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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의 목에는 은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목걸이 아래쪽에는 은으로 만든 어린아이들 장수를 비는 장명쇄가 가슴 앞에 걸려 있었다. 겉에는 봉황이외에 상서로운 구름 도안 이외에도 또 두 송이 꽃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왼쪽 소녀 아이의 꽃은 ‘수련’, 오른쪽 소녀 아이는 ‘부용’ 이었다. 나는 바로 이를 통해 두 사람을 판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살며시 연유를 들려주자 두 여자아이도 이제야 비로서 명백해 하는 것이었다. 그녀들은 마치 처음으로 이름 속의 비밀을 발견한 것처럼 아주 호기심 있게 목에 걸린 은목걸이를 뒤집어 보며 서로 농담을 하며 왁자지껄했다. 이 두 여자아이의 생김새와 성격은 모두 사람을 즐겁게 하고 사랑스럽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또 늘상 어른들만 보던 터라 아주 빠르게 그녀들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

“억용아, 너네 삼촌은 집에 돌아온지 오래 되었어?”

나는 태연함을 가장하며 물었다.

억용의 성격이 언니에 비해 한층 더 외향적이었다. 그녀는 아주 빠르게 입을 열어 답했다.

“삼촌은 올해에야 돌아왔어요. 할머니가 말하기를 외국에 사업을 하러 나갔었대요.”

“그럼 삼촌도 이 집에 사는 거야?”

나는 계속 유도를 했다.

“때로는 며칠 살고 때로는 성안의 집에 살아요. 삼촌이 자주 우리를 데리고 성안에 놀러 가줘요.”

억용은 한 번 입을 열자 멈추지를 않았다.

“성안의 집은 크지는 않지만 또 아주 요정같이 생긴 이모가 있어요. 정말 얄미운.”

계속 조용히 있던 억련이 갑자기 입을 열어 보충했다.

“맞아, 얄미워. 그들 이모가 올 때는 삼촌이 우리랑 안 놀아줘요.”

역용이 단순하게 언니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쌍둥이와의 말을 통해 나는 약간의 사정을 알 수 있었다. 백준생은 금년에야 비로서 집에 돌아온 것이었다. 이전에 백씨 집안은 외부에 대해서는 그가 해외에 나간 것이라고 선전을 했다. 측면의 묘사를 통해 볼 때 이 감옥에 가는 불행은 결코 그로 하여금 근골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다. 그는 여전히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는 것이었다. 당연히 가정을 돌보는 것은 지금까지 그의 본색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마치 가정을 이룰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쌍둥이와 애니메이션을 서너편 전후로 보며 비슷한 질문을 했다.

이 때 문밖에서 차 클락션 소리가 울려왔다. 쌍둥이들은 반응 빠르게 소파에서 펄쩍 뛰어 내리며 입으로는 “아빠, 아빠”를 부르짖으며 문 밖으로 달려 나갔다.

내가 현관으로 걸어나갔을 때 이 쌍둥이는 이미 한 중년 남자의 품 안에 뛰어들고 있었다. 이 남자는 키는 대략 175전후에 비록 맥주배가 조금 나왔지만 체형은 정상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는 나사 무늬 양복을 입고 발에는 반짝반짝 닦은 가죽구두를 신고 있었다. 머리는 짧은 흑발을 두발에 바짝 붙이고 있었다. 입술 위로 농밀하니 거무스레한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고 마르고 긴 얼굴에는 착실함이 가득해 보였다. 하지만 번뜩이는 양 눈은 넌지시 정명함을 내비치고 있어 멀리서도 그런 향진의 지도자 간부의 기질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남자가 바로 나의 큰 사촌형, 남향의 남편 백기생이었다. 그는 분명 극도로 이 쌍둥이를 총애하는 듯 했다. 손에 공문서 더미를 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쌍둥이의 사과 같이 매끄런 뺨에 뽀뽀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 후 한 손에 하나씩 안아 올려 집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이 때 황앵 그녀들도 주방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손에 하얀 밀가루가 묻어 있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큰 사촌 형에게 손짓을 했다.

