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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유리는 속일 수 없어. 아빠 정도로는 속일 수 없을 만큼 유리는 총명하니까. 사랑한다 유리야.>

짧은 메모였다. 하지만 가슴을 저며드는 감동은 너무나 깊은 것이었다. 이렇게 자신에게 쪽지를 다시 남겨놓는 섬세함...잊지 않고 말해주는 사랑한다는 말... 유리는 눈물이 아른거리는 눈망울로 몇 번이고 더 아빠가 담뱃갑 안에 남겨둔 쪽지를 읽었다. 
아까 왔던 연예기획사의 픽업 제의를 유리는 단박에 거절했었다. 누구라도 연예기획사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귀가 솔깃해지겠지만, 아니 적어도 기분은 좋아겠지만 유리는 오히려 불쾌했었다. 상품이 된다 싶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사람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돈 뿐이다.

"...아빠......"

하지만 아빠는 달랐다. 아빠만 달랐다.
유리는 아빠가 남겨 놓은 메모 아래쪽 여백에 다시 아빠에게 사랑이 가득 담긴 글자들을 적어놓곤 담뱃갑 안에 쪽지를 넣어 그걸 도로 침대 밑에 놓아두었다. 유리는 그리곤 잠시 침대에 걸터앉아 눈물을 닦으며 아빠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삭히곤 계속해서 사진앨범을 찾기 시작했다. 
어째선인지 모르게 아빠의 과거가 너무나 궁금해졌었다. 그렇게나 싸움을 잘하는 것도 이상하고, 생전 처음 보는(아빠 입장에서도 당연히 그래야 할) 사람들이 아빠를 '사신'이라 부르며 알고 있는 것도 이상했다. 아니, 이상한 것으로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다. 자신의 생일 날에 아빠에게 쳐들어 온 그 수십 명의 패거리들도 그렇고 아빠에게 무릎을 털썩 꿇던 그 무서운 인상의 아저씨 두 명도 왠지 아빠랑은 어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실은 일본인이었던 지현 언니가 아빠와 나누었던 대화...그리고 아빠를 죽이려고 했던 것.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그래서 지금 유리는 한참 동안 집 구석구석을 뒤지며 옛날에 봤던 것으로 기억나는, 자주색 빛바랜 표지의 사진앨범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의 기억으로는 그 앨범에서 아빠의 젊은 시절 모습을 봤던 것 같았다. 심심하면 들춰보는, 아빠와 둘만 살게 되고 난 다음부터 찍은 사진들이 빼곡이 꼿혀 있는 앨범 말고, 분명이 그 이전의 사진들이 간직되어 있는 앨범이 집 안 어디엔가 있었다. 거기엔 아빠와 엄마가 함께 있는 사진이 들어 있어서 의식적으로 그런 앨범 따위 어디에 있는지 생각도 하지 않으며 무시를 해왔었는데, 막상 그걸 찾으려 하니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유리는 그렇게 한참 동안 아빠의 방이며 2층 구석에서 연결되는 다락방이며 집을 샅샅이 뒤졌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태현은 현관문 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가만히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타사부로의 딸은 분명 길수와 우철이를 이용해서 삼합회를 처리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금강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삼합회는 오지 않았다. 금강이 그렇게 말했다면 삼합회는 오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야마구치 카나코는 삼합회를 들먹인 것이지? 일부러 그 자리에서 그런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었나?'

태현은 카나코의 눈빛을 떠올렸다. 그리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의 눈빛은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았었다. 태현은 현관문에 기대어 쪼그려 앉아 여름 해질무렵의 선선한 바람이 귓가를 간지럽히는 느낌에 가만히 눈을 감았다. 부드러운 바람은 피부를 상냥하게 스쳐지나갔지만, 태현은 바람의 그런 어루만짐을 즐길 정도로 마음이 여유롭진 않았다. 

'......그렇다면 한가지 가설을 세울 필요가 있겠군. 야마구치 카나코도 타사부로로부터 거짓 정보를 들었다...라고 해보자. ...어째서? 왜 굳이 타사부로는 자신의 딸에게마저 거짓정보를 흘린 것이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그가 얻게 되는 이익은?'

"씁-후우우..."

태현은 한숨을 내쉬듯 담배 연기를 푹 뿜어내었다. 역시 자신은 머리를 굴리는 데는 재능이 없다. 과거에 조직에 있을 때 머리를 굴리는 것은 언제나 김형필 녀석이었다. 그는 머리가 매우 좋았었다. 주먹 실력은 현석에는 비할 바도 못되고 길수나 우철에게도 현저히 밀렸지만, 그래도 그는 비상한 머리로 인해 뒤늦게 조직에 가담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승진을 거듭해 야마구치구미와 전쟁을 치룰 무렵에는 길수나 우철과 동일한 라인에까지 성장했었다. 그런 만큼 태현은 형필을 신뢰했었고, 그의 능력을 인정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敵). 물론 태현이 형필의 눈 속에 꿈틀거리는 야망을 읽어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급박하게 흘러가는 상황과, 예기치 못한 조직 생활의 종결은 태현이 형필에 대한 견제 장치를 아무 것도 만들어 놓치 못하게 만들었다. 
태현은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겠지만 그래도 괜시리 자신이 너무나 서둘러 그 세계에서 발을 빼내었던 것을 후회했다. 물론, 그때는 서두른다는 자각조차 할 정신이 없을 정도로 아내의 죽음에 슬퍼하고 있었지만......

"......"

