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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현은 유리의 말에 갈등에 휩싸였다. 애초에 유리에게 연인사이가 되어준다고 약속했을때부터 이정도를 예상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막상 이렇게 프렌치 키스를 하자니 망설여졌던 것이다. 하지만 유리는 아빠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태현은 유리가 다시 입술을 붙여오자 순간 움찔 놀랐지만 결국엔 어쩔 수 없이 입술을 열어주고 말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이 촉촉한 유리의 혀가 태현의 입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고, 그 혀는 태현의 입안에서 애타게 자신의 짝을 찾아 헤매었다. 태현은 잠시동안 유리에게 자신의 혀를 내어주지 않다가 너무나 애탄 유리의 혀놀림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결국 유리에게 혀를 내어주고 말았다. 곧바로 휘감켜 오는 유리의 촉촉한 혀...

[흐응...하아...음....흐응...]

유리는 아빠의 혀를 정신없이 자신의 혀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토록이나 염원했던 아빠와의 딥키스... 그 첫느낌은 자신이 상상했던 그 이상의 부드러움과, 황홀감이었다. 게다가 처음엔 단지 혀만 내어주던 아빠도 점차 혀를 움직여주기 시작했고, 유리는 그 너무나 감미로운 느낌에 정신이 아찔해오는것을 느꼈다. 그리고 유리를 더욱 행복하게 해준건, 아빠의 혀놀림에서 아빠의 사랑이 느껴져 왔다는 사실이다. 거칠지 않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그 움직임에서는 자신을 향한 배려마저 느껴졌다. 그래서 유리는 더욱 더 아빠와의 키스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 

..츄우우....쪼옥...쪼오옥...츄우웁...쪼..오옥...

농밀한 키스 소리가 거실 안을 가득히 울리고, 유리는 그렇게 한참동안 아빠와의 키스를 즐기다 입술을 떼어냈다. 태현은 몽롱한 눈빛의 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이미 초점이 사라져 있었다. 태현은 이제 어떻게 그만두어야 할지 앞이 막막해 옴을 느꼈다. 그리고 유리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그녀의 첫 어른의 키스의 기억을 좋게 만들어주려 태현이 고심하고 있을때, 갑자기 유리가 태현의 목을 핥아오기 시작했다. 태현은 깜짝 놀라버렸다. 하지만 태현이 놀란것과는 관계없이 유리의 애무는 계속 되었다. 중독되었다는 표현이 맞을까? 유리는 마치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그런것 처럼 온몸에 힘을 축 뺀채 아빠에게 몸을 내맡기고 그를 핥는데 정신이 없었다. 마치 아빠에게 중독된 것처럼... 태현은 너무나 의외의 이런 유리의 행동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며 답답한 심정으로 유리의 등만 어루만져줄 뿐이었고, 유리는 이제 점차 혀를 윗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유...유리야...?]

아빠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왔지만 그 목소리는 자신을 일깨우기 보다는 더욱 아빠에게 빠져들게만 만들뿐이다. 유리는 아빠의 얼굴을 감싸 잡고는 핥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빠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이렇게 핥아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던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유리는 마치 찜을 해놓는듯이 아빠의 온 얼굴을 핥으며 마음대로 애무를 했고, 곧 태현의 얼굴은 유리의 침으로 범벅이 되어버렸다. 한편, 태현은 이제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다. 자신의 눈에 입술을 붙이고 마치 구슬을 굴리듯이 혀로 애무해온다거나(물론 그때 눈은 감고있었다.) 볼을 깨물기도 하고, 귓뿌리를 쪽쪽 빨아당기는데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태현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한창 아빠의 얼굴을 먹어버릴듯이 침범벅으로 만들던 유리가 천천히 입술을 아빠에게서 때어내더니, 못참겠다는 어조로 아빠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가지고 싶어...가지고 싶어 미칠것 같애...]

유리의 중얼거림은 태현도 들었다. 그는 딸의 말에 오한이 스미는것을 느꼈다. 엄청난 집착감이 느껴져 오는 목소리... 한편, 유리의 중얼거림은 계속 되었다. 

[...하아...가지고 싶어...가지고 싶어...내껄로 만들고 싶어...내 소유로 만들고 싶어...]

태현은 거칠은 숨결이 자신에게로 토해지는것을 느끼며 눈위에 묻어있던 유리의 침을 훔쳐내고는 유리를 바라보았다. 유리는 지금 자신이 바로 앞에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는듯이 오싹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태현은 유리의 너무나도 강렬한 집착어린 눈빛에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것을 느꼈다. 그런 태현에게 계속된 유리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미치겠어...가지고 싶어 미치겠어...하아...너무 가지고 싶어...]

아빠에 대한 너무나도 강렬한 사랑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집착으로 변해버린것일까. 유리는 마치 가질 수 없는 장난감을 바라보는 어린아이같이 안달이 난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고 있었다. 확실히 경계심이 무너져 버렸다. 아빠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리기 전까지만 해도 유리는 항상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조절해 왔었다. 하지만 어제 아빠와 연인이 되기로 한것이 유리의 그런 통제력을 앗아가 버린것이다. 

[유리야. 아빠 봐.]

한편 태현은 더이상 유리를 가만히 놔뒀다가는 여기서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유리의 얼굴을 감싸 잡고는 자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게 했다.

[유리야. 아빠 봐. 착하지? 자. 어서 아빠 봐.]

태현은 초점없이 몽롱한 유리의 눈동자를 계속해서 주시하며 유리가 잃어버린 이성을 찾도록 하기위해 애썼다. 하지만 유리는 아빠의 얼굴을 계속 만지작 거리며 가지고 싶다는 말만 되뇌일 뿐이었다. 태현은 유리가 자신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그리고 이렇게나 아빠를 사랑하면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어 했을지가 새삼스레 생각나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유리를 가슴 깊이 끌어안았다. 그런데 태현의 이런 행동이 의외로 유리의 정신을 돌아오게 만들었다. 언제나 따뜻하고 편안한 아빠의 품안을 느끼자 유리가 그 행복감에 이성을 찾은것이다. 유리는 겁먹은 얼굴로 아빠의 품에서 벗어나며 수건을 들어올려 아빠의 얼굴 전체에 묻어있는 자신의 침을 급히 닦았다.

