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장
차갑기 그지없는 밤바람이 엄습했다. 얼굴을 훑고 지나가는 것이 약간 아팠다. 나는 검정색 털모자를 꺼내 머리 위에 썼다. 거친 섬유가 단단하게 얼굴 위를 감쌌다. 비록 바람의 침입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차가운 빛이 감도는 눈과 결연한 양 입술을 제외한 내 대부분의 오관을 가려주는 것이었다.
나는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발 아래는 300여 미터의 고공이었다. 동마천 빌딩은 부근 땅 위에 우뚝 솟아나 있었다. 그리고 내 발 아래는 그 중 최고 층이었다. 빌딩의 표면은 윤이 나고 깨끗한 유리로 덮여 있었다. 야공(夜空) 속에 흑요석과 같은 색상을 반사하는 것이 마치 한 마리 깊이 잠든 거대한 야수 같았다. 묵묵부답 침묵을 지키고 있는 자태가 소름을 끼치게 했다.
수영장에서의 그 대면 이후부터 나는 조아민의 지시에 따라 여강으로부터 그의 녹음 자료를 찾기 위해 시도했다. 그것을 도구와 카드로 써서 여씨 상업 제국의 하부구조를 열어젖혀 최종적으로 나의 목적을 실현하려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러한 사정은 매여 그녀들은 도울 수가 없는 일이었다. 철괴리와 정욱 역시 적합치가 않았다. 다만 시이윈만이 여전히 무조건적으로 나를 도왔다. 그래서 시이윈이 제공한 단서 하에 나는 변장해 신분을 숨긴 채 은밀하게 뒤를 쫓았다. 여강을 쫓은지 두 주일이 지난 후 간신히 그의 일상생활과 출행의 규칙을 알아냈다.
이미 파악된 정황에 따르면 여강은 비록 재벌이었지만 일을 하는 데는 아주 부지런했다. 게다가 시간을 준수했고 규칙이 있었다. 그는 통상 아침 9시에 집을 나서 CBD에 위치한 삼항집단 빌딩으로 출근했다. 점심은 그가 사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고급 음식점으로 가 먹은 후 그 곳에서 휴식을 취하다 오후 3시반에 회사로 돌아온다. 계속 6시까지 일을 했다. 만일 저녁에 접대 술자리가 없다면 그는 해지몽 구락부에 가서 업내의 친구들과 차를 마셨다. 11시 전후 집으로 돌아가 쉬는 것이었다. 당연히 반드시 어느 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알기로 여강은 목전에 정부가 세 명 있었다. 이미 그가 왕래를 끊은 백리원을 제외하고 바로 허미분과 허미방 자매였다. 그런데 내가 발견하고 놀란 것은 허미방의 남편이 뜻밖에도 진철림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그는 바로 양소붕의 예전 유능한 조수였었다. 삼항집단의 인수합병이 완성된 후 그는 다시 국자위로 되돌아가 부주임에 올랐다. 비록 수입은 국영기업과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정치적 대우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이었다.
진철림은 분명 자신의 처와 여강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처자와 다른 남자의 투정에 조금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내가 몇 번이나 본 바로는 여강은 공공연히 허미방의 집에 유숙하는 것이었다. 진철림이 도리어 그 가정의 제삼자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철림은 또 밖에 자신의 정부가 있었다. 보아하니 이들 관료사회의 인물들의 안중에는 부부라는 것은 다만 명의상의 표기에 지나지 않았다. 충성이나 윤리 같은 것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여강은 평시 홀수 날에는 그의 정부 집 안에 유숙했다. 첫째 주에는 허미분의 별장, 셋째 주에는 허미방의 집에서 보내는 식이었다. 그 밖의 시간에는 그는 기본적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허미분이 우리에게 그 같은 조교를 겪은 후 사람이 이전에 비해 더욱더 경건하고 정성스러워진 것이었다. 혹자는 말하기를 더욱 신경질적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여강에 대해 이전의 백방으로 의존하는 것으로부터 대단히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것으로 변해버렸다. 심지어 잠시라도 그와 같이 있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여강은 그녀에게 그렇게 마음을 쓰지 않았으므로 따라서 가면 갈수록 찾는 것이 적어졌다. 현재는 진정한 여강과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단지 허미방 한 사람이었다.
여강이 일상적으로 거주하는 집은 두 곳이었다. 하나는 매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제호화원이고 다른 하나는 목전에 우리의 눈 앞에 위치한 강생빌딩이었다. 이 호칭은 회해시 최고층의 마천루라는 것이었다. 강을 끼고 세워져 시야가 광활했다. 작년에 개장을 한 이래로 가격이 이미 16만 이상에 달했다. 이 곳에 입주하는 것은 바로 경제 실력과 사회 지위를 입증하는데 충분했다. 그리고 여강의 집은 60층의 복식 구조로 된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동생! 이렇게 높은데 너 정말 가능 하겠어?”
