다. 그녀는 조금 부끄러운지 손으로 비부와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다 어둠 속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마찬가지로 알몸인 나를 보고 멈춰서서 얼굴을 붉혔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명령조로…
“손치워. 다 보일 수 있게…”
그녀는 망설이는 듯 했지만 저항하지는 않았다. 곧 꼭지와 체모가 시야에 들어왔다. 2층방의 열기 덕분인지 그 모습에 후끈함이 더해졌다. 그리고 부끄러워 하는 그녀는 벌써부터 비부는 젖어 있고 몸에서는 땀이 송글송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내 팽팽해진 물건이 몸에 닿자 조금 당황하는 듯 한 그녀는 움찔거렸지만 큰 저항은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그녀를 끌어안고 침대로 같이 쓰러졌다. 나는 마치 처녀처럼 부끄러워 하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이제 당신 내 여자야. 뭘 하든 내 마음대로야.”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러워 하면서도 순종적인 태도로 거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뉘어진 그녀의 위에 올라가자 그녀는 조금 움찔했다.
“부… 부끄러워…”
그녀는 시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어이가 없네. 몸은 이미 달궈질 대로 달궈져서 무슨 군고구마 같은 기분이다. 그 정도로 후끈후끈한 열기가 올라오고 비오듯이 쏟아지는 땀방울이 전신을 적셨다. 그걸 보니… 왠지 모르게 조금 거칠게 정복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보며 조소하듯이 말하고 그녀의 몸을 뒤집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채를 손으로 쥐고 배게에 파묻어 누른 다음에 어께를 강하게 붙들어 누르고 당황하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어차피… 서로 배신자들 끼리 붙어먹는 글러먹은 정사니깐… 점잔 뺄 이유는 없겠지? 거칠게 다룰꺼야. 남편이 그리워 질 정도로 말이야. 감수해. 당신이 선택한 길이니깐.”
“네… 당신이 그걸 원한다면… 얼마든지. 하으으윽!!!!”
그녀의 비명 소리가 2층에 울려퍼졌다. 나는 거칠게 그녀의 뒤에서 파고 들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몸이 내게 짖눌려 범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억누른 신음을 내지르며 그걸 받아내고 있었고, 나는 마치 강간범처럼 난폭하게 그녀를 범하고 농락하고 조롱했다. 그날의 강렬했던 기억… 그 기억을 보고 나서 내 안에 억눌려 있던 욕망이 실현화되는 순간이다. 너무 오래 참고 기다렸던 덕분일까? 나는 마치 폭행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그녀를 범하고 또 범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태도에 그녀도 순응했다.
그녀는… 단순한 순진한 맏며느리가 아니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의외로 육체적으로 왕성한 그녀는 마치 포획된 육식 동물 같았다. 몸에 열기는 이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뜨거웠고, 흘러내리는 땀은 바닥에 고일 정도였고, 체액과 체취도 강렬하게 정사의 와중에서 사람을 자극시켰다. 마치, 사람을 범하는 것이 아니라 맹수를 도살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격한 정사… 그건 좀 힘들었지만 나에게 남자들이 가지는 사냥꾼으로서의 욕구를 정확하게 충족시켜 주었다.
역시… 그녀는 최고다. 다른 장점도 장점이지만, 이것만은 정말로 내 갈망을 채워주는 최고의 존재였다. 나는 드디어 내 손에 넣은 그녀를 마음껏 유린하며 그녀를 내가 소유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 나의 흔적들을 거칠게 남겼다. 너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듯이… 그건, 즐거운 수확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일생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 최고의 정사를 밤새도록 하며 쉴새없이 그녀의 몸에 내 욕망을 토해내었다. 그리고 새벽이 될 무렵에 나는 마지막 흔적을 그녀의 안에 깊숙히 흩뿌리고 잠들었다.
눈을 떴을때는 이미 오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내 곁에 없었다. 간단히 씻고 내려가보니, 아이들은 낮잠을 자고 있었고 그녀는 집에 없었다. 밖으로 나가보니 그녀가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성실도 하셔라… 그런 격한 행위를 밤새 하고서도 지치지도 않나?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 깨셨어요? 좀 더 주무셔도 되는데…”
나는 얼굴을 붉히고 수접어하는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누구죠?”
“네? 지금 그걸 왜…”
“말해봐요. 지금 내가 당신에게 여전히 고모부인가요?”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 다가와 살며시 안기며 말했다.
“아뇨. 제 남편이세요… 여보.”
그녀의 순종이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핫팬츠 사이로 보이는 구릿빛 허벅지가 자극적이었다. 이제부터는 내 마음대로 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었다. 그래서… 손을 그녀의 바지 사이로 집어 넣었다.
“저… 저기 여기서 이러시면…”
“왜 안되죠? 보는 눈도 없고, 설령 본다고 해도 남편이 아내를 사랑해 주는데… 무슨 상관이죠? 뭐, 그래도 땡볕 아래는 더우니 그늘 정도는 찾아볼까요?”