[아..아빠...미안해..]
[유리야. 괜찮아?]

태현은 유리가 정신이 돌아온것에 다행스러워하며 자신의 얼굴을 닦는 유리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쥐며 물었고 유리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아빠 미안..너무 미안해..내가 잠시 제정신이 아니었나봐..미안...]

유리는 행여나 아빠가 화를 낼까 겁먹은 얼굴로 울먹이며 말했고 태현은 빙그레 웃으며 다시 순진하고 착한 딸로 돌아온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아빠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아빠 화 안낼꺼지...? 나 안 미워 할꺼지...?]

하지만 유리는 아빠의 말에도 여전히 겁을 먹은 얼굴이었고 태현은 그런 딸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응. 아빠 화 안내고 유리 안 미워할께. 걱정마..]

유리는 아빠의 말에 그제야 어느정도 진정이 되는지 아빠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빠 나 다시는 이런짓 안 할께...그러니까 나 절대로 버리지마...? 나 아빠 없이는 못산단 말이야...그러니까 절대로...절대로 나 버리면 안 돼...?]
[유리야...아빠가 유리를 왜 버려...? 절대로 안 버려.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마..]

태현은 유리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고 유리는 아빠의 말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더욱 꼬옥 아빠를 끌어안았다. 




태현은 아내의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아내는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로 자신을 바라봐 주었고, 자신은 그 아내를 온갖 정성을 다해 사랑해 주었다. 이렇게 아내의 꿈을, 그것도 아내와 사랑을 나누는 꿈을 꾼것은 몇년만인것 같았다. 태현은 너무나도 생생했던 그 꿈을 떠올리며 조금더 꿈속의 시간을 지속시키고 싶었지만 얄미운 햇살은 눈앞을 빨갛게 만들며 태현을 수마에서 건져 올려버렸다. 태현은 천천히 눈을 떳다. 아직도 아내의 그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이 손에서 느껴지는것 같았다. 

[아앙...]

너무나 꿈이 생생했던 탓일까, 태현은 아내의 귀여운 신음소리까지 귓가에서 아른거리는걸 느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하긴...여자를 안아본지도 벌써 8년이나 되었으니 여체가 그리울만도 하다. 옛날에 죽은 아내까지 끄집어 내어 섹스하는 꿈을 꾸다니.

[...흐으응...]

아직까지 아내의 신음소리가 들려오는걸까. 벌써 잠은 깨었는데...

<...잠깐.>

태현은 문득 정신을 차리며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로 있나를 확인했다.

[......!!!]
[...흐응...아빠...]

아직 자신이 잠에서 깨어난걸 모르는걸까. 유리가 귀엽게 콧소리를 내며 자신의 손을 꼬옥 붙잡고 있었다. 태현은 너무나 놀라서 정신이 확 드는걸 느꼈다. 지금 자신은 저편으로 돌아누운 유리를 뒤에 꼭 붙어 끌어안은채 그녀의 가슴과 보지를 어루만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제길...어쩐지...>

...손의 감촉이 너무 생생하다 했다. 태현은 언제부터 유리의 머릿결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는진 몰라도 아무튼 코를 휘감아 도는 향긋한 샴푸내음을 맡으며 다시 꿈의 내용이 생생하게 떠오르는걸 느꼈다. 그러고 보니 아내의 꿈을 꾼것도 어쩌면 이렇게 유리의 샴푸냄새를 맡게 되어서 일지도 몰랐다. 하긴 유리는 샴푸부터 향수에 비누까지 엄마와 똑같은걸 ㎱릿歐? 태현은 한손에는 보드라운 유리의 가슴과 다른 한손에는 촉촉히 젖어있는 유리의 분홍빛 속살의 촉감 때문에 이렇게 누워있는것이 너무나 불편해 옴을 느꼈다. 비록 그 느낌이 마치 손이 녹아버릴듯한 부드러운 감촉이었으나 그것이 유리의 몸이라고 생각하니 굉장히 당혹스러웠던 것이다. 

[...아앙...기분...좋아...]

유리는 아빠의 손을 꼬옥 붙잡은채 조심스럽게 자신의 가슴과 보지에 아빠의 손을 밀착시키고 있었다. 태현은 여기서 자신이 깨어난것을 유리가 알게된다면 유리가 너무 부끄러워할 것 같아서 어쩔까 하다가 곧 아직 잠든채 하며 옆으로 돌아누워 있던 몸을 똑바로 눕혔다.

[으음...]

아빠가 잠결에 똑바로 누워버리자 유리는 어쩔 수 없이 아빠의 손을 놓아줘 버리고 말았고, 아빠는 그러자 반대편으로 돌아누워 버렸다. 유리는 왠지 아빠가 자신을 거부하는것 같아서 입술을 깨물며 잠시 아빠의 넓찍한 등을 노려보다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침대에서 내려와 아빠가 돌아누운 쪽으로 가서 아빠와 마주보고 누웠다. 비록 공간이 좀 좁았지만 그래도 옆으로 돌아누우니 그런데로 누워있을만 했다. 유리는 조심스럽게 아빠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는 다시 아빠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가슴위에 올려놓았다. 아까전엔 잠에서 깨어나 보니 아빠가 가슴과 그곳을 만지고 있어서 그냥 그대로 그 느낌을 즐겼지만 지금은 자신이 직접 아빠의 손을 자신의 그곳으로 가져가자니 좀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냥 아빠의 손을 가슴에만 이끌어 온것이지만, 유리는 이렇게 아빠의 손이 자신의 가슴에만 닿는것으로도 너무나 흥분이 되는걸 느꼈다. 

[흐응...앙...]

