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뭐, 대충 멋부려본건 꽤 괜찮았는데, 콘돔 껴야지, 일단은. 테루이, 너 가지고 있는거 있냐?」
「응……?」
그대로 에이지에게 짓눌려서, 짐승마냥 범해질거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마이는, 이쪽을 배려해주는 그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코, 콘돔을 껴주겠다는 말입니까?」
남자를 두고 하는 말이니, 이대로 생으로 넣고 쾌락 그대로 허리를 흔들거나, 이쪽은 조금도 신경써주지 않고 질싸하고 토껴버릴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에이지는 어이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뜬다.
「당연한거 아니냐. 난 별로 상관 없는데, 넌 학생인데 애딸린 엄마가 될 생각이냐? 더군다나, 나하고 너 사이에 앤데?」
그런 말을 듣고 보니, 약간 상상해봤다.
하얀 침대 위에서, 평온한 미소짓는 마이.
그 옆에는, 에이지가 마찬가지로 평온하게 험악한 얼굴로 웃으며 바라본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고 쿡쿡 웃으며, 마이가 끌어안고 있는 작은 생명을 내려다보며…….
「무리무리무리무리입니다! 나, 좀 더 막 떠받을어지면서 놀고싶고, 리카짱도 있고, 고릴라의 자식같은 이종교배는 낳고 싶지도 않고!」
「너, 언제까지 나 고릴라 취급할 생각이냐?」
마이의 상상 속에서, 귀여워야 할 아기의 인상은 험악한 고릴라가 되어버렸다.
얼굴을 창백하게 물들이며 거절하는 마이에게, 제아무리 에이지도 약간 기분 상했다.
「고릴라는 콘돔 가지고 있는거 없는겁니까?」
「보통은 가지고 다니긴 하는데……지금은 다 떨어져가지고」
하필이면 이런때 떨어진 것에 뒤통수를 긁적이는 에이지.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구나 라며, 마이는 약간 재밌다고 생각해버렸다.
「어쩔 수 없지. 좀 깰지도 모르겠지만, 사올게」
막상 할려고 하는 지금, 콘돔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시간이 비어버리는건 무척이나 좋지 않다.
그건, 마이도 알고 있다.
머리를 끄떡이고 있다보니…….
「아!」
「아?」
갑작스럽게 목소리를 낸 마이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에이지.
그녀는 침대 머리쪽을 부스럭부스럭 뒤지더니…….
「그, 그거……여기……」
쭈뼛쭈뼛거리며 에이지에게 내민것은, 그들이 지금 찾고 있던 콘돔이었던 것이다.
「너 말야……오니즈카라는 애인이 있으면서, 남자 애인도 킵 하고 있던거냐……」
「아니라는겁니다!! 말도 안되는 착각은 하지 말아달라는겁니다! 나는 남자 받아들여본적도 없다 이 말입니다!」
「그럼, 이건 또 어쩌다……」
마이 정도의 생김새나 스타일이라면 남자를 킵하고 있지 않는게 더 이상하지만, 그런데도 그렇게나 동성 애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더니……라며 약간 내빼는 에이지.
그런 그에게 강하게 들러붙지만, 이유를 물어보자 뺨을 살짝 붉힌다.
「아, 아니, 그건……리카짱하고 할 때, 도구 사용하지 않습니까? 그거에 이런식으로……씌운다고나 할까……」
「헤에ー」
콘돔을 받아들고 살펴보는 에이지.
「내 앞에서 한번 써봐」
「싫다는겁니다앗!! 완전 머리 어떻게 된거 아닙니까!?」
그런 농담을 주고받고 있다보니, 지금 당장이라도 에로한 짓을 하려 했던 음란한 분위기가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두 사람에겐 어울릴지도 모른다.
에이지는 콘돔을 남근에 씌우고…….
「으윽, 크……」
「음? 왜 그러는겁니까?」
약간 괴로운 목소리를 내는 에이지에게, 마이는 약간 이상한 듯한 시선을 보낸다.
「아니, 뭐랄까……이거, 너무 작아. 빡빡해」
「에엑……」
에이지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콘돔을 씌운 남근을 보여준다.
거대하고 거무잡잡한……그런 일물에 대한 감상은 재쳐두고, 빡빡하게 조여들고 있는듯한 그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뜬다.
「자, 장난감보다 더 크다 그 말입니까……?」
「오오, 다행이네. 너하고 오니즈카가 무시무시한 장난감은 안쓰는거같으니」
「당연히 헐렁헐렁해질 것 같은 애들은 사용하지 않는거다 이 말입니다……」
가끔가다 인터넷에서 외국인의 그러한 영상을 보긴 해도, 절대로라는건 아니지만 그녀들이 사용하고 있는 그런 것들을 사용할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후……지금서부터 나한테 헐렁헐렁하게 되겠지만 말야」
「극혐이네요」
「……진심으로 혐오하는건 그만 해라. 나, M은 절대로 아니니까……」
우쭐되는 에이지는 보고싶지 않았다. 기분 나쁘니까.
약간 풀죽으면서도, 그는 콘돔을 끼긴 꼈으니 드디어 메인디쉬를 위해 마이의 몸 위에 올라탄다.
그녀가 시선을 내려서 보니, 단단하게 우뚝 솟은 일물이.
