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에 도착해서 트럭을 세우고는 수위실로 보이는 건물로 들어갔다.
그곳에 들어가자 나이가 조금 지긋하신 어르신이 수위처럼 보이는 근무복을 입고 앉아 있었다.
어르신은 나를 보더니
"누구요?"
라고 물었고, 나는 찬우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새로 온 양반이구만."
"예.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어르신과 악수를 했다.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찬우 강사가 말했으니, 실력은 좋을 티고... 난 '오 주현'이라고 하네. 그냥 오 수위라고 부르세."
"이호구 입니다."
나는 깍듯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오 수위는 일단 나를 교학처?라고 불르는 학교 제정을 관리하는 곳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를 새로온 수위라고 소개했고, 거기에도 찬우가 이미 이야기를 했는지 간단한 서류를 작성했다.
"전기랑 배관도 하실 줄 아신다고요?"
서류를 받은 남성이 물어서 그렇다고 말하자 그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으며 말했다.
"좋네요. 자세한 사항은 오 수위님께 들으세요."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나는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오 수위는 나에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여기는 일단 기본적으로 2인 1개조야."
그렇게 시작된 설명을 간단하게 들으면 이랬다.
정문에 위치한 1조는 4개의 건물 중에서 정문가 가까운 2개의 건물을 관리한다.
그리고 후문에 위치한 2조는 4개의 건물 중에서 본관 하나의 건물만을 관리한다.
남은 한 개의 건물인 기숙사는 따로 관리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자네가 정문을 관리할꺼야. 그러니까. 저 앞에 2동을 관리하겠지."
나는 일단 정문을 관리하게 되었다.
오 수위가 내 파트너 였다.
수위의 일은 별것 없었는데, 간단하게 말해서 전기나 배관등이 고장나면 수리해 주고, 대학이 끝나면 건물을 돌아다니면서 관리하는 것 뿐이었다.
유일하게 조금 귀찮은 일이 있다면, 쓰레기장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청소부 아줌마들이 대강 정리를 하지만 마지막 정리하는건 우리야. 그리고 쓰레기차 오기 전에 분리수거를 해야지."
그리 어려울 것은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 말고 수위가 4명 더 있어. 2명은 나랑 비슷한 연배의 노인내들이야. 야밤에 주로 하지. 야밤에는 2명만 있어도 되거든."
"그럼 다른 2명이 후문을 관리하나요?"
"응. 좀 덜떨어진 애 하나랑, 싸가지 없는 애 하나가 있지. 있다가 만날꺼야."
그렇게 말하고 오 수위는 간단한 재반 사항을 더 설명해 주고는 나에게 맞는 수위복을 건내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거의 점심시간이 다 되서, 오 수위가 다른 사람들인 2조를 소개시켜 준다며 학생식당에 먼저 향했다.
점심시간이 아직 아니었지만, 학생들이 오기 전에 먼저 먹어야 한다고 오 수위가 말했다.
본래는 한명은 지키고 있어야 하지만 오늘은 소개를 해 줘야 하니 함께 가자고 했다. 2조도 모두 불렀다면서.
그렇게 2조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다.
2조 사람 들 중에서 좀 덜떨어진 애라고 오 수위가 평가했던 사람은 조그마한 키에 유약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청년이었다.
"안녕하세요. '이 민구'라고 합니다."
이민구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나이는 28이라고 했다. 약간은 모잘라 보이는 아이였다.
"반가워요. '김 판석'입니다."
그리고 오 수위가 '싸가지 없는 애'로 평가한 김판석은 나보다 어린 36이었다.
그는 능글맞은 얼굴과, 엄청나게 튀어나온 배와 더불어 키도 작고 땅딸막한 뚱뚱보였다.
"이 호구 입니다."
"하하하 이름 웃기네요!"
김판석은 처음부터 내 이름을 가지고 놀렸다. 나는 어색하게 미소지었다.
우리는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식사는 그냥 학생식당 밥이었는데, 의외로 매뉴가 다양하고 맛있었다.
좋은 명문대다 보니 식당도 좋은 모양이었다.
식사를 하면서도 김판석은 마구 뭐라고 떠들어 댔다.
나는 그의 말에 적당히 말을 맞춰 주었는데, 그런 그가 이번에는 여자 이야기를 했다.
"후문이 편하기는 한데 아쉬운건 학생들을 잘 못 본다는 거죠."
"학생이요?"
내가 묻자 그는 접힌 턱살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여기 여학생들 중에 진짜 이쁜애들이 있거든요. 몸매도 죽이는!"
나는 그 이야기에 왠지 수빈이가 떠 올랐다.
김판석은 그대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디자인과'애들이 진짜 쩔지! 안 그래 민구씨?"