시이윈은 옥상의 안쪽에 서있었다. 비록 사람 키의 반 높이의 난간이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뚜렷하게 두려운 모습이었다. 심지어 감히 빌딩 밖을 쳐다보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이 빌딩을 잡입해 들어가는 것은 극히 쉽지 않았다. 강생빌딩의 관리부는 선진의 미국 보안 기술을 채택하고 있었다. 지문 인식 등의 절차를 포함하여 각 층 상하로 200개 이상의 CCTV가 공유되어 있었다. 각종 감시 체계가 없는 곳이 없었다. 보안은 합해서 3개 부대가 정기적으로 순찰하며 차례대로 교대를 했다. 나는 이 빌딩을 잠입해 들어가려 각종 방식을 테스트해봤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다행히 시이윈의 회사가 유리벽을 청소하는 일을 했다. 그녀는 회해시 절대다수의 고층 빌딩의 외벽에 대해 도급을 맡고 있었다. 강생빌딩도 예외가 아니었다. 따라서 나는 그녀의 엄호 아래 유유히 빌딩 옥상으로 잠입한 것이었다.
이 안은 전층에서 유일하게 CCTV 카메라가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새벽 7시 이전에는 보안이 옥상으로 순찰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낮에 잡입해 현재 이미 밤이 된 것이었다. 이어서 6시간의 풍족한 시간이 내게 행동하게끔 주어졌다. 당연히 제일 먼저 나는 여강의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때 이 트렁크 내의 장비가 쓰여질 것이었다.
이 때 나는 이미 전문가용 로프가 늘어진 장비를 입고 있었다. 행동의 편리를 위해 한데 연결된 흑색 상어 가죽 외투를 입고 있었다. 특수작전 전용의 안전벨트가 허벅지에 둘러져 있었다. 가죽 혁대가 내 사타구니를 바짝 조이고 있는 이유로 나의 가랑이 부위는 뚜렷하게 불룩하니 튀어 나와 있었다.
“동생! 그러고 있으니 그 안쪽이 너무 조이지 않아?”
시이윈의 눈 속에서 마치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언제인지 모르게 나의 등뒤로 걸어와 양 손을 내 사타구니 사이에 두고 있었다.
시이윈의 붉은 매니큐어를 칠한 하얀 손이 미끄러지고 있었다. 옷감을 통해 나는 하체가 약간 충혈되는 것을 느꼈다. 안전벨트 사이의 그 천 부위가 한 움큼 부풀어 올랐다. 나는 급히 손으로 붙잡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이! 현재 시간이 없어. 당신 날 도와 위쪽 동정을 관찰해야 해. 만일 무슨 특수한 상황이 벌어지면 반드시 전화로 내게 알려줘. 내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놨어. 당신 반드시 기억해야해.”
“응! 걱정마. 잘 알았어.”
시이윈은 마치 어린 꾸냥처럼 나를 바라봤다. 눈 속에는 애모와 숭배가 충만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내 얼굴 위를 어루만졌다. 털모자를 통해 가볍게 나의 입술을 매만졌다. 그런 후 발끝을 치켜들어 입술 위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동생! 자기 이러니까 너무 섹시해.”
시이윈은 홍색 매니큐어를 칠한 가는 손가락 하나를 세워 자신의 화려한 붉은 입술 위를 미끄러뜨렸다. 양쪽 남색 아이새도우를 칠한 커다란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 입 속으로 애교 섞인 음성이 흘러 나왔다.
“나 아래가 온통 젖었어. 여기서 자기랑 하고 싶어.”
그녀에 의해 도발이 되자 피가 뜨겁게 끓어 올랐다. 하마터면 이 옥상에서 그녀를 끌어 안고 회포를 풀 뻔 했다. 하지만 밤의 임무가 힘든 것을 생각했다. 사타구니 밑 왕성한 욕망을 강하게 참으며 시이윈의 향그럽고 풍만한 육체를 끌어 안고 그녀의 화려하기 그지없는 붉은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며 말했다.
“이이! 착하지? 일이 끝난 후에 내가 반드시 당신을 죽여줄께.”
나의 키스 때문인지 아니면 나의 약속이 작용을 한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시이윈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여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그녀는 허리를 비비꼬며 응석부리듯 말했다.
“그럼 자기 조심해야 돼. 빨리 돌아와야 돼. 이이를 너무 기다리게 하면 안돼.”
나는 말없이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후 옥상의 가장자리를 밟고 올랐다. 면전에 심원한 야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나는 마치 한 마리 참매와 같이 산 꼭대기에 서서 중생을 굽어봤다. 이 번화하고 또 소란스러운 대도시를 마주보며 나는 깊이 또 깊이 밤하늘의 공기를 한 모금 들이켰다. 75층의 빌딩 정상에 유동치는 공기는 차가움을 안고 있었다. 입가로 마치 시이윈의 습하고 뜨거운 입술의 향기가 걸려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심신을 가다듬었다. 몸을 훌쩍 날려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흑암 속으로 뛰어 들었다.