“기생아, 너 빨리 봐봐. 누가 왔나?”

백기생의 눈빛이 내 신상에 머물렀다. 그의 표정으로 보아 분명 나를 못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런 후 그는 백리원의 신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 속이 갑자기 환해졌다. 그 농밀한 코 수염 아래로 웃음이 펼쳐지며 말했다.

“고모, 오셨어요?”

“응, 기생아! 너 아빠 됐다며. 고모 너무 너무 축하한다.”

백리원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웃음을 노출했다.

“하하, 고마워요.”

백기생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분은… “

“걔는 네 석두 사촌동생이야. 그 애도 올해 막 돌아왔어.”

백리원이 급히 소개를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편치가 않았다.

“아하, 내 어쩐지 약간 낯이 익다 했지. 원래 석두였구나.”

백기생은 세상의 인정을 아는지라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수중의 쌍둥이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와 내 손을 잡으며 한 바탕 나를 훑어봤다.

“허, 자식이 크면 클수록 자라더니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네.”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는 손을 내밀어 나의 팔 위를 쳤다. 동작은 비록 크지 않았지만 꽤 힘이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큰 형”이라 불렀다. 악수하는 사이 짙은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나와 이 큰 사촌 형의 나이는 거리가 컸지만 줄곧 그를 매우 경애했다. 그는 사람이 처세가 아주 착실하니 두터웠다. 나의 모친 일족의 항렬 사이에서도 명망이 아주 높았다. 거기에다 큰 외삼촌이 나이가 이미 많아 가족간 아주 많은 일을 그가 나서서 처리하는 것이었다.

황앵은 급히 우리를 집 안으로 불렀다. 나와 백기생은 앉아서 몇 년 간의 변고에 대해 약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백리원은 친정집에 있을 때 계속 내가 병을 치료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감추었던 스토리 플롯에 따라 이야기를 했다. 백기생은 결코 이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이 몇 년간 그는 우리집의 구체적인 정황을 모르는 것을 생각해 나는 대략을 그에게 이야기 했다. 이 몇 년간 백리원은 비즈니스에 있어 집안 경제상황은 괜찮은 편이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여인들은 밥을 이미 다 짓고 있었다. 주방 그 쪽에서 사람을 끄는 향기가 전해지더니 황앵이 나오더니 아들에게 말했다.

“기생아, 밥 먹을 때 다됐다. 가서 네 아빠 좀 모셔 내려와.”

백기생이 입으로 알았다 할 때 백리원이 급히 앞치마를 풀며 말했다.

“기다려, 나랑 같이 가자. 큰 오빠 좀 봐야겠어.”

나도 몸을 일으켜 그들 뒤를 따랐다. 거실 옆 편으로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이었다. 나는 이 계단이 아주 완만한 것에 주의를 했다. 옆쪽에는 또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길이 있었다. 백기생은 마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 말했다.

“우리 여기는 겨울에 음냉하고 습해서 노인이 일층에 거주하기에 안좋거든. 이것은 아버님이 오르내리기 편하게 하기 위한 거야.”

이층에 올라 우리는 계단 옆 한 곁방으로 들어갔다. 안쪽 가구들은 모두 아주 소박하고 오래 된 것이었다. 바깥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두 줄 유리창으로 된 커다란 책장 안에는 서적들이 가득 차 있었다. 옆쪽 서탁 위에는 손으로 쓴 원고와 돋보기 안경이 놓여 있었다. 이 작은 방을 지나치자 안쪽이 바로 큰 외삼촌의 침실이었다. 밝은 창에 깨끗한 실내에 장식품은 많지 않았다. 구식의 커다란 침상과 등나무로 엮은 안락의자 외에 벽 모서리에는 법랑 세숫대와 가래통이 놓여 있었다. 실내에는 한 줄기 오래된 병자의 냄새가 있었다.

