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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텐도 학교.
무척이나 높은 편차치를 필요로 하는 교육기관으로, 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시점에서,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것은 확정되어있다.
학생의 수도 그다지 많은편은 아니지만, 그런 학생들이 장래의 유망한 인재들이며, 그런 인재를 양육하고 있기에 시설이나 설비 등은 다른 교육기관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갖춰져 있다.
그런 텐도 학교도, 오늘서부터 신학기다.
학생들이 봄방학 동안 있던 일을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등교하고 있다.
「저, 저 사람은……!」
「꺄악! 첫 날서부터 보게 되다니! 꽤나 운이 좋은걸요!」
「정말, 멋지시네요……」
하지만, 한 학생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자, 작은 환성이 올랐다.
그 환성을 올리고 있는건 여학생들 뿐이라, 대상이 남학생이라 생각됐지만……공교롭게도, 그녀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것은 여학생이었다.
「…………」
그녀들의 환성을 못들은건 아니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사뿐사뿐 아름답게 걸어가고 있다.
금색으로 물들은 머리는 본래 목덜미를 감추며 등에 약간 닿는 정도의 길이지만, 지금은 포니테일을 하고 있어 뒤로 작게 한 갈래로 묶여있다.
선명한 눈썹은 샤프하게 위로 그려져 있다.
푸르게 물들은 눈동자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바다나 하늘을 연상하게 하는 듯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오똑하게 솟은 코에 두툼한 입술. 단정하게 가꿔진 얼굴은, 시로 미소녀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늘씬하고 긴 다리를 움직여 걷는 모습을 보며, 환성을 올리고 있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더 많았던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오니즈카 리카. 텐도학교에서 큰 인기를 자랑하는 이대(二大) 아이돌 중 한 명으로, 특히나 여성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녀는, 이른바 여자에게 인기있는 여자였다.
보통은 그 사실에 약간 불만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리카로서는 그 편이 형편상 훨씬 좋았다.
남자에게 호의를 받느니, 차라리 여자가 좋아해주는게 낫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입니다」
교문 앞에 서있던 체육교사에게 작게 인사를 건네는 리카.
텐도 학교는 편차치가 높은 것도 있어서, 머리를 염색하는건 기본적으로 허락되어 있지 않다.
리카의 머리도, 원래는 일본인다운 흑발로, 금발로 염색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녀를 막아세우지 않고, 아무 문제 없이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것은, 리카가 공부에서도 부활동에서도 눈부신 성장을 올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약간은 편애취급이라 할 수 있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일일히 빠지고 들지 않는 것은 정말로 다행이었다.
이 금발은, 자기에게 있어선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 반 배정, 확인해야되지」
텐도 학교에서는, 1년에 한 번 진급할 때 마다 반배정이 된다.
자기가 배정받은 반을 확인하기 위해, 안뜰의 큰 보드를 보러 가는 리카.
「……마이하고 같은 반이면 좋겠는데」
작게 우물우물 중얼거리는 리카.
남자에게선 거리를 두고, 여자에게선 높은 절벽의 꽃으로 보여지는 그녀에게는, 사이가 좋은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마이만큼은, 친우(親友1) 라고 해도 될만한 관계다.
아니,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는 없지만, 실은 그 이상의 관계로서…….
안뜰의 보드 앞에는 수 많은 학생들이 모여들어, 반을 보고 환희를 올리거나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런 그들 사이에 다가서자, 마치 모세가 된 마냥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길을 터주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피할 필요는 없는데……남자는 좀 그렇지만……)」
리카가 여자에게 호색하고 있는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나 피해지는거엔 약간이지만 어림짐작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심하게 상처받을 정도로 마음이 약한건 아니기에, 개의치 않고 타박타박 보드 앞으로 걸어가, 자신의 이름을 찾는다.
「……찾았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 뒤에, 마이의 이름을 찾는다.
욕심을 부리자면, 그녀와 같은 반이면 좋겠지만…….
「……아」
마이의 이름은, 기어코 자신과 같은 반에서 찾아냈다.
평소엔 거의 변하지 않는 표정이, 아주 약간 풀린다.
그런 리카의 모습을 옆에서 본 여학생들이, 꺄악꺄악 거리며 새된 환호를 지른다.
「…………」
무흣거리며 만족스러운 코웃음을 흘리는 리카.
그럼, 자기와 마이의 반이 어딘질 알아냈으니, 더이상 여기에 있을 이유도 없다.
자기가 여기에 계속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 힘들어 할테니 몸을 한 발자국 뒤로 뺀다.
「앗……」
쿵, 하며 몸에 충격이 느껴진다.
뒤를 보지도 않고 움직여서일까, 뒤에 서있던 사람에게 부딪혀버린 것이다.
하지만, 어지간히 튼튼한 사람인건지, 리카가 무심코 앞으로 휘청거리게 될 정도였다.
아마도, 남자일 것이다. 남자는 싫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잘못했는데도 무시한다는건, 기본적으로 선량한 성격을 가진 리카로선 할 수 없는 짓이었다.
「……죄송합니, 다……」
뒤를 돌아보며 작게 사죄하려하자……그 목소리는, 가면 갈 수록 작아져버렸다.
리카의 푸른 눈동자도, 점점 위로 올라갔다.
그녀에게 부딪힌 남자는, 마치 석상과도 같은 거대하고 우람한 남자였다.
정말로 동급생인건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의 거구. 근육도 울끈불끈하다.
그런 남자의 눈이, 리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남자에겐 다가가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그녀의 생활은 잘 지내고 있다.
시선을 받는 정도라면, 약간 기분이 나빠지는 정도지만 그게 끝이다.
하지만, 그 남자의 눈은……그 남자가 너무나도 우람한 탓에, 리카에게 있어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오싹오싹한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아니, 신경쓰지 마」
다행스럽게도, 남자는 리카에게 화가 나있거나 한건 아닌 듯 싶다.
하지만, 배에서 울려나오는 듯한 중후한 목소리도, 너무나도 남자다워서 리카로선 혐오감만을 줄 뿐이다.
「넌 괜찮은거……냐……」
그 남자의 배려의 말에 대답하지도 못하고, 리카는 그 자리에서 달려서 사라져버렸다.
무례한 짓이라는건 알고 있다. 자기가 잘못한 것 또한 알고있다.
하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평범한 남자도 거북한데, 저런 남자다운 남자를 눈 앞에 두고 이야기를 하는건……남혐기질이 있는 리카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보드 앞에서는, 남자 한 명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주석 1 : 親友. 일반적으로 일본어에서 친구를 뜻하는 단어인 友人이나 友達와 비슷하지만, 親友의 경우는 그 중에서도 사이가 유별나게 좋은 사람을 뜻함. 일명 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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