나의 신체는 공중에서 20미터 좌우를 미끄러져 떨어졌다. 수중의 위를 향한 줄에 힘을 주었다. 8자형의 완강기 링이 갑자기 조여지며 아래로 떨어지는 속도를 상쇄했다. 나의 신체는 허공에 오래 떠있지 않고 차제에 유리벽을 밟으며 양 다리의 힘을 빌어 나를 바깥쪽으로 밀었다. 재차 지구인력 하의 자유롭게 떨어지는 활동을 했다. 동일한 거리에 가까웠을 때 나는 재차 힘을 거두어 들여 모양 그대로를 반복했다. 이런 식으로 나는 수중을 공제해 줄의 힘을 조절했다. 신체는 끊임없이 유리막으로 된 벽 위를 떨어져 내렸다. 야공 중에 나는 마치 한 마리 커다란 박쥐처럼 빌딩의 유리 표면 위를 왕래했다. 그리고 다리 아래는 일편 심원한 허공이었다. 약간만 부주의해도 떨어져 내려 분신쇄골이 될 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레펠은 내게 있어 다만 보통의 필수 기술 중 하나일 뿐이었다. 나는 일찍이 밧줄을 이용해 보다 더 높은 빌딩에서 시험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십여분이 가까웠을 때 나는 이미 여강의 집이 소재한 60층으로 떨어졌다. 자물쇠를 채워 폐쇄시켜 자신을 반공중에 수직으로 걸리도록 만들었다. 나는 흑색의 강화유리 위에 붙어 천천히 예정된 목표를 향해 이동해 갔다. 강화유리는 공구를 이용해 자를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전에 나는 이미 망원경으로 관찰해 여강의 집 일층에 발코니가 오픈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발코니를 닫고 있는 것은 단지 한 겹의 보통 유리문이었다.
나는 비스듬히 발코니 위로 떨어져 들어갔다. 버클을 풀어 로프와 신상의 안전벨트를 벗었다. 활동하는 중에 약간 허벅지가 저렸다. 이어서 발코니 안의 광경을 관찰했다. 거실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다만 건너편 빌딩의 탐조등의 잔조를 통해 윤곽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장갑을 낀 손을 유리문의 손잡이 위에 놓았다. 문짝에 손을 대자 바로 열렸다. 분명 여씨 집안은 발코니의 안전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었다. 또한 이 안에는 방범 설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필경 상식적으로 수백미터 높이의 공중을 비행해 집으로 들어올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었다. 당연히 이것은 또 나에게 편리를 제공해 주었다.
오늘 밤은 수요일이었다. 규칙에 따라 여강은 허미방의 집에서 유숙을 할 것이었다. 그리고 몽란은 최근 연경에서 아들을 구명하느라 바빴다. 이 시각 집안에는 고용인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나는 아주 편하게 그 물건을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전을 염려해서 나는 불을 키지는 않았다. 다만 휴대하고 있는 강렬한 전술용 손전등을 켰다. 눈부신 광선을 빌어 이 집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 곳은 3층으로 되어 있는 복식 주택이었다. 총 면적은 600평방미터 이상이었다. 안쪽은 ‘회해 제일 갑부’ 라는 말에 어울리는 호화스러운 치장이 되어 있었다. 화려하고 웅장한 거실 안은 서구식 풍격의 가구가 늘어져 있었다. 발 아래는 푹신하고 두터운 페르시아 카펫이 깔려 있었다. 각종 현대식 가전이 빠짐없이 설비되어 있었다. 일층 거실 옆은 현대식 주방이었다. 안에는 독일 원산지의 주방 가전이 채택되어 있었다. 또 두 칸의 고용인이 거주하는 방 같은 것이 있었다. 나는 그들을 놀라게 하지 않고 곧장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층에는 음향 영상실이 하나 그리고 서재 하나와 연성방이 하나 있었다. 음향 영상실 안에는 커다란 스크린 TV와 고급 음향시설이 설비되어 있었다. 재떨이 사용 흔적을 통해 이 안에 남자 주인의 흔적이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연성방 안에는 전문적인 성악 설비가 되어 있었다. 이 곳은 자연 몽란의 세상이었다. 서재 안에는 미국식 가구 일색이었다. 책장 안에는 아주 많은 정장판 책들이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서적의 아주 새로운 정도로 보아 서재의 주인은 그것들을 단지 장식용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서탁 아래 안쪽에 있는 새 컴퓨터를 꼼꼼히 살폈다. 하지만 약간의 채팅과 오락 소프트웨어 외에는 소득이 없었다.
나는 계속 삼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이 곳에는 모두 세 칸의 침실이 있었다. 객방은 사용한 흔적이 없었다. 이어져 있는 것은 여천의 방이었다. 안에는 아주 많은 애니메이션 서적과 인형 장난감들이 들어차 있었다. 또 PS3와 XBOX 등의 오락기가 있었다. 그리고 몇 벌의 색상이 화려한 여성용 팬티가 있었다. 나는 그의 옷장 안에서 한 권의 앨범을 찾아 꺼냈다. 안에는 아주 많은 나체 여인의 사진이 있었다. 절대 다수는 그가 이들 여인을 간음할 때 찍은 것이었다. 이 여인들의 연령 간격은 아주 컸다. 10대의 어린 꾸낭부터 40대의 무르익은 여인까지 모두 있었다. 나는 대충 뒤적였다. 낯익은 얼굴은 발견되지 않았다. 옆쪽에 던져 두었다.
여강의 안방은 더욱 호화로웠다. 두 개의 독립적인 드레싱룸이 남녀 주인에게 서비스 하기 위해 분리되어 있었다. 몽란은 또 전문적인 화장룸이 따로 있었다. 안에는 값비싼 고급 화장품과 향수가 가득 늘어져 있었다. 실내에는 한 줄기 달콤하면서 느끼한 향기가 가득했다. 침실 안에는 호텔의 커다란 침대에 필적할만한 침상 위에 침구가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누군가 위에서 잠을 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모든 옷장과 서랍을 뒤적여 살폈다. 어떠한 유용한 것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씩씩거리며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이층 계단 위를 걷고 있을 때 나는 갑자기 일층 거실의 불이 환하게 켜지는 것을 발견했다. 현관쪽으로부터 누군가 대화하는 목소리가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나는 마음 속으로 놀랐다. 급히 수중의 손전등을 껐다. 이 시간 어째서 일층에 사람이 있는 것인가? 설마 고용인이 일어난 것인가? 나는 발끝으로 디디며 남몰래 계단을 통해 미끌어져 내려갔다. 벽이 바짝 기댄 채 거실을 바라봤다.