그리고… 나는 평상 위에서 다시 한번 야생동물 같은 몸부림과 신음을 내지르는 그녀를 범했다.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는 그렇게 그녀를 복종하게 만들어준 세경이에게 감사를 보냈다. 어라… 근데, 이제 앞으로 세경이 문제는 더 뭐라고 하지? 헤어져야 하는 건가? 이 처자가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건 좀 아닌데… 그런 나의 고민은 다음 주 금요일에 해결이 되었다. 그녀가 다시 서울에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다시 뵙네요.”
나는 입을 딱 벌렸다. 항상, 금요일 저녁에 나는 지방에 남편을 만나러 가는 세경이를 터미널에 데려다 주고 파주로 향한다. 근데 처남댁은 그 터미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더듬거리며 물었다.
“여… 여기를 어떻게?”
“그야… 당신을 마중하려고 왔죠. 어머나… 애인을 바래다 주시는 길이신 모양이네요. 좀 기다렸다가 나올걸 그랬나요?”
그녀의 말에 세경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우리끼리는 서로 정산 할 것도 있으니 마침 뵙고 가니 잘됐네요. 듣자하니… 거하게 한판 하셨다면서요? 와우… 우리 과장님 아주 천국을 구경하고 오셨겠네요. 이런 죽여주는 글래머시라니…”
그녀는 도발적으로 처남댁의 몸을 손으로 흩었다. 하지만, 처남댁도 만만치 않았다. 불쾌해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만져 보라는 듯이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
“네. 남편을 만족스럽게 해서 자랑스럽네요. 한참 연하들보다 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신감도 들고요. 일단은… 당신에게 감사하죠. 페어 플레이 해준 것에 대해서…”
“오호라… 재밌네요. 해놓은 짓이 있어서 싸대기 한대 정도는 거하게 맞아드리려고 했는데… 감사 인사를 받을 줄은 몰랐어요. 그 감사 인사 사양하지 않도록 하죠.”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싸대기가 아니라… 그냥 죽여버리고 싶지만, 관두도록 하죠. 앞으로 잘 부탁해요. 이제는 저도 입술만 깨물고 있지 않을 테니… 서로가 서로에게 지지 않기로 하죠. 하지만, 부디 건재하기를 바래요. 당신이란 사람, 정말 싫지만 그래도 그 이에게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고 가야 할 것 같으니 말이에요.”
“저런… 저는 의외로 당신이 싫지 않은데 유감이네요. 뭐, 그래도 우리가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걸 동의하는 점에서, 당신도 분불하시기를 바래요. 나름 적으로서 당신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으니, 실망시키면 용서하지 않을꺼예요. 일단은… 차 시간이 다되었으니 데리고 가세요. 과장님, 본부인이랑 즐거운 시간되세요. 소첩 물러갑니다.”
나는 미소를 잃지 않고 지방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손을 흔들었다. 그것도 내 곁에서 팔짱을 낀 그녀의 눈치를 보면서… 의외로 그녀는 세경이에게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 배웅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버스가 멀리 사라지자 내 팔을 끌며 말했다.
“모처럼… 서울에 올라왔으니 같이 저녁 먹고 가요. 영화도 보면 좋겠네요. 아이들 걱정은 하지 마세요. 나디아 네 집에 자고 온다고 했으니 괜찮을 꺼예요. 가요. 여보…”
“어… 그럴까?”
나는 조금 어색한 느낌을 숨기지 못하고 나를 리드하는 그녀를 따라갔다. 역시… 여자들은 무섭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세계에서 자기들만의 전쟁을 치르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다. 두 여자가 어떤 암묵적인 협상을 완료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그런 대상이 될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유지될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은 왠지 모르게 평화와 안정과 하렘이 찾아온 것 같다. 그냥… 즐기자. 설마하니 더 늘어나지는 않겠지. 나는 아내의 팔을 감싸고 번화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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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아앙… 그야… 우월감 때문이죠. 아흑, 거긴…”
그녀는 내 삽입에 신음을 흘리면서도 성실하게 내 질문에 답해줬다. 이런 상황에 물어보는 것이 너무 노매너인가?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는 그런 나의 질문이 좀더 자극적이라는 듯이 나에게 안겨서 허리를 흔들면서도 그것에 대해서 설명했다.
“같은 불륜이지만, 앗흥!!! 자기는 나보다 입장이 나은 조강지처 포지션이라는 것에 우월감을 느끼는 거죠. 아아앙!!! 생각해 보세요. 부재중인 남편, 꺄아악!!! 자기가 키우는 좋아하는 남자의 아들, 흐윽! 왠지 안락해 보이는 시골 저택의 안주인… 으으응!!! 거긴… 그 모든 것이 자신은 아내 입장이고, 저는 정부 입장 같은 느낌을 주죠. 그래서, 저라는 존재에 대해서 용인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오히려 필요로 하게 되죠. 바보가 아니니 근본적으로는 자기도 불륜이라는 걸 알기에… 아아앙!!! 갈것 같아.”
