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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웨에에에에엑ー!」



 게임센터 화장실 세면대에서, 마이는 대량의 물을 입에 머금고 뱉어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퉤퉤 거리며 몇 번이나 침도 뱉는다.



「우으으으……이, 입냄새 나는겁니다……. 남자! 남자 냄새인겁니다! 리카짱의 달콤하고 좋은 냄새인 타액하고는 너무 다른겁니다……」



 싫증난 표정을 짓는 마이.

 입주변을 손수건으로 닦고, 화장실에서 나온다.

 그 에이지가 탐내던듯 한 키스를 떠올리고, 몸서리 친다.



「이, 이 내가, 남자 따위에게 가지고 놀아지다니……굴욕 그 자체인 겁니다……!」



 뭣보다도, 이 키스로 황홀해질 정도로 느끼고 있던 자신에게, 가장 열 받았다.

 남자따위, 자신의 손바닥에서 가지고 노는 인형이나 마찬가지인 것.

 기필코……기필코 복수를 해야만 한다.

 그리 굳건하게 결심하고, 다시한번 에이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마이.

 그런 그녀의 앞에 나타나는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마, 마이짱……」

「네?……윽엑」



 시선을 올려보니, 그곳엔 오늘 방과후에 말을 걸었던 남학생이 서있었다.

 그는 슬픈듯이, 비통한 듯이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있다.

 성가신 일이 될 것이라고 직감한 마이는,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린다.



「무,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다나카 군」



 그런데도, 방긋 미소를 띄우며 반응한다.



「어째서……어째서, 다른 남자하고 같이 있는거야……?」

「어째서냐니……저 녀석이, 오늘 같이 돌아가기로 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구요?」

「저, 저기 저 고릴라는, 마이짱의 애, 애애애애, 애인이거나 그런거야!?」



 얼굴이 창백해지며, 남학생――――다나카가 그리 물어본다.

 귀를 움찔거리며 그 말에 반응한 마이는, 미소가 얼어붙으며 귀신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럴리가 있겠냐」

「히이익……」



 귀엽고 내숭을 잘 떠는 평소의 마이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이 일그러진 표정과 목소리를 보고, 다나카는 약간 비명을 질렀다.

 평소의 그녀라면 더 능숙하게 대처 했겠지만, 방금 전까지 입술을 빼앗겨 해롱해롱거리고 있던 역대급 굴욕을 맛본 직후인 탓에, 마이도 다른 때 이상으로 열받아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미소를 띄운다.



「아앗……그, 그럴리가 없지 않습니까ー. 저런 고릴라, 오히려 이쪽에서 사양입니다. 절대로!!」

「그, 그렇구나……」



 그런데도, 어미가 강해지는 것은 아무래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 마이의 대답에, 일단은 안도의 표정을 짓는 다나카.

 하지만, 표정이 곧바로 궁지에 몰린 사람마냥 굳어간다.



「그, 그래도, 마이짱이 다른 남자하고 같이 있다는건, 나, 나나나하고도 데이트, 해줄 수 있는거지!?」

「아, 그건……」



 아뇨, 하고싶지 않슴다……. 

 어떻게든 능숙하게 거절하려고 했지만, 에이지와 맞닿은 것에 대해서 머리가 가득 차있어서, 그 싫증난 표정이 약간이지만 드러나버린다.



「……어째서? 어째서 고민하는거야? 그건 즉답해야 되는 부분이잖아?」



 표정이 어두워지며 중얼중얼 이야기하는 다나카. 마이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건, 좀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며 어떻게든 도망쳐보려 했지만, 그보다 다나카가 먼저 움직였다.



「다나카 군?……아팟!?」

「뭣하면, 지금서부터라도 나하고 둘이서 놀자! 그러자!!」



 강하게……그야말로, 으깨져버릴 것만 같을 정도로 팔을 강하게 움켜쥐어져, 마이가 비명을 질렀다.

 다나카는 얼굴을 확 가까이하며, 엄청난 열기를 띄우며 그녀를 꼬신다.



「싫어, 그러니까……아프다구요……윽!!」

「응! 그러자! 나하고 같이 놀자! 뭐하고 싶어!? 영화!? 쇼핑!? 뭐든지 어울려줄게! 그러니까……그러니까……!!」



 너무나도 필사적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자기만의 아이돌이, 다른 남자하고 같이 있다는 사실이, 다나카로선 받아들일 수가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어서……저 남자의 독니에 걸리기 전에, 빨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시, 싫어……!」

「어어어어째서 싫은거야아!? 마이짱은 그런 말 안해!! 마이짱은……마이짱은, 나만의 것이야아아!!」

「히익……!」



 이렇게나 사랑을 고백하고 있는데, 마이는 받아들이기는 커녕 공포의 표정을 띄우고 있다.