거실 안은 그 화려한 수정등이 실내를 비치고 있어 밝았다. 주방 문 입구 있는 곳에 하나의 긴 테이블이 있었다. 이 순간 두 사람이 긴 테이블 앞에 서서 말을 하고 있었다. 그중 남자는 올백 머리를 빗어 올렸고 키가 컸다. 매의 코에 얇은 입술 바로 우리의 대원수 여강이 아니던가? 그는 오늘 마땅히 진철림의 집 침상에 올라 있어야 하지 않은가? 어째서 이렇게 일찍 돌아 온 것인가?
다른 한 여인은 나에게 등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 높이 쪽을 진 시뇽 헤어와 작고 정교한 몸매는 그녀의 신분을 넌지시 내비치고 있었다. 몽란은 상반신에 아주 얇은 붉은색 시폰 브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은회색의 미니 스커트가 그녀의 그 풍만하고 둥근 둔부를 감싸고 있었다. 양 쪽의 아주 길지는 않지만 균형이 잡힌 하얀 다리는 11센티 높이의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그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기 보다는 싸우고 있다는 표현이 맞았다. 당연히 목소리가 보다 큰 것은 몽란이었다.
“당신은 사람도 아니야. 아들을 감옥에서 꺼내지도 못했는데 당신은 오히려 창녀 년이나 찾아갈 생각을 하다니. 그 백가 년에게 미쳐 다니더니 이제 또 허가 년을 찾아가고. 당신 정말 난봉꾼이야.”
몽란의 목소리는 앙칼지고 또 저속했다. 조금도 무대 위의 감미롭고 고아한 풍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신 무슨 신경을 쓰는 거야? 내 일을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잖아.”
여강은 분명 심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유리잔을 꺼내 안에 술을 반쯤 따랐다. 그런 후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러셔? 내가 상관 안하는게 당신에게 가장 좋겠지. 당신 그래야 당당하게 그 창녀 년들과 주색에 빠지시지. 심지어 자기 집 아이도 모두 필요 없고.”
몽란은 양 손을 가슴 앞에 안은 채 계속해서 냉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당신 그 말이 무슨 뜻이야? 이 몇 년간 내가 당신들을 푸대접한게 있어? 애한테 차 한대 또 한 대. 당신이 산 그 많은 사치품, 향수, 가방. 내가 당신에게 한 마디라도 한 적 있어? 게다가 그 무슨 금색홀? 당신이 순회공연 한 번 할 때마다 나는 일천만씩 썼어. 그 돈이 내 돈이 아니면 누구의 돈이야?”
여강은 약간 격동한 듯 했다. 그는 팔을 휘두르며 말했다.
“당신 돈이 뭐 어째? 당신에게 시집을 왔으니 입혀주고 먹여줘야지. 나 열여덟에 당신 같은 영감에게 시집을 와서 떡두꺼비 같은 아들까지 낳아 주었는데 당신 돈을 쓰니 뭐니 어떻다고? 당신 돈을 마누라랑 아들에게 안쓰면 설마 그 창녀 년들에게 남겨 주려는 거야?”
몽란은 말을 듣더니 더욱 화가 치미는듯 입으로는 조금의 정도 남기지 않고 매섭게 쏘아 붙였다.
몽란은 키는 작았지만 입심의 기세는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그녀의 이번 책망에 곧바로 여강의 기세는 억눌려졌다.
“좋아, 좋아! 끝없이 그러지 말자고. 일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웃음거리 되겠어.”
여강은 술을 몇 잔 들자 몸에 약간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와이셔츠의 네크라인 쪽 몇 개 단추를 풀어 회백색의 체모가 난 가슴팍을 노출했다.
“웃음거리? 하하! 당신네 여씨 집안은 현재 전국민의 웃음거리가 되어있어. 당신이 그걸 신경이나 써?”
몽란은 양 손을 가슴에 포갠 채 계속해서 냉소하며 말했다.
“제기랄! 당신 끝낼 거야? 말 거야?”
여강은 분명 격노한 듯 했다. 그의 눈에 흉광을 드러내며 말했다. 양쪽 길고 짙은 눈썹이 치켜 올려지며 아주 자연스럽게 효웅의 기세를 드러내 놓았다.
그의 이 성을 낸 효과는 확실히 괜찮았다. 몽란은 정황이 약간 이상한 것을 알아차리고 즉시 그 신랄하던 입을 다물었다. 다만 양 다리는 아직 성이 덜 풀린 듯 하이힐 축으로 카펫을 걷어찼다.
“당신 이렇게 늦게, 심지어 비행기까지 타고 돌아온 것은 뭘 하려는 거야?”
여강은 처자의 기세가 수그러드는 것을 보고 다시 그녀를 계속 핍박하지 않고 일부러 화제를 돌리는 것이었다.
그는 말을 하며 주방을 걸어 들어갔다. 삼문 냉장고에서 생선회 한 접시를 꺼냈다. 그는 손으로 직접 생선회를 집어 들어 입 속으로 넣었다. 마치 저녁을 충분히 먹지 못한 것 같았다.