극한으로 치닿는 건 기분 좋았지만 중간중간에 신음 소리 때문에 신경 사나와서 귀에 들어오지를 않네. 그래서 나는 손가락을 입에 넣어 틀어 막아 버리고 마지막 피니쉬를 했다. 그리고 그녀의 안에 격하게 쏟아내고 나서 마무리 했고, 그녀는 가버린 표정으로 창문에 몸을 밀착하고 쓰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내 기운을 차리고 성실하게도 입으로 마지막 정리를 해주면서 마무리… 입이 쉬질 않는 덕분에 설명을 듣는 것은 좀더 나중으로 미뤄졌다.
“저의 존재는 지금 모호하게 정립해서 아직 불완전한 정실 부인 같은 그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책임 회피가 되는 거죠. 정, 입장이 애매해지면 상황에 따라서는 이런 일에 대해서는 전부 제 탓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서로 애매한 입장에서 완만하게 평일과 주말을 나눠서 공생하게 된 상황에 공백을 두기 두려우리라 생각돼요. 서울에서는 아무래도 거기와는 달리 이목이 많죠. 거기서는 자기 영역처럼 당당하게 본부인 행세를 할 수 없으니 애시당초 포기하고 그건 저한테 넘긴거죠.
그리고 자기는 시골에 자기 영역을 보장받은 거구요. 일종의 파이 배분이죠. 어차피 우리는 서로 떳떳하지 못한 입장이라는 것에서 글러먹은 자매죠. 그래서… 서로가 상당히 혐오스럽기는 하지만 없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에 동의해요. 그래서… 저번에 직접 행차하셔서 자기 의사를 표한거죠. 이제 물러서지 않겠다. 네 존재에 대해 역겹지만 부정하진 않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우리 서방님에 대해서 총애를 두고 한판 붙어보자. 단, 서로 빠른 리타이어 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서 말이다. 그런 대화를 한거예요.”
나는 딱히 설명도 없이 그런 의사 교환을 해낸 두 여자에 대해서 어이가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에 대해서 그런 가치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에 대해서 세경이는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있죠. 생각해 보세요. 안정된 정규직 직장과 강제 별거에 심리적 안정감을 요하는 저나, 생과부 신세에 당장 과장님이 없어지면 생계조차 불확실하고 애정에 목마른 저쪽이나…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사회의 가징 취약한 위치에 처한 여자들이라고요. 자신을 대가로 원하는 걸 보장받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죠. 하지만… 그런 거래에 대가로 지불하는 것들이 사람을 인간 이하로 떨어지게 만드는 조건들만 가득해요. 경험자로서 말하건데 그런 거 잘못 물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 순식간이에요.
과장님은 저희들이 무섭다고 말하시지만… 저나 그쪽이나 의외로 약한 존재들이라고요. 별거 아닌 걸진 몰라도 그런 것조차 과장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조금 곤란한 입장이 되는 건 우리 쪽이죠. 거기다… 과장님은 저희 입장에서 기댈만한 신뢰가 있어요. 살짝 호구 취급 당할 정도로 사람 좋다는 것이, 본인은 모르시겠지만 저희들로 하여금 얼마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지 모르실꺼예요. 그러니깐, 정말로 무서운 사람은 과장님이라고요. 의외로 지골로라는 걸 본인만 몰라…”
그녀의 말에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뭔놈의 지골로가 바람난 마누라한테 이혼이나 당하고 회사 여직원이나 처남댁한테나 위로받고 사냐? 암튼… 뭔 소린지는 알겠다. 근데…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야? 이거 이대로 계속 가는거야?”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공들여 손에 넣은 여자잖아요. 버리실꺼예요? 저쪽이 생각하는 것만큼 과장님도 저쪽은 잠정적인 본처 포지션으로 생각하고 계시지 않으세요?”
“그래 맞아.”
“그럼 거기는 현행 유지… 그리고 저도 버리실 생각은 없으시잖아요? 그렇다면 그냥 그대로 가는거죠 뭐. 어차피 이제 불편한 일도 없고 조금 기묘하지만 의외로 안정적으로 안착해버린 생활이잖아요.”
“뭐, 그야 그렇지만… 내 얘기가 아니라 너희들은? 그렇게 곱게 그냥저냥 서로를 인정하고 가는거야?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나의 말에 그녀가 조금 짓궂은 미소를 드리웠다.
“우와… 이런 건 감이 좋으시네. 뭐, 확실히 곱게 자기 서식지에서만 뒹굴지는 않겠죠. 공생에는 합의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가침의 협약을 한건 아니니깐요. 저쪽은 저쪽대로 서울에 정부를 손봐주고 싶어하고, 저도 저 나름대로 만만치 않은 시골 본처를 골려주고 싶은 것이 현재 상황이라… 어떤 식으로든 모략전이 계속되리라 보여요. 재밌을 것 같지 않으세요?”
“조용히 좀 살자… 서로가 내가 소중하고 필요하다며… 내 신경을 얼마나 뒤집으려고 그래?”
“걱정하지 마세요… 과장님이 두통 앓으실 일은 없을꺼예요. 설마하니 서로 총애 잃을 일을 하려고 하겠어요? 의외로… 과장님 입장에서는 더 흥미로운 즐거움이 발생할지도 모르죠. 아무튼 걱정은 집어치우고 그냥 기대하세요.”