태현은 문득 담배가 다 타들어 갔음을 깨닫게 되었다. 태현은 잠시 멍하니 서서히 사그라드는 붉고 검은 잿덩어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피식 웃는다. 자신이 담배를 피는 모습을 유리가 보면 노발대발 할 텐데 간도 크게 현관문 밖에서 대놓고 이렇게 버젓이 담배를 피우다니. 태현은 담배를 바닥에 눌러 끄곤 쓰레기통에 튕겨 버렸다. 그리곤 열쇠를 꺼내며 현관문 손잡이를 잡는 태현. 그런데 갑자기 태현의 눈이 살짝 찡그려졌다. 

'나..진짜 잘할 수 있어. 그..그러니까아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아빠. 응?'

갑작스레 아침에 유리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거기에 이어서 떠오르는, 도저히 아빠로서 가져서는 안 되는 기억들...
태현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그러고 보니 길수들의 일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자신이 오늘 아침 어떤 끔찍한 짓을 유리에게 저질러 버렸던 것인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태현의 고개가 힘없이 수그려져, 그의 이마가 서늘한 현관문에 천천히 기대어진다. 





아빠에게 말했었다.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낫다고. 그래서 지금 유리는 후회하고 있었다. 어째서 자신은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은 것일까. 
유리는 지금 습한 냄새가 자욱한 다락방에 주저앉아 멍하니 빛바랜 사진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 사진 속에는 온통 검은 양복 일색의 백여 명을 헤아리는 남자들이 열을 맞춰 아빠의 뒤에 서 있었다. 장소는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큰 규모의 호텔로 보이는 곳이었다. 그곳의 입구 계단에 층층이 남자들이 하나 같이 긴장된 얼굴로 서 있었고, 아빠는 그 제일 아래, 그리고 혼자. 고급스런 의자에 홀로 새하얀 양복을 입고 시가를 피워문 채 앉아 있었다. 누가 봐도 이들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사진이었다. 

"이게...정말 아빠인 거야....?"

유리는 다시 떨리는 눈빛으로 아빠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아빠다. 아빠야 워낙 나이를 안 먹으니 지금이나 이 사진이나 비슷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때가 약간 더 젊은 느낌이다. 그리고 아빠의 바로 뒤에는 명백히 세월을 거스른 느낌이 나는 현석 아저씨가 빡빡 머리를 하고 험상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게다가 현석 아저씨의 양옆에는 저번에 생일날 봤던 아저씨 두 명도 서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이 남자는 아빠가 분명하다. 
그러나 유리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아냐. 내가 뭔가 착각을 한 걸 거야. 아빠가 그런 사람일 리 없어. 이 사진도 뭔가 좀 더 다른..."

그러며 사진을 천천히 뒤집어 보는 유리. 그녀의 눈동자에 사진 뒤편에 적힌 글자가 들어왔다. 

"......!"

흠칫 떨리는 유리의 눈동자. 가느다랗게 유리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태현파...간부..총회합...1987년...10월...17일......"

또르르...

유리의 보드라운 볼을 타고 한줄기 눈물 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태현..파......" 

신기할 정도의 싸움 실력. 
무서운 인상의 남자들을 이끌고 달려온 두 아저씨가 아빠에게 무릎을 꿇은 것. 
아빠를 형님이라 부르는 현석 아저씨.
그리고 여객선 테러범들 조차 알고 있던 아빠. ...사신. 

"거짓말..."

세차게 고개를 가로젓는 유리. 하지만, 여기 이 사람들. 딱 봐도 직업이 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현석 아저씨. 혼자 하얀 양복 입고 시가를 피우고 있는 아빠. 

'아냐..그만...'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는 1987년. 태현파. 간부 총회합. 

'그만해..아냐...'

아빠를 죽이려 했던 지현 언니. 그녀와 아빠의 이해를 할 수 없는 대화. ...과거를 물을 때마다 대답을 피하는 아빠. 그리고 아빠의 생일...10월 17일...... 

"아니라구...!!"

바락 고함지른 유리. 그녀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고개를 폭 수그렸다. 그리곤 입술을 꼬옥 깨문다. 

똑...

한때 대한민국의 음지를 지배했던 사나이, 정태현의 웃는 얼굴 위로 그의 딸이 떨어뜨린 눈물이 서서히 번져나간다. 





"유리야...?"

태현은 조심스런 음성으로 딸을 불렀다. 저녁의 아스라한 그을음에 잠긴 집은 고요했다. 태현은 너무나 고요한, 조그만 기척조차 없는 분위기에 갑작스레 겁이 덜컥 들었다. 

"유리야. 유리야...?"

불안감이 가득한 얼굴로 다시 애타게 딸을 찾는 태현. 그의 걱정은 다른 색깔로 변질되었다. 집에 들어올 때만 해도 유리를 어떻게 대할까 하는 걱정 뿐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좀 더 심각한 불안감이 태현을 에워싼 것이다. 물론 집에만 있는 게 심심해서 친구랑 어디로 놀러 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태현이 두 번째의 부름에도 응답하지 않는 딸의 행방에 신경이 새하얗게 변하려는 찰나, 갑작스레 그의 귓가로 너무나 곱고 귀여운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아~~."
"......!"

태현은 급히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유리가 2층에서 우당탕탕 뛰어내려오고 있었다. 

'아아...'

사랑스런 모습은 언제나와 똑같고, 해맑은 미소는 여전히 자신의 가슴을 녹인다. 태현은 달려와 와락 안겨드는 유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어째서일까, 너무나 다행스런 기분이 들었다. 여행에서 그런 일을 겪어서인지는 몰라도 이젠 유리가 눈에 보이지만 않아도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아빠아..."

