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야...아빠가 유리 사랑하고 있는거..알지?]
[......]
유리는 아빠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불안한 얼굴로 아무 대답없이 아빠만을 바라봤고, 태현은 유리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쥐며 말했다.
[언제부터였니?]
[......뭐가...?]
유리의 눈동자에 점차 불안감이 번지기 시작했다.
[유리가 아빠를...]
설마...설마...
유리의 눈동자가 그렇게 말하는듯 했다. 태현은 유리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로서 사랑하게 된거...]
[......!!]
유리의 눈동자가 놀람과 충격으로 급격하게 커졌다. 태현은 유리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걸 보며 재빨리 그녀를 끌어안았다.
[괜찮아...괜찮아...아빠 다 이해해..]
유리는 여전히 충격에 빠진 얼굴로 흐느끼듯 중얼거렸다.
[알고...있었어...?]
태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의 눈가에서 이슬 방울이 물줄기 되어 또르르 떨어져 내렸다.
[...아빠는...내가 제정신이..아니라고 생각하지...? 딸이 아빠를...남자로서..사랑하다니 말야...]
유리의 음성은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불안감... 그동안 누려왔던 것들을 한번에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녀를 가득 에워싸고 있었다. 하지만 태현은 유리가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 그녀를 으스러지도록 꼬옥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니야. 유리야 아니야.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빠는..아빠는 미안해..유리한테 너무 미안해...]
[...무슨...말이야...?]
[그동안 몰라준거...유리가 그동안 너무 힘들어 했던걸 몰라준거...너무 미안해...]
아빠의 말에 유리는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오르는걸 느꼈다.
[이해해 주는거야...? 내가 아빠를 남자로 사랑하는데도...? 이해해 주는거야..?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아...?]
태현은 유리의 이마에 입술을 쪼옥 맞춰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 유리야...아빠는 다 이해해...다 이해할 수 있어...아빠는 유리를 너무나 사랑하니까..]
[흐흑...정말이야...?]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빠... 유리는 이런 것까지 이해해주는 아빠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이렇게 아빠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자 그동안 참았던 서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오는걸 느꼈다.
[흐흑...흐앙~~! 으아아앙~~!]
태현은 울음을 터트리며 와락 안겨드는 딸을 꼬옥 끌어안아주었다.
[괜찮아 유리야...괜찮아...]
태현은 유리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고 유리는 따뜻한 아빠의 품속에서 실컷 울었다. 그동안 남몰래 아빠를 사랑하면서 겪었던 고통과 서러움을 호소라도 하듯이... 그리고 그렇게 한참동안 울고 나서 유리는 충열된 눈으로 아빠에게 말했다.
[이제...어떻해...? 나는...나는 아빠를 향한 내 마음을 멈출 수가 없어...아무리 노력해봐도...멈출 수 없어...]
태현은 애처로운 모습으로 자신에게 호소하는 유리를 따뜻한 눈길로 보듬어 주며 말했다.
[유리야.. 네 나이 또래의 여자애라면 한번쯤은 아빠를 이성으로서 생각해 볼 수도 있어.]
[하지만 난...!]
[쉬---.]
태현은 뭔가 급히 말하려 하는 유리의 말을 막으며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아마도 유리 네가 엄마 없이 자라서 더욱 아빠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유리야. 아빠랑 유리는 그런 사이가 되면 안되는거.. 유리도 알고 있지?]
[...그치만...그치만 나는...]
[알아... 유리가 힘든거...하지만 유리야. 그런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거야...]
[하지만...]
유리는 힘없이 아빠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나는 아빠가 아니면 안 되...아빠가 아닌 다른 어떤 남자도 이성으로서 좋아해본적 없어...그동안 다른 남자애도 일부러 사귀어 보고 했지만...겨우 며칠을 못갔어...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니까...머릿속에 온통 아빠 생각밖에 없으니까...나 정말 미칠것 같아...]
[유리야...]
태현은 유리의 하소연에 가슴이 아파오는걸 느끼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유리가 고개를 번쩍 치들며 불안에 휩싸인 얼굴로 말했다.
[내가..이런다고 아빠 나 싫어하지 않을꺼지? 나 미워 안 할꺼지? 나 안 버릴꺼지..?]
유리의 말에 태현은 그녀의 머리를 감싸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며 말했다.
[유리는 아빠의 하나뿐인 딸이야. 그런 생각은 하지마.. 아빠는 이 세상에서 유리를 제일 사랑하니까...]