태현은 유리가 반대편으로까지 돌아와서 계속 이렇게 하자 내심 놀랐지만 그래도 유리가 자신의 손을 그녀의 보지로 가져가지 않는건 다행스러웠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가슴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불편한건 마찬가지. 태현은 그냥 눈을 떠버릴까 아니면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누울까 망설이며 이 상황을 모면할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는 와중에 점점 유리의 가슴의 촉감에 자신이 빠져들고 있다는것을 알지 못했다. 유리의 가슴은 한손에 꼬옥 들어오는 크기였는데, 풍만하단 느낌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너무 크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리고 유리가 두손으로 자신의 손을 감싸쥐고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는 덕분에 고스란히 그 감촉이 느껴져 왔는데, 유리의 가슴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꼭 쥐면 눈처럼 녹아버릴듯하게 부드러웠는데, 반대로 그와 동시에 탱탱한 탄력도 느껴져 왔다. 

[...아빠...]

그때 태현의 귀에 유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현은 설마 유리가 자신이 깨어난것을 알아챘는가 싶어 깜짝 놀라버렸다. 그리고 한편으론 딸의 가슴의 감촉에 빠져있던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지금...아빠가 깨어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깨어서...내 가슴을 만져준다면...날 만져준다면...]

다행히도 유리는 아직 자신이 깨어난것을 모르는듯 했다. 태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는 한편 다시 들려오는 유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엄마를 만져준 것처럼...엄마를 사랑해준 것처럼...나도...사랑해주면...나도 여자로서 사랑해주면...얼마나 좋을까...?]
[......]
[...난 아빠한테라면 뭐든지 줄 수 있는데...내 모든것을 줄 수 있는데...아빠가 바라기만 한다면...]

태현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유리의 손에 힘이 점점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유리의 손에 힘이 들어간 것만큼 유리의 목소리는 약간 격앙되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왜...바라지 않는거야...? 왜 날 바라지 않는거야...?]
[......]
[...똑같잖아...똑같이 했잖아...샴푸도 엄마랑 똑같은거 쓰고...비누도 엄마랑 똑같은거 쓰고...엄마처럼 머리도 길게 길렀고...]
[......!]
[...똑같이 했는데...엄마랑 다 똑같이 했는데 왜 나는 엄마처럼 사랑해주지 않는거야...? 왜 엄마를 원했던 것처럼 날 원해주지 않는거야...?]

태현은 유리의 목소리에 너무나 큰 슬픔이 묻어있는 것을 느꼈다. 일부러 그랬던 것이라니... 일부러 엄마와 똑같이 했던 것이라니... 태현은 그런 것도 몰라준 자신이 유리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리고...그런 것을 알고난 이후에도 유리를 아내와 같이 사랑해줄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그리고 변할 수 없는 사실이..현실이 자신과 유리 사이에 놓여있지 않은가. ...유리의 목소리가 다시 태현의 귓가에 들려왔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불행한 사실은...]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태현은 가만히 유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아빠 딸이란 거야.]
[......]

유리의 자그만한 목소리는, 너무나도 커다란 원망과 서러움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그 말이 태현의 가슴을 ?어지게 했다. ...왜 하필 나란 말이냐...왜 하필 아빠를 사랑하느냔 말이다 유리야... 태현은 너무나 가슴이 아파왔다. 그때 유리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어.]
[......]
[...나는 죽을때까지 아빠만 사랑할테니까.]

태현은 뜨거운 키스를 해오는 유리의 입술을 느꼈다. 그리고 이렇게 키스를 해오는 유리에게 자신도 키스를 해줄 수 없는 상황이 마치 그녀에게 그녀가 원하는 사랑을 줄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대변해주는것 같아 너무 가슴아팠다. 그래서...지금은 단지 가만히 유리의 키스를 받아주는 것. 그리고, 사랑을 줄 수는 없지만.. 사랑을 받아줄 수는 있다. 아니, 받아주어야만 했다. 그것이 아빠로서 유리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이니까... 





어두운 지하실. 그곳은 마치 지하 벙커라도 되는마냥 길목 중간 중간이 철문으로 막혀 있었고, 그 문을 보초들이 교대로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철통같이 지켜지는 지하실의 가장 핵심부에는 지금 열대여섯명의 사나이가 원탁에 둘러 앉은채 착찹한 얼굴로 뭔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흐음...역시 협상으로는 해결못하는 것인가...?]
[당연하잖소. 삼합회 녀석들이랑 야쿠자 쪽바리놈들이 작당을 하고 덤벼드는건데 그놈들이 어찌 협상을 받아들이겠소?]

날카로운 인상의 30대 남자의 말에 마치 반발이라도 하듯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말했다. 그러자 그 옆에있던 작은 체구의 날렵한 인상의 사내가 덩치의 말에 동조했다.

[니기미. 그러니깐 형필이 너 이새끼 니가 태현 형님이 정해주신 네놈 구역에 짱박혀 있지않고 다른 놈들 구역을 존나게 쳐삼키니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좆도 못쓰는거 아냐?] 
[어허. 길수 자네 왜이러나. 오늘 우리가 모인건 서로 싸움을 하려는게 아니라,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삼합회와 야쿠자를 막아보자는 취지에서가 아닌가.]

길수라 불린 날렵한 인상의 사내의 성난 음성에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너그러운 인상의 중년인이 조용히 그를 타일렀다. 그러자 길수가 언짢은 표정으로 그 중년인에게 말했다.

[윤수 형님은 화도 안 나쇼? 그래도 형님은 명색이 우리 형님의 의형 아니요?]

길수의 말에 윤수 형님이라 불리운 중년인은 헛기침을 험험 하며 길수를 외면했고 길수는 그런 중년인을 인상을 쓰며 바라보다가 곧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빨리 어서들 의견 좀 내보쇼. 언제까지 이렇게 시간만 죽이고 있을거요?]

하지만 길수의 말에도 사람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이 무거운 침묵을 깨며 중년인 옆에 앉아있던 20대 중반정도의 매우 젊어보이는 사내가 입을 열었다.

[저어...괜찮으시다면 제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넌 누구야? 신분부터 밝혀.]