그런데 유리도 뭔가 좀 이상했다. 유리 입장에서는 아빠가 단지 외출을 하고 돌아온 것일 뿐인데 이상하게 자신을 꼭 끌어 안고 놓아주려 하지를 않는다. 태현은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응..아빠 다녀왔어. 심심했지? 뭐하고 있었니?"
"......"

하지만 유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유리의 이런 모습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든 태현은 천천히 유리를 이끌어 소파에 앉혔다. 유리는 소파에 앉아서도 태현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꼼짝을 하려들지 않았고, 태현은 유리가 왜 이러는지 알 길이 없어 그저 부드럽게 조심스레 유리의 등을 어루만져주며 가만히 말했다. 

"유리야. 무슨 일..있었어? 누가 집에 찾아왔다던지......"

살며시 고개를 가로젓는 유리. 태현은 일단은 안심했다. 금강의 전언에 따르면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그 녀석들이 유리를 노리고 있는 건 아닌지 태현으로서는 걱정이 드는 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태현은 다시 부드러운 음성으로 유리에게 말했다. 

"저녁은 먹었어?"

다시 아무런 대답없이 고개만 가로젓는 유리. 태현은 빙긋이 웃으며 유리의 머리에 살짝 입술을 맞춰주었다. 

"그럼 아빠랑 같이 먹자. 배 많이 고프지...?"

유리는 계속해서 고개만 가로젓는다. 결국 태현은 답답함을 느꼈다. 왜 유리는 그 예쁜 음성을 자신에게 들려주지 않는 것일까. 그런데 태현이 그런 생각을 한 순간, 그의 뇌릿속에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스쳐지나갔다. 

'젠장..그러고 보니...'

또 깜빡 잊었다. 유리가 집에 없는 줄 알고 그 때문에 든 걱정 때문에 그 일을 다시 깜빡 했던 것이다. 워낙에 중대한 일들이 겹쳐서 터지니 정신이 없었다. 태현은 유리가 지금 자신의 얼굴도 보지 않고 그저 자신을 끌어 안고만 있는 것이 아침에 아빠가 그런 일을 한 자길 내버려두고 집을 나가버려서, 그래서 그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유리로서는 얼마나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까. 자긴 그렇게 용기를 내어 아빠를 기쁘게 해주려 했는데, 아빠는 그런 자길 내버려두고 휑하니 집을 나가버리다니. 태현은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으며 가슴 앓이 했을 유리에 대한 걱정 때문에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유리야......"

태현은 유리를 꼬옥 감싸 안으며 가만히 입술을 열었다. 하지만 무슨 말부터 해야 좋을까,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될까 도무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 아침의 일은 명백한 자신의 잘못이었단 것이었다. 자신은 유람선에서 그런 일이 있고 돌아온 다음, 아직도 서로가 여전히 연인 사이임을 확인하길 원하는 유리의 마음에 망설임을 보여줬었다. 그때문일까, 유리는 혹시라도 아빠의 마음이 변할까 그게 두려워 오늘 아침에 그렇게 용기를 내어 자신을 기분 좋게 해주려 했었다. 유리의 순진한 마음으로는 자기가 아빠를 기분 좋게 해주면 아빠가 자길 좀 더 여자로 바라봐줄까 하는 그런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그런데 자신은 그런 유리의 순수한 마음을 욕정을 채우는 데 이용했었다. 유리의 애틋한 마음은 달래주지 않고, 딸의 입속으로 더러운 물건을 들이 밀었었다. 딸은 목이 막혀 칵칵거리고 있는데도. 

"하아...유리야..."

태현은 오늘 아침의 일을 하나하나 떠올릴 때마다 얼마나 자신이 유리에게 잘못했던 것인가 하는 마음이 떠올라 정말이지 후회가 되고 유리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미안하다고 말해야 될까. 아니, 유리가 미안하다는 말을 듣길 원할까. 태현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결코 변하지 않는, 자신이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말, 그 한마디를 애타는 마음을 담아 유리에게 속삭였다. 

"...사랑해 유리야. 우리 유리도 알지...? 아빠가 우리 유리 얼마나 사랑하는지......"
"......"

유리는 이번에는 고개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말해줄 때마다 보여주던 그 사랑스런 미소도 자신의 품이 가둬버려 볼 수 없었다. 태현은 애타는 마음에 살며시 유리의 얼굴을 감싸잡아 자신의 품속에서 떼어내었다. 힘없이 태현의 손길에 이끌려 아빠의 따스한 품에서 떨어뜨려진 유리의 얼굴. 그리고 그런 유리의 얼굴을 바라본 태현의 눈동자가 흠칫 떨린다. 

"유리..야?"

유리의 어여쁜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전혀 눈치 채지 못했는데, 어깨의 떨림도 느낄 수 없었는데 언제 울었던 것일까..! 태현은 가슴이 답답하고 유리가 정말이지 왜 이러는지 몰라서 걱정이 되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태현이 다시 한 번 유리를 애타는 목소리로 부르려는 찰나, 마침내 유리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나두...아빠를 사랑해."
"유리야..."
"그런데...아빠가 이거..알아줬으면 좋겠어..."

살며시 다가온 유리의 손이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있는 큼지막한 아빠의 손에 올려진다. 유리는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꼭 깨물며 아빠의 손만 꼭 잡고 있다가 간신히 애틋한 목소리를 꺼내었다. 

"아빠가...누구라도...어떤 사람이더라도...내가 모르는 아빠의 모습이 얼마만큼 있다고 하더라도......"