“뭘 하다니? 매일 그러는게 아니잖아. 당신은 아버지가 돼서 어떻게 된 일이야? 아들이 안에서 고생한지 일개월이나 지났어. 당신은 듣지도 묻지도 않으니. 당신의 친아들이 아냐?”
몽란은 무엇인가 환기가 된 듯이 입으로 퉁명스레 대답했다. 손을 내밀어 여강 수중의 술잔을 빼앗아 반쯤 남은 술을 자신의 입 안에 한 입에 털어 넣었다.
“내가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어? 나 같은 이런 종류의 사람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면 미디어들이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고. 조금의 바람이라도 불어 풀이 살랑거리기만 해도 회사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따라서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내 놓는 것은 안좋다고.”
여강은 얼굴에 난색을 표명하며 말했다.
“얼굴을 노출하면 안되면 당신 암암리에 일은 못해?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들어내는 일은 전부 나 혼자에게만 맡기니 다른 사람들이 당신 친아들이 아닌줄 여기잖아.”
몽란은 매우 각박하게 비꼬며 말했다.
“당신이 쉽지 않다는 것 잘 알고 있어. 사실 나 역시 아주 많은 심사를 쓰고 있어. 아주 많은 사람한테 부탁을 했다고. 하지만… 이 일이 조금 복잡해.”
여강은 무슨 말을 하려다 멈추는 모습이었다.
“복잡? 뭐가 복잡해? 양소붕 그 복잡한 사건도 당신 전부 해치웠잖아. 자기 아들 일은 왜 못해? 당신 동생 그 쪽은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몇 번이나 찾아갔는데 회피하고 만나주지도 않아. 전화도 안 받고.”
몽란은 여강의 얼굴색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몰아 붙였다.
“둘째 그 쪽도 쉽지가 않아. 최근 국내의 한 무더기 변호사와 기자들이 한데 뭉쳐 그를 공격하고 있어. 그런 상황이라 개입하기가 매우 좋지 않아.”
여강은 절반쯤 먹던 생선회를 내려놓고 다시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그럼 당신, 당신네 나으리는 찾지 않는 거야? 당신네 남자들 종일 붙어다니는 모습은 가관이더니 일이 닥치니까 방법이 없는 거야?”
몽란은 코웃음을 치며 웃으며 말했다.
“허! 당신 주공을 어리숙히 여기는 거야? 이 일은 바로 그를 향하고 있는 거야. 그 사람은 계속 그의 마음 속 우환이야. 현재 명확하게 그의 일도(一刀)가 필요하게 되면 주공은 자연히 우리 이쪽 편에 서게 될 거야. 하지만 정황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여강은 목소리를 낮추며 신비롭게 말했다.
그가 애써 목소리를 낮추자 듣기가 모호했다. 나는 최대한 귀를 세웠지만 단지 몇 마디만을 포착할 뿐이었다. 여강은 마치 하나의 무슨 회의를 언급하는 듯 했다. 주공이 이것에 아주 신경을 쓰는 듯 했다.
“노… 장부터 떨… 어뜨린 후… 중앙… 공석, 주공… 뜻을 피게 돼.”
“노… 장? 그는 병으로 죽지 않았어?”
몽란은 약간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높아져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좀 작게. 당신 무슨 소리를 막 질러?”
여강은 안색이 변하며 손으로 몽란의 작은 입을 가로 막았다. 좌우로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마치 누군가 듣기라도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 했다.
여강이 이렇듯 실태를 보이는 모습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중에 나온 그 “노… 장”은 누구인가? 어째서 이 말을 하자 여강이 몽란의 말을 끊은 것인가? 다만 애석한 것은 방금 그 말을 자세히 듣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묘사하는 것을 보건대 “노… 장”은 분명 대인물인 것이었다.
“부녀자는 남자의 일에 관여하는게 아냐. 현재 관건의 시각이니 약간의 실수만 있더라도 화를 초래할 수 있어.”
여강은 내놓고 점잖게 몽란을 교육하는 모습이었다.
“난 상관없어. 당신네 남자들은 상석이니 하석이니 누가 일도니 양도니를 좋아하지만 그것은 당신네들 일이야. 어쨌든 우리 집 애 날이면 날마다 감옥에 앉아 있을 수는 없으니 당신이 좋은 방법을 찾아봐요. 하루 종일 나한테 이유만 대지 말고.”
몽란은 퉁명스레 여강의 어깨를 치는 것이었다. 그녀의 태도는 뚜렷이 약간 누그러져 있었다.
“그거야 당연하지. 아들은 내 성 여씨야. 무슨 일이 벌어지면 최후에는 다 내가 웃음거리가 되는 거야. 당신은 계속해서 좋은 변호사를 찾아봐. 더 많은 댓글 알바를 고용해 뉴스를 발포하라고. 나는 위에다 사건을 좀 끌라고 할테니. 네티즌들의 관심이 다른 것으로 옮겨 가길 기다려 때가 되면 다시 신중하게 논의하자고.”
여강은 기회를 잡아 이야기를 하며 처자의 어깨를 끌어 안았다. 이번에 몽란은 그를 거절하지 않았다.