그는 조용히 밥 먹는 민구의 등을 때리며 말했다. 민구는 그것에 깜짝 놀란 것 처럼 보엿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 쳐 주었다.
나는 수빈이가 디자인과라고 말한 것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김판석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말야, '최세나' '이수정' '지수빈'이 최고지. 난 세나가 좋던데. 수빈이도 좋기는 하지만."
"어이 판석씨 다른 사람이 듣겠어."
오 수위가 그렇게 말하며 판석을 제지했지만, 그는 조금 톤만 낮아졌을 뿐 그대로 말했다.
"호구 아저씨도 보면 알거에요. 나중에 누가 좋은지 말해줘요!"
나는 어색하게 웃고는 넘어갔다.
저런 자식이 수빈이를 바라본다는게 나에게는 무척이나 제수없는 일로 느껴졌다.
오 수위는 밥을 먹고 와서는 나에게 말했다.
"그 자식은 맨날 그런 소리만 하니까 신경쓰지 말게. 어차피 2조랑 잘 볼 일도 없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땠나 그 자식. 내 말이 정확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수없네요."
"하하하하."
오 수위는 그렇게 웃고는 오늘부터 일단 함께 일하기로 했으니 잘 해보자면서 손을 마주 잡았다.
"잘 부탁하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깍듯하게 말했다.
나는 오 수위가 마음에 들었다. 김판석과 일하지 않는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점심 시간에 나는 드디어 수빈이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수위실에 앉아 있었는데, 수위실에는 흡사 경비실 처럼 창문으로 밖이 모두 보였다.
그리고 나는 수빈이를 발견했다.
수빈이의 외모는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빈이는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것 같아 보였다.
대학에서 보는 수빈이의 모습은 평소에 내가 보는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수빈이는 아까 집에서 나갈 때 입고 나갔던 T셔츠와 청바지. 그리고 모자를 쓴 모습이었는데,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만 봐도 흐뭇했다.
그런데 그런 수빈이가 갑자기 내가 있는 수위실 쪽으로 오는 것 아닌가.
내 옆에 앉아있던 오 수위가 흐믓하게 웃으며 말했다.
"애구. 또 오는 구만."
그리고 수빈이가 닫혀있던 조그마한 창문을 두드렸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또 왔구만. 애구구."
"히히히. 이거 드세요."
그렇게 말하며 수빈이는 조그마한 음료수를 오 수위에게 건냈다.
"매번 이렇게 챙겨주는 고맙구만."
"별 말씀을요. 그런데 한분 더 오셨네요?"
수빈이는 나를 못 보고 있다가 내가 옆에 있는 모습을 보고 눈을 돌렸다.
"응 새로 들어왔어."
"아- 어머?"
수빈이는 내 얼굴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그 반응에 오 수위가 놀라면서
"왜 그래?"
라고 물었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빨리 말을 이었다.
"아, 아는 애입니다. 잠깐 대화라도 할 수 있을까요?"
"그려."
나는 수위실에서 나갔고, 수빈이는 뒤에 친구들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수위실에서 나가 약간 옆으로 이동했다.
왠지 모르지만 수빈이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구석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하지만 수빈이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나에게 뛰어와 내 품에 폭 안겼다.
"주인님!"
수빈이는 그렇게 말하며 내 가슴팍을 꽉 끌어 안았다. 내 몸에는 수빈이의 커다란 가슴의 감촉이 느껴졌다.
"자, 잠깐만 수빈아!"
"수위일 하시는 거에요?"
나는 수빈이를 잠깐 떨어트리고 간단한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수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와! 그럼 이제 계속 같이 있을 수 있겠다!"
수빈이는 정말 즐거운 듯이 또 나를 끌어 안았다.
하지만 나는 수빈이에게 확실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기 수빈아."
"내! 주인님!"
나는 수빈이를 떨어트리고 숨을 내쉬고 말했다.
"저기 최소한 학교에서는 주인님이라고 말하지 말자."
내 말에 수빈이는 약간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왜, 왜요?"
"그리고 수빈이와 나의 관계를... 그래 솔직히 말해서 어떤 관계인지 잘 모르겠지만, 숨기는게 좋을 것 같아."
그 말에 수빈이의 눈망울이 커졌다.
"왜, 왜요? 왜 그러세요?"
수빈이는 약간 충격 먹은 듯이 손을 밑에서 꼼지락 대면서 내 눈을 바라보았다.
"제가 주인님, 주인님 그러는게 창피하세요?"
"아니. 하지만 대학에서 너의... 그래 평판도 있는데 숨기는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
"전 상관 없는..."
"아니야. 그건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 아마 내가 너랑 이런 관계인걸 알면 사람들은 의심할거야."