유리는 진심어린 아빠의 목소리에 가슴이 놓이는걸 느끼며 다시 아빠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고마워...]
태현은 말없이 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그리고 유리의 말이 이어졌다.
[근데 아빠...나는...너무 욕심쟁이 인가봐...]
[......]
[...난 단지 아빠의 딸로는 만족을 못하니까...난...아빠 앞에서 딸이 아닌 여자이고 싶어...그것도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여자...진심으로... 그리고...]
[......]
[...이런 마음이 바뀔것 같지가 않아...]
[후우....유리야...]
한숨섞인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유리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그냥 내 남자가 되어주면 안되...? 나 아빠한테 정말 잘할 자신있어. 아침에는 항상 따뜻한 모닝 커피를 아빠한테 타다 주고...매일 저녁마다 시원하게 안마도 해줄께...아빠가 바라는건 뭐든지 해줄테니까...아빠 앞에서는 항상 예쁘고 귀여운 모습만 보여줄테니까...응? 아빠...]
태현은 간절한 음성으로 사랑을 애걸해오는 유리를 바라보며 너무나 가슴이 아려왔다. 그 대답이 부정일 수밖에 없는 부탁을 해오는 딸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태현은 안타까운 눈길로 유리를 바라보고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리야...그건 안 돼...아빠와 유리는 그럴 수 없는 사이니까...]
[그러면...그러면 난 어떻해...난 어떻해...? 아빠가 그냥 이대로 날 놔두면...난...난......]
태현은 파르르 떨리는 눈빛으로 자신에게 호소하는 유리를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금 이대로 유리보고 혼자서 그 마음을 삭히라고 하는건 너무나 잔인한 짓이다. 유리에겐 지금 자신이 필요했고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좀더 넓은 세상에 나가게 되면 유리는 자신이 지금 그토록이나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아빠에의 사랑이 얼마나 철없던 것인가 깨닫게 될것이고, 태현은 그때가 되면 유리가 알아서 자신의 곁을 떠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태현은 어차피 지금 현재 유리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면 그냥 그때가 될때까지 유리의 철부지 사랑을 받아주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대로 자신이 유리의 사랑을 무시한다면 유리가 어떻게 삐뚤어질지 겁이났고, 또 그랬기에 태현에게는 이것이 아빠로서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유리야.]
태현의 따뜻한 음성이 유리의 떨리는 눈동자를 진정시켰다. 태현은 천천히 유리의 머리를 보듬으며 말했다.
[..유리 말대로 해줄께...대신. 유리가 더 좋은 남자를 만날 때까지만이야. 알았지...?]
[...정말...?]
아빠의 말에 유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정말...? 정말...아빠가 내 연인이 돼주는거야...?]
태현은 부드럽게 웃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꼭 명심해? 유리가 더 좋은 남자를 만날 때까지만 인거...]
[응-!!]
아빠의 말에 유리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이 더 좋은 남자를 만날 때까지란건 기한 없는 약속일 뿐이다. 유리는 하늘을 날아갈듯이 기뻤다.
[하지만-.]
[응..? 하지만 뭐...?]
[아빠가 말하는게 어느 선까지인지 유리도 알지?]
...섹스는 안 된다...
유리는 아빠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었고 그런 아빠의 말에 실망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내색하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아빠와 연인이 된것 만으로도 자신은 너무나 행복했고, 이 이상 뭔가를 더 원하면 그나마 얻은것도 잃을까 겁이났기 때문이다. 유리는 방긋 웃음지으며 말했다.
[응-. 알아. 그것보다 약속해줘.]
[응?]
[말 바꾸기 없기. 아빠가 내 연인이 되기로 한거.]
태현은 깜찍하게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유리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아빠가 딸의 연인이 된다니... 하지만 태현은 겉으론 부드럽게 미소지어주며 유리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알았어. 약속.]
두 사람은 엄지손가락으로 도장까지 찍었다. 유리는 활짝 웃으며 아빠의 목을 끌어안았다.
[아빠~~. 사랑해~~.]
[아빠두 우리 유리 사랑해~.]
