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무슨 소릴 하는거냐, 너는?」
「……무슨 말이야, 마이?」
에이지와 리카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받으면서도, 마이는 히죽히죽 웃으며 자신만만해한다.
이미, 리카의 이 표정은 무척이나 레어하긴 하지만, 애인인 마이는 눈을 감고 가슴을 펴고 있었기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니까, 나의 매력을 너에게 알려주겠다 이 말입니다, 고릴라」
「고릴라 아니라고」
괜히 에이지한테 신랄하구나, 라고 리카는 생각했다.
마이는 자기와는 달리, 남학생에게도 상냥하고 친근하게 대해주는 경우가 많아서, 에이지에게 대하는 이 혹독함은 꽤나 드문 것이었다.
그가 화가 나서 그 힘을 휘둘러오면……그리 생각하니 무섭게 느껴졌지만, 아무래도 기강잡힌 성인 같아서, 손찌검을 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리 생각하자, 마이가 더욱이 아이같이 보이고, 또한 애인으로서 무척이나 미안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매력이란걸 어떻게 알려주겠다는건데」
「흐흥. 세상물정 모르는 고릴라에게, 특별한 방법으로 알려주겠다는겁니다!」
「……특별?」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이지와 리카.
그런 그들에게, 마이는 흐흥거리며 웃으면서 손가락을 팍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고릴라에게, 나와 방과후 놀 찬스를 주겠다 이겁니다!!」
「응, 필요없어」
「!?」
즉답이었다.
이 일에는, 리카도 적잖게 놀랐지만, 그 이상으로 놀란 것은 마이 본인이었다.
남학생 앞에서는 귀여운 모습만을 내비치는 그녀가, 지금은 눈과 입을 크게 벌리고 있어서, 무척이나 칠칠맞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정도의 충격을 마이는 받고 있던 것이었다.
「이, 이 나와 데이트 할 수 있는 찬스를 버린다, 이 말입니까……!? 이 학교의 남학생들이라면, 그야말로 기뻐 날뛸만한 일인데!!」
「그러니까, 난 너한테서 매력 못느끼고 있다고 말했잖아」
「무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진짜로 용서 못하는겁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하고 놀러가게 만들겠다 이겁니다!」
「으엑……」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양팔을 붕붕 휘둘러대며 발광하는 마이.
리카정도는 아니지만 감정표현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에이지도, 무심결에 표정을 완전하게 일그러뜨려버린다.
그런 그가 구원요청을 한 것은, 당연히 마이의 애인인 리카였다.
「있잖아, 오니즈카. 너, 이 녀석의 여친? 남친? 이잖아. 뭐 어떻게 좀 해봐」
「……마이가 이렇게 된 이상, 사람 말을 안들으니까」
「……그거 과연 사람으로서 좀 아니지 않을까?」
어이없어하며 한숨을 내뱉는 에이지.
리카도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마이가 좋은걸 보면, 사랑이란 콩깍지가 씌인 것이다.
「이 자시이익!! 어딜 감히 내 리카짱하고 이야기를 하는겁니까아악!? 당장 따라오라 이겁니다!!」
어느샌가 교실 문쪽으로 다가와, 리카와 이야기하는 에이지에게 소리를 치는 마이.
그런 그녀를, 귀찮은 듯이 바라보는 에이지.
「……쓸데없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는데, 너 쟤하고 사귀는거 좀 다시 생각하는게 좋지 않을까?」
「……마이에게도 매력이 있으니까」
「그래. 뭐, 오니즈카가 괜찮다면 그걸로 된거지만」
그리 말하며, 그는 자신의 가방에 필기도구를 담고, 그것을 어깨에 멘다.
이러쿵저러쿵 해도, 마이와 어울려주려 하는 것 같다.
그 상냥함에 눈을 가늘게 뜨며, 리카가 그들을 배웅해준다.
그렇게 그 자리에 남으려는 리카를 보고, 이상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는 에이지.
「어? 오니즈카는 안오는거야? 여친? 남친? 하고 나를 단 둘이 놔둬도 상관 없어?」
「……그, 남자하고는 그다지」
「아아, 그렇구나」
자긴에게 향하는 시선이나 행동거지를 보고, 남자를 기피하고 있다는건 에이지도 어렴풋이는 알아챘다.
아니, 어쩌면 자기가 무서워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직접 그리 말하진 않았으니 그냥 그럴려니 하자.
「……게다가, 오기와라 군이 그런 짓을 할거라곤 생각 안하니까」
리카는 옅게 웃으면서, 그리 말한다.
그런 짓……즉, 남녀의 성적인 행위를 말한 것이었다.
마이는 자신의 애인이며, 당연히 남자도 대상외이긴 하지만, 강제적으로 하려고 한다면 남자 중에서도 강력한 체구를 가진 에이지는 가볍게 그녀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와 애인을 단 둘이 놔두는 것은, 본디 결단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에이지의 상냥함을 느낀 리카는, 그를 신뢰하여 단 둘이 데이트를 보내려 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애인과, 남자 중에서는 유일하게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그가 사이좋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건, 좀 어떨까 싶은데?」
「에……?」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에이지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 리카는 되물었다.