천천히 얼굴에서 아빠의 손을 떼어내는 유리. 그녀는 태현의 가슴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그리곤 속삭인다.

"그래도...아빠를 사랑해. 언제까지나...나아...아빠를 사랑할 거야......"
"..유리..야..."

태현의 눈에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올랐다. 뭐라고 말해줘야 좋을까. 유리의 가슴을 저미는 음성에 태현은 오로지 그것만 생각했다. 그에게는 유리가 어째서 이런 말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품을 만한 정신적 여유는 없었다. 지금은 오로지 딸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사랑으로 목이 메여왔으니까......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것도.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고, 유리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이유. 행복한 이유, 아니. 살아가는 이유. 태현에게는 오로지 유리밖에 없었다. 

"유리야...?"

유리의 조그만 등을 따스한 손길로 어루만지는 태현. 

"응..."

대답. 사랑스런 목소리. 태현이 속삭인다.

"아빠가 기분 좋게 해줄까...?"

어째서일까, 태현은 그렇게 말했다. 이것 저것 머리를 굴려서 뭔가 그럴싸한 것을 떠올릴 만한 재주따윈 태현에겐 애초부터 없었다. 더욱이 유리에 대한 사랑만이 태현의 머릿속을 가득히 지배하고 있는 지금. 그가 딸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은 이정도가 한계였다. 유리는 자신이 만져주면 사랑스럽게도 행복해했고, 지금 태현은 유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한편, 

'기분 좋게......'

아빠의 품 속에서 유리는 어쩔 수 없다는 한숨어린 미소를 지었다. 아빠는 바보였다. 기분 좋게. 쾌감. 흥분...아빠의 손길이 자신의 육체에 가져다 주는 그 말초적인 느낌......
유리는 지금까지 그런 것을 단 한 번도 원하지 않았다. 유리 자신이 원한 것은 오직 아빠의 사랑, 아빠가 자신을 사랑해주고 있다는 그 느낌. 그것 하나 뿐이었다. 흥분을 느끼고 쾌감을 느끼고 절정을 느끼고. 그런 것은 그저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아빠와 하나가 되고 싶은 것도 그런 행위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는 쾌락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조금 더 아빠에게 사랑을 받고 싶으니까...조금만 더 많이 아빠가 자신을 사랑해주었으면 좋겠으니까.
오늘 아침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빠가 알아주길 원했다. 자신을 통해서 어떤 기분을 즐길 수 있는지 아빠가 알게 되길 원했다. 그래서 힘들게 용기를 짜내어 아빠에게 그런 행동을 한 것이었다. 아빠가 어색해하지 않도록 야한 연기도 했었다. 그 전에 몰래 몇 번씩 훔쳐보고 만져보긴 했지만, 솔직히 그렇게나 커다래지는 물건에 유리는 얼마나 두려움을 느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익숙한 척, 잘하는 척 한 것은 아빠 때문에... 아빠가 부담 없이 즐겨주길 원했으니까. 그래서 자신을 더 사랑해주고 자신의 몸을 사랑해주고...모든 것을......
아빠를 위해서라면 어떤 모습이라도 될 수 있었다. 

"아빠."
"으..응?"

돌연 품에서 얼굴을 떼어내며 유리가 생긋이 웃어오자 태현은 당황해버렸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눈물을 흘리며 가슴 저미는 사랑고백을 하던 그 모습은 온데 간데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유리는 그런 아빠의 당황은 신경쓰지 않으며 애교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배 고프지? 내가 저녁 맛있게 차려줄게. 우리 같이 저녁 먹어."
"아...응."

태현은 자신의 말이 무시 당한 것에 민망함이 들었지만, 그의 그런 기분은 밝아진 유리의 모습 속에 서서히 희미해져 갔다. 





그날 밤. 잠잘 준비를 위해 샤워를 하고 나온 유리는 아빠의 방이 아니라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닫고 기대어 선 유리의 손에는 아까 앨범에서 찾아내었던 사진이 들려있었다. 

주르르...

미끄러지듯 방바닥에 주저앉아 다시금 찬찬히 사진을 응시하는 유리. 이미 마음에 결정을 내렸었다. 아빠의 정체가 무엇이든 자신은 상관하지 않겠노라고. 아빠가 누구이든, 아빠는 아빠이니까. 

'하지만...'

...하지만 아빠의 정체가 정말로 이것일까? 물론 사진 한장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었다. 

'...아니.'

허탈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는 유리. 섣부른 감이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 뿐인 것이겠지. 사진 한장 뿐이라는 말은 거짓이다. 이것은 다른 모든 단서들의 의문을 풀어주는 결정적인 증거...

"하아..."

유리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두 눈을 감고 머리를 문에 기대었다. 

"...아빠는...정말로..."

나지막한 목소리. 그러나 유리는 차마 그 뒷말은 잇지 못하겠는지 입술만 달싹였다. 그러더니 고개를 포옥 수그린다.

'...정말로 조직...폭력배의 보스..였던 거야......?'

마음 속으로나마 아빠에게 그렇게 물어보는 유리. 들려주지 않은 물음이기에 대답 또한 돌아오지 않는다. 유리는 피곤한 눈빛으로 다시금 사진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조직 폭력배. 최근 여러 영화 같은 걸로 그들의 정체가 상당히 미화되긴 했지만, 유리는 그것이 말 그대로 미화된 모습인 것임을 알고 있었다. 논술 준비와 같은 이유도 있었지만 유리는 시사나 어떤 사회 현상 같은 것들에 대해서 자신이 객관적인 안목을 가지도록 공부를 해왔고, 그것은 조폭과 같이 사소한,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쳐 유리는 영화를 통해 조폭을 접해서 그들에 대한 정확치 않은 선입견을 가지기보다는 따로 자료 검색을 통해 사실은 그들이 얼마나 사회적 문제인 자들인지에 대해 공부를 했고, 지금은 그들이 말 그대로 정말로 무지하게 나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랬는데......

