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장
허미분은 미용실 안에서 걸어 나와 선글라스를 꼈다. 그녀는 담황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불규칙한 연꽃 잎이 그려진 치마 아래쪽으로 새하얗고 섬세한 다리가 노출되어 있었다. 발에는 11센티 미터 높이의 웨지힐 샌들을 신고 있었다. 가느다란 뒤축 힐이 그녀를 적지 않게 우뚝 서도록 했다. 비록 그녀의 키는 166 전후였지만 비율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양 다리가 실제보다 더욱 길어 보였다.
요 근래 들어 그녀는 계속 자신의 용모와 몸매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그 대가 역시 당연히 적지 않게 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녀의 연령에 달한 모든 여인이 이처럼 가냘프고 눈처럼 새하얀 몸매를 보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체중은 계속 54키로를 초과한 적이 없었다. 허리는 가늘고 부드럽고 피부는 탱탱하니 탄성이 있었다. 단지 눈가의 잔주름과 목주름만이 이따금 그녀의 실제 연령을 짐작케 할 뿐이었다. 하지만 평상시 그녀는 화장품을 이용해 가리고 다니는 것이었다.
오늘은 흐린 날이었다. 야외의 햇빛이 구름층을 여과해 신상에 내려 쪼이는 것이 평소처럼 그렇게 뜨겁지 않았다. 허미분은 약간 흡족해서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마음 속으로 내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다행이라 생각했다. 현재 머리 위 구름 층은 아주 조밀했다. 햇빛에 자신의 새하얀 피부에 자외선이 쏘일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 이 하얀 살에 적지 않은 신경과 금전을 쓴 것이었다. 수입 화장품을 사용해 공을 들인 것이었다.
여인에게 있어 용모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젊은 시절 자신에게 달라붙던 남자들… 그것은 자신의 얼굴과 몸매 때문이 아니었던가? 여인은 단지 이 두가지 타고난 것을 잘 보호하면 죽자 살자 일할 필요가 없었다. 아주 많은 것이 저절로 딸려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집, 차, 의복 그리고 남자…
뒤의 두 글자를 생각하자 허미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묘한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 이십년 전으로 되돌아가면 그녀에게 있어 이 단어는 완전히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날 자신 이미 기타 가질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유했지만… 남자! 이 단어는 마치 가까운 지척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하늘 끝 멀리 있기도 한 것이었다.
생각이 이에 이르자 그녀의 마음 속은 다시 약간 평형을 잃었다. 자신 분명히 그렇게 많은 노력을 바쳐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큰 편의를 주게 한 것이었다. 비록 이 몇 년 간의 소득이 적지 않은 것이지만 자신 진정 바라는 것은 여전히 공백이었다. 설령 대체품이더라도 그것 또한 가면 갈수록 드물어지는 것이었다. 현재는 나이트 클럽 같은 곳 앞에 가서 세심하게 화장을 떡칠해 자신의 연령을 불빛 아래 드러내지 않게 해야 그들 젊은 육체들을 데리고 침대 위로 오를 수 있었다. 그들 청춘의 활기를 이용해 자신의 공허를 메우는 것이었다.
이 미용원 위치는 비교적 외진 곳에 있었다. 허미분 자신의 차는 건너편의 한 주차장 안에 주차해 놨다. 그녀가 찻길을 건너가려 할 때 갑자기 한 대의 군녹색 SUV가 쏜살같이 다가와 아주 아름다운 커브를 그리며 회전했다. 그런 후 적당한 브레이크와 함께 그녀 옆에 멈췄다. SUV의 창문이 천천히 하강했다. 운전석 위 한 젊은 남자가 그녀를 보고 미소 지었다.
그 남자는 비록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두발은 농밀하고 윤곽은 분명했다. 콧날은 높이 서있고 반듯한 아랫턱 중간에는 한 줄기 섹시하게 패인 흔적이 있었다. 입가에는 냉혹함을 실은 한 줄기 얽매이지 않는 웃음기가 걸려 있어 그녀로 하여금 자연히 마음 속 깊이 찬탄을 발하게 했다. 이 자식 정말 잘 생긴 놈이다!