비록 실내에 한 대의 가습 기능을 하는 전열기가 열풍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 침상의 이불은 아주 두터웠다. 이불 아래 누워있는 노년의 남자가 바로 나의 큰 외삼촌 백숭유(白崇儒)였다. 몇 년간 못본 사이에 그는 아주 많이 늙어 있었다. 이미 머리는 은발이 가득하고 얼굴 위에도 주름살이 가득했다. 하지만 비스듬히 긴 짙은 눈썹, 오똑한 콧등, 얇은 입술, 얼굴 윤곽과 오관은 백리원과 비슷했다. 그가 젊었을 때 분명 미남자 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 아버지!”

백기생은 몸을 굽혀 깊이 잠든 부친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불렀다.

백승유는 양 눈을 떴다. 한 쌍 약간 탁한 눈동자가 아들을 바라봤다. 그런 후 옆에 있는 우리 신상으로 눈길을 옮겼다. 그의 눈빛 속은 마치 짙은 황사 같았다. 완전히 기억 속의 영명함은 볼 수 없었다.

“큰 오빠. 내가 오빠 보러 왔어. 나 리아야.”

백리원이 문 뒤에서 계속 눈물을 참고 있다가 문틀을 벗어 나왔다. 그녀는 달려들어 오라버니의 이불 위에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백승유는 완전히 모르는 것처럼 다만 무신경한 눈으로 눈 앞의 여동생을 바라봤다. 입 속으로 미미하게 떨며 무엇인지 모를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고모, 고모.”

백기생은 가볍게 백리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의 얼굴 위에는 일종의 슬픔과 무력한 신정이 드러났다.

“아버지를 일으키게요.”

백리원은 이제서야 자신이 오라버니의 이불을 누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급히 일어섰다. 백기생은 침상 변에 앉았다. 먼저 겉옷을 집어 들어 부친의 어깨 위를 덮었다. 그런 후 손으로 그를 부축해 앉아 일으켰다. 부친을 자신의 신상에 기대게 한 후 손으로 옷을 갈아 입혔다.

백리원이 급히 다가갔다. 그녀는 조금도 거리낌 없이 오라버니의 남백색 줄무늬 잠옷 바지를 벗겼다. 그런 후 바지를 집어 들고 잘 갈아 입혔다. 백기생은 감격한 눈빛으로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후 침상 옆에 있는 휠체어를 끌고 왔다. 나도 다가가 도와 큰 외삼촌을 휠체어 위로 들어 올렸다.

백기생은 세심히 휠체어를 밀며 방을 걸어 나갔다. 그 미끄럼 방지 길을 통해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백리원은 그의 옆에서 걸으며 얼굴 가득 근심 서린 표정으로 물었다.

“기생아… 오빠 병세가 더 중해진 것 아냐? 날 보고도 말도 못하니.”

“음, 아버지 이 몇 년 더욱 더 안 좋아요. 이전에는 책도 보고 우리와 역사니 뭐니 이야기도 했었어요. 재작년에 부주의해서 넘어진 이후 점점 집안 사람들 조차 기억을 못하세요. 엄마를 제외하고는 기타 사람들은 모두 이야기해도 반응이 없으세요.”

백기생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와 백리원은 말을 듣고 슬퍼했다. 오는 길에 그녀는 이미 나에게 이야기를 했었다. 큰 외삼촌이 몇 년전 파키슨 병에 걸렸다고. 행동이 약간 부자연하다 했는데 이 병이 이렇게 엄중할 줄은 생각 못한 것이었다. 방금 큰 외삼촌의 바지를 갈아 입혀 줄 때 보니 분명히 그의 양 쪽 다리의 근육이 움츠러 들어 있는 것이 아주 뚜렷했다. 현재 비록 휠체어 위에 앉아 있었지만 그의 신상은 변함없이 가볍게 떨고 있었다. 면신발을 신고 있는 발을 휠체어 발판 위에서 쉬지 않고 차고 있었다.