「야아아아아아!! 당장 따라오라 말하지 않았냐는겁니다!!」
하지만, 그 말을 다시 듣기도 전에, 다시 마이의 노성이 날아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바로 짜증내버리는 타입이라는건 리카도 알고 있다.
이 이상, 에이지를 붙잡아두고 있게되면, 그와 마이가 사이가 좋아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나중에 봐」
「……응」
그렇기에, 리카는 에이지와 마이의 뒷모습을 배웅해줬다.
마음 한 켠에, 일말의 불안을 품으면서.
♡
「……무슨 일이 있는건가, 마이」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 텐도 학교에 등교한 리카는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요전 금요일, 마이와 헤어지고나서 그녀에게서 연락이 없던 것이다.
평소에는 휴일이 되면, 마이가 먼저 리카에게 데이트하자고 연락이 오지만, 이번 주말엔 그런게 없었다.
그렇다곤 해도, 리카가 먼저 연락을 해보니, 답변은 꼬박꼬박 돌아오고 있으니 그다지 걱정하진 않았지만…….
「……아, 마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리카의 눈에 마이가 뛰어들었다.
「아ー,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겁니다!!」
「뭘 그리 화내는거야. 니가 먼저 시작한거잖아」
「그ー래ー도ー입니다! 아ー, 짜증난다는겁니다!!」
「완전 자기 마음대로네……」
마이는, 에이지와 함께 있었다.
그 사실에 마음이 욱신거린 리카였지만, 딱히 너무 친근한 모습도 없고, 요전날 헤어질 때와 똑같은 험악한 분위기를 방출하고 있었기에, 어째선가 안심하며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마이, 오기와라 군」
리카가 말을 걸자, 그르렁 대면서 마치 싸우기 직전인 짐승처럼 에이지를 노려보고 있던 마이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만개한다.
「아ー! 리카짱입니다!」
「안녕」
마이가 리카에게 뛰쳐들기에, 그것을 어떻게든 받아낸다.
풍만한 유방이나 둔부가 있는 탓에, 자기보다 체중이 있는 그녀를 지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들어주세요, 리카짱! 이 고릴라, 정말로 짜증나는겁니다!!」
「아직도 그 소리냐, 너는」
「……결국 사이좋아지지 않은거야?」
달라붙어선 뺨을 부비부비 비벼대면서, 에이지의 험담을 술술 하기 시작하는 마이.
그런 그녀에게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내뱉는 에이지.
정말로, 요전날과 다를바가 없다. 단 둘이서 놀러갔는데도 불구하고, 조금도 사이가 좋아지질 않았다.
그 사실에 안심하면서도, 리카는 한번 물어보기로…….
「될리가 없다 그 말입니다. 이런 고릴라하고, 무진장 귀여운 내가 서로 어울릴리가 없으니까」
삐죽삐죽거리며 여기가 학교만 아니었어도 침이라도 뱉을 기세인 마이.
사람의 시선이 있는 곳에서는 반짝반짝 빛나는 귀여운 테루이 마이를 연기하고 있는 그녀인데,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오기와라 군, 마이의 매력은 알아냈어?」
「아니, 전혀. 오니즈카가 왜 사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정말로 만약을 위해 에이지에게도 물어봤지만, 역시나 돌아오는건 신랄한 말 뿐이었다.
역시, 두 사람은 사이가 좋아질 수 없는 것 같았다.
「……아니, 그건 있네. 매력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좋은 곳도 있다는건 일단 알았어」
「…………윽!!」
「……그래?」
에이지가 다가와서, 말을 정정한다.
평소라면 그가 다가온 만큼 거리를 벌리겠지만, 마이가 끌어안고 있는 탓에 발을 딛을 수가 없었다.
게닥, 전부 다 알아주는건 곤란하지만, 조금이라도 마이의 좋은 점을 에이지가 이해해주길 바랐기에, 리카도 마음속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다만, 어째선가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마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작게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긴다.
「……마이?」
「아ー, 리카 짱! 그러고보니, 카와무라 선생님이 불렀던겁니다!」
무슨 일이냐 물어보려고 하니, 고개를 퍼뜩 들어올리며 마이는 그리 이야기했다.
얼굴이 약간 불그스럼해져 있는건, 자기와 끌어안고 있어서일까?
「……카와무라 선생님이? 알겠어, 고마워」
무슨 일인걸까? 그리 생각하면서도 불렸다니까 일단 가보는 수 밖에 없다.
마이에게 인사를 하고, 에이지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며 두 사람에게서 떠난다.
「……리카짱 앞에서는 만지지 말아주세요!」
「……오니즈카 앞에서가 아니라면 된다 그거지?」
「……절대 안됩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그런 대화가 그녀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