여강이 몽란을 안고 계단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나는 서둘러 뒷걸음을 쳤다. 복도에서 화장실을 찾아 문을 열고 자신을 문 뒤에 숨겼다. 들으니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가면 갈수록 가까워졌다. 그런 후 이층을 지나쳐 삼층으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서야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다만 바라보이는 것은 네 개의 다리가 계단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몽란의 11센티미터 하이힐을 신은 양 다리는 눈처럼 새하얗고 가늘었다. 나의 각도에서 보자니 은회색 미니스커트 안으로 눈부시게 새하얀 둔부살과 흑색 삼각팬티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여강의 큰 손이 짧은 미니스커트 위를 주무르고 있었다. 몽란은 분명 남편의 거동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양 다리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마치 즐거운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말하는 말투 역시 적지않게 부드러워져 있었다.
“당신 최대한 빨리 좀. 우리 아들이 감옥 안에서 고생하고 있어.”
“내가 학가에게 분부를 내리지 않았겠어. 천아에게 일인실을 주고 뭐든 요구하는 것이 있으면 모두 우리 장부에 달아 놓으라고… “
여강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져갔다. 두 사람은 이어서 안방 침실 문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이러한 에피소드를 통해 나는 여씨 집안의 요즘 정황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보아하니 연경시에 까지 미치는 그들의 영향력은 또 너무 큰 것이었다. 비록 이번 일 역시 우리 이쪽의 실력으로 폭로를 한 것이지만 여강의 말을 통해 볼 때 간파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즉시 양씨 집안의 역량에 의심을 품었고 아주 자연스럽게 그 “주공”의 정치상의 적수의 솜씨라고 여긴 것이었다. 당연히 이렇게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장점이 있을 뿐 나쁜 점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집에 난입한지 이미 2시간이 가까웠지만 이번 걸음의 임무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설마 여강은 그 물건을 집안에 두지 않았단 말인가? 그럴 리 없어. 내가 이미 그가 소유한 배경과 규칙을 완전히 조사를 했어. 그의 소심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보아 그렇게 중요한 물건은 반드시 자신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에 놓아야 해. 그리고 삼항집단이 소재한 빌딩은 내가 이미 기회를 빌어 수색을 한 적이 있었다. 여강은 분명 자신이 일하는 곳에는 두지 않은 것이었다. 그럼 유일하게 가능한 곳은 바로 최근에 머무른 곳이었다. 그 물건은 분명 이 집안에 있는 것이다. 틀림 없었다.
문제는 바로 이 집안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아직 찾지 못한 저장 공간일 것이었다. 만일 여강 부부 두 사람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나는 심지어 벽을 모두 시험해 봤을 터였다. 안이 비어 있는지의 여부를 살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 점은 분명 불가능했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그 물건을 손에 넣어야 하는 것이다. 적은 밝은 곳에 나는 어두운 곳에 있는 상황이 내게 더욱 유리한 것이다.
나는 일층으로 걸어 돌아갔다. 그 수정등은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어 넓은 거실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거실 안에 서서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나의 시선은 저절로 천장 위 연기화재경보기 위를 향했다. 뇌 속으로 문득 무엇인가 스쳐 지나갔다.
나는 주방으로 걸어가 가스레인지를 켜는 것과 동시에 가스레인지 후두 환풍기 코드를 뽑아버렸다. 나는 프라이팬을 파란 불꽃 위에 올려 놓았다. 손으로 그 먹다 남은 생선회를 집어와 식용유를 붓지 않은 아주 빠르게 가열된 프라이팬에 넣었다. 한 줄기 냄새가 진동하며 푸른 연기가 피어 올랐다.
연기가 가면 갈수록 짙어지자 천장 위 그 쉬지 않고 붉은 점을 번쩍거리던 경보기가 마침내 발견했다. 이어서 “띠띠띠” 하는 경보음이 일었다. 실내의 자동 소방시설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스프링쿨러가 물줄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가스레인지를 잠그고 일절 모든 것의 원상태를 회복한 후 이층으로 달렸다. 이 때 고용인들이 모두 뛰쳐 나왔다. 손발을 어지러이 움직이며 뭐라고 고함을 쳐댔다.
나는 계속 이층 화장실 안에 숨어 있었다. 과연 얼마가 지난 후 발자국 소리가 삼층에서 계속 전해져왔다. 그런 후 연성실 방향으로 내달리는 것이었다. 나는 신속하게 뒤를 따랐다. 다만 보이는 것이 여강이 한 쪽 면 거울 앞을 미는 것이었다. 그런 후 거울이 자동으로 이동하여 열리며 후면의 흑색 금속의 윤곽이 드러났다. 원래 비밀은 그 거울 뒤쪽에 있는 것이었다. 나는 계속 이 곳은 몽란이 노래를 연습하기 위해 사용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여강이 비밀을 자기 여인이 늘상 사용하는 곳에 놓아 두었으리라는 것은 생각지 못했다. 이것은 완전히 보통사람의 사유 능력을 벗어난 것이었다. 여강의 심사는 확실히 치밀하고 간교스러웠다.
여강은 한 동안 그 곳에 서있었다. 그가 무슨 동작을 하는지 볼 수 없었다. 벽 위의 금속 금고가 자동으로 개방이 되었다. 그는 안으로 손을 집어 넣어 무엇인가 꺼내려 했다. 이 때 경보음이 멈췄다. 그는 경계하듯 고개를 돌려 살폈다. 실내에는 아무런 동정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 손 안의 물품을 되돌려 놓았다. 다시 금고를 닫은 후 거울을 원위치로 돌렸다. 그가 밖으로 걸어 나왔을 때 나는 이미 숨어 있었다.