백기생이 부친에 대해 아주 효성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길에서 조심조심 외삼촌을 호송해 식당으로 들어갔다. 휠체어를 그 커다란 원탁 앞 집주인의 자리로 밀었다. 부친이 추울까봐 두려워 그는 흑색의 캐시미어 목도리를 그의 목에 둘러주고 겉옷을 큰 외삼촌의 신상에 걸쳐 주었다. 그의 수척하니 단정한 얼굴이 등불 불빛 아래 어렴풋이 당년의 품위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애석한 것은 양 눈이 무신경하고 손발을 쉬지않고 떨고 있었다. 심지어 백리원이 옆에서 끊임없이 그에게 말을 걸어봐도 알아보지를 못했다. 마치 사람의 영혼이 이미 이 육체에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이 때 천색은 이미 완전 어두워지고 있었다. 바깥에는 이미 여기저기서 폭죽 소리가 끊임없이 일고 있었다. 황앵과 남향은 바삐 한 접시 한 접시 향기가 코를 찌르는 음식을 들고 내왔다. 쭈이지, 훈제 생선, 두부피와 야채로 만든 팔진소십금, 푸주홍사우러우, 밀기울을 찐 요리, 말린 뱀장어 등이었다.

이들 강남의 풍미가 가득한 음식이 차려진 후 나는 폭죽을 집어 들고 문 입구에 내려 놓았다. 경천동지할 폭죽 소리와 함께 대마, 이마와 쌍둥이가 놀라서 집 안을 뛰어다녔다. 이어서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가 나며 섣달 그믐밤이 시작되었음을 선포했다.

모두들 원탁에 둘러 앉았다. 남향이 미트볼, 어묵, 메추리알, 배껍질, 목이버섯이 들어간 당면을 접시에 담아 탁자 한 가운데 내려 놓았다. 이 것은 “대단원(大團圓)” 이라 부르는 요리인데 섣달 그믐날 밤 식사에 반드시 들어가는 요리였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의미가 있었다. 백기생이 먼저 작은 공기에 한 그릇 담아 부친에게 놓고 그런 후 모친, 고모와 나. 최후에 비로서 쌍둥이에게 담아 주었다. 계속해서 눈이 빠지게 의자에 앉아 기다리던 소녀들은 분주하게 먹기 시작했다.

탁자 위에는 이미 한 주전자의 황주가 데워져 있었다. 남향이 주전자를 들어 사람들 면전에 있는 잔에다 가득 따랐다. 황앵이 급히 말했다.

“향아, 그만하고 같이 와서 먹자꾸나.”

남향은 그제서야 앞치마를 벗고 약간 어색하게 탁자 끝에 앉았다. 황앵이 면전의 잔을 들며 말했다.

“오늘은 섣달 그믐날이야. 우리 백가에 좋은 일이 계속되는구나. 정말 대단원이라 부를 만해. 자, 모두들 건배를 하자. 신년을 경축하며.”

쌍둥이를 제외하고 우리는 모두 면전의 술을 들이켰다. 황앵은 반 잔을 마시다 멈추고 잔을 남편의 입가에 대었다. 위를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그가 나머지를 몇 모금에 걸쳐 마셨다. 그런 후 그녀는 냅킨을 한 장 큰 외삼촌의 가슴 앞으로 묶었다. 탁자에서 몇 가지 요리를 사발 안에다 담아 먼저 자신의 입안에서 몇 번 씹고 난 후 숟가락으로 세밀히 큰 외삼촌에게 먹였다.

큰 외삼촌은 황앵을 보고나자 눈 속 짙은 안개가 많이 사라졌다. 그는 마치 이 조강지처를 기억이라도 하는 듯 아주 순종적으로 그녀가 시키는대로 따라했다. 여전히 떨리는 입을 벌리려 노력하고 황앵이 되씹어준 밥과 반찬을 입 안으로 삼켰다. 그는 이를 쉬지 않고 떨었다. 때로는 반찬 즙과 밥알이 입가로 흘러 넘쳐 아래쪽 냅킨 위로 흘렀다. 황앵은 가볍게 그의 입가를 깨끗이 닦아주었다. 그런 후 다시 계속 그에게 떠먹였다.