길수의 말에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좌중에 꾸벅 꾸벅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더니 당당한 어조로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 라이더 연합 Driver's High의 장을 맡고있는 윤진태라고 합니다.]
[뭐? 라이더? 그럼 폭주족이란 말 아냐? 아니, 너같은 폭주족 새끼가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길수는 기가 차다는 음성으로 말했고, 모여있던 다른 사람들도 역시 술렁거리며 윤진태라 자기소개를 한 사내를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방금전 길수와 신경전을 벌이던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말했다.

[내가 부른겁니다.]

그의 말에 일순간 좌중이 조용해 졌다. 역시 현재 전국 최고의 세력을 자랑하는 조직의 두목답게 그의 말에는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길수는 이런 침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어투로 그에게 말했다.

[왜 폭주족 같은걸 이런데 부르고 지랄이야?]
[그가 참석할 자격이 없다면 너도 이자리에 있지 못할것인데.]
[뭐야 이새끼야?!]

길수가 벌떡 일어나며 성난 표정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길수의 옆에 앉아있던 덩치가 그를 잡아서 도로 앉히며 말했다.

[길수야. 일단 저녀석이 하는 말부터 들어보자.]
[쳇...]

친구의 조용한 타이름 때문일까 아니면 불편한 표정의 다른 사람들 때문일까. 아무튼 길수는 분을 삭히며 시선을 진태에게로 돌렸다. 진태는 좌중이 다시 조용해지며 자신을 바라보자 좀 부담이 되는지 헛기침을 몇번하고는 입을 열었다.

[에..제가 한가지 말씀드리고자 하는건 다름이 아니라. 은퇴하신 정태현 형님께 도움을 청하면 어떻는가 하는것입니다. 듣기로는 태현 형님께서 은퇴하신 후에 그분께 충성을 바치던 거물급 주먹들 태반이 이 세계에서 손을 씻었다고 들었거든요. 만약 태현 형님이 발벗고 나서 주신다면 그때 떠나갔던 사람들의 도움까지 이끌어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진태의 말에 일순간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길수와 그의 친구 덩치, 우철도 상당히 놀란 얼굴로 진태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것은 진태를 여기로 불러온 형필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누군가가 말도 안된다는듯한 어조로 말했다.

[정태현은 이미 40을 바라보고 있을 나인데, 그럼 한창때 실력도 이미 다 사라져버렸을것 아닌가? 그런 사람을 데려와서 n에 쓰려구? 그런자가 돌아온다고 해봐야 예전같은 충성을 이끌어 낼 수 있을것 같은가?]
[하하. 아닙니다.]

진태는 자신에게 말한 남자를 빙긋 웃는 얼굴로 바라보며 대꾸했다.

[얼마전에 우리 애들이 잘못을 해서 태현 형님께 꾸짖음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그때 서른 한명이 태현 형님 한분을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허허. 말을 해도 좀 신빙성 있게 말을 해야지. 사람 하나가 어찌 서른 한명을 당해낸단 말인가?]

진태의 말에 먼저 말을 꺼냈던 남자는 어이없다는듯이 대꾸했고, 몇몇 사람이 그에 맞장구치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그런자들은 거의 모두가 지방에서 올라온 건달들 뿐이었다. 

[아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그런데 그때 이런 그들의 웃음을 끊으며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그는 웃고있던 자들의 얼굴을 돌아보며 계속 말했다.

[자네들은 지방에서 올라와서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정태현 그자는 단신으로 흑살파를 몰살시킨 사람이야.]
[뭐라구? 정태현이 군림하던 시절에도 유일하게 그의 세력에 맞섰던 흑살파인데. 그걸 그 혼자서 박살냈단 말이야? 허허. 자네는 저 젊은 친구보다 뻥이 더 심하군.]

쾅-!

그때, 갑자기 우철이 원탁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벌떡 일어났다. 모두는 그가 내려친 자리의 나무에 금이 쩍 가있는것을 보며 놀란 눈으로 우철을 바라보았고, 우철은 방금전에 어이없다는듯이 말한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더이상 우리 형님을 깍아내리는 말을 하지마라. 내 인내심에도 한계라는 것이 있다.]

살기가 묻어있는 우철의 말에 남자는 헛기침을 하며 눈을 내려깔았다.

[흐,흠. 미..미안허네.]

남자의 사과에 우철은 다시 의자에 앉았고, 길수가 그런 우철에게 잘했다는듯이 그의 목을 잡고 몇번 주물러 주었다. 아무튼 그들이 그러는동안, 소외된채로 뻘쭘하게 서있던 진태가 좌중이 조용해지자 다시 입을 열었다.

[에...그러니까. 흠. 흠. 아무튼 제말은 그런겁니다. 태현 형님께 도움을 청했으면 좋겠습니다.]

진태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주위가 다시 조용해지자 형필이 입을 열었다.

[전국에서 올라오신 건달 여러분. 일단 새로운 의견이 하나 나왔습니다. 제 생각에도 태현 형님이 도와주신다면, 단지 태현 형님의 이름 석자만 듣고도 전국의 유명 싸움꾼부터 새파란 양아치들까지 발벗고 나서서 조국을 지키는데 힘을 보탤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난 찬성이요.]
[나도 찬성이요.]
[우리 광주도 찬성인지라.]
[태현 형님만 나서 준다면 우리 목포야 당연하고롬 찬성이고 말고야.]

형필의 말에 금세 원탁에 둘러앉은 모든이가 찬성이라고 맞장구 쳤고, 형필은 만족어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우철과 길수를 돌아보았다.

[모두가 찬성해주어서 다행이군. 어떤가. 내생각엔 자네들이 태현 형님께 도움을 요청하러 가는것이 제일 좋을듯 한데.]
[...난 반대요.]

형필의 얼굴이 굳어졌다. 우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형필에게 말했다.

[형님은 이쪽 세상과 연을 끊으신지 벌써 8년이 다되어 가오. 듣기로는 현재 굉장히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사시고 계신다고 했소. 그런 형님인데 동생된 내가 어찌 그분을 이런 피비린내 나는 곳으로 다시 끌어들일 수 있겠소?]