유리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아빠에게 입술을 맞췄고 태현 역시 부드럽게 웃으며 딸에게 감미로운 키스를 해주었다. 부드러운 유리의 입술의 감촉이 달짝지근하게 자신의 입술 전체로 퍼져나가는걸 느끼며 태현은 왠지 아내에게 너무나 미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태현은 자신이 유리를 너무나 사랑하고, 또 유리를 위해서 이러는 것이니 하늘에 있는 아내도 이해해줄거라 생각했다. 한편, 이때까지도 태현은 유리 걱정만 하느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 자신이 너무도 아름다운 딸의 육체가 가져다주는 유혹을 이겨내어야 한다는 사실을.
노란색 투명한 액체가 입안 가득히 차가움을 전해주며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입술에 서늘한 촉감을 전해주는 얼음은 이제 그 크기가 반쯤 줄어있었고, 태현은 독한 알코올이 가져다 주는 몽롱함에 취해 천천히 식탁위에 머리를 박았다. 불과 몇시간 전에 일어났던 그 일이 지금 태현을 너무나도 힘들게 하고 있었다. 아빠인 자신이 딸인 유리의 연인이 되기로 했다니. 단순히 그것이 딸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태현은 가슴에 죄책감이 드는걸 어쩔 수 없었다. 아내도 이해해 줄거라 생각했지만... 태현은 사진속에서 웃고만 있는 아내의 미소를 차마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사실이 알려진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손가락질 받는건 괜찮다. 하지만 태현은 유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는건 싫었다.
[후우...]
태현은 식탁위의 서늘한 유리(琉璃)에 얼굴을 붙이며 다시 잔에 술을 따랐다. 쪼르륵 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울려온다. 연인이 되어주기로 하고 나서 태현은 유리가 갑자기 많은것을 요구해올줄 알았다. 하지만 유리는 단지 키스 한번과 팔베개를 원했을 뿐이었다. 역시 딸은 단지 자신에게 여자로서 인정을 받고싶었던것 뿐이었을까. 태현은 유리가 쾌락보다는 단지 자신의 사랑을 원했을뿐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일까. 태현은 너무나 순수하고 예뻐보이는 딸을 꼬옥 끌어안아주었었다.
꼴깍...꼴깍...
다시 차갑지만 뜨거운 알코올이 물처럼 넘어가고... 태현은 천천히 식탁위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취기가 올라오는걸까...아니면 늦은 밤이 가져다 주는 졸음일까. ...피곤했다.
천천히 정신이 맑아진다. 아니...눈앞이 밝아지는걸까...? 아침인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도 잠결의 몽롱함은 전혀 가시지 않았다. 태현은 천천히 옆을 더듬었다. 부드러운 살결이 만져진다. 길고...가늘다. 팔...? 태현은 천천히 몸을 돌려 아내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았다. 길고 부드러운 그녀의 머릿결에 얼굴을 묻는다. 언제나와 같은 향기...따스하고...감미롭다. 태현은 천천히 손을 옮겨 아내의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몰랑 몰랑한 촉감이 손안 가득히 느껴지고...그 부드러운 느낌은 태현을 마치 마약과도 같이 자신에게 빠져들게 했다.
[흐응...]
귀여운 아내의 신음소리...그 신음소리가 태현을 여느날 여느때와 같은 시간대로 이동시켜 버렸다. 태현은 계속해서 아내의 샴푸내음을 맡으며 천천히 손을 아래로 움직였다. 가슴 계곡을 지나...날씬한 허리...그리고 어느새 촉촉히 젖어있는 아내의 보지... 잘때면 항상 속옷을 입지 않는 아내의 습관은 오늘도 태현의 손길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않고 그녀의 촉촉한 검은 수풀을 어루만질 수 있게 해주었다. 부드럽고...미끄러운 느낌이 손가락을 희롱한다. 아니...손가락이 그 살결을 희롱하는걸까. 태현은 촉촉히 젖어든 아내의 보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다가...그 갈라진 틈으로 손가락을 천천히 집어넣었다.
[흐응...하아앙...]
왈칵 음액을 토해내는 아내의 보지...그 부드럽고 끈적한 감촉은 아내의 사랑스런 신음소리와 더불어 태현을 미칠듯한 흥분으로 몰고 나갔다. 태현은 어느새 힘껏 발기되어 있는 자신의 자지를 팬티에서 꺼내어 천천히 아내의 보지 두덩으로 가져갔다. 자지 끝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미끄럽고 부드러운 느낌이 태현의 머리를 짜릿하게 울렸다. 태현은 다시 한번 아내의 머릿결에 얼굴을 묻고 익숙한 그 향기를 깊이 들이 마시며 속삭였다.