“헤이! 미녀 아가씨? 어디 가? 내가 태워다 줄까?”
그 순간 이 젊고 잘생긴 남자가 그녀를 불렀다. 그가 말할 때 단정한 하얀 치아가 노출되어 햇빛 아래 빛살이 번쩍였다. 그 아름다움에 자신 신상이 약간 녹아나는 것 같았다.
이 남자 어딘가 약간 낯이 익다. 하지만 자신 생각을 해봐도 어디서 보았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며 웃는 모습이 그토록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허미분은 자신 신상에 갑자기 한 줄기 열기가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타! 바깥 태양이 이렇게 따가운데 같이 음료수나 먹으러 가!”
잘생긴 젊은 남자는 한 쪽 팔을 차창에 걸치고 계속 말을 걸었다. 그의 상반신 하얀 와이셔츠의 위쪽 두 개의 단추가 풀어져 있어 건실하고 힘있는 가슴 근육이 노출되어 있었다.
허미분은 갑자기 바깥이 정말 더워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자신 양 다리 사이가 정말 약간 축축해진 것 같았다. 양 쪽 새하얀 허벅다리가 부자연스럽게 상호 비벼지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는 치마를 추켜 잡고 SUV의 조수석 위로 올라 앉았다.
차가 아주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남자 역시 그녀에게 어디로 가냐고 묻지 않았다. 그의 옆 얼굴은 더욱 영준해 보였다. 굳게 다문 양 입술은 대리석과 같이 엄숙했다. 하지만 일종의 독특한 섹시미가 있었다. 허미분은 보면 볼수록 마음 속이 안달이 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약간 참을 수 없어 엉덩이를 움직여 이 남자에게 입을 열어 수작을 걸려 했다.
손수건 하나가 등 뒤로부터 튀어나와 자신의 코와 입을 덮었다. 그런 후 허미분은 눈 앞이 어렴풋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후 시트 등받이에 기댄 채 정신을 잃어갔다.
그녀 최후의 인상 속 손수건을 잡고 있는 것은 여인의 희고 깨끗한 손이었다.
한 줄기 훈훈한 느낌이 얼굴 위에 유동되는 것을 느끼고 허미분은 혼수 상태에서 깨어났다. 눈부시게 강한 빛이 즉시 그녀의 눈 속으로 쏘아져 그녀로 하여금 일순간 실명토록 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광선을 가리려 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양 손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견고한 자물쇠 같은 물체에 잡혀 있는 것 같았다.
강한 빛이 간신히 조금 약해졌다. 더해서 그녀가 눈을 뜨려 노력을 하자 천천히 목전의 광선에 적응이 되었다. 그녀는 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주위 환경이 보였다. 자신 마치 하나의 커다란 방 안에 몸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방은 사면이 모두 봉쇄되어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것이 한 줄기 광선도 들어와 비추지 못하고 있었다.
허미분은 이제서야 발견했다. 방금 전 자신의 얼굴 위를 비춘 광선은 마주보고 있는 위쪽 방향에서 온 것이었다. 그 광선의 광원은 아주 높은 곳에 있어 마치 하늘 위에서 흩뿌리는 듯 했다. 하지만 광선은 결코 거리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한 줄기 빛줄기가 집중적으로 자신의 신상을 때리고 있었다. 흑암 중에 단지 이 한 줄기 광선 뿐이었다. 유독 몸 아래 이 한 지방 만이 밝았다.
허미분은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원래 팔만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목도 똑같이 움직일 수 없었다. 전신 상하로 다만 머리 부분 만이 제한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목을 노력해 회전 시켰다. 비로서 자신이 어느 곳에 몸을 두고 있는지를 알아 차렸다.