큰 외삼촌은 당년 출중한 외모와 박식으로 시골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의 손 아래 얼마나 많은 인재들이 양성되었는지 몰랐다. 거리의 사람 모두 존경의 칭호로 일성 “노교장” 이라 불렀다. 그리고 지금 온머리가 희끗희끗한 그가 단지 휠체어에 의지하여 마치 아직 미성장한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아내에게 밥을 떠먹히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경을 보는 우리는 마음 속이 딱하고 측은했다.

그런데 황앵이 큰 외삼촌에게 대해 정성껏 돌보는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감동을 주는 것이었다. 우리 사이에는 비록 아무 대화가 없었지만 일거일동과 눈빛 사이에 모두 짙은 사랑의 빛이 흐르는 것이었다. 나는 자연히 백리원을 바라봤다. 그녀는 넋이 나간 듯 오라버니와 올케의 동작을 푹 빠져서 바라보고 있었다. 안구 속으로 약간 반짝이는 것이 빛나고 있었다. 나는 마음 속이 동했다. 젓가락으로 어묵을 집어 그녀의 그릇 속에 놓았다.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 위를 매만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엄마, 엄마도 좀 먹어.”

나의 보기 드문 이런 자상한 태도에 백리원은 먼저 약간 놀라는 것이었다. 아주 빠르게 그녀는 내심으로부터 비롯된 웃음을 노출했다. 그녀는 내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묵을 집어 입가로 가져갔다. 양 쪽 선홍의 앵두 같은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정연하고 결백한 치아가 드러났다. 가볍게 눈덩어리 같은 어묵을 깨물었다. 그런 후 새빨간 혀가 번득이더니 어묵을 입 속으로 삼켰다. 그녀의 길고 가냘픈 목이 일진 꿈틀대더니 나를 향해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정말 맛있어.”

“나 영원히 당신에게 먹여주고 싶어.”

나는 그녀에게 입 모양을 벌려 이 말을 속삭였다. 하지만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영특한 백리원은 아주 빠르게 내 입술의 말을 읽고 이해했다. 그녀는 오빠와 올케를 바라봤다. 그런 후 가볍게 아랫입술을 깨물며 나를 흘겨봤다. 그 잔잔한 물과 같은 눈동자 속으로 추파가 일렁거렸다. 사람의 마음이 흔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그녀의 붉은 입술이 열리고 닫히는 사이 나에게 세 글자를 말하는 것이었다. 듣는 나로 하여금 마음의 꽃을 활짝 피게 했다.

나는 왼손을 탁자 밑으로 뻗어갔다. 먼저 백리원의 치마 위 레이스 옷감이 닿았다. 그런 후 매끄러운 스타킹이 만져졌다. 백리원은 깜짝 놀랐다. 허벅지를 오무렸다. 그녀는 또 감히 동작을 크게 하지 못했다. 가족들이 알아차릴까 두려워 다만 오른 손을 내려 나의 동작을 가로 막았다.

나는 하는 김에 그 길고 매끈한 부드러운 가지를 손 바닥 안으로 잡았다. 그녀는 섬세한 손을 가볍게 떨며 빼내 가지는 않았다. 다만 여전히 나에게 잡혀 있었다.

식탁보로 가려 있어 나는 기타인이 우리 두 사람간의 이러한 작은 동작을 보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 맞은편의 그 쌍둥이들은 음식을 먹느라 바빴다. 기타인은 옆으로 우리의 몸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다.

나는 유정을 가슴에 안은 채 백리원의 섬세한 손을 매만졌다. 비록 눈빛은 바라보지 못하지만 전해지는 촉감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길고 가느다란 다섯 손가락은 마치 흰 파와 같이 가늘고 정교했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피부는 마치 응고된 치즈 같았다. 나는 다섯 손가락을 벌려 그녀의 손바닥과 한데 합쳤다. 우리의 양 손은 탁자 아래에서 틈이 없도록 마주 잡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나의 의사를 이해한 것처럼 붉은 입가로 한 줄기 알아차리기 힘든 웃음기를 넘실거렸다.

우리가 이러한 비밀스럽고 또한 감밀한 교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백기생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 나는 급히 손바닥을 풀었다. 백리원의 다섯 손가락이 아주 빠르게 빠져나가 돌아갔다. 우리는 쾌속하게 태연한 모습을 가장했다.