"하아......"

유리는 다시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아빠가 조직 폭력배의 보스......
솔직히, 당연히 상관이 없지 않았다. 자신은 아빠가 착실한 샐러리맨으로 성실히 일을 해서 모든 돈으로 레스토랑을 연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아빠가 저렇게 많은 부하들을 거느렸다는 것에 대해서도 대단하다라던지(물론 유리가 간부만 백여 명인 조직이 얼마만큼 거대한 규모인지를 알 리가 없었다) 뭐 그런 감정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직 폭력배는 그저 나쁜 사람일뿐. 
하지만, 그래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은 여전히 아빠를 사랑한다. 아니, 오히려 아빠에 대해 더욱 애틋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위험을 겪었을까. 조폭들은 돈만 주면 무슨 짓이든 하고 의리따위는 조금도 없는 그런 사람들이라던데. 아빠는 그런 곳에서 하루하루를 얼마나 불안에 떨며 살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유리는 아빠가 가엽고 안타까워서 마음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래도 지금 유리가 아빠를 생각하며 미소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역시 아빠가 현재는 그런쪽에서는 완전히 손을 씻었고, 또 저렇듯 착실하고 올바르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유리는 그게 너무 고맙고 다행스러웠다. 또 아빠가 너무나 자랑스럽다. 그런 세계에서 빠져나오기는 정말로 힘들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빠는 완전히 그쪽과는 연을 끊은데다 그런 사람들의 때묻은 모습은 조금도 보여주지 않으니까. ...물론 모든 것은 자신의 추측에 지나지 않았다. 아빠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도 사실은 자신의 오해일 수도 있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아빠가 그런 쪽에서 손을 완전히 씻었다는 게 자신의 착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 자신이 아빠를 사랑한다는 것. 아니, 바뀐 게 있다면 자신이 아빠를 좀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 아빠의 모습을 하나 더 알게 되었고, 그래서 아빠를 사랑할 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유리는 조금 기뻤다. 새롭게 알게 된 아빠의 모습이 자신의 오해이든 진실이든 아빠의 어떤 모습이라도 사랑하는 자신을 알게 되었으니까.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은 아빠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나보다. 

"음..."

유리는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 속의 아빠를 쳐다보았다. 그리곤 배시시 웃으며 중얼거렸다. 

"근데 역시 우리 아빠는 멋지단 말야. 잘 생겨도 정도껏 잘 생겨야지. 헤헤..."

유리는 사진을 가슴에 꼭 품으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아빠의 어떤 과거라도 그것이 아빠의 과거이기 때문에 자신은 사랑할 거라는 그녀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유리는 그렇게 한참동안 아빠를 머릿속에 그리며 그에 대한 자신의 사랑에 빠져 있었다. 오늘 유리는 아빠의 방에 내려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자신이 같이 자자고 하면 아빠가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고, 유리는 왜인지 오늘만큼은 아빠에게 말 잘 듣는 착한 딸이 되고 싶었다. 아빠가, 자신은 아빠를 위해서라면 아빠랑 같이 자는 것조차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신이 자길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알아주었으면... 





한편 같은 시간. 청개구리 유리의 효도 때문에 태현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밤은 정말로 딸을 품에 꼭 안고 자고 싶은데, 어쩐 일인지 유리가 방으로 찾아오지를 않는다. 태현은 방문을 힐끗거리며 혹시나 유리의 발소리라도 들릴까 귀를 쫑긋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방문 바깥은 너무나 조용하다. 

"후우......"

태현은 한숨을 푹 내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머릿속이 너무나 복잡했다. 길수와 우철, 금강의 말, 김형필의 야망,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하는 생각,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유리에게 미칠 영향... 실타래처럼 뒤엉킨 그 생각 때문에 오히려 태현은 유리를 더욱 보고 싶었다. 유리와 함께 있으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으니까. 유리만 품속에 안고 있으면......

"......"

태현은 결국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자신의 베개를 힐끔거리며 잠시 망설인다. 곧 천천히 베개로 손을 뻗는 태현. 이제 부녀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렸다. 





똑똑..

태현은 어째서인지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유리의 방문에 노크를 했다. 잠시 기다리자 안쪽에서 귀여운 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응. 아빠야?>
"어...응. 아빠 잠시만 들어가도 될까?"

유리가 가까워져 오는 발소리가 태현의 귓가에 미약하게 울려오고, 문이 빼꼼히 열리며 사랑스런 유리의 얼굴이 나타난다. 태현은 반사적으로 가지고 왔던 베개를 옆으로 툭 던져두며 짐짓 환하게 웃었다. 유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아빠를 바라본다.

"아빠가 어쩐 일루...?"
"아..하하. 어, 저...그냥 유리가 뭐하고 있나 궁금해서..."

유리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아빠를 방 안으로 들여놓지는 않는다.

"이제 잘려고 하구 있었어. 아빠는?"

유리야 아빠가 자신과 같이 자길 원한다는 그런 발상을 아예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빠는 언제나 자신과 따로 자길 원했으니까. 그래서 지금 유리는 굉장히 의아한 심정이었다. 이 밤에 아빠가 왠 일로 자신의 방까지 온 것일까?
태현은 머쓱한 얼굴로 조심스레 물었다. 