자신의 온몸 실 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적나라한 모습으로 한 철제 의자 위에 누워 있었다. 이 철제 의자는 회백색의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검정색 가죽이 등받이와 양쪽 팔걸이에 있었다.그녀의 양 손 양 발은 가죽 벨트로 의자 위에 고정이 되어 있었다. 의자의 등받이는 45도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것이 그녀의 시선을 자신의 하반신에 닿도록 만들었다. 그 양 쪽 묶여 있는 희고 깨끗한 가는 다리는 의자 옆 팔걸이 위에 놓여 있었다. 양 다리는 120도 전후로 활짝 벌려 있었다. 마치 쪼그리고 앉아 대변을 볼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이러한 의자와 앉은 자세는 그녀에게 낯선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 시립 병원 산부인과에 근무하던 시절 그녀의 일이 바로 순산하는 산부를 인도해 이러한 의자 위에 앉히는 것이었다. 이러한 자세로 출산 과정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현재 바뀌어 자신이 이 의자 위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허벅지 안쪽은 차디 찬 팔걸이에 대어져 있었다. 벌거벗은 하반신이 공기중에 노출되어 약간 서늘했다. 마치 바람이 그 안을 뚫고 오고 가는 것 같아 사람으로 하여금 모골이 송연케 했다.
“사람 살려! 누구 없어요?”
허미분은 약간 두려웠다. 그녀는 목청을 돋구어 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소리는 암흑 속을 왔다갔다 하다 최후에는 적막하게 그녀의 신변으로 되돌아왔다. 이러한 느낌은 그녀로 하여금 한층 더 두렵게 했다. 마치 암흑 속에 무수한 눈들이 매복되어 있다가 탐욕스럽게 그녀를 쏘아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한참을 소리쳤다. 자신 목구멍이 지치도록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구조를 하러 오는 사람도 없고 그녀에게 응답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녀가 외치는 것을 멈춘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팍” 하는 일성과 함께 다시 한 줄기 광선이 맞은편 공지 위를 비쳤다.
한 키가 큰 남자가 빛 한 가운데에 서있었다. 이 남자는 신상에 하얀색 도포를 걸치고 있었다. 곱슬곱슬한 금발이 어깨 위에 늘어져 있었다. 윤곽이 분명한 오관은 이국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서 그를 본 적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생김새와 이 오관은 너무 익숙했다. 하지만 또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살려줘요! 저 좀 살려 주세요. 살려 줘요!”
허미분은 고개를 들며 발버둥쳤다. 이 남자에게 애원을 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녀에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 대리석을 빚은 듯한 오관은 냉혹하고 묵직했다. 마치 인세간의 정감을 하찮게 여기는 듯 했다. 그가 침묵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자 그 눈빛은 마치 날카로운 비수 같았다. 피부를 뚫고 골수에 이를 것만 같았다.
“허미분!”
남자의 입 안에서 세 글자가 튀어 나왔다. 그 목소리는 마치 까마득히 요원한 곳에서 온 것 같았다. 차갑고 음험한 것이 사람을 겁먹도록 만들었다.
“저예요! 당신은 누구세요?”
허미분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불안 속에 물었다.
“입 닥쳐! 너는 스스로 질문을 할 수 없다.”
남자는 크게 부르짖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철꼬챙이로 귀를 뚫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펑펑 뛰도록 해 그칠 수 없게 만들었다.
허미분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양 눈동자가 미끄러지며 회전했다. 그녀의 의식하에 이 남자는 아주 두려웠다. 자신이 약간이라도 부주의해 면전의 이 남자를 분노하게 만들어 다른 공포스런 타격을 받을까 겁이 났다.
“나는 신의 사자다! 만능하신 신을 대표해 너를 심판하러 왔다.”
남자의 입 안에서는 살을 에는 듯한 말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마치 자신이 한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손을 번쩍 들었다. 한 줄기 섬전이 머리 꼭대기 위에서 번쩍였다. 그 일순간 방 안 사방이 환해졌다. 허미분은 자신 주위가 모두 휑뎅그렁한 일편 백색인 것을 발견하고 질겁했다. 마치 설동(雪洞)인 것 처럼 하얀 것이 사람의 눈을 찔렀다.