나는 녀석이 하려는 말에 대해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뭔 사고를 치려고 그러는 걸까? 그러는 와중에 그녀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쪽은 좀 터프하게 안으셨다고 했죠? 무슨 짐승 도살하듯이 말이죠. 뭐… 그 쪽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의외로 잘 어울리기도 하네요. 근데… 저는 왜 요새 그렇게 곱게 안으세요? 무슨 공주님 모시기도 아니고? 벌써부터 본처랑 첩이랑 차별하시기에요? 그러면 곤란한데…”
나는 녀석을 보며 시선을 피했다. 망할… 그건 건 남편한테 해달라고 하라고. 이 녀석도 괴롭히는 컨셉이 재밌기는 한데, 미미하게 느껴지는 남편의 담배 냄새가 신경이 쓰여서 그렇게 거칠게 다룰수가 없게 되버린다. 처남이랑은 달리 역시 저쪽에게는 죄책감이 든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녀석을 괴롭히는 건 대신 다른 방향으로 하고 있다. 오늘도 별수 없군…
“아하! 또 괴롭히는 컨셉을 원하는 건가? 그럼 바로 해보지 뭐. 좋아, 어서 말해봐. 저번 주말에 이 질척질척한 곳을 남편이 어떻게 해줬지? 상세하게 말해봐…”
“아악!!! 비겁해요. 자꾸 그런 플레이는… 남편을 떠올리게 하지 말아줘!!!”
그렇게 나는 그녀와 수치와 괴롭힘을 동반한 플레이에 다시 고조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마치고 어김없이 다시 주말은 돌아왔고 나는 차를 몰아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시골로 향했다. 차에서 내려서 나는 조금 인상을 쓰고 말했다.
“나와 있지 말라고 했잖아요. 늦은 시간에 위험하게…”
“당신이랑 같이 들어가는데 뭐가 위험해요. 보고 싶었어요… 여보.”
그녀가 내 품에 안겨왔다. 그녀 특유의 풀냄새와 시골 향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서스럼없이 몸에 밀착한 볼륨감 넘치는 몸도… 그곳을 통해 느껴지는 열기가 싫지 않다는 생각이 들며 나는 그녀에게 그 마음을 담아 키스했다. 다소 긴 시간의 키스를 마치고… 나는 슬그머니 그녀의 반바지 앞섭에 손을 밀어넣었다. 촉촉한 기분이 손끝에 느껴지고 연체동물 같은 비부가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집에 가기 전에 한번? 이 질문에는 말이 필요 없었다. 그냥 고개를 저쪽으로 향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아흑! 어어억!!! 아앙!!!”
달이 밝아서 시야가 훤한 날이었다. 차를 세워두는 공터 근방에 있는 숲으로 들어온 우리는 바로 정사에 몰두했다. 미리 준비하고 왔던지 속옷을 입지 않은 그녀가 알몸이 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옷을 벗진 않았다. 왠지 여자는 알몸으로 벗긴 상태에서 나는 착의하고선 안는 것은 묘하게 상대에 우위에 서있는 기분을 들게 하였다. 그런 기분은 강한 소유욕이었다. 나는 내 눈앞에 현모양처같은 여자를 안으면서 되도록 거친 입장을 고수했다.
머리채를 손으로 쥐고 강제로 그녀의 입에 물건을 삽입해서 밀어넣고, 뒷목을 쥐고 나무에 기대게 해서 뒤에서 격하게 삽입했다. 그리고 신음소리를 내지 못하게 입안에 손을 집어넣어 손가락을 핡게 만들었다. 순진해보이는 인상에 정열적인 몸… 그런 어색한 조합을 가진 그녀에게 가하는 가학적인 행동은 왠지 모르게 사람의 감정을 고양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의 그런 무례하다면 무례하다고도 할법한 가해를 그녀는 순종적으로 받아들였다.
세경이에게서는 느낄수 없는 나름 색다른 맛… 확실히 이 여자의 몸은 최고다. 나는 다시 한번 내가 한 선택에 만족하며 그녀에게 마지막 스퍼트를 가하고 곧 절정에 다다랐다. 손가락으로 구역질이 날만큼 입을 봉했는데도 신음소리는 울려퍼졌다. 하지만 나는 누가 듣겠나 싶어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손을 뺐다. 그런데 그때였다. ‘바삭!’ 풀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응? 누가 있나? 하지만 그곳은 어둠 속이었고, 완전히 가버린 그녀의 몸에는 여전히 삽입된 내 물건 덕분에 자세히 볼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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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나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바닥에 쓰러져 숨을 몰아쉬는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화들짝 일어나 입으로 내 물건을 핡았다.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역시 그녀는 듣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이제 입으로 청소를 마친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얼굴을 바라보며 키스했다. 그녀는 조금 당황해 하며 말했다.