여강이 일층으로 실정을 살펴보러 가는 것을 본 후 나는 기회를 틈타 연성실로 들어갔다. 그가 한 절차에 따라 거울을 밀어 젖히자 뒤쪽에 과연 하나의 금속 금고가 드러났다. 이 비밀 금고는 열쇠구멍이 없고 단지 하나의 캠과 같은 설비가 있었다. 위쪽에 있는 LED 등이 녹색빛을 번쩍이고 있었다. 나는 보고서 바로 알아차렸다. 이 비밀 금고는 홍채인식 장치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다만 여강이 눈 앞에 서 있을 때에만 열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순간 나는 이미 원하던 것을 안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순간 근본적으로 비밀 금고를 열 방법이 없었다. 다만 먼저 물러난 후 다시 생각해볼 일이었다. 내가 일층으로 걸어갔을 때 다수의 보안들이 이미 정황을 조사하러 몰려온 것을 발견했다. 여강은 잠옷을 입은 채 그들을 꾸짖고 있었다. 두 명의 고용인은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발코니 위로 되돌아가 로프를 잡았다. 버클을 채운 후 힘을 주어 위로 세 번을 흔들었다. 그런 후 양 손을 교차해 잡으며 위쪽으로 로프를 타고 기어 올라갔다.
이번에는 하강할 때처럼 그렇게 쉽지 않았다. 내가 옥상으로 되돌아 왔을 때는 이미 양 손이 거의 마비될 지경에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시이윈은 내가 막 옥상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보자 앞으로 달려와 나를 안았다. 매우 근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동생! 괜찮아? 나 빌딩에서 경보가 계속 나는 것을 들었어. 무슨 일이 발생한 거야?”
“아무 일 없어. 난 이미 임무를 완성 했어. 갑시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달랬다. 두 사람은 쾌속하게 원래대로 빌딩 청소하는 모습으로 갈아 입었다. 빌딩 보안들이 모두 여강의 집으로 달려간 틈을 이용해 그 곳을 빠져 나왔다.
회해시 신화빌딩 25층, “유니버셜” 잡지라는 금색 커다란 글씨가 통로 위에 새겨져 있었다. 한 드넓은 인터뷰실은 광선으로 점거되어 있었다. 백색 장막 뒤 외형이 마치 전자 검안기 같은 기계가 있었다. 나는 기계 뒤에서 이어질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막 밖, 양내진과 25살 전후의 젊은 남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이어질 인터뷰 내용을 체크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남자의 키는 나와 비슷했는데 마른 몸매에 꼭 맞는 양복을 입고 있었다. 격자무늬 넥타이에 머리에는 무스를 발라 고정시켜 조금의 빈틈도 없었다. 아주 영준한 얼굴에는 찬란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보아하니 그의 나이에 걸맞게 젊어 보였다. 전신에는 햇살의 숨결이 충만했다. 그와 정장을 입고 있는 양내진은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주 잘 어울렸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양내진이 이를 드러내며 크게 웃는 것이 그녀의 모습으로 보아 아주 즐거운 것 같았다.
나는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고 계속 수중의 측정기를 조작했다. 이것은 내가 막 연경으로부터 가져온 것이었다. 지난 번 강생빌딩에서 돌아온 후 나는 즉시 윌라 수를 통해 이러한 홍채 인식 복제 측정기가 실험실 단계에 있는 것을 알아냈다. 또 윌라 수만이 이런 단기간 내에 나를 위해 현재 저것을 원하는 장소에 사용하도록 보내줄 수 있는 것이었다.
옆에서 향풍이 전해져 왔다. 양내진이 이미 나의 신변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가 측정기를 조작하는 것을 바라봤다. 얼굴에는 아직 웃음기가 가시지 않았다.
“이게 가능할 것 같아?”
그녀는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문제 없어. 이미 시험해봤어.”
내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이어서 물었다.
“너 그 쪽은?”
“임위 정말 죽여줘. 그는 우리 계통의 첫째가는 수재야. 현재 이미 유니버셜 잡지의 수석기자라니까.”
양내진이 이 젊은 기자를 들먹이는 것이 마치 손바닥을 들여다보는 듯 했다.
나는 여강이 늙은 여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절대 경솔하게 대중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는 부지불각 중에 그의 홍채 정보를 취해야 했다.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유일하게 부합되는 것이 미디어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양내진이 다니는 회사는 또 여씨 집안을 공격하는데 도움을 준 매체였고 그리고 나와 양내진은 모두 얼굴이 드러난 사람이었다. 여강과 접촉하며 얼굴을 마주하기에는 불편했다. 최후로 양내진의 추천으로 우리는 유니버설 잡지사를 찾았다. 예상 밖으로 이 잡지사는 뜻밖에 이 인터뷰를 계속해서 진행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들의 진정한 목적을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임위만이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자세히 알 뿐이었다. 그의 도움이 없으면 일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임위는 양내진과 매우 친한 듯 했다. 결국 그들은 일찍이 같은 대학에 같은 전공을 수강한 것이었다. 그들은 같은 교육 배경과 성장환경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연결되는데 조금의 장애물도 없었다. 하지만 임위의 양내진에 대한 태도는 약간 과도한게 친절하다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나는 또 그의 언행에 대해 뭐라고 말 할 수는 없었다. 이 일은 그의 무대 위에서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만 막후에 서서 감시하고 제어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필경 이러한 일은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아주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전문적인 배경을 갖추고 또 드러나 있지 않은 사람은 이 임위 말고는 정말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실외에서 일진 떠들썩한 발자국 소리가 전해져 왔다. 나와 양내진은 서로를 쳐다봤다. 주인공이 온 것이었다. 과연 여강이 잡지사 몇몇 고위 관리층을 동석하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는 근사한 양복에 가죽 구두를 빼입고 있었다. 하지만 임위는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았다. 그는 미소를 띠며 여강에게 악수하며 인사를 했다. 동시에 완곡하게 잡지사 지도자가 장내에 같이 있는 것을 거절했다.