“내… 내가 어쨌다고요… 왜 저에게 이러시나요?”
허미분은 더욱더 불안해졌다. 눈 앞 이 남자의 신상에는 가공할만한 역량이 있었다. 그녀의 아랫배를 순간순간 조이게 하는 것이었다.
“허미분! 네 죄를 알렸다!”
남자의 입 안에서 나오는 이 몇 마디 말이 그녀로 하여금 차가운 헛바람을 들이키게 했다.
“아뇨! 없습니다. 저는 아무 짓도 저지른 적이 없어요.”
허미분은 입으로 변명을 했다.
남자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의 키는 비록 컸지만 발걸음은 가뿐했다. 마치 미끄러져 움직이는 것 같았다. 허미분은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상대방의 양 발은 바닥을 디디고 있지 않았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신의 면전이다. 너는 교활하게 변명을 하면 안돼.”
남자가 양 손을 휘저었다. 두 줄기 광선이 곧 바로 소실됐다. 주위는 다시 끝없는 암흑으로 빠져 들었다.
하지만 이 암흑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아주 빠르게 사방으로 다시 푸르스름한 광선이 일어났다. 방 안의 벽이 마치 모두 밝아지는 것 같았다. 이 때 그녀는 방 안 네 벽이 앞서와 같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원래 창백하던 벽들이 투박하게 변해 있었다. 마치 하얀 타일을 붙여 놓은 것 같았다. 마치 지난 세기 그런 병원 병실의 인테리어 스타일 같았다. 다만 이들 하얀 타일의 틈 속으로 유유한 푸른 빛이 내비치는 것이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 듯 해 사람으로 하여금 한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여기가 어디예요? 살려 주세요. 저를 놔 주세요.”
허미분은 애원했다. 그녀는 본래부터 담이 아주 작았다. 이 안에서 발생한 일절의 것은 그녀로 하여금 두렵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상대방이 정말 신의 사자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 남자의 신상에는 일종의 가공할 만한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허미분! 신의 면전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도 죄야. 너의 교활한 변명은 단지 죄를 가중할 뿐이야.”
그 공포스런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이어서 한 줄기 푸른 빛이 그녀의 등 뒤로부터 사출되어 눈 앞 그 공지를 밝혔다. 그녀는 바닥도 그러한 타일 스타일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 다만 그 타일 틈 속에서는 약간 암홍색의 흔적이 내비치며 마치 뱀과 같이 구부러져 널리 번져갔다.
“쾅! ” 소리가 났다. 공중에서 연속으로 몇 번인가 벼락치는 소리가 나 그녀의 마음 속을 진동시켜 갈피를 잡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런 후 쏴쏴하는 물소리였다. 마치 대야를 쏟은 듯한 비가 방 안에 내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물방울이 자신의 신상을 때리는 것을 느꼈다.
비가 내려? 정말이었다. 콩알 만한 큰 빗방울이 신상을 적셨다. 약간 추웠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 몸 아래를 바라보고 일성 비명을 내지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 빗방울이 그녀의 새하얀 몸 위를 흐르는데 뜻밖에도 담홍색의 물줄기로 변하는 것이었다. 마치 눈밭에 한 송이 한 송이 붉은 꽃이 피어나는 것 같았다. 하늘에서 내리는 것은 뜻밖에도 피였다.
허미분은 이 광경을 발견하고 더욱 놀라 계속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이어지는 일막은 그녀를 더욱더 질겁하도록 만들었다. 요란한 빗방울 소리 속에 하나의 백색 인영이 암흑 속으로부터 걸어 나왔다. 그 신영은 하얀 간호사복을 입고 있었다. 양쪽 새하얀 다리가 스커트 밑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간호사 신발을 신은 발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 했다.