우철의 말에 형필은 시선을 돌려 길수에게 너는 어떻냐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길수는 바닥에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제엔장. 따지고 보면 형필이 니놈 새끼가 다 자초한일 아냐? 태현 형님이 정해준 구역에서 먹고 살다가 유사시에는 형님 말씀대로 구역 단위별로 연합해서 대비하면 되는건데 니놈 새끼가 여기 저기를 마구 쳐먹어 데니까 세력 균형도 안 맞아지고 빨리 빨리 대처도 못하게 되니까 이 지경이 된거잖아. 그런데. 니놈 새끼가 이 지경을 만들어 놓고는 이제와서 형님에게 도움을 청하자고? 제기랄 놈의 새끼. 염치가 있어라 새끼야.]

길수는 금방이라도 싸울 태세로 눈에서 살기를 뿜어내며 형필을 노려보았고, 우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이들은 이들의 갈등에 눈치를 보며 숨죽이고 있었다. 그때, 차분한 눈빛으로 길수의 살기어린 눈을 마주보고 있던 형필이 천천히 일어나더니 좌중을 둘러보며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강남 연합의 유길수 말에 동감하며, 제 책임을 통감합니다. 이 모든 일이 제 책임이라는걸 인정하겠습니다.]

형필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말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전국 최대 조직의 보스인 형필의 사과에 모두는 불편한 얼굴로 서로의 눈치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형필의 허리가 펴지지 않는만큼 모두의 불편한 얼굴은 더욱더 무거워졌다. 그때 윤수가 입을 열었다.

[흐흠. 흠. 허허헛. 이보게 형필 아우님. 그것이 어찌 다 자네 탓이라 하겠는가. 여기에 모인 모두의 탓이지. 허허헛. 그러니 그렇게 있지말고 어서 자리에 앉게.]

윤수의 말에 다른 이들은 기다렸다는듯이 윤수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형필은 그제서야 허리를 펴며 자리에 앉았고, 그는 길수를 보며 말했다.

[이럴때 일수록 서로 싸우기 보다는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자네도 더이상 노여워 하지 말게.]

길수는 설마 그 콧대높던 형필이 허리를 숙일줄은 몰랐기에 어쩔 수 없이 다만 언짢은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 물고는 형필을 외면해버렸다.

[그리고 우철이. 형님을 존경하는 자네의 마음은 내 잘 알지만. 그래도 시국이 시국 아닌가. 그러니 자네가 힘좀 써주게.]

형필은 곱게 타이르는 어조로 우철에게 말했고 우철은 난감한 얼굴이 되어 담배를 두개나 입에 피워 물었다. 형필은 우철이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모습을 참을성 있게 지켜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꽁초가 되어버린 담배를 재털이에 구겨 넣은 우철은 한숨을 푸욱 내쉬며 말했다.

[어쩔 수 없군.]

우철의 말에 모두는 마치 벌써 모든게 해결된마냥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아직 당사자는 이 사실을 알고 있지도 않는데 말이다. 




유리는 기지개를 쭈욱 펴며 상쾌한 토요일 아침을 맞이했다. 

[하우...웅~~. 하아~.]

개운하게 기지개를 펴고난 유리의 입가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 어려있었다. 오늘이 그녀의 생일이어서 그런걸까.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행복해 하는건 비단 오늘이 그녀의 생일이어서 인것만은 아니었다. 유리는 아빠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아빠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곤히 잠들어 있는 아빠는 자신이 키스를 하는것도 모른채 숨을 색색 내쉬고 있었고 그것은 유리에게는 참을 수 없을정도로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아빠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애정이 담뿍 담긴 눈길로 아빠를 하염없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빠는...단지 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유리의 조용한 음성이 울렸다. 하지만 곤히 잠들어 있는 태현이 유리의 물음에 대답을 할리가 없다. 유리의 말이 이어졌다.

[...난 아빠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

유리는 다시 아무말 없이 아빠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참 이상했다. 아빠와 처음으로 프렌치 키스를 하고난 다음날부터 아빠의 자신에 대한 태도가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이다. 보통때라면 절대로 키스도 먼저 해주지 않고 자신에 대한 제일 진한 애정 표현이라고 해봐야 겨우 안아주는 것뿐이었는데, 그날 이후로는 하루에 한두번 정도는 아빠가 먼저 키스해주기도 하고 또 어떨때는 아빠가 스스로 자신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오기도 했던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다 자신이 아빠와의 키스에 빠져서 간절한 눈빛으로 아빠를 바라보면 어떨땐 가슴까지 만져주기도 했다. 이렇게 유리는 갑자기 아빠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변한것에 처음엔 무슨일인가 싶어 의아했지만, 그녀는 금세 그 궁금증을 접어버리며 아빠가 자신을 여자로서 대해주는걸 행복해 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간에 행복하면 그만이니까.

[으음...]

그때 태현이 천천히 눈을 떴다. 유리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아빠에게 인사했다.

[아빠~~. 잘잤어?]
[응...유리도 잘잤니~?]

태현은 아직 잠에서 덜깬듯이 초점흐린 눈으로 유리를 바라보며 빙긋 웃음지었다. 그러자 유리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이불을 확 젓히며 아빠의 몸에 올라타서는 아빠를 마구 흔들었다.

[에이~. 아직 잠 덜깬거야~~? 얼른 일어나아~~.]
[하하. 하하하~. 알았어~~. 아빠 일어날께~. 잠 다깼어~.]

태현은 유리의 장난에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고 유리는 그제야 아빠를 흔들던걸 멈추곤 생글거리며 아빠를 바라봤다. 한편 태현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이렇게 유리의 예쁜 미소를 볼 수 있어 너무 즐거웠다. 짧은 트레이닝 복 반바지에 헐렁한 낫시티 차림. 창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유리의 뽀얀 우윳빛 살결이 빛나고, 그 햇살 때문에 유리의 솜털마저도 남김없이 보인다. 태현은 왠지 보드라울것 같은 그 솜털을 손으로 느껴보고 싶어서 유리의 팔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하지만 손에서는 보드라운 감촉이 아니라 부드럽고 매끈한 감촉만 전해져 왔다. 왠지 안타까운 느낌이 든 태현은 다리는 어떨까 싶어 유리의 늘씬한 다리를 쓸어보았다. 그러나 역시 그녀의 매끈한 다리는 태현이 원하는 그런 감촉을 전해주진 않았다. 