“아, 지금은 좀… 입가에 아직 잔뜩 묻어서…”
“괜찮아요. 내 몸에서 나온건데요 뭐… 그보다는 달빛 아래 드러난 몸매가 보기 좋네요.”
“어우… 뭐예요. 오늘 처음 보시는 것도 아니시면서… 부끄러워요. 옷 주세요.”
“아뇨. 그럴수는 없죠. 어차피… 인적도 드문 시골 숲길… 마침 잘됐네요. 옷 입지 말고 집까지 걸어가요.”
나의 말에 그녀는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네에? 아니… 그건 안돼요. 부끄러워요. 옷 돌려주세요.”
하지만 나는 옷을 돌려주지 않았다. 옷이래봤자… 속옷이 없으니 핫팬츠와 면티뿐이었다. 나는 한손으로는 그녀의 손목을 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옷을 들고 돌려주지 않고 집으로 가는 길을 걸어갔고, 그녀는 몸둘바를 몰라하며 그나마 최대한 몸을 가리려는 듯 내 몸에 바싹 밀착하고 나를 원망하며 집으로 걸어갔다. 그 이후로… 참 색정적이고 목가적인 나날이다. 집에 들어가면 전에 한번 망상한 적이 있던, 욕조에 물을 받고 같이 들어가 몸을 담그고 밀착하고 음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서울이나 시골이나 나름 즐거운 시간들이 이어졌다. 남들이 보면 제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일상이지만, 어쩌다보니 이런 기묘한 느낌으로도 안정을 찾긴 찾은 것 같다. 그렇게 일상의 시간이 흘러가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잠에서 깬 것은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 때문이었다. 내 곁에서 잠들었던 그녀는 일어나 황급히 옷을 챙겨입고 나갔고 나도 그녀를 따라 현관으로 향했다. 시간은 한밤중… 그리고 인적이 드문 이곳에 대체 누가? 문을 열자 구면인 사람이 있었다.
“어… 언니. 큰일났어요. 좀 도와주세요. 어머니가… 어머님이…”
그녀는 우리 이웃인 과수원 할머니네 집의 나디아였다. 달려왔는지 숨을 헐떡이며 들어와 처남댁에게 매달려 우리에게 도움을 청했다. 과수원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으로 모셔가려는데 하필이면 과수원에서 쓰는 트럭도 수리 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우리 집에 도움을 청하러 달려 온 것이라고 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밖으로 나가 차를 몰아 과수원으로 향했다. 시골 생활을 하며 그 동안 종종 왕래하며 친하게 지내서 나도 익숙해진 이웃이다. 서둘러야 한다.
숨을 가쁘게 쉽고 있는 할머니의 상태는 좋아보이지 않았고, 나와 나디아는 그녀를 내 차에 태우고 시내의 병원으로 향했다. 처남댁은 그 집 아이는 자기가 보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우리를 배웅했다. 차를 미친듯이 밟아서 응급실에 들어가고 나서 경과를 기다렸다. 나는 대기실에 창백한 얼굴로 앉은 나디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왠지 모르게 두려움에 가득찬 모습이었다. 나는 뭐라 위로를 해줘야 하나 생각하는데 의사가 나왔다. 다행히도… 위기를 넘긴 모양이다. 그제서야 나와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호호홍… 늙은이가 괜히 옆집 신랑한테 민폐를 끼쳤구만. 별것도 아닌 심혈관 질환에 이렇게 수고하게 해서 미안허이.”
“그런 말씀 마세요. 그게 왜 별거 아닌 일이에요? 큰일 날뻔 하셨다고요.”
“그래요. 어머님, 저는 무슨 큰일이 일어나는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다고요. 제발 그렇게 별거 아니란 일이란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나와 그녀의 반박에 할머니는 호탕하게 웃으며 사과했다.
“껄껄걸… 늙으면 얼른 죽어야 하는데, 이런 좋은 며늘아기가 있으니 그럴수도 없구먼. 그래, 아가야. 내 미안하다. 이제 걱정끼치지 않게 신경 쓰마. 울지 말고…”
하지만 그녀는 정말로 울먹이며 시어머니의 너스레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그런 며느리를 토닥거려주면서 잠시 밖에 나가서 검사 준비랑 필요한 걸 가져오라고 말했다. 나도 조금 있기가 애매해서 나오려는데 할머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때? 우리 며늘아기 참하지? 얼굴도 절색인 아이가 저리 심성도 고으니… 얼른 내가 죽어줘야 저 아이도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텐데 이런 늙은이에게 매여 있으니 참 보기가 딱하지…”
“계속 그러실건가요? 며느리께서 화내실 꺼예요.”
나의 말에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니 왜? 세상에 나처럼 며느리 아끼는 시어머니가 또 어디있다고? 어느 시엄니가 며느리 재가까지 신경쓰나? 뭐… 사실 따지고 보면 며느리라고 하기도 뭐하긴 하군. 거의 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이니깐. 그러니 괜히 고집부리는 시어머니가 과부 며느리 심통 부리는 걸로 보진 말게나.”