「어, 엄청 커……. 잠깐만……이거 정말로 내 안에 넣을 생각인겁니까?」
배에 찰싹찰싹거리며 닿고 있는게, 배꼽 근처까지 닿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실제로 넣어보면 또 다르다는건 알고는 있지만, 배꼽 근처에까지 온다는건 망가나 소설에서 보는 『푹찍!』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것에, 마이는 약간 창백해진다.
「당연하지. 애기까지 나오는 곳이라고? 문제없어」
「으, 으으……그래도……」
「뭐, 처음엔 다들 무서워하지. 천천히 살살 해줄게」
그리 말하며, 에이지는 마이의 깔끔한 흑발을 쓰다듬는다.
타인에게……더군다나, 자기보다 크고 강한 생물에게 애정받듯이 쓰다듬어지니, 어째선가 안심감과 종속적인 쾌감이……
「……머리 쓰다듬지 말라는겁니다!!」
에이지의 팔을 뿌리치는 마이.
그게 아니다. 자기가 그를 매료해야하는 것이다. 절대로 그 반대가 아닌 것이다.
마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씩씩한 표정으로 남근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쿠읏……하아아아……!」
스으윽……거리며, 남근이 천천히 자기 안으로 들어온다.
말한대로, 에이지는 난폭하게 찔러넣어서 레이프 하는 듯한 격렬한 허리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녀에게 있어선 이 삽입은 부담이 꽤나 컸던 것이었다.
폐 안에 있던 산소를 전부 내뱉어 내는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내몰아 쉰다.
「괜찮냐?」
「괜찮지……않은데요……! 전부, 넣어주세요……!」
「그려」
뭐, 그건 원래부터 그럴 생각이었지만……라는 말은 집어삼키는 에이지.
가능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 천천히 삽입해가며…….
「우윽……쿠하앗……!」
남근 전체가, 마이의 질내에 들어간 것이었다.
하반신은 빈틈없이 서로 밀착되어있고, 서로의 음모가 뒤엉키며 간질간질한 감각을 가져다준다.
입으로 충분하게 풀어놓았기에, 아픔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압박감은 엄청났고, 그건 전적으로 에이지의 것이 말도 안되게 굵었기 때문이다.
리카와의 성교를 할 때 사용한 장난감보다도, 훨씬 더…….
「드, 들어온겁니까……?」
「그래. 잘 버텼네. 오니즈카하고는 달리, 좀 근성이 없을줄만 알았는데」
「너무하네요……. 근데, 나보다 오히려 리카가 더 근성이 없을거라 생각한다는겁니다」
「그럴려나?」
「그런겁니다. 난 꽤나 기가 세서 바로바로 반발해버리는데, 리카짱은 생긴것만 무섭게 느껴질 뿐이라는겁니다. 속마음은 나보다도 약하다고 생각하는겁니다」
밀착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
물론, 마이는 리카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한 말은 아니고, 악의도 전혀 없다.
다만, 처음으로 남자를 받아들여 고양되어 있는건지, 무심결에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을 뿐이다.
리카가 모으는 일면을 알게 된 에이지는, 흐음 거리며 흥미없다는 듯 보이면서도 머리 한켠으론 그 정보를 입력시켜뒀다.
실제론 약한데 강한척 해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그건 뭔가 사정이 있는거다.
그리고, 그 사정을 잘만 써먹는다면, 마이 다음에는 리카도……백합 커플을 둘 다…….
「움직이지 않는겁니까?」
「음?」
물끄러미 이쪽을 올려다보는 마이.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온다.
움직일까. 확실히, 빡빡하고 강하게 조여오는 지금 이 상황에서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어대면, 쾌락을 얻는 것 쯤이야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니가 안익숙해졌잖아. 그정도 쯤이야 뭐 일단 좀 참지. 기다려줄게」
「아……」
에이지는 굵은 팔을 뻗어, 마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검고 차랑찰랑한 머리를 빗어주며, 땀으로 흠뻑 젖은 두피를 직접 만지작거리듯 쓰다듬는다.
마사지를 하는 듯이 싹싹 비벼대면서 위에선 상냥하게 내려다보고 있어서, 마이의 심장이 한번 두근거린다.
「그, 그런 내려다보는 시선, 짜증나는겁니다」
「거 참 입 거친 녀석일세」
마이는 그런 입을 맞으면서도, 살짝 시선을 돌리며 뺨을 물들일 뿐이지, 팔을 떨쳐내려고도 하지 않았다.
에이지도 진심으로 화낸건 아니라,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뭐, 이거가지고 남자하고 섹스하는데 트라우마가 생겨도 곤란해져버리니까)」
마이는 이번 한번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에이지에게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렇게나 간단한 여자인 것이다. 한번은 커녕,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 한번으로 그녀를 무너뜨려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코웃음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지만, 확실히 한 번의 성교로 마음까지 타락시키는건 불가능 할 것이다.
하지만, 몸이라면 충분하게 타락시킬 수 있다.
방금전의 전희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마이의 몸은 무척이나 느끼기 쉽고 음란하다.
그렇다면, 타락시키는 것도 어려울거 없다.
정신은 육체를 따라오게 되어있다. 몸을 타락시키고 나면……마음을 타락시키는거야, 쉽다.
에이지는, 이 가련한 백합 커플의 한 조각을, 이번 한 번의 성교로 완전하게 굴복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뭐, 그냥 이 상태 그대로 쭉 기다리고 있는것도 좀 거북하잖아? 그러니까, 섹스는 그냥 박고 싸고 끝……이 아니라는걸 가르쳐주도록 할지」
그리 말하며, 에이지는 마이의 몸에 손을 뻗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