[아빠 왜에~?]
[응?]
[왜 아무말도 없이 그러고만 있어?]

태현은 유리의 물음에 싱긋 웃으며 말했다.

[왜--. 아빠가 만지니까 싫어?]
[응? 아,아냐~. 싫긴...]

유리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고 태현은 그런 유리가 너무 사랑스러워 그녀를 끌어당겨 키스를 해주었다. 아빠의 입술을 느끼자 유리는 금세 그 달콤함에 빠져들었고, 태현은 유리에게 잠시동안 그렇게 모닝 키스를 해주었다. 




[뭐? 나도?]
[응~. 괜찮지?]
[괘,괜찮을리가 없잖아. 내가 어떻게 네 친구들도 모이는 그런 자리에 가?]
[에이~. 뭐 어때~. 아빠는 내 애인이잖아.]

유리의 말에 태현은 기가 막혔지만 곧바로 정색을 하며 말했다.

[유리야. 너랑 나랑 그런사이가 되기로 하긴했지만, 그 이전에 나는 네 아빠야. 그런데 어떻게 너희들 노는곳에 내가 갈 수 있겠어? 친구들도 아빠가 가면 불편해 할꺼야.]
[뭐...? 그런사이?]
[으,응? 그..그러니까. 연인. 연인사이.]

눈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노려보는 유리의 말에 태현은 급히 자신의 말을 정정했고, 유리는 그런 아빠를 잠시동안 노려보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아빠 맘대로 해.]

유리는 그러곤 침대에서 내려가 방을 나가버렸다. 그녀는 자신이 화났다는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문을 쾅 닫고 나갔고, 태현은 애꿎은 꼴이 되어버린 자신의 신세에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아니. 도대체가 친구들이랑 같이 노는 생일 파티에 아빠보고 같이 가자니 그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거기다가 레스토랑 일은 어쩌구? 태현은 그대로 털썩 드러누워 한숨만 푹푹 내쉬다가 담배생각이 나서 침대밑에 숨겨놓았던 담배갑을 꺼내었다. 

[라이터는 또 어디간거야? 에고.. 되는 일이 없네.]

태현은 담배갑 위에 올려놓았던 라이터가 없자 푸념을 늘어놓으며 책상 서랍을 뒤져 라이터를 찾아 가지고 왔다. 유리도 화나서 나갔기에 다시 들어올 일은 없고, 태현은 느긋한 마음으로 창문을 열어놓곤 담배 한개피를 꺼내었다. 아니, 꺼내려 했다. 그런데 담배갑 안에는 담배는 하나도 없고 종이 쪽지 하나만 덩그러니 넣어져 있는게 아닌가. 태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 종이 쪽지를 펴들었다.

<이런데 숨겨 놓으면 내가 모를줄 알고? 담배랑 라이터는 압수야. 메롱~♡>

태현은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유리가 써놓은 글 밑에 뭔가를 더 적어놓곤 쪽지가 접혀있던데로 다시 똑바로 접어선 담배갑에 넣어서 있던자리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나서 방을 나서는 태현의 얼굴에는 왠지모를 웃음기가 어려있었다. 

태현이 대충 얼굴과 머리만 씻고 나오자 부엌에서 통통거리는 칼소리가 들려왔다. 태현이 부엌으로 가보니 거기엔 유리가 도마에 뭔가를 썰고 있었고 부엌엔 온통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로 가득했다. 태현은 언제 샤워를 했는지 물기에 젖은 머리를 하고있는 유리에게 다가가 그녀를 뒤에서 꼬옥 끌어안았다.

[유리야~. 삐졌어?] 
[......]

하지만 유리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하던일만 계속하고 있었고, 태현은 빙그레 웃으며 유리의 날씬한 배를 어루만졌다. 그러자 유리가 아빠의 손을 탁 치며 풀더니 썰어놓았던 감자를 된장찌개에 넣었다. 머쓱해진 태현은 멀뚱히 서서 유리가 이제 두부를 써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제밤에 자신이 카레를 만들어 준다고 설치다가 버려버렸기 때문에 유리는 에이프런도 없이 요리를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그 모습은 또 그 모습대로 너무나 어여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뒤로 다가가서 확 끌어안아버리지 않고는 못참을 정도로... 
태현도 역시 남자였기에 그런 충동을 이기지 못했고, 그는 천천히 다가가 유리를 다시 뒤에서 끌어안았다. 유리는 역시 삐졌는지 이번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며 자신을 무시했고, 태현은 그녀의 이런 모습조차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유리를 꼬옥 끌어안으며 그녀의 어깨에 입을 맞춰주었다. 

통..통..통....통.......통...........통.......................

서서히 칼소리가 멈춘다. 태현은 빙그레 웃으며 유리의 목에 입을 맞추며 그녀의 몸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러자 그대로 가만히 서있던 유리가 잠시동안 아빠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더니, 곧 입을 열었다.

[비겁한짓 하지마.] 
[...응? 비겁한..짓이라니?]

유리의 말에 태현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고 유리는 몸을 홱돌려 아빠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우습게 보여?]
[응? 그..그게 무슨 소리야...?]

놀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빠에게 유리는 보골보골 끓고 있는 된장찌개의 불을 끄고는 화난 음색이 다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가 나 만져주면. 내가 금방 헤헤거리면서 화풀줄 알았어?]
[유,유리야. 무슨 말이야. 아빤 그저...]
[맞잖아 내말. 평소에도 아빠가 나 만져주면 난 금세 정신을 못차리고 황홀경에 빠져버리니까. 아빤 방금 그거 이용해서 내 화를 풀려고 한거잖아.]