“그러고 보니… 좀 두분 평범한 사이는 아닌 것 같던데요? 처음에는 그냥 흔한 농촌 총각이 우즈베키스탄 처녀랑 국제 결혼해서 데려온 처자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아닌 것 같아요. 할머니랑 상당히 오래 알고 있던 것 같고.. 결혼하고 나서 한국에 왔다고 하기에는 한국말도 너무 잘하고…”
나의 말에 그녀는 조금 진지한 얼굴로 돌아와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좀 의문스럽기는 하겠구먼. 일단 자네 말이 맞아. 나디아는 그렇게 농촌총각 국제 결혼 알선으로 한국에 온 아이 아니야. 지금이야 내가 그냥 시골 과수원 할매지만, 왕년에 나는 외무부에서 일했다네. 아, 요새는 외교통상부라고 이름이 바뀌었던가?”
“네에? 정말요?”
정말이었다. 지갑에 소중히 간직한 공무원 신분증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걸 보여준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외무부에 일했다고 해도 뭐 외교관 같은 거창한 건 아니었어. 그냥 내근직이었지. 그래도… 나름 파란만장한 시기는 보냈지. 내 눈으로 직접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도 봤으니깐. 그 당시에는 외무부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냉전 이후 민주화되어 가던 동유럽 국가들과 해체된 CIS 국가들의 외교라인 구축이 핵심이었지. 그 당시에 나는 남편이랑 중앙아시아 지역의 외무 업무를 지원했었어. 그때… 나디아의 부모도 만나서 친분을 쌓았지.
외교에서는 각 국가에 우리 측에 우호적인 인물을 포섭하고 친분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데, 나디아의 아버지는 당시 키르키즈스탄에서 대표적인 친한파 인사 중에 하나여서 우리가 주시하고 관계를 원만하게 형성하고자 노력하던 사이였지. 그래서… 남편과 같이 그 집 부부와 개인적으로도 친분을 많이 쌓았었어.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변화했지. 나와 남편은 외무부에서 은퇴하고 그래서 그 집과의 연락도 끊어졌는데, 그 사이에 그 집에 제법 큰 일들이 있었나봐.
나름 정치인이기도 했던 나디아의 아버지는 외교 행보를 걷고 두마, 그러니깐 우리나라에 국회 같은거지, 거기에 의원도 되는 영광을 누렸어. 근데, 큰 영광 뒤에는 시기가 따라오지. 대외 교섭에 능했던 그의 행보에 대해 정적들은 그가 지나치게 대외적으로 편향된 인물이라 공격한 모양이야. 우리나라로 따지면… 친일파 프레임 같은 걸 씌웠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는 어느 순간 심하게 정치적으로 실각하고 몰락해버린 모양이더라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의에 빠져 세상을 떠났다고 하더군.
그런데… 남겨진 사람들은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지. 나디아의 엄마와 나디아… 둘은 보다시피 키르키즈스탄 출신이 아니야. 나디아의 아빠가 모스크바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만나 결혼한 사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확연하게 구별되는 슬라브계 혈통이 두드러졌지. 한마디로 이질적인 모습을 가진 모녀가 이국에 남편을 잃고 남겨진 거야. 그건 두 모녀에게 생각치도 못했던 위기를 직면하게 하였던 모양이더군.”
“그게 뭔데요?”
“집안 내부의 재혼 요구였어.”
“네? 그게 무슨…”
그녀는 나에게 옛 이야기를 회고하듯 말을 이어갔다.
“키르키즈스탄은 무슬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야. 나디아의 아빠는 세속적인 사람이었지만 친척들은 독실한 무슬림들이 많았지. 거기다 지역 관습에 매인 사람들이 많아서… 나디아의 아빠가 죽자마자 친척들이 몰려와서 두 모녀에게 요구했다고 하더군. 나디아의 엄마는 그녀의 제부와 재혼할 것을, 그리고 나디아는 사촌과 약혼할 것을 요구했다는 모양이야.”
“아니… 그걸 왜 자기들 마음대로…”
“문화 폄하나 종교 폄하를 하지 말고 보게나. 그 사람들에게는 그게 관습이야. 하지만, 그건 두 모녀에게는 거절하고 싶은 억압이었지. 하지만 다른 곳에 갈 여지도 없었던 모양이야. 친정이 러시아로 돌아갈 생각도 한 모양인데, 나디아의 아버지가 푸틴 정권에 조금 안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야. 그래서 돌아갈 수도 없었던 모양이더군. 결국, 궁지에 몰린 나디아의 엄마는 친척들에게 협상을 했지. 자신이 재혼하는 건 동의한다. 하지만… 나디아는 내버려 둬라. 일단은 친척들은 거기 동의했어.
그리고 나디아의 엄마는 여전히 나디아를 눈독들이는 사촌들에게서 지키기 위해 방법을 찾았어. 그러다가 찾은 방법이 우리 부부였어. 오래전 끊어진 연락을 어떻게 수소문해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던 우리들에게 도움을 청하더군… 오죽하면 저럴까 싶었지. 그래서, 이미 외무부에서는 나왔지만 우리 부부는 개인적으로 발걸음을 해서 그곳에 가서 나디아를 데리고 왔어. 그때 나디아는 아직 어렸지. 하지만 나디아의 엄마는 단호하게 울며 매달리는 나디아에게 우리를 따라가고 돌아오지 말라고 끊어버리더군.