그 말에 수빈이가 점점 울상이 되려 하고 있었다.
"미안해 수빈아. 하지만 이건 널 위해서기도 해."
"왜 말씀 안해주세요....?"
나는 수빈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약간 당황했다.
"무슨 말?"
"훌쩍. 킁... 주, 주인님... 왜 흑, '관계'라고만 표현하세요?"
나는 수빈이의 말에 순간 놀랐다.
관계.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 나는 정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정확하게는 그냥 섹스 파트너. '주종 관계'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수빈이와의 몇 번의 섹스 끝에 그녀가 날 좋아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걸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수빈이에게 그걸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
"훌쩍, 킁... 알겠어요. 학교에서는 훌쩍, 아저씨라고 부를께요. 훌쩍. 킁!"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양 손으로 연신 눈물을 닦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는 지금 물어보고 싶었다. 그녀에게.
그럼 우리 관계가 정확하게 뭐냐고.
정말 날 좋아하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동시에 오 수위가 나를 불렀다.
그녀는 눈물을 억지로 멈추려는 듯 훌쩍이며, 연신 눈물을 닦았다.
"죄송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먼저 친구들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이 아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다시 말헀다.
"죄송해요..."
나는 수위실로 돌아갔다.
일을 하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수빈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날 정말로 좋아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 생각은 곧 내 처지를 보면서 점차 희미해졌다.
나는 지금 분리수거를 하고 있었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수빈이가 날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수빈이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후-"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 관계는 뭘까? 그냥 섹스 파트너?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수빈이가 흘린 눈물이...
일이 끝난 시간은 5시 였다.
나는 그 동안 카톡에 문자 하나를 보내지 못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차에 올라탔다.
그러다가 나는 일단 문자를 한번 보내보자는 생각에 문자를 하나 보냈다.
[먼저 집에 갈께]
그렇게 보낸 나는 집으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홀로 집에 도착했다.
왠지 집이 오싹하게 느껴졌다.
집의 모습을 보니 더더욱 수빈이가 날 진짜로 좋아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볼품없는 집에서 살고 있는 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에 빠져 들었다.
밥은 먹지도 않고, 홀로 잠에 빠져들었다.
어제는 수빈이와 함께 누운 전기장판 위에서 홀로-
얼마나 잠을 잤을까
누군가가 초인종을 눌러 잠에서 깼다.
시간을 보니 일찍 잠에 들어서 고작 9시 였다.
나는 일어나서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고 물었다.
"누구세-"
그리고 문이 열리자 마자 수빈이가 내 품에 들어와 내 입술에 키스를 했다.
"읍!"
저항을 시도할 수 조차 없었다.
아니 저항할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어느세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는데, 수빈이는 옷이 모두 홀딱 졎어 있었다.
비를 맞으며 온 모양이었다.
내 몸에는 수빈이의 젖은 풍만한 육체가 느껴졌고,
입술에는 수빈이의 달콤한 혀와 입술이 느껴졌다.
수빈이는 내 입술을 먹어버릴 듯, 연신 키스를 했다.
그녀는 그러면서 손을 내려 누어있는 내 바지를 벗기고 있었다.
자크를 내리고 바지를 벌리고, 그 안의 팬티를 슬쩍 벗기고 성기를 꺼냈다.
그 동안 진한 키스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성기를 꺼내고 그 상태에서 양 팔로 상체를 지탱해 마침내 키스를 멈추고 나를 내려다 보았다.
나는 그녀의 입술에 연결된 내 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올려,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아저씨..."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말했다.
"주인님..."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한방울 똑 얼굴에 떨어졌다.
"저 싫으세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다시, 눈물이 한방울 똑 얼굴에 떨어졌다.
나는 입으로 말했다.
"아니."
"그런데 왜 그러세요? 흑!"
수빈이 눈에서 다시 눈물이 떨어졌다.
나는 이제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수빈이는 나 좋아해?"
그 말에 수빈이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좋아해요! 정말이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미안해. 난 그래도 수빈이와 내 관계를 숨기는게 좋다고 생각해. 이건 수빈이를 위해서니까."
그렇게 말하고 나는 수빈이를 끌어 안았다.
수빈이는 가슴팍에서 얼굴을 들고 내 얼굴을 올려다 보며 물었다.
"그럼. 흑! 아저씨도 아니, 주인님도 흑! 저 좋아하세요?"
"나는-"
내가 대답하기 전에 그녀의 떨리는 몸이 느껴졌다.
두려운 모양이었다.
"좋아해. 진짜야."
그 말에 그녀는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그 울음은 아까처럼 슬퍼서 우는게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수빈이와 화해했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아직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왜 나를 좋아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지만. 지금 당장은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