그 간호사는 수중에 하나의 포대기를 안고 있었다. 그녀의 걷는 모습을 가뿐했다. 하지만 그 발걸음은 극히 느렸다. 사방의 푸르스름한 광선이 그녀의 신상을 비쳐 그녀의 신영을 특별히 기이하도록 만들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담홍색 혈우(血雨)는 그치지 않고 내려 그녀의 간호사복을 선홍색으로 물들였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듯 몸을 돌려 다가왔다. 허미분은 그 여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간호 모자 아래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허미분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 간호사의 오관과 윤곽이 분명 자신과 아주 닮았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말하자면 십 몇 년전 자신의 모습 같았다. 다만 이 얼굴 위에는 조금의 표정도 없었다. 생기가 없는 것이 아주 경직되어 있었다. 마치 죽은 사람의 얼굴 같았다. 담홍색 빗방울이 끊임없이 그녀의 얼굴 위를 때려 아주 빠르게 그 얼굴을 더욱 공포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이 여인이 걸어 나왔을 때 허미분은 이미 계속해서 비명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가까워지면 올수록 허미분은 더욱 더 온 몸을 떨며 기겁을 했다. 양 쪽 새하얀 가는 다리를 움직이려 몸부림을 쳤다. 마치 눈 앞의 여인에게 벗어나려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여인은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 접근했다. 분위기가 가면 갈수록 공포스럽게 변해갔다. 더욱 허미분의 심장을 뛰게 한 것은 빗방울 소리 속에 다시 또 다른 소리가 뒤섞인 것이었다. 마치 한 갓난아기가 우는 소리 같았다.
“허미분! 너는 갓난아기를 죽였어. 너 이 흉수년!”
남자의 목소리는 마치 벼락처럼 신변에서 울려 퍼졌다.
“제가 아니예요. 아니예요. 안돼요!”
허미분은 큰 소리가 튀어나오는 것을 억제하기 어려웠다. 그녀의 그 하얀 살점들이 마치 학질이라도 걸린 듯 후들거렸다. 담홍색의 혈우가 끊임없이 새하얀 살점 위로 쏟아 부어져 한 송이 한 송이 아름다운 혈화로 피어났다.
“죽인 것은 너야. 이 갓난 아기를 죽인 것은 바로 너야. 네가 바로 흉수야!”
냉랭하기 그지없는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면전의 이 여인이 발출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 부위의 근육은 조금의 동정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 간호사복을 입은 여인이 이미 그녀의 면전으로 걸어 왔다. 그녀 수중의 포대기가 허미분의 복부 위에 놓여졌다. 손으로 풀어 헤치자 그 눈처럼 새하얗고 야들야들한 아랫배 위에 갑자기 일단의 차디차고 매끄러운 것이 느껴졌다.
허미분은 아래를 바라봤다. 일단의 알 수 없는 사람 또는 짐승의 끈적끈적한 고기 덩어리가 아랫배 위에 있었다. 그 고기 덩어리 끝은 마치 사람의 머리같이 동그란 모양이었다. 생긴 것이 마치 막 태어난 갓난아기와 같았다. 어디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갓난아기의 머리가 갑자기 앞을 향해 달려들며 분홍색 이빨로 그녀의 왼쪽 젖을 물었다.
“아… “
허미분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일성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곧 정신을 잃어갔다.
허미분이 재차 깨어났을 때 건너편 빛줄기가 다시 그녀의 신상을 비추고 있었다. 사방은 다시 앞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일편 기이한 색채의 창백함이 충만해 있었다. 그 여간호사와 귀신 아기는 모두 보이지 않았다. 자신 신상 혈우의 흔적도 태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불빛 아래 그 일신의 하얀 살점만이 특히 두드러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하체가 축축한 것을 느꼈다. 양 다리 사이 적지 않은 액체가 묻어 있었다. 한 줄기 음탕스러운 지린 냄새가 코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그녀는 이제서야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자신 혼절하기 전에 극도의 긴장으로 인해 분명 실금을 한 것이었다. 자신 오줌을 싸는 모습을 신의 사자 면전에서 저지른 것이었다. 이것이 그녀에게 그지없는 참괴함을 느끼도록 했다.