[...여보...사랑해...]
[......]
잠시간의, 아주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아내의 목소리가 태현의 귓가에 울려왔다.
[...아빠...나...엄마 아니야...나 유리야...]
[......!!]
너무나도 낯익은 목소리. 그러나 그 목소리는 지금 자신이 끌어안고있는 여자의 입술에서 흘러나올 수 없는, 아니. 흘러나와서는 안 되는 목소리였다. 태현은 정신이 번쩍 드는걸 느꼈다. 꿈이였나...?! 아니다. 아직까지도 자신의 손에는 딸의 부드러운 살결이 그대로 만져지고 있었기에. 한편 유리는 얼굴 가득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잠에서 깨어났을때 아빠가 자신을 만지고 있다는걸 느꼈다. 유리는 아빠가 드디어 자신을 연인으로 생각해주는지 알고 너무나 기뻤었다. 하지만 점차 유리는 그게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아빠의 손길이 평소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곳을 어루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리는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다. 설마 엄마로 착각하고 있는것일까? 어제 자신 몰래 마셨던 술이 아직 덜깬걸까? 하지만 유리는 곧 한없이 부드러운 아빠의 손길에 몸을 내맡기고 말았다. 그러나 그 행복감도 잠시. 아빠는 자신을 만지며 엄마에게 사랑한다 말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유리는 자신이 엄마의 대신이 되기는 싫었다. 그냥 이대로 아빠에게 자신을 주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금 이건 아빠가 자신을 사랑해 주는게 아니라 엄마를 사랑해 주는것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사랑 받을때는 엄마 대신이 아니라 정유리로서 사랑받고 싶었다. 유리는 아빠의 떨리는 손길이 천천히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는것을 느꼈다. 유리는 너무나도 따스하고 부드러웠던 그 손길이 자신을 떠나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며 잠옷을 고쳐입곤 몸을 일으켰다.
[유,유리야...]
유리는 어찌할바를 모르며 자신을 바라보는 아빠에게 생긋 웃어주었다.
[아빠~. 잘잤어~? 나 먼저 나가서 아침 준비할께~. 잠오면 좀 더 자. 아침 준비 다 되면 깨울테니까.]
유리는 그러며 아빠의 입술에 가벼운 입맞춤을 쪽 해주고는 깜찍하게 손을 흔들며 방을 나갔다. 그리고 태현은 마치 귀신에 홀린듯이 멍한 눈길로 유리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가 그대로 이불을 푹 뒤집어 ㎢?
[...내가 미쳤지...도대체 무슨짓을 한거야 나는...!]
유리는 아침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마치 잊어버린듯이 언제나와 똑같이 자신을 대했다. 태현은 그런 유리가 너무 고마웠고, 자신도 평소처럼 유리를 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자신이 딸을 범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태현의 가슴을 하루종일 무겁게 했다.
날도 이제 서서히 저물고, 좀있으면 다가올 분주한 저녁 프라임 타임 준비를 하고 있을때쯤. 네잎클로버엔 때이른 손님 한명이 찾아왔다.
[어서오세요~~.]
바닥 청소를 하고있던 유리의 활기찬 음성이 입구쪽에서 들려왔다. 태현은 좀있으면 유리가 주문을 받아오겠거니 생각하며 아까부터 하고있던 그릇 닦기를 계속 했다. 그런데 잠시후 유리가 약간 화난듯한 표정으로 태현에게 다가왔다.
[아빠.]
[응? 뭐 주문하신데?]
[아빠 찾아온 여자야.]
유리의 음성엔 가시가 돋쳐 있었다. 태현은 누구길래 유리가 이러나 싶어 닦던 그릇을 제자리에 놓곤 바깥쪽으로 나갔다.
[어머~. 안녕하세요-. 정말 여기 일하고 계셨네요~.]
거기엔 텔런트 채지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태현은 유리가 왜 화가났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왠지 뒤에서 유리가 쏘아보고 있는것 같아 태현은 뒤통수가 간질거렸지만 그는 그런걸 내색하지 않으며 채지현을 테이블로 안내했다.
[어서 오세요~. 하핫. 정말 찾아주셨군요.]
[그럼요~. 싸게 해주신다는데~. 그런걸 놓칠 수야 없죠. 후훗.]
태현은 뒤에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유리에게 애써 웃으며 말했다.