"응...저, 잠시만 유리 방에 들어가도 될까?"
"응~~."

방긋 웃으며 태현을 방으로 끌어들이는 유리. 태현은 유리의 향긋한 냄새가 가득한 방에 들어서자 왠지 어색해져서 헛기침을 몇 번하곤 어쩔까 하다가 유리가 자기 침대에 걸터앉자 자신도 그녀 옆에 가서 천천히 침대에 엉덩이를 가져다 붙였다. 유리는 태현에게 팔짱을 꼭 끼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곤 눈만 치떠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아빠를 올려다보았다. 

"아빠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내 방까지 온 거야?"
"으..응? 아, 그냥......"
"흐응~."

유리는 배시시 웃으며 살며시 눈을 감는다. 아빠의 두터운 팔에 얼굴을 묻고 가만히 냄새를 맡는 유리. 태현은 아무런 말도 없는 유리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어주었다. 하지만 태현은 유리의 머리를 만지고 싶은 만큼 만지지 못했다. 유리가 고개를 들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빠, 나한테 무슨 할 말이라두 있어?"
"아, 응? 어..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래?"

유리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생긋이 웃으며 아빠의 다리 위로 서서히 몸을 옮겨갔다. 그러자 자연스레 태현의 상체는 뒤로 넘어지게 되었고, 곧 유리는 아빠를 깔고 앉은 채 그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치렁거리는 유리의 머릿결 속에 얼굴이 갖힌 채 유리를 올려다보게 된 태현. 유리는 그런 아빠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끈적하게 붙여간다. 태현은 이게 또 갑작스런 일이라 당황하며 그저 유리의 키스를 받아주고만 있었고, 유리는 키스를 할 때면 순진하게도 언제나 눈을 꼭 감는 아빠를 잡아 먹을 듯이 노려보며 아빠의 입 속으로 길게 혀를 내밀어갔다. 망설임에 떨리는 태현의 혀가 유리의 촉촉한 살덩이에 부대껴오고, 유리는 녹아버릴 듯 부드러운 감촉이 혀에서 느껴지자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려는 것을 느끼며 서둘러, 하지만 그런 것을 아빠가 느끼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으로 아빠에게서 서서히 입술을 떼어내었다. 
한편 태현은 지금 유리에게 완전히 가지고 놀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온 몸을 내어줄 듯이 입술을 부대껴오다가 자신도 서서히 그 달짝지근한 느낌에 빠져들려하는 찰나 입술을 떼내어버린다. 그리곤 저런 표정을 짓다니. 입꼬리를 살짝 올려 마치 비웃는 듯한 요염한 웃음과 함께 눈으로는 귀여워서 견딜 수 없는 눈웃음. 어떻게 저런 상반된 미소를 동시에 지을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아마도 다른 남자 같으면 넋을 잃어버리겠지.

"...아빠. 내가 기분 좋게 해줬으면 좋겠어...?"
"아...응?"

간드러지는 유리의 음성에 청각이 마비될 것만 같았던 태현은 문득 유리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닫곤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유리는 그런 태현의 당황조차 자신의 사랑스런 미소로 덮어버렸다. 

"아빠아..."

부드럽고, 달콤한 부름. 딸의 그 사랑스런 음성에 당황은 잊고 다시 유리만 바라보게 된 태현. 한편 아빠의 정신을 도로 자신에게로만 집중시킨 유리는 다시금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살며시 아빠의 입술로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하지만 키스는 하지 않고 서로의 숨결만 바로 맞닿을 만큼 거리를 좁힌 유리는 가는 떨림을 애써 숨기는 아빠의 눈동자를 뜨겁게 응시하며 다시 속삭였다. 

"두려워하지 마...내가 아빠를 즐겁게 해줄게......"
"아..저기..유리.."

츄우..

"..읍..."

아빠의 목소리를 짙은 키스로 막아버린 유리. 그리곤 아빠의 약점인 눈웃음을 지으며 나지막이 말한다.

"으으응...싫어. 거짓말은 하지 않아도 돼. 난 아빠 거니까...괜찮아. 언제든지 나 사용해도......"

'사..사용??'

유리의 달콤한 속삭임에 태현은 기겁을 했다. 하지만 유리는 아빠의 그런 당혹은 무시하며 그의 머리칼을 쓸어올리곤 마치 아기에게 해주듯 아빠의 이마에 부드러운 입맞춤을 해준다. 

쪼..옥...

"기뻐...아빠가 그런 마음 가지고 나 찾아온 거...정말루...기뻐...그러니까......"

유리의 치렁거리는 머리칼 속에 갖힌 태현의 얼굴은 빛으로부터 가려져 있었다. 어둠은 부끄러움을 감춰주고, 유리는 굳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려 하지 않는다. 유리는 고운 두 손을 아빠의 양볼에 가져다 대며 그의 입술에 옅은 입맞춤을 했다.

"내가 아빠...정말루 기분 좋게 해줄게......"

'어, 아니..그게 아닌데...!'

태현은 어찌할 줄을 몰라했다. 자신은 단지 딸과 함께 자고 싶어서 올라온 것일 뿐인데, 이제는 졸지에 욕정을 풀러 딸을 찾아온 아빠가 되어버렸다. 한편, 유리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솔직히 아빠가 자신을 왜 찾아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뭐, 하지만 왜 그런지 이유 같은 건 궁금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유라고 해봐야 아빠는 자신을 한 번 안아보고 싶다거나 머리를 쓰다듬어보고 싶다거나 하는 별로 대단치 않은 이유로 찾아온 것이겠지. 
유리도 스스로가 얼마나 빼어나게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물론 아빠 때문에 자존심이 무너진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건 아빠에게 한정된 경우이고. 남자애들에게 자신이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길거리에 걸어다니면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남자들의 시선, 여자들의 부러움, 시샘어린 눈길. 유리도 다 알고 있었다.(오히려 모른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겠지만) 그러니까 유리는 아무리 아빠라도 이정도의 유혹은 통할 것이란 걸 자신하고 있었다.