그 하얀 도포를 입은 남자가 다시 빛기둥 아래 떠올랐다. 그는 부정을 용납치 않을 목소리로 물었다.
“허미분! 네 죄를 인정하느냐?”
“제… 제가 죄를 저질렀습니다. 제가 죄가 있습니다!”
허미분은 정신이 혼미했다. 그녀는 입 속으로 혼잣말 하듯 중얼거렸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녀는 이미 재차 그러한 장면을 겪고 싶지가 않았다. 너무나 공포스러웠다. 이 안은 그야말로 지옥과 같았다. 그 일막 일막 극의 재연으로부터 그녀는 계속 도피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적나라하게 그녀의 눈 앞에 놓여진 것이었다. 그 신의 사자는 마치 그녀의 역사를 손바닥 보듯이 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모든 비밀을 숨길 길이 없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기 전 신의 심판을 통과하는 것이다. 너의 죄행에 근거하여 너에 대한 징벌이 진행될 것이다.”
신의 사자는 양 손을 가슴 앞에 모으며 입으로는 속삭이듯 말했다.
“안… 안돼요.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제발 살려 주세요.”
허미분은 말을 듣고 다급해졌다. 설마 자신이 이렇게 죽는 것이란 말인가? 얼마 전 일이 연상됐다. 자신 친구와 신교 단체에 가입했었다. 그들 전도사들이 말하기를 세계의 말일이 이미 도달하였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자신 이렇게 일찍 이 세계를 떠날 생각은 없는 것이었다. 밖에는 아직 누리지 못한 것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만능하신 신이시여! 제발 구해 주세요. 저를 데리고 가지만 않으신다면 저는 남아서 당신을 잘 봉양하겠습니다.”
허미분은 애절하게 애원했다. 만일 그녀가 손발이 묶여 있지 않았다면 이 순간 신의 사자 면전에 무릎을 꿇은 채 그의 양 다리를 끌어 안고 애걸할 것이 분명했다.
“너를 데려 갈지 아닐지는 신이 결정한다.”
신의 사자 얼굴은 무심했다. 마치 눈 앞의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너의 죄행을 반드시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
신의 사자는 양 손을 벌려 위를 향했다. 하늘에서 마치 한 줄기 빛이 내려오는 듯 그의 등 뒤로 금색 빛의 고리가 메워졌다. 허미분은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신의 사자 등 뒤에 한 쌍의 금색 날개를 보았다.
“신이시여! 저는 죄가 있습니다. 저를 너그러이 용서해 주소서.”
허미분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순간 그녀는 신의 사자에 대한 어떠한 의심도 없었다. 마음 속 가득 그저 자신을 인간세상으로 돌려 보낼 수 있도록 이 신의 사자의 비위를 맞출 생각 뿐이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슨 대가라도 모두 거절하지 않고 바칠 생각이었다.
“죄인 허미분! 내 신의 이름으로 너에게 명하노니 너의 죄를 자백하라. 너의 악을 참회하라. 신의 면전에서 숨기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공포스러운 징벌을 받게 될 것이다.”
신의 사자의 세운 손가락이 흔들리자 허미분은 갑자기 자신이 누워 있는 의자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활활 타오르는 큰 불이 엉덩이 밑바닥으로부터 달아 오르는 것 같았다.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숨깁니까? 신이시여! 용서해 주세요!”
허미분은 비명을 지르며 울었다. 눈처럼 새하얀 몸이 의자 위에서 끊임없이 요동쳤다. 다행히 이 불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녀의 몸 바닥은 다시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허미분! 너는 사실대로 죄를 불거라! 너는 왜 그 갓난아기를 죽였는가?”