참… 독한 모정이야. 나는 그러지 못할 것 같은데…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는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겠지. 고등 교육을 받을 수도 없고, 마음대로 여행을 갈수도 없고, 보편적인 자유를 누리기 힘든 무슬림 아내로 산다는 운명을 자기 자식에게는 겪게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마음이었어. 우리 부부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지. 그래서… 그 아이를 한국에 데려와서 귀화시키고 우리 아이로 키웠어. 저 아이는 그렇게 이곳에 오게 된거야.”
나는… 무슨 대서사시 같은 그녀의 인생에 뭐라 말해야 할지 할말이 없었다. 서양인치고는 가녀려서 아이 엄마지만 여전히 소녀같아 보이는 그녀에게 그런 역정이 있었을 줄이야…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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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
“하지만, 그렇게 해서 잘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의외로 그러지가 못했어. 여기서 부터는 나도 저 아이를 볼 낯이 없구먼. 아이는 여기서 처음에 적응하는 과정에 많이 힘들어 했어. 무리도 아니지… 모습이 다른 건 키르키즈스탄에서 뿐만 아니라 여기서도 마찬가지지. 종교적, 관습적 억압은 없다고 해도 사람 사는 곳은 다 만만치 않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아이의 부모가 되어주려 노력했지만 아이는 쉽게 마음을 우리 가족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열지 못하더군.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했지.
그래서… 결혼도 결국 우리 아들이랑 했어. 오누이처럼 키웠기에 그런 감정이 들까 싶었지만… 저 아이는 의외로 기댈 곳이 자기 바로 곁에 자신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정도가 한계인 모양이더군. 그래서… 딸로 키웠던 아이가 우리 며느리가 되었지. 하지만,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내 아들은 그렇게 번듯한 녀석이 아니었어. 전에 자네를 보고 한 말은 그냥 부모 심정에서 한 고슴도치 마음이지… 그 녀석 사업도 여러 개 말아먹고 사고도 많이 치고 나디아의 마음도 많이 아프게 했어.
근데 가장 나쁜 건… 너무 일찍 죽어버린 거야. 늙은 어미와 아내와 딸 하나를 두고선 말이야. 이 몹쓸 녀석… 그러게 술은 작작 좀 하라고 했더니 병상에서도 몰래 술을 마시니 그렇게 부모보다 먼저… 아들의 죽음에 나디아는 더 고립되어 버렸지. 그리고 그때쯤에 내 남편과 나디아의 엄마도 세상을 떠났어. 나디아는 모친의 임종에도 가보지 못했어. 유언처럼 서신이 왔더군. 절대 와선 안된다고… 사촌들이 여전히 미혼이거나 혹은 후처로 들일 생각을 하는 놈들이 남아 있던 모양이야.
그래도… 자포자기 했는지 돌아가겠다고 하더라구. 나는 그걸 뜯어 말렸지. 그리고 대신에, 남은 재산들을 다 처분하고 시골에 와서 인적이 드문 곳에 살자고 했어. 그 아이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더군. 그렇게… 우리는 여기서 살게 된거야. 그리고 그러다 자네 가족들을 만난 거고. 어떤가? 이제 그 아이에 대해서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이는가? 그리고… 내가 저 아이에게 왜 그런 엄살을 부리는지도 이해하겠나?”
나는… 여전히 거대한 이야기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은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눈에 보였다.
“뭐, 조금은 이해가 가네요. 두려우신 거군요. 우리나라에서 겉모습부터 이방인이 확실한 그녀가 홀로 살아갈 일이요. 할머니께서 살아 계시는 동안에는 그녀가 기댈 언덕이 되겠지만, 돌아가신 이후에는… 그녀는 왠지 모르게 섞이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가 되어 외롭게 살아가게 되겠죠. 그걸 걱정하시며 본인이 얼른 죽고 누군가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너스레를 떠신거 아닌가요?”
“그래, 맞아. 자네는 이해가 빠르군. 역시 내가 사람은 잘 본 것 같구먼. 그래서, 마침 말이 나온 김에 자네는 어떤가?”
이해가 빠르다는 칭찬을 들었지만 이번 이야기는 한참동안 뭔소린가 싶어 할말을 잃었다. 그리고 나온 결론… 나? 지금 이 할매 뭔 소리 하시는겨? 나는 경악하며 말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저는 집사람이 있습니다.”
“지인이는 진짜 아내 아니잖아.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그쪽도 거둬들인 여자인 모양인데…”
이 할매 은근히 예리하네. 왕년에 외무부 직원이었다는 것이 블러핑은 아닌 모양이다. 나는 시선을 흐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저에 대해서 뭘 믿고 그러시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병원 모셔다 드린 걸로 그런 제안을 하기에는 너무 섣부른 판단 아니세요? 대체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 거죠? 말 그대로 여자 거둬서 시골에 두고 놀아나는 놈입니다. 제가 나디아씨한테 무슨 짓을 할지 뭘 믿고 그런 말을 하시나요?”