[유리야~. 여기 카푸치노 한잔 가지구와~.]
[어머. 전 아직 주문 안 했는데--.]
[하핫. 이건 제가 사는 겁니다.]
[정말요~? 감사해요--.]
태현은 유리의 따가운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채지현의 맞은편에 앉았다.
[어제는 잘 들어가셨어요?]
[예. 덕분에요. 다시 드리는 말씀이지만...어젠 정말 감사했어요.]
[하핫. 뭘요~. 서로 돕고 사는 세상 아닙니까~. 하핫.]
[호호..그래요. 참. 어제 제 싸인 유리양한테 주셨어요?]
[예,예? 아...예. 정말 좋아하던데요. 하하..]
태현은 지현의 물음에 순간 움찔 했지만 재빨리 거짓말을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는가. 당신 싸인 보니까 화내면서 구겨버리던데요.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커피 나왔습니다.]
그때 유리가 커피 한잔을 가지고 와서 지현 앞에 내려놓았다. 태현은 유리가 어떻게 이렇게 커피를 빨리 타왔는지는 몰랐지만 일단 유리의 손을 잡아끌어 자기 옆에 앉혔다.
[여기. 인사 하세요. 제 딸 유리에요.]
[어머~. 이분이 유리양이었군요~? 반가워요. 채지현이라고 해요~.]
지현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유리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신청했다. 유리는 그녀가 손을 내밀자 처음엔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활짝 미소지으며 지현과 악수하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정유리에요. 저 정말 언니 팬이었는데~~. 참! 그리구 어제 싸인 정말 감사해요~~.]
[호호. 기뻐하셨다니 저도 좋네요~. 그런데 유리양 정말 예쁘시다~? 혹시 연예계쪽으로 관심 없어요?]
[에이~. 제가 무슨 재주가 있어서 그런데 관심을 갖겠어요~?]
지현과 유리는 그러며 의기투합해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마치 오랜 친구처럼 그렇게나 즐겁게 대화할 수가 없었다. 태현은 어제 유리가 그녀의 싸인을 구겨버린것과 아까 그녀가 왔을때 그런 표정을 한것을 떠올리며, 처음엔 유리의 능청스러움에 혀를 내둘렀지만 점점 두사람이 정말로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누자 곧, 유리가 아마 채지현과 얘기를 나누다 그녀가 마음에 들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튼 두 여자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고 떠들면서 얘길 나누었고 태현은 왠지 뻘쭘해져서 두 여자의 얘기에 헛웃음으로 맞장구만 쳐주었다. 그런데 그러다 두 여자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남녀의 관계쪽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언니. 언니는 애인 있어요?]
[아~니. 난 싱글이야.]
[우와. 정말요? 왠지 있을것 같은데~~.]
[호호, 아냐. 정말 없어~. 그러면. 유리는?]
[헤헤~. 얼마전까진 홀몸이신 우리 아빠 때문에 독수공방했지만~. 어제 연인이 생겼어요~.]
[어머~. 정말~? 축하해~~. 어떤 남자야?]
[음~~. 일단 무지 멋지구요~~.]
태현은 유리가 살며시 팔짱을 껴오자 속으로 흠짓 놀랐다.
[나한테 정말 상냥하구~~. 세상에서 절 제일 사랑한데요~~.]
[후훗~. 부럽네~~.]
지현은 마치 꿈을 꾸는듯이 허공을 올려다보며 연인을 떠올리는 유리가 귀엽다는듯이 미소 지었고, 유리는 생글거리며 아빠의 볼에 입을 쪽 맞춰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아빠 난 이만 하던일 마저 하러 갈께~. 언니~. 담에 또 봐요~~.]
[응~~.]
태현과 지현은 깜찍하게 손을 흔들며 저쪽으로 걸어가는 유리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후훗. 딸이 예뻐서 좋으시겠어요.]
[예? 아. 하핫. 그래도 나이 좀 더 들면 다른 녀석이 데려갈텐데요 뭐.]
[에~. 혹시 유리한테 남자친구 생겼다고 벌써 질투하고 계시는거 아니에요?]
태현은 지현의 말에 속으로 움찔 했지만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그럴리가요.]
[후훗~. 아닌것 같은데~~. 참...그런데..아내분은...? 유리가 홀몸이시라는데...]
[아. 아내는 8년전에 죽었습니다. 녀석이 그때 많이 울었죠.]