사자의 목소리는 마치 거대한 벼락과 같이 울려 퍼져 허미분의 마음을 뒤흔들어 갈피를 못 잡도록 만들었다.
“말하겠습니다. 모두 말하겠습니다. 제가 아기를 죽였습니다… “
허미분은 일각도 지체없이 울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 편으로는 흐느끼며 한 편으로는 자신과 여강과의 이야기를 꺼내 놓기 시작했다.
허미분이 젊었을 때 여강을 만나기 전까지 한 마음으로 성공한 남자를 찾아 다녔었다. 이 남자는 겉모습도 속되지 않은데다 사업도 성공한 것이었다. 완전히 허미분의 환상에 부합했다. 단지 애석한 것은 여강은 당시 이미 결혼해 처가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의 부인은 또 임신까지 한 것이었다. 그녀는 계속 묵묵히 기회를 기다렸다. 산방에서 일하는 기회를 이용해 여강의 면전에 자신의 자색을 팔고 다녔다.
마침 여강의 아내가 임신한 관계로 그에 대한 관심과 돌보는 것이 종전과 비교가 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허미분의 젊음은 확실히 매력이었다. 이럭저럭하는 사이에 여강의 침상에 올라 두 사람은 암암리에 함께 사통을 했다. 여강 이 사람은 비록 풍류를 즐겼지만 본성은 아주 실리적이었다. 그의 집안을 일으킨 절반의 공로는 아내에게 있었다. 그래서 비록 허미분과 침상에서 아주 속궁합이 좋았지만 그로 하여금 아내와 가정을 버리고 허미분과 다시 결혼하게 하는 것은 가능치 않았다.
게다가 여강의 아내가 임신한 남자 아이는 여강에게 두 말할 바 없는 보물이었다. 그의 아내가 이 남자 아이를 낳은 후에는 여강과 더욱 헤어지게 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것들이 모두 허미분을 번민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여강을 보유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음 가득 그를 잃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절 모든 것을 잃게 된 것이다. 그의 아내가 아들을 낳은 후에는 일절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허미분은 달갑지 않았다. 그녀는 이 기회를 잃고 싶지가 않았다. 그녀는 남자를 잃고 싶지가 않았다.
하늘도 그녀의 바램을 모르지 않은 것일까? 여강의 아내가 뜻밖에도 난산이었다. 게다가 또 대출혈이었다. 당시 그녀는 의사가 아들을 받는 것을 돕고 있었다. 수술실에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일단의 전문가 의사들은 산부의 생명을 구하느라 바빴다. 한 옆에 막 꺼낸 갓난아기를 주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갑자기 사악한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도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그녀는 포대기로 모체에서 막 떨어진 갓난아기를 감쌌다. 산부인과 빌딩 옆문으로 몰래 빠져 나갔다. 사람들의 주의력은 모두 산부의 신상에 있었기에 아무도 그녀의 행동을 막아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 날은 아주 큰 비가 내렸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아무도 없었다. 허미분은 한 손에 우산을 한 손에는 갓난아기를 안았다. 그녀는 허둥대며 영안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마음 속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를 몰랐다. 하지만 마치 하나의 목소리가 양 다리에 지시를 하는 듯 했다. 와르르 쏟아지는 빗속으로 그녀는 마치 품 속 갓난아기가 우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 소리는 그녀를 더욱 공포스럽게 만들어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했다.
영안실 안은 음산했다. 관리하는 노파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한 줄기 분명치 않은 냄새가 흐르고 있었다. 허미분이 평소 이 곳에 온 것은 아주 적었다. 전통적 습관 속 이 곳은 깨끗하지 않은 곳이었다. 현재 하나 하나 하얀 시트를 덮은 시체를 마주보니 더욱 모골이 송연한 것이었다. 그녀는 갓난아기를 찬 침대 위에 내려 놓았다. 그 아기의 울음 소리가 더욱 커져 그녀로 하여금 어찌할 바를 모르게 해 갈팡질팡이었다.