"으응...츄우...쪼..옥......"

아빠에게 감미로운 키스를 하며 천천히 아빠의 가슴, 배, 그리고 그 아래로 손을 내려가는 유리. 한편 태현은 정신이 없었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유리가 뭘 하려는 생각인지 두려운 마음부터 앞선 것이다. 그러나 그런 태현의 우려조차 마치 아빠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한 유리의 때맞춰 흘러나온 속삭임에 희석되어버렸다. 

"..맛있으니까...으응..츄우..쪽..."
"으..읍, ..응...?"
"쪼옥, 으응...아빠..맛있으니까...먹어버리구 싶어...츄우우..."

'머..먹?? 허억...!!!'

아빠의 정신을 혼란시켜버린 유리는 그 틈을 타 아빠의 팬티 손으로 손을 집어넣어버렸다. 

"......!!"

흠칫 떨리는 아빠의 놀람을 유리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아침의 그 일이 시작이었다면, 이것은 고비였다. 이 순간만 잘 넘기면 아빠가 자신도 여자이고, 그러니까 자신을 통해서 어떤 기분을 즐길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아빠에게 좀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유리. 정신차려야 돼.'

계속해서 아빠에게 입술을 모두 내어주며 손으론 아빠의 그곳을 부드럽게 거머쥐는 유리. 키스 때문에 자꾸만 정신이 아찔해져 오려고 했지만 유리는 황홀경에 빠져버리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한편, 태현은 이제야 유리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유리는 아침에 했던 것과 똑같은 것을 자신에게 해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태현은 마음이 쓰려오는 것을 느꼈다. 유리는 가엽고 사랑스럽게도, 왠 일로 자길 찾아온 아빠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겠지. 그래서 자신을 기분 좋게 해주고, 그런 (유리로선) 역겨운 행위라도 꾹 참고 해서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마디라도 더 듣고 싶은 것일 거다. 태현은 괜한 후회감과 유리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어째서 자신은 자존심..아니, 그게 자존심이었을까? 어쩌면 부끄러움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자신은 베개는 숨겨버리고, 유리에게는 같이 자고 싶다는 그 말 한마디를 못해서 결국 유리에게 지금 이런 행동을 시켜버리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유리에게 좀 더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지 못해서 유리가 자신이 이런 것을 바라고 자길 찾아왔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게 만든, 전부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여기까진 딸의 페이스에 완전히 휘말려버린 아빠의 착각. 유리는 태현의 성기를 부드럽게 조물딱거리며 천천히 아빠의 입술에서 얼굴을 떨어뜨렸다. 

"아빠...?" 
"으, 응??"

부자연스럽게 놀라는 아빠. 유리는 하지만 사랑스런 눈웃음과 함께 상냥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알아줄 거지...?"
"뭐..뭘...?"
"날 사용하면...아빠가 얼마나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지......"
"......"

또 나왔다. 사용. 태현은 유리가 스스로를 마치 물건처럼 취급하는 말을 하는 것에 가슴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유리는 자신이 여기에 온 게 그런 이유라고 오해를 하고 있으니, 아빠가 자기를 물건 같은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그대로 받아들여버리다니... 태현은 정말이지 너무나 마음이 슬퍼졌다. 하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에 그런 말은 잘못된 것이라고, 그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고쳐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먼저 아빠를 기분 좋게 해주려는 마음만 가득한 유리의 오해를 풀어주는 것이 앞서야 될 행동이고, 나쁜 말을 고쳐주는 것은 그 다음에 할 일이다. 태현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지금 단도직입적으로 유리에게 아빠는 너한테 그런 거 바라고 온 것 아니다. 그냥 같이 잠이나 자자고 말을 하면 유리가 또 마음에 상처를 입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빠가 또 자길 거부한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아빠로서 현명한 행동일까. 그때 문득 태현의 머릿속에 유리는 자신이 만져주면 금세 앙앙거리며 기분 좋아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태현은 유리에게 정말로 미안했지만, 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응...유리가 원하는 대로 해...아빠는 유리의 연인이니까......"

'아......'

아빠의 이성을 녹이는 부드러운 음성. 유리는 정신이 흩어지며 속에서 뜨거운 것이 마구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간신히, 겨우겨우 그런 마음을 억누른 유리는 애써 가느란 미소를 입가에 떠올리며 아빠의 입술에 키스를 하는데 성공했다. 

"기뻐..."

유리는 그리곤 살며시 입술을 떼어내곤 천천히 아빠의 바지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빠는 엉덩이를 들어주며 도와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끌어 당겨 꼭 안곤 옆으로 돌아누워버린다. 이제 자세는 바뀌어 태현이 유리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아, 저어...아빠?"

유리는 당혹감에 떨리는 눈길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아빠는 갑자기 별로 본 적 없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온다. 

두근, 두근...!!

'멋..져어......'

유리는 너무나 멋진 아빠의 살인미소에 가슴이 급격하게 뜀박질을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유리는 다시 열심히 정신을 차리곤 아빠에게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아빠..."

가만히 아빠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유리.

"아빠두 날 가지구 놀고 싶어...? 후훗...그치만 내가 먼저야."