[아...죄송해요. 제가 묻지 말아야 할것을...]
[하핫. 아닙니다. 괜찮아요.]
[네...그런데 많이 힘드시겠어요. 혼자서 딸 키우시는거...]
[하하. 뭐. 유리가 잘커주니까 걱정은 안 됩니다.]
태현은 빙긋 웃으며 지현에게 대답해주며 슬슬 손님이 올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만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어제의 인연을 별로 유지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오늘 그녀가 찾아왔길래 시간을 내준것 뿐이다.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죄송한데...다음 촬영을 가야되거든요..?]
그때, 때마침 채지현이 시계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현은 빙긋 웃으며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지현의 배웅을 나가주었다.
[하하. 그러세요.]
[네..죄송해요. 그리고 오늘 커피, 감사해요~. 다음엔 제가 살께요-.]
[하핫. 네. 그럼 살펴 가시길..]
[네~~. 참. 유리한테도 오늘 즐거웠다고 전해주세요~.]
[예-.]
채지현은 마지막으로 태현에게 화사한 미소를 보여주며 레스토랑을 나갔고, 태현은 한숨을 휴우-. 내쉬며 다시 손님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본의 아니게 시간을 많이 뺏겨버렸다. 그리고..태현이 다시 그릇 닦기를 시작하려는 순간, 그는 잔뜩 약이 오른 표정의 유리가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유리는 태현 앞으로 다가와 성난 음성으로 말했다.
[어제도 그렇게 웃으면서 저 여자랑 얘기 나눴어?]
태현은 조금전까지만 해도 채지현과 즐겁게 얘길 나누던 유리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자 당황해버렸다. 언니 언니거리며 마치 친자매처럼 대화를 나눌땐 언제고 이젠 저 여자라니...
[으,응? 아니. 그런게 아니고...]
[그럼 뭐야. 오늘은 저 여자랑 얘기 나눌때 왜 그렇게 싱글벙글인건데?]
[하,하지만..너도 지현씨랑 즐겁게 얘길 나눴잖아..]
태현의 말에 유리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뭐어? 지현씨?? 저 여자가 언제부터 지현씨가 된거야?!]
유리의 말에 태현은 황당함을 느꼈다. 아니. 지현씨를 지현씨라고 부르는거지 그럼 뭐라고 불러? ~씨라고 부르는건 특별한 사이가 아닌 제 3자를 지칭할때 쓰는 일반적인 표현이지 않는가? 태현은 왠지 억울한 심정이 되어 말했다.
[지현씨가 뭐 어때서...]
[뭐...뭐라고??]
하지만 태현의 이번말도 유리에게는 곡해되어 들리고 말았다. 태현은 단순히 지현씨라는 지칭이 뭐가 어때서..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지만 유리는 그 말을 지현씨라는 여자가 어때서(예쁘기만 하구만..)...라는 정도의 의미로 들어버리고 만것이다. 태현은 눈꼬리를 파르르 떨며 화가나 어쩔줄 몰라하는 유리를 보며 도대체 유리가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유리..야...?]
[그래! 채지현! 이쁘지! 연기 잘하지! 몸매 좋지! 스타일 좋지! 돈 많이 벌지! 인기 많지! 나같은거 하곤 비교가 안 될꺼야!!]
태현은 유리가 바락 바락 고함을 지르자 일단 현석이 빠트린 음식 재료를 사러나간 사실에 다행스러워했다. 그리고, 태현은 유리가 지금 뭔가 자신의 말을 오해했음을 깨달았고 재빨리 유리 옆으로 가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어진건 당연히 유리가 화가 났을때 하는 똑같은 레파토리..
[이 손치워! 나 만지지 마!!]
하지만 태현은 그런 유리를 더욱 꼬옥 감싸 안으며 말했다.
[유리야. 유리야. 진정하고 아빠말 들어봐. 아빤 그 여자한테 아무런 감정 없어. 정말이야. 사실 어제 그 여자가 불량배들한테 나쁜짓을 당할뻔해서 내가 구해준것 뿐이야. 그리고 오늘은 그냥 그 여자가 찾아와서 시간 내준것 뿐이고. 정말이야. 아빠는 유리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걸...?]
[...정말...?]
유리는 아빠가 채지현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말때문인지, 채지현을 지현씨가 아닌 그 여자라고 지칭해서 그런건지,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말때문인지. 아무튼 화가 풀린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정말 날 제일 사랑해...?]