실내에는 이미 두 개의 소파가 놓여져 있었다. 여강은 사양치 않고 넓직한 윗좌석에 앉았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임기자! 물어볼 것을 좀 빨리 합시다. 나의 시간은 아주 귀중하니까.”
“여회장님! 서두르지 마시죠. 이번 인터뷰는 우리가 당신을 위해 맞춤제작하는 것입니다.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의 여부는 당신의 협조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임위는 미미하게 웃었다. 그는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답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여강을 움직이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유니버셜 잡지사의 후광을 빌린 것이었다. 근래 각계 미디어에서 여강에 대해 꺼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여천의 윤간사건 이후 신문잡지 TV 등에서 마구 보도를 하는 바람에 여강은 미디어 상에서 아주 손해를 보고 있었다. 더욱이 기자는 도둑으로까지 여길 정도였다. 하지만 유니버셜 잡지는 인민일보의 산하 기구였다. 천생 정부의 배경이 여강의 망설임을 경감시켰다. 아울러 임위가 조준해서 꺼내 들은 홍보 방안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여강이 할 말을 할 생각이 들게 한 것이었다. 주목적은 몇 가지 유언비어에 대한 반박 더 나아가 여강의 미디어 상의 이미지 상승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임위가 자신의 요구와 견해를 꺼내든 후, 여강은 비록 약간 적응이 안되었지만 최대한 힘을 다해 배합했다. 기타 불필요한 말은 버려버리고 두 사람의 대담은 듣기에 또 매우 근사했다. 임위의 문제 접근 아울러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의 장악 등은 대단히 노련했다. 그리고 여강은 더욱 차분하게 잘잘못을 논했다. 그의 언행 속에는 효웅의 기운이 충만했다. 자신만만한 것이 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자신에게 불리한 소문에 대해 그는 모두 정면에서 반격을 했다. 하지만 자세를 낮추며 큰 일을 가볍게 처리했다. 담화 과정 중 수 차례 자신의 기억을 인용했다. 특별한 것은 자신이 걸어온 창업 역정이었다. 자신을 역사 조류를 따른 개혁자와 기업가로 묘사했다. 만일 우리가 앞서 그의 역사를 정확히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정말 그에게 미혹되기 쉬웠을 것이었다.
인터뷰가 반쯤 지나자 임위는 중간 휴식 시간을 빌어 몸을 일으키며 자연스럽게 말했다.
“여회장님! 제가 심리게임 하나를 하려 하는데 감히 배합을 좀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전 인터뷰가 그에게 남겨놓은 인상이 괜찮았기에 여강은 임위의 요구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반대로 그의 말 속 격장지계가 그의 호승심을 일깨웠다. 그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
“감히 어찌 안한다고 할까요! 어떤 초식인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야 할겁니다.”
임위는 미미하게 웃었다. 그는 장막 옆으로 걸어가 막을 잡아당겨 틈을 하나 내 홍채인식 카메라 파인더를 노출시켰다. 그런 후 가죽으로 된 등받이 의자를 앞쪽에 놓고는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회장님 앉으시지요.”
여강은 비록 까닭은 몰랐지만 그의 말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의 키로 의자에 앉자 머리 부위가 카메라와 딱 마주했다. 임위는 침착하게 카메라 파인더를 벗기며 말했다.
“여회장님! 눈을 카메라에 맞춰 주시죠. 그런 후 정신을 집중하고 이십초를 움직이지 않는 겁니다. 이 때 제가 회장님께 문제를 낼 겁니다. 회장님은 즉시 대답을 해야 합니다. 생각할 시간을 가지시면 안됩니다.”
그의 말의 설복력은 아주 강했다. 여강이 이 순간 어찌 약한 모습을 보이겠는가? 그는 즉시 임위의 지시에 따랐다. 나는 보기 드문 기회가 온 것을 보고 즉시 조작을 하기 시작했다.
이십초가 아주 빠르게 흘러갔다. 임위의 심리문답은 7, 8 가지였다. 여강의 대답은 아주 신속했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분명 그의 대뇌는 연령에 따른 쇠퇴를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어찌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이미 그 잠깐의 이십초를 이용하여 그의 홍채 정보를 기록한 것이었다.
이 작은 게임은 여강의 심정을 더욱 유쾌하게 만든 것 같았다. 우리가 장막 뒤에서 옆문을 통해 철수할 때 그는 여전히 임위와의 대화에 그 열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완전히 일장 먹구름이 그의 머리 위를 향해 몰려들어 올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시각은 이미 멀지 않은 것이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