전혀 뜻밖의 유리의 말에 태현은 적잖이 당황했다. 자신은 전혀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은 요리를 하고있는 유리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랬던것 뿐인데... 태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사실을 말해주려 유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유리야. 사실 아빠는...]
[나한테 손대지마!]

유리는 앙칼지게 소리치며 자신을 감싸 안아오는 아빠를 뿌리치려했다. 그런데 그때 유리의 손길이 너무 거셋던 탓일까. 아빠를 밀치려던 손이 그만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져 있던 된장찌개 냄비를 쳐버리고 말았다.

[꺄악!]

뜨거운 국물이 담겨있던 냄비는 가스레인지에서 떨어져 버렸고, 방금전까지 끓고 있던 뜨거운 국물이 유리의 살갗에 닿을려는 찰나. 태현이 급히 유리를 감싸안으며 몸을 날렸다.

탱~!

부엌 가득히 냄비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아빠에게 감싸여 바닥에 쓰러진 유리는 너무나 놀라서 급히 몸을 일으키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괜찮아?!]

다행히도 냄비가 저쪽 방향을 향해 떨어졌기에 뜨거운 국물이 태현에게로는 몇방울 튀지 않았다. 태현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유리에게 말했다.

[유리야. 괜찮아? 다친데 없어?]
[나야 어찌되든 무슨 상관이야! 아빤 괜찮아? 안 데였어? 나 때문에..어떻해..]

유리는 금세라도 울듯한 표정으로 아빠가 화상을 안 입었나 살펴보았고 태현은 그런 유리의 머리를 콩 쥐어 박으며 말했다.

[이 녀석아. 아빠 앞에서 나야 어찌되든 무슨 상관이야라니.]
[미안...근데 아빤 정말 괜찮아?]

태현은 바닥에 쏟아진채 김을 피워올리고 있는 된장찌개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다행히 아빠쪽으론 안 튀었어. 유리도 괜찮지?]

태현의 물음에 유리는 울먹 울먹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야..아빠가..훌쩍...지켜줬..으니까...끅..흐윽...아빠..미안해...훌쩍..]
[아니야. 미안해 할필요 없어..그래도 네가 괜찮다니까 정말 다행이다..]

태현은 유리를 가슴에 끌어안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빠의 목소리에 유리는 아빠를 와락 끌어안으며 울음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흑..나 걱정돼서..죽는줄 알았어..흐윽...]

태현은 빙긋 웃으며 그런 유리를 달래주었고, 자신의 등을 어루만져주며 달래주는 아빠 덕분에 유리는 곧 진정을 할 수 있었다. 아빠품에 안겨있던 유리는 고개를 들어 아직도 여전히 눈물이 고여있는 눈으로 아빠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 미안해..나 때문에...]
[너 때문이 아니야. 유리 네가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태현은 유리의 얼굴에서 눈물자욱을 지워주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우리 얼른 바닥 치우자. 얼룩 묻겠다. 알았지?]
[응...]

유리는 고개를 주억였고, 태현은 유리와 함께 바닥에 쏟아진 된장찌개를 닦아내었다.

[에고...우리딸이 끓인거. 먹어보지도 못하고...아까워서 어쩌나-.]

태현의 푸념에 행주를 씻고있던 유리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에이~. 내가 또 끓여주면 되잖아~.]
[정말이지~? 오늘 끓였던 거랑 똑같은거?]

태현은 바닥을 마저 다 닦고는 닦는데 쓴 행주를 싱크대 안에 던져 놓으며 말했다. 유리는 손을 씻고는 생글거리며 아빠의 목을 끌어안았다.

[응. 똑~같은거.]

유리는 그러며 아빠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유..읍..리야. 아빠 아직 손도...읍.. 안 씻었는데..]
[치이. 그럼 빨리 씻어.]

유리는 입을 삐죽거리며 아빠를 놓아주었고 태현은 빙긋 웃으며 손을 씻기 시작했다.

[아빠..]
[응?]

유리가 태현을 뒤에서 살며시 끌어안는다. 

[아까 나 만지지 말라고 한거..미안해.]
[하하. 그게 뭐 미안할 일이야.]
[아니야. 정말. 정말루 미안해. 난 아빠껀데...]

태현은 옆에 놓여있던 수건으로 손을 훔치며 뒤돌아섰다. 유리는 아빠가 뒤돌아 서자 어쩔 수 없이 포옹을 풀었고, 태현은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유리야. 사랑은 소유가 아니야.]
[무슨..말이야?]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는 사이라고해서 그 사람의 소유가 되는건 아니란거야.]
[...그럼 그 사람도 자신의 소유인건 아니란 거네?]

태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유리는 그런 아빠를 노려보며 말했다.

[동의할 수 없어.]
[......??]
[사랑은 소유하는거야.]

유리의 너무나도 단호한 말에 태현은 약간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유리는 아빠를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는거. 그게 사랑이야.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만 바라보게 하고, 자신만 생각하게 하고, 자신만 보고 웃게 하고싶은거. 그게 사랑인거야.]
[유리야..그건...]

태현은 유리의 말에 사랑은 그런게 아니라고. 사랑은 그렇게 이기적인것이 아니라고 그녀에게 말해주려 했지만 유리의 화난 표정이 마치 씻은듯이 갑자기 사라지며 대신 그자리에 화사한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곤 할 말을 잃어버렸다. 표정이 바뀌어도 어찌 저렇게 순식간에 바뀔수가 있나?

[아빠.]
[으,응?]
[나 배고파아~. 그러니까 우리 얼른 밥먹자~. 웅~?]

태현은 귀여운 유리의 목소리와 그녀의 애교에 순간 당황해버렸다. 그녀가 분위기가 방금전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서 였을까. 하지만 유리는 이렇게 당황해하는 아빠의 표정에도 개의치 않으며 활기찬 웃음으로 아빠를 이끌어 식탁에 앉히고는 냉장고에서 통에 담긴 카레를 꺼내어 전자레인지에 뎁혀 왔다. 