 그 사실에 참는데 한계가 온 다나카는, 손을 들어올린다.

 그것을 올려본 마이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손바닥에서 가지고 노는 존재에 불과하다.

 자신을 치켜세워주며, 자신을 만족시켜주는 것에 불과한 존재.

 그래야 하는건데……이렇게나 깔보고 있던 남자의 힘에 압도당해 있는 지금 상황에, 마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남녀의 힘의 차이. 무조건 여자가 약하다는 것은 아니다.

 단련을 해온 여자라면, 단련하지 않은 남자보다 힘이 강할 것이다.

 하지만, 단련한 남자와 비교하면, 남자가 이긴다. 단련하지 않은 남녀라도, 남자가 이긴다.

 생물학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 기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가까이에서 보며, 그 폭력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마이는, 지금 바로 이 순간에 그것을 강하게 통감했다.

 남자와 여자의, 근력의 차를.

 그렇기에, 작게 떨면서, 눈을 꾹 감고 남자가……다나카가 눈 감아 줄 것을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무력감을 맛보고 있는 지금, 마이에게 구세주가 나타났다.

 단련하지 않은 남자에게, 단련하지 않은 여자가 이기는건 불가능하다.

 하지만……남자끼리라면, 과연 어떨까?



「――――――야」



 그 중후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두 사람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마이는 눈을 뜨고 그 남자를 보고, 다나카도 마이로 머리가 가득차있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뒤를 돌아본다.

 거기엔, 근육의 벽이 있었다.



「헌팅 방법이, 좀 구린거 같은데」

「으, 아……」

「아……」



 무슨 말을 하는건지 화제가 초월해버렸지만, 그것을 듣고 웃을 여유가 다나카와 마이에겐 없었다.

 압도적인 체격차. 체격은, 싸움에서 중요한 요소다.

 외소하고 가냘픈 단련한 남자라도, 크고 거대하고 단련하지 않은 남자에게 지는 경우는 많이 있다.

 지금 이 상황이, 바로 그러한 상황인 것이다.

 다나카가 마이를 궁지로 몰고있던 이 자리에 나타난건, 근육빵빵한 거한, 오기와라 에이지인 것이다.

 그는 다나카를 내려다보며, 깊게 한 숨을 내뱉는다.

 그 한숨조차 다나카나 마이의 음량보다도 크고, 두 사람은 움찔거리며 몸을 떤다.



「저기, 있잖아. 이런 방식으로 하다간, 뭘 어쩐들 두 사람끼리 데이트하는건 어렵지 않겠냐. 모르면 좀 배우고 고쳐라」



 다나카의 어깨에 손을 살포시 올려두는 에이지.

 하지만, 다나카의 입장에서 보자면, 쿵! 하고 강하게 어깨를 맞아, 마치 경고당하고 있는 듯한 생각밖에 들지 않은 것이다.

 이른바, 이 녀석 마이에게 손을 대면, 어떻게 될지는 알고 있겠지?



「으윽, 히익……자, 잘못했습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쟨 왜 도망치는거야」



 마이에 대한건 머리속에서 훨훨 날아가버리고, 맹렬하게 도망쳐버리는 다나카.

 그런 그를 배웅하며, 딱히 위협할 생각이거나 경고할 생각도 아니었던 에이지는, 멍하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래서? 넌 괜찮냐?」



 일단, 마이의 안전을 확인한다.

 팔을 잡힌 정도라면, 별 문제는 없을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상하게도, 마이는 약간 뺨을 붉게 물들이며, 멍하니 에이지를 올려본다.

 자기보다 강한 남자를, 더욱이 강력한 남자가 내쫒아 도와주었다.

 방금전, 강제로 키스를 당하고나서, 마이는 싫기는 해도 에이지를 남자로서 인식하고 있었다.

 그 전제가 있기에, 여자보다도 강한 남자를 쫒아낸 강한 남자를 보고, 마이의 하복부가 쿡쿡 쑤셨다.

 그것은, 딱히 그녀가 음란하다거나 그런게 아니라, 동물로서의 본능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멍하니,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와 같이 에이지를 바라보는 마이.

