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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반으로 가서, 칠판에 쓰여져 있던 학번에 따라 자리로 향하는 리카.
정말이지……마이가 조금 더 조심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녀는 너무나도 대충대충하는게 있어서, 낙천적인 면이 있다.
그것이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지만 않으면 좋겠지만…….
뭐, 그건 애인인 자기 자신이 그녀의 옆에서 주의를 해주면 되는 일이지만.
리카와 마이는 백합커플……서로 돕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기 자리에 앉는 리카.
교실에서는 작년서부터 사이가 좋은 친구들끼리 떠들거나, 오늘 처음 만나는 동급생들과 떠들거나, 친목을 다지고 있다.
리카의 곁엔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다.
남자를 기피해왔기에 남혐이라고 오해받고 있고, 여자는 그녀를 높은 절벽의 꽃이라고 보고 있기에, 다가와서 이야기를 걸만한 사람은 없는 것이다.
「(……왕따?)」
아니아니, 고개를 가로로 젓는 리카.
자신에겐 마이가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왕따는 아닐 것이다.
……마이는 남사친도 여러명 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남자에게서 인기가 많아 내숭녀 기질이 있어서, 여자들에게서 기피당하는 면이 있었다.
「(……될 수 있으면, 남자가 아니라 여자하고 사이좋게 지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리카는 힐끔 옆을 돌아본다.
「…………!?」
그곳엔, 근육의 벽이 있었다.
여자로서는 노력해도 얻을 수 없을 정도로, 울끈불끈한 근육.
여지껐 봐온적 없던 압도적인 근육량에, 리카는 평소의 무표정을 무너뜨리며 경악해버렸다.
마치, 높은 산맥이라도 올려보듯 천천히 시선을 위로 올리자…….
「(그, 그 때 그 사람……)」
그 얼굴은, 낯이 익었다.
남자와의 접촉이 거의 없는 리카이기에, 솔직히 남자 얼굴이라면 반 친구라도 두리뭉실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방금 전 만났었기에, 언젠간 사과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부딪혔던 남자다. 잊어버릴리가 없었다.
「(무, 무서워……)」
일반적으로 호리호리한 남성도 싫어하는데, 이런 남자다운 남자라면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사과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선량한 리카의 머리에는 없었다.
「저, 저기……」
「음?」
그렇기에, 리카는 그에게 말을 걸 수 밖에 없었다.
무척이나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을터인데, 남자는 곧바로 뒤를 돌아봤다.
그 험상궃은 얼굴에, 가녀린 몸을 움찌거리며 떠는 리카.
한번 숨을 가다듬고, 마음을 침착시킨다.
괜찮아, 괜찮아…….
「저, 저기……아까전엔 죄송했습니다……」
고개를 작게 숙이며, 사죄를 표한다.
험상궂은 남자인 것이다. 어쩌면, 터무니 없는걸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런 공포감을 품고 있었지만…….
「아아, 신경쓰지 말라니까. ……그보다, 아까도 사과하지 않았던가?」
「아, 그건……」
남자는 리카가 상상하던 그런 대답을 하지 않고, 여자로선 불가능한 중후감이 있는 목소리로, 이쪽을 배려해주는 듯한 내용을 입에 담는다.
「내가 더 걱정되는건, 네 몸인데. 보다시피, 난 쓸데없이 탄탄하니까. 그짝은 상처나거나 그런건 없었어?」
「……네, 괜찮습니다」
고개를 끄떡이는 리카.
뭐야. 남자여도, 이 사람은 멀쩡하잖아.
이런저런 생각을 한게, 실례였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 뭔가 사죄의 뜻으로 보상이라도 하겠습니다」
리카가 그리 말한 이유는, 남자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던것과, 이것을 빌미로 훗날에 공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확실히, 남자는 이쪽을 배려해주고 있지만, 그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걱정거리를 없애버리는 편이 나은 것이다.
「아니, 그런거 필요없는데……」
「……제가 하고 싶어서 그럽니다」
명백하게 당혹함에 미간을 찌푸리는 남자.
리카는 그럼에도 재차 밀어붙인다. ……물론, 남혐인 탓에 물리적으로는 밀어붙이지 않았지만.
남자는 잠깐 생각하고……끄떡인다.
「어디보자. 그러면, 존댓말하는건 그만둬줘」
「예……?」
「나하고 넌 동급생이잖아. 게다가, 반 친구고. 앞으로 1년을 같은 반에서 지내야되는데, 존댓말을 하는게 더 이상하지 않아?」
눈을 휘둥그레 뜨는 리카.
그녀는 남혐인 탓에, 스스로 남자에게 다가가는 일도 없고, 자기가 남자를 피하고 있다는건 남학생들이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기에 다가오는 일도 없다.
그렇기에, 존댓말이든 아니든 애시당초 소통하는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런데, 금품이나 다른것을 요구하기는 커녕, 말투의 정정을 요구하는건 생각치도 못했기에, 얼빠진 리카는 무심코 쿡쿡 웃어버렸다.
표정을 거의 바꾸지 않는 그녀의 미소를 운좋게도 보게 된 사람들은, 남녀 관계없이 본 사람들로 하여금 홀리게 할 정도였다.
「……응, 알았어」
「그래, 그럼 됐어. 앞으로 잘 부탁해」
고개를 끄떡이는 리카를 보고, 남자도 히죽거리며 호감적인 미소를 띄웠다.
험악한 얼굴인데도, 미소는 애들같구나 라고 리카는 생각했다.
기분이 누그러져서 인지,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로 입에 담지 않을 말을 한다.
「……이름」
「응?」
「이름, 서로 모르고 있잖아? 반 친구니까, 알고 있는것도 괜찮을거라 생각해」
리카의 말에, 남자는 아아 거리며 끄떡인다.
「난 오기와라 에이지(荻原 栄治)야. 잘 부탁해」
「……오니즈카 리카. 잘 부탁해」
그리 말하며 서로 살짝 웃는다.
역시, 남자는 여전히 싫지만서도, 이 남자――――에이지라면 비교적 제대로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마이처럼 친구라는 관계가 되는건 불가능하겠지만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런 훈훈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뛰쳐들어온건 마이.
끼리릭거리며 브레이크를 걸고, 그 맹스피드를 멈춘다.
그녀는 리카와 에이지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나의 리카짱에게 그렇게 친한척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이겁니다ー!!」
「……뭐야, 얘는?」
출렁거리는 풍만한 가슴을 흔들며 항의라며, 바로 리카를 끌어안는 마이.
그런 그녀를 보고, 미간을 찌푸리는 에이지.
남자에게 인기많은 아이돌 같은 입지를 자랑하는 마이에게, 그렇게 성가시다는 듯한 표정을 띄우는 남자가 있다는 것에 놀란 리카였지만, 얼굴에 거대한 유방이 밀어붙여져서 질식할 것 같았기에, 일단은 마이를 떼어놓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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