“일단은…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 한국에 적응하지 못해서 외부에 나가길 어려워하는 나디아는 애초에 아는 남자, 아니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별로 없으니깐. 그런데 그 중에서 자네는 흔치 않게 나디아가 아는 지인 중에 하나야. 그리고… 은근히 그 아이가 다른 곳과는 달리 자네 집에 놀러가서 어울리는 건 그럭저럭 즐거워 하고 있어. 의외로, 자네 댁이랑 자네랑 그 아이를 대하는 것에 대해서 편견없는 모습을 보여주더구만. 그거 의외로 보편적이지 않은 장면이야.
사람들은 자기와 머리색깔과 눈빛이 다른 외국인들에게 의외로 배타적인 성향이 강해. 얼굴이 예쁘니깐, 일단 관심을 보이기는 하지. 하지만 깊이 들어가면 어느 순간 관계의 형성을 두려워 하지. 몇몇 무례한 놈들은 백마 한번 타본다는 식으로 포기하지 않기는 하지만… 그런 관계를 원한다면 차라리 키르키즈스탄에 돌려보내는 것이 낫지. 그래서… 저 아이는 외로워 질 수 밖에 없어. 근데, 최근에는 조금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 하더군. 뭔가 그런 가벼운 호기심이나 욕망과 무관하게 친절한 자네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어.
보다시피, 나는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할꺼야. 나이도 나이지만 심혈관이 그렇게 간단히 회복되는 것이 아니지. 그 이후에 남겨진 나디아와 손녀에 대해서, 자네들이 아이를 맡아준다면 왠지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저 늙은이 하나 사라지는 것 외에 별다른 차이 없이 남겨진 사람들이 잘 지내리라 생각되는데. 내가 너무 무리한 생각을 하는건가?”
나는 그녀의 말에 조금은 동의를 하면서도 여전히 걸리는 기분을 느끼며 말했다.
“그런 건… 제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죠. 당사자의 의견이 중요한 거죠. 그리고 제 집사람도요… 아마도, 두 사람이 동의하지 않으리라 생각되는데요.”
나의 거절에 대해 그녀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뭐, 한발빼기라… 비겁하지만 지금에서는 그게 적절하지. 넙죽 받아먹으면 자네도 흔한 백마 타고 싶은 양아치가 아닌가 의심해봐야 하니깐. 자네 생긴 건 쑥맥같이 생겨서 의외로 여자랑 밀당하는 요령을 좀 아는구만. 뭐, 일단은 알겠네. 지금 당장 내가 죽는 것도 아니니… 이건 나중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지. 아무리 그래도, 내가 죽을때까지는 저 아이를 내가 돌봐야 하니 그런 강요는 나야 말로 비겁한 책임회피겠지. 잠시 기억 속에 묻어두게나.”
그때 병실로 나디아가 돌아왔다.
“검사 시간 다 예약했어요. 그리고 약받아 왔어요. 드세요.”
“그래. 수고했다. 이만 너는 돌아가거라.”
“네? 돌아가라뇨? 어머니 병간호해야죠. 오늘은 여기서 묵고…”
“아이를 언제까지 그 댁에 맡겨두려고? 그리고 밤중에 할머니 아픈 거 본 아이다. 괜찮다고 엄마가 가서 달래줘야지. 나는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니 별일 없을꺼다. 오늘은 너도 가서 눈 좀 붙이고, 내일 다시 오려무나. 마침 잘됐구만. 이웃 신랑, 우리 며느리 좀 데려다 줄 수 있겠소?”
그녀는 나를 보며 말했다. 뭐야 이거… 거절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디아는 몇번 더 남겠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그녀에게 돌아가라고 말했고 그녀는 무거운 발걸음을 나와 같이 돌렸다. 조수석에 그녀를 태웠다. 시간은 이미 일요일 저녁… 병원에서 하루가 지나버렸네. 나디아씨를 데려다 주고 바로 서울로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나는 나디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촌스러운 시골옷을 입고 있지만 그 안에 무슨 외국 모델 같은 미모가 가려져 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그녀는 체취도 우리 나라 사람들과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약간 스모키하면서도 달콤한 것 같은 느낌? 조금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미녀를 곁에 태웠다는 것뿐만 아니라… 조금 전에 들었던 예상치 못한 제안. 그걸 동의했으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저 미녀는… 내것인가? 이런이런… 자중하자. 우리 아이들도 잘 돌봐주는 좋은 이웃에게 백마 한번 타보겠다는 무례한 취급 당하는 건 안될 일이다. 그리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가는 길에 그녀는 말이 없었다. 뭐라도 얘기를 해봐야 하나 생각했는데 딱히 화제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종종 우리 집에 가든 파티를 하면 와서 얼굴은 익숙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대화를 많이 하진 않았다. 그냥 설거지를 도와주거나 음식 준비를 할 때 대화한 정도가 고작인가? 그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색해하고 있는데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불편한 소리를 하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