허미분은 약간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옆에서 이불을 끌어 갓난아기의 얼굴 위를 덮었다. 그 공포스런 울음 소리를 저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침대 위에 갓난 아기가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아기의 목에는 탯줄이 휘감겨 있었다. 분명 모체 안에서 질식해서 죽은 것이었다. 갓난아기는 아직 얼굴 가득 자홍색의 기미가 형성되지 않았다. 왜곡된 오관은 마치 출생 전에 거대한 고통을 받은 듯 했다. 그 공포스럽게 죽은 모습은 지금까지도 잊기 어려운 것이었다.
허미분은 깜짝 놀랐다. 자기가 데려온 갓난아기는 아직도 울려고 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층 더 이불에 힘을 주어 울음 소리가 나오는 곳을 덮었다. 점점 그녀의 손에 눌려 발출되던 소리가 미약해져 갔다. 이 때 그녀는 마치 누구인가 다가오는 듯한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황망하게 그녀는 포대기로 그 죽은 아기를 감싸 안아 올렸다. 영안실을 뛰어 나오기까지 사람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때 그녀는 이미 감히 지체할 수 없었다.
이 안은 공포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 울음을 그치려 하지 않는 갓난 아기와 품 안의 죽은 갓난 아기. 그녀는 필사적으로 이 공포스러운 곳을 도망쳤다. 그녀는 기를 쓰고 산부인과 방향으로 내달렸다. 빗 속에 발자국 소리가 아주 우렁찼다. 마치 누구인가 뒤에서 쫓아 오는 것 같았다. 벼락 소리가 한 번 다시 한 번 머리 꼭대기에서 울려 퍼졌다. 마치 하늘이 분노한 것만 같았다.
단지 하늘은 당장 그녀에게 징벌을 내릴 의사는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가까스로 포대기 안의 죽은 갓난아기를 원위치에 내려 놓았다. 병원 안 그녀의 행동을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죽은 갓난 아기는 여강 부인이 난산한 증거로 여겨져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 영안실 침대 위에 내려 놓은 남자 아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은 들먹이는 사람은 없었다.
일이 끝난 후 그녀는 몇 가지 소문을 들었다. 말에 의하면 그 영안실 안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매번 비가 오는 날이면 한 갓난 아기의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안치해 놓은 시체의 신상에 깨물린 흔적이 출현했다는 것이었다. 소문은 가면 갈수록 심해졌다. 심지어는 문을 지키는 노파 조차 아래로 내려가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병원은 그 영안실을 내버려두고 다른 곳을 찾아 중건을 했다.
병원은 원래의 그 곳에 화단과 연못을 만들어 입원 환자들과 직원들이 쉬며 산보하는 곳으로 바꿨다. 하지만 허미분은 매번 모두 멀리 피해 다녔다. 그녀는 그 갓난 아기가 연못 바닥에 있어 울면서 자신의 다리를 잡아 끌 것만 같이 느껴졌다. 이러한 환상은 계속 그녀를 괴롭혔다. 후에 그녀는 차라리 사직을 하고 철저히 그 병원과 그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졌다.
하지만 여강의 아내와 아이가 모두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마치 하늘이 그녀의 죄행에 징벌을 내린 것 같았다. 여강과 동거한 이년의 시간 동안 그녀는 아이가 생기지가 않았다. 그리고 여강의 사업이 성공하면 할수록 그의 신변의 여인 또한 가면 갈수록 많아졌다. 허미분은 그의 눈 속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이야기의 결말은 한 다소 자색이 고운 호북 아가씨가 여강의 씨를 먼저 배게 됐다. 자신에 비해 더 젊고 더 아름다운 여자였다. 아주 좋은 목소리와 매우 오만한 동작과 표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오래 지나지 않아 여강을 위해 아들을 낳고 바로 당당하게 여씨 집안으로 시집을 갔다. 여부인이 된 것이었다. 그것은 계속 그녀가 꿈속에서도 갈망하던 칭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