[짜잔~~. 사실 어젯밤에 아빠가 목욕하러 들어간 사이에 내가 새로 만들어 놨지롱~~.]

태현은 너무나도 환한 유리의 음성에 결국 유리의 말에 놀란 마음을 자신도 모르게 접어버리며 빙긋 웃었다. 하긴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러운 딸이 저렇게 애교를 떠는데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아빠가 어디있겠는가. 

[하하. 정말이야? 어디, 어제 내가 만든것보다 더 맛있나 먹어볼까~?]
[헤헤~. 비교할껄 비교하시라구요~. 어제 아빠가 만든건 카레가 아니라 완전 짜장이었잖아~~.]
[뭐어~? 요녀석~. 하하핫.]

두 부녀의 분위기는 금방 화기애애 해졌다. 태현과 유리는 그렇게 즐거운 아침식사를 했고, 디저트로 커피를 마실때 유리는 아빠에게서 오늘 같이 가주겠다는 말을 듣고 너무 기뻐 그만 커피를 쏟을 뻔했다. 유리가 친구들과 만나기로한 시간은 오후 2시. 태현은 오전에는 유리와 함께 레스토랑 일을 하고는 현석에게 양해를 구해서 유리와 함께 유리가 친구들과 만나기로한 약속장소로 향했다.

[하하. 그렇게 좋아?]
[응~~. 너~무 좋아~. 고마워 아빠~~.]
[네가 좋다니 아빠도 기쁘네. 하하.]

태현은 기분 좋아 죽겠다는 얼굴로 레스토랑으로 출발하기전에 자신에게서 받은 생일 선물을 연신 어루만지며 헤헤거리는 유리를 바라보며 빙긋 웃음지었다. 유리의 생일선물로 뭘 줄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역시 유리 또래의 여자애라면 팔찌를 주면 좋아할것 같아서 투명한 보석(물론 인조다.)이 반짝이는 예쁜 팔찌를 선물로 주었다. 다행히 유리는 그 팔찌를 너무나 마음에 들어했고, 어찌나 그걸 마음에 들어했는지 아직까지도 올라간 그녀의 입꼬리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 하지만 선물은 받는것보다 주는게 더 기분 좋다는 말처럼. 태현은 지금 선물 준자의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솔직히 유리가 이렇게나 기뻐할 줄은 몰랐었다. 

[어? 쟤네들 벌써 와있네?]

그렇게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약속장소에 다달았나보다. 태현은 저만치서 이쪽으로 손을 흔드는 대여섯명의 아이들을 보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딸의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다닌다니, 태현은 벌써부터 밀려오는 걱정에 앞이 막막해오는걸 느꼈다.







태현의 예상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우려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유리 친구들이 자신을 거북스럽게 여길꺼라는 태현의 생각과는 달리 모두가 그를 거리낌 없이 대해주었다. 마치 친구의 아버지가 아니라 오빠정도쯤을 대하는것과 같이. 그 덕분에 태현은 조금이나마 아이들이 노는 분위기에 어울릴 수 있었다. 

아이들은 일단 모든 일행이 모이자 아웃백에 가서 유리에게 생일 축하를 해주었고 그자리에서 모두 유리에게 선물을 주었다. 유리가 선물을 개봉하는 순서에서 웃음과 탄성이 터져나왔고, 거기서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그렇게 웃고 떠들다가 두번째 순서로 모두 다같이 영화를 보러갔다. 무슨 코미디 영화같은 것이었는데 태현은 양키놈들이 나와서 웃고 방정을 떠는데 무슨소리인지 하나도 몰라 단지 유리가 웃을때 따라 웃어주며 시간을 겨우 때웠다. 그리곤 모두 놀이공원에 가서 신나게(태현은 원래 놀이기구 같은건 못타기 때문에 그에게는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놀다가 다시 아웃백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인줄 알았더니만 이번엔 또 볼링을 치러 가잔다. 태현은 요즘 청소년들의 체력이 약해졌다더니 모두 뻥이었다고 속으로 푸념을 늘어놓으며 볼링장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빠~. 볼링 칠줄 알아?]
[아니.]
[헤헤~. 그럼 내가 가르쳐 줄께~.]

태현은 그자리에서 유리에게 즉석 레슨을 받았다. 하지만 볼은 어찌된 일인지 자꾸만 양갓쪽의 도랑으로 빠진다. 유리는 아빠가 이렇게 계속 실수하는 모습을 보며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연신 생글거리며 직접 아빠의 자세를 교정해주면서 가르쳐 줬다. 태현은 왠지 남자애들의 부러운 시선이 등뒤에서 느껴져 왔지만 애써 모른채 하며 유리가 교정해준 자세대로 볼을 굴려보았다. 그러나 공은 여전히 삐딱선을 탓고, 태현은 한숨을 푸욱 내쉴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러다가 아이들은 편을 둘로 나눠서 음료수 내기 시합을 벌였다. 이쪽편은 유리와 태현, 서현우라는 애와 윤지. 그리고 윤지의 남자친구이고 저쪽편은 여자애 세명과 그 세명중 두명의 남자친구 둘. 이렇게 5:5 시합이 되었다. 

경기는 시작부터 막상 막하였다. 이쪽에선 유리와 서현우라는 애의 실력이 굉장했고, 저쪽에선 남자애 둘중 하나가 볼링 선수라고 하니 스코어가 비슷 비슷하게 올라간 것이다. 물론, 태현이 이쪽편이 앞설 수 있는것을 다 까먹어 버리는 바람에 그렇게 막상 막하가 된 것이지만. 아무튼 치열한 시합은 양편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진행되다, 결국 마지막 순간을 맞게 되었다. 저편은 이미 모두가 볼을 던진 상태. 이쪽에선 마지막으로 태현만 남게 되었다. 방금전에 유리와 현우가 연속으로 몇번이나 스트라이크를 기록해서 태현이 이제 핀을 하나만 맞춰도 유리편이 승리하게 된다. 

[아빠~. 화이팅~!]
[으,응. 화..이팅~.]
[아저씨 잘쳐요~~.]
[잘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