...그런 말은 안 했는데...? 하지만 태현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빤 이 세상에서 유리를 제일 사랑해.]
아빠의 말에 유리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가에 미소를 달며 아빠의 목을 감쌌다.
[헤헤--. 정말...? 여자로서도?]
만약. 여기서 <아니. 딸로서.>라고 대답한다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하지만 태현은 그런 모험은 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이 세상>에서 여자로서도 제일 사랑하는 여자는 유리이니까. 태현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여자로서도.]
[정말~? 헤헤~~.]
아빠의 말에 유리는 기분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태현을 꼬옥 끌어안았다. 그리곤 아빠에게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두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아빠로서도...남자로서도...]
[응...고마워...]
태현은 유리를 감싸안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데 그때 문득 유리에게 듣지 못한 대답이 생각났다.
[참. 그런데 너 지현...아니. 그 여자랑 얘기할때 정말 즐거워 했잖아? 그런데 왜 그렇게 화를 낸거야..?]
아빠의 물음에 유리는 포옹을 풀곤 생글거리는 미소로 아빠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부러 적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좋아했던 연예인이고. 그래서 그냥 재미있는척 했을 뿐이야. 평소에 그렇게 유명 연예인이랑 얘기 해보는게 소원이었거든~. 헤헤. 음...그리고 화를 낸건. 역시 아빠를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으니까~~.]
태현은 유리의 말에 그녀가 왠지 무섭게 느껴졌다. (이젠)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별로 재미있지도 않은데 단지 평소에 그런 부류의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는 이유 하나로 그렇게나 즐겁게 얘길 나눌 수 있다니.
<어쩌면 유리는 연기에 엄청난 소질이 있는것일지도...>
...라기 보단. 역시 유리가 아무리 자신의 딸이라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아이라고 태현은 생각했다.
[그럼 난 하던일 마저 하러 갈게~~.]
태현은 자신에게 뽀뽀를 쪽 날리며 활기찬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유리를 보며, 확실히 유리가 연예계 쪽으로 나가면 성공할거라 생각했다. 일단 뛰어난 연기력. 거기다 저렇게 예쁜 외모라니...
<아무리 내 딸이라지만 너무 예쁘단 말이야...>
태현은 흐뭇한 표정으로 유리를 바라보고 있다가 곧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내가 무슨 엉뚱한 생각을..? 유리는 연예계쪽으론 관심도 없다고 했는데...]
태현은 다시 손님 맞을 준비에 들어갔다.
그날 밤. 태현은 샤워후의 개운함을 느끼며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TV를 보고 있었다. TV에서는 쇼프로그램을 재방송하고 있었는데 그다지 재미는 없었지만 그래도 시간 죽이기로는 볼만했다. 태현이 그러고 있는데 샤워를 끝마친 유리가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닦으며 아빠에게로 걸어왔다.
[아빠~. 뭐보구 있어?]
태현은 긴 타올 한장만으로 몸을 감싼채 걸어오는 유리의 모습에 순간 흠짓 놀랐지만 애써 태연한척하며 말했다.
[응. 그냥 쇼프로야.]
[재미있어?]
[그냥 볼만해.]
태현은 유리가 바로 옆까지 다가오자 유리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려고 자리를 옆으로 당겨 앉았다. 하지만 왠걸. 유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태현의 무릎위에 걸터 앉아버렸다.
[저, 유..유리야?]
태현은 지금 트렁크 팬티에 런닝셔츠 차림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맨살은 바로 맞부대끼게 되었고, 태현은 생생하게 느껴져오는 유리의 맨살의 감촉과 그녀의 아찔할만큼 깨끗하고 하얀 피부를 보며 당황한 음성으로 유리를 불렀다. 하지만 유리는 아빠의 이런 당황한 음성과는 상반된 모습으로 밝고 순진한 웃음을 지으며 아빠의 부름에 대꾸했다.
[응? 왜에?]
[아...아니야.]
유리의 표정이 너무 맑았기 때문일까. 태현은 자신의 이 어색한 느낌이 왠지 부끄러워졌고, 그 자신도 모르게 그냥 딸의 되물음에 얼버무림으로 응답했다. 아빠가 이렇게 나오자 유리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곧 개의치 않는 얼굴로 아빠의 목을 감싸안고는 TV를 보기 시작했다.
[우와. 그 여자 나온다.]