유리는 상체를 일으키며 태현의 가슴에 입술을 맞추려했다. 하지만 태현이 먼저 고개를 틀어 다가오는 유리의 입술에 키스를 한다. 

"읍...!"

아빠의 갑작스런 키스에 두 눈을 똥그랗게 뜨는 유리. 그러나 거칠게 들어오는 아빠의 혀에 유리의 몸은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하아, 츄웁...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만 유리는 몸에 서서히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혀뿌리를 뽑아버릴 듯이 거친, 그리고 깊은 딥키스를 해오는 아빠. 유리는 스르르 도로 침대로 쓰러졌다. 유리는 정신이 어질어질하는 것을 느꼈다. 숨을 쉬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리고 한순간 가슴이 서늘해지는가 싶더니 무언가 커다랗고 따스한 것이 가슴을 덮어오는 것을 느꼈다. 이어서 다가오는 신경을 가늘게 건드리는 부드럽고 흥분되는 감각... 서서히..상냥하고 부드러운 그 행복에 빠져든다.

'아..안 돼...!'

하지만 유리는 온 몸을 다 내맡겨버리고 싶은 그 느낌에서 급히 정신을 차렸다. 아빠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자신이 아빠를 기분 좋게 해줘야했다. 이런 흥분에 넘어가버리면 또 기회를 놓치게 된다. 유리는 천천히 눈을 뜨며 분위기를 흐트리지 않게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흐으..응...아빠..."

그러며 아빠를 끌어안고 옆으로 몸을 굴리는 유리. 아빠는 순순히 옆으로 넘어가주었고, 유리는 다시 아빠를 깔고 앉고 내려다보게 되었다. 

'...됐어.'

유리는 여기선 요염한 미소보단 귀여운 눈웃음이 좋을 것 같아서 방긋이 웃음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아빠는 아무 것두 하지 않아도 돼...나한테 다 맡겨...?"
"응..."

넋이 나간 듯한 아빠의 음성. 유리는 아빠가 완전히 자신에게 넘어왔음을 확신하며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꾹 눌러참은 채 다시 아빠의 목부터 키스를 시작해서 서서히 아래로 입술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빠도 자신의 몸을 어루만져주며 동조해온다. 그런데 유리가 아빠의 파자마 잠옷 단추를 풀고 널찍하고 각진 맨가슴에 살며시 혀를 가져다 대었을 때, 그녀는 다시 아빠가 자신의 가슴을 애무해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또다시 몰려들려고 벼르고 있는 흥분된 감각을 애써 무시하며 자신의 애무만 계속하는 유리. 남자를 홀리는 이론도 알고 탁월한 외적 재능도 있지만 실전 경험은 전무한 유리는 그래서 조금 오래 아빠의 가슴에 입술을 머물렀다. 반면 어느새 태현의 손은 하나는 유리의 젖가슴에 달라붙어 그녀의 오똑히 선 유두를 간지럽히고, 다른 한손은 유리의 팬티 속을 침범하고 있었다. 

"아..학...!!"

유리가 한순간 몸을 떨며 가는 한숨을 터트렸다. 아빠의 손이 이미 촉촉히 젖어있는 그곳과 음핵을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유리는 당황했지만 그래도 살풋이 웃으며 비음 섞인 음성으로 아빠에게 말했다. 

"흐응...싫어...내 차례란 말야...츄우, 쪽..."

자신의 소중한 곳을 감싸고 있는 아빠의 손을 떼어내며 다시 아빠의 가슴에 입술을 맞추는 유리. 순순히 유리의 손길에 그녀의 비지에서 떨어졌던 태현의 손은 하지만 그녀의 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시 딸의 소중한 곳을 덮쳐간다. 유리의 보지 구멍을 간지럽히며 엄지 손가락으로는 음핵을 살짝살짝 돌리는 태현. 

"음, 아..아앙, 하악...아, 아빠..아냐...응..."

유리는 짜릿짜릿하게 몰려오는 쾌감에 당황하며 고개를 도리질했다. 그리곤 이번엔 두 손으로 아빠의 손을 빼어낸다. 아빠는 이번에도 순순히 손을 물려주었다. 유리는 고개를 틀어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곤 가는 한숨을 내쉬어 달아오른 얼굴을 식혔다. 그리곤 흥분된 기색은 감춘 채 농염한 미소를 지으며 아빠를 바라보았다. 

"후훗...그렇게 서두를 필요없어 아빠. 난 아빠 거니까 앞으로두 얼마든지 만질 수 있어..."
"응...알고 있어."

부드러운 목소리. 유리는 알고 있다는, 자신이 자기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아빠의 말에 기분이 급격히 좋아지며 밝아지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밝아진 기분으로는 야한 연기를 하지 못한다. 유리는 짐짓 '훗.'하는 쿨한 미소를 지어서 일부러 감정 연기에 몰입하며 다시 아빠의 몸에 혀를 끈적히 붙여가기 시작했다. 
한편 태현은 정말로 재미 있어 죽을 것만 같았다. 하아, 정말이지 유리는 왜 이렇게까지 사랑스러운지. 흥분을 참는 게 빤히 보이는데 저렇게 태연한 척 능청을 떨다니 아주 그냥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다. 
애초에 상대가 될 리 없는 대결이었다. 여자 같은 거야 새파란 시절부터 질리게 상대해보았고, 결혼 후에는 유혹에는 이골이 난 미녀들도 수도 없이 물리쳐보았다. 그런 태현이 이런 유리의 풋내나는 유혹에 넘어갈 리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