 아니, 이것은 그런 산뜻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아이를 갖고 싶다.

 강한 수컷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암컷의 본능에 녹아들은 불결한 성욕……. 



「……하앗! 괘, 괜찮지 않은거라구요! 보라구요, 이 자국! 그 키모오타 녀석……내 보석과도 같은 피부에 자국을 남기다니, 용서할 수 없다는겁니다……!」



 뭔가 열에 시달리고 있는 듯한 상태에서 회복하고,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와 목소리를 드높인다.

 실제로, 마이의 가녀린 팔에 붉은 손자국이 남아있었다.

 귀여운 자기에게 상처를 입히다니……창자가 꼬여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라기보단 이미 꼬인 것만 같았다.



「그보다, 고릴라도 도와주러 오는게 너무 늦다 이 말입니다!」

「아, 미안」



 이렇게나 시원시원하게 사과할 줄이야, 무턱대로 분풀이를 할 수가 없게 된것이다. 

 마이는 입을 궁시렁궁시렁거리며……그에게 매도를 하기보단 해야 할 말이 있었다.



「그, 그래도……도와준건 고마운겁니다. 고맙다는겁니다」



 부끄러운 것을 참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감사인사를 한다.

 그녀가 솔직하게 감사인사를 하는건……뭐, 있다면 있는 일이지만, 그런데도 기본적으로 깔보고 있는 남자에게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텐도 학교의 아이돌이며, 남학생들로부터 인기가 굉장한 마이가, 부끄러움을 누르고 감사인사를 한 에이지는…….



「그래. 잘 있어라」



 간단하게 받아들이고, 휙 사라져버리려 하고 있다.

 이 반응엔 입과 눈이 놀라울 정도로 떡 벌어지며 경악한다.



「잠깐잠깐잠깐잠깐잠깐잠깐!! 에? 잘 있어라는 또 뭡니까?」

「음? 아니, 이제 됐잖아. 돌아갈거야」



 필사적으로 두꺼운 팔을 잡고 물어보니, 어이없는 한 마디.

 여자와는 다른 근육질 팔에 두근두근 거린 것은 한 순간, 바로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벌리고…….



「뭐시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큰 소리를 지른다.

 아니, 이 녀석 제정신인가?

 자기와 단 둘이 노는――――그냥 데이트라 해도 좋다――――기회를, 이렇게 간단히 끝내겠다고?

 보통은 무슨 이유든 갖다 붙여서 더 오래 끌건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에이지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돌아가려 한다.

 어째서, 자기가……가지고 노는 위치에 있는 마이가, 필사적으로 에이지를 멈춰세우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가.



「아직까지 매력을 다 전해주지 못했다 이거 아닙니까!?」

「아니아니, 전달 자알 받았어. 응, 엄청나다고 생각해」

「적당하게 얼버무릴려고 하지 말라 이겁니다!!」



 이젠 다 귀찮다는 듯한 반응을 보고, 아무리 마이라도 울먹이고 있었다.



「근데 말야, 게임을 더 하는 것도 좀. 돈도 들고. 갈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알았어, 알겠다는겁니다! 내 집에 초대해 줄테니까아악!!」



 터벅터벅 걸어나가는 에이지에게, 마침내 마이는 반쯤 울면서 최후의 수단을 사용한다.

 그야말로, 자신의 집에 그를 불러들이는 것.

 이런 고릴라를 방에 들였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고 생각했지만, 다나카에게서 구해준 것을 생각해보면, 단순한 고릴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 강제로 키스를 하긴 했으니, 최대한 경계할 필요는 있지만.

 하지만, 그렇게 해서까지 에이지와 함게 있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관심 없어」



 하지만, 에이지는 단칼에 거절한다.

 마이는 이미 울고 있었다.



「여, 여기서 돌아가면, 리카짱한테 강제로 키스 당했다고 말해버릴거라구요!?」

「딱히 상관 없는데」



 협박도 실패

 이미, 마이에게 남은 수단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우으으으으윽! 부탁이니까……」



 그야말로, 에이지의 두꺼운 팔에 매달려서 울고불고 늘어지는 것이다.

 풍만한 가슴이 꽤나 강하게 밀어붙여져 형태가 일그러졌지만, 그것을 알아챌 여유같은건 이미 마이에게 없는 듯 했다.



「하아……」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눈물을 보이는 마이에게, 에이지는 한숨을 내뱉으면서도 드디어 발을 멈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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