태현이 TV를 보니 유리의 말대로 과연 채지현이 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코너가 다음 순서로 바뀐듯 했다. 태현은 자신의 목에 팔을 두른채 열심히 TV를 보고 있는 유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유리는 뭔가 TV에서 웃긴 장면이 나오는지 까르르 웃었다. 그리고 그렇게 웃다가도 어느새 TV의 내용에 집중을 했다. 유리를 바라보던 태현은 자신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역시...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저렇게 해맑은 미소를 짓는 소녀가 자신의 딸이란 사실이 태현의 가슴을 새삼스레 뿌듯하게 했다. 태현은 천천히 손을 가져가 유리의 물기에 젖어있는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긴 생머리의 촉감이 너무나 보드라웠다. 머리카락을 만져주자 유리가 입가에 예쁜 미소를 지으며 더욱 꼬옥 몸을 붙여왔다. 너무...사랑스럽다. 태현은 불현듯 꼬옥 끌어안으면 한품에 쏙 들어오는 그 기분좋은 느낌이 그리워져 자신도 모르게 유리를 가슴 깊숙이 끌어안고 말았다.
한편, 유리는 TV는 보고 있었지만 자꾸 아빠가 신경쓰였다. 마침 TV에 자신이 좋아하는 토크쇼가 나와서 재미있게 보려고 했지만...그래도 마음이 자꾸 아빠쪽에 가려하는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그렇게 TV에 한번 아빠에 한번 마음의 시선을 돌리고 있는데, 아빠가 갑자기 자신을 끌어안아왔다. 유리는 깜짝 놀라버렸다. 이렇게 아빠가 먼저 안아준건 정말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마음 한구석에서 기쁨의 물결이 일렁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유리의 모든 신경은 아빠에게로 집중되었다. 아빠의 따스한 품안 구석 구석. 그 따뜻함의 단 한조각도 놓치지 않으려는 유리의 마음은 점차 그녀의 온몸을 녹여버렸고,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아빠의 머리를 꼭 감싸안아버렸다.
[아빠...]
[응...?]
[키스해줘...]
태현은 얼굴을 점차 홍조를 물들이는 딸을 보며 빙그레 웃음지었다. 유리는 뜨거운 눈길로 그런 아빠를 바라보다 천천히 입술을 옮겨 아빠에게로 가져갔다. 태현은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가온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부드럽게 맞아주었다. 유리는 따뜻하고 말랑 말랑한 아빠의 입술을 느끼자 곧바로 그 부드러운 감촉에 빠져들어 버렸고, 조금이라도 더 깊게 그 입술의 달콤함을 느끼려 아빠와 마주보게끔 자세를 천천히 바꾸었다. 그런데 그러는 와중에 그만 유리의 몸을 가리고 있던 수건이 벗겨져 내려 버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눈을 감고있던 태현은 그것을 보지 못했고, 두 사람의 키스는 한층 더 그 감미로움을 더해갔다.
태현은 더 깊고, 더 진하게 입술을 부대껴오는 유리가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딸에게 연인이 되어주기로 약속했는데 여기서 키스를 멈춘다면 유리가 또 삐질것 같아서 조심 조심 키스의 수위를 조절하며 유리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사실 이러고 있으면 태현도 야릇한 기분이 드는걸 어쩔 수 없었지만 매순간마다 지금 상대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이 떠올라 태현을 자제시켜주고 있었다.
...흐응...음...쪼...옥...쪼오옥....흐으응...
그런데 그렇게 얼마동안 키스를 하고 있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태현의 귀에 유리의 비음섞인 신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유리가 완전히 황홀경에 빠져버린듯 했다. 태현은 여기서 더이상 하다간 큰일나겠다 싶어서 입술을 떼어낼 요량으로 유리의 등을 쓸어주며 고개를 뒤로 빼려했다. 그런데...유리의 매끈한 등이 다른 아무런 여과도 없이 그대로 만져지는게 아닌가? 태현은 깜짝 놀라버렸다. 언제 타올이 벗겨진거지..? 하지만 태현은 다음순간 더욱 놀라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입술 안으로 부드러럽고 촉촉한 뭔가가 밀려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태현은 기겁을 하며 고개를 급히 뒤로 물렸다.
[유,유리야-!]
태현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유리를 바라보았고 유리는 그런 아빠를 애타는 시선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아빠...이제 우리 연인사이잖아...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