“고모, 내가 한 잔 올릴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영원히 이렇게 아름다우시고.”

백기생은 아까 적지않은 술을 마셨었다. 그의 마른 얼굴에 한 가닥 붉은 색이 떠올라 있었다.

“아이야, 고마워. 기생이 네가 뭐 이렇게 예의를 차리고 그러니.”

백리원은 급히 잔을 들어 그와 부딪쳤다. 두 사람은 모두 술을 비웠다.

백리원은 탁자 위 주전자를 들어 두 사람의 잔에 가득 따랐다. 그녀는 잔을 들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했다.

“기생아, 나도 너에게 축하해. 너 공직에 발탁되고 아이들도 잘 크고. 이것 모두 축하하고 또 축하해. 고모가 너 차츰차츰 승진하고 원대한 계획 펼치도록 기원할께.”

말을 마친 그녀도 잔 속 술을 마셨다. 백기생은 완전히 개의치 않는 듯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허, 고모 말한 거는 모두 몸 이외의 것이야. 그런 걸로 뭘 해?”

그는 술을 다 마신 후 다시 자기에게 한 잔 따른 후 나의 목을 껴안으며 말했다.

“석두, 넌 이제 어른이야. 모친에게 효도를 잘 해야한다는 것을 기억해. 고모 널 키우고 먹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사람은 효도가 제일 중요한 거야. 꼭 명심해.”

“네. 알겠어요. 큰 사촌형. 나 반드시 잘 모실께요.”

나는 그가 취기가 오른 것을 보고 급히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시선이 저절로 백리원을 향했다. 돌려오던 그녀와 양 눈이 바로 마주쳤다. 그녀는 마치 내 말 속의 의사를 읽은 듯 백옥 같은 뺨이 미미하게 불그스름했다. 약간 부끄러운 듯 가볍게 아랫입술을 깨물며 나를 흘겨봤다. 그 눈 속의 의미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나로 하여금 꿀이라도 먹은 것처럼 달착지근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다행히 백기생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 두 사람과 한 잔을 마신 후 몸을 일으켜 큰 외삼촌 그 쪽으로 걸어갔다. 황앵이 거의 먹이는 것을 끝내고 있었다. 백기생은 휠체어를 밀고 식당을 나가 그를 데리고 오락방으로 가서 TV를 보는 것이었다.

황앵은 한 동안 바빴다. 이제서야 밥을 먹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몇 년 큰 외삼촌을 돌보느라 그녀가 분명 고생이 많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 부부가 이렇게 부부간의 정이 두터우니 또한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이었다.

그 쌍둥이들은 어육 만을 골라먹고 있었다. 현재 공기속 밥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계속 아무 말 없이 남향이 참을성 있게 그녀들에게 밥을 다 먹으라고 권하고 있었다. 두 소녀는 화가 난 듯 떼를 쓰며 먹지 않았다. 성격이 줄곧 아주 온화하던 남향도 약간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심각한 말투로 그녀들에게 몇 마디를 했다. 쌍둥이들은 입을 헤벌리며 울기 시작했다.

황앵이 상황을 보고 급히 밥공기를 밀어젖히며 말했다.

“두 내 새끼들, 왜 울어?”

쌍둥이들은 보더니 급히 할머니의 품 속으로 뛰어들었다. 황앵은 남향에게 손동작을 하며 쌍둥이를 끌어 안고 좋은 소리로 그녀들을 위로했다.

“착한 내 새끼들. 이제 새해야. 울면 안돼. 만일 지금 울게 되면 내년에 예뻐지지를 못해.”

“엄마가 우릴 때리려 하잖아. 무서워.”

억련이 눈을 비비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도 다 널 위해 그러는 거야. 네가 밥을 잘 안 먹으면 크지를 못하잖아. 아빠 엄마도 그럼 너를 데리고 나가 놀 수가 없어요.”

“난 아빠 엄마랑 놀러 가고 싶지 않아. 난 삼촌이랑 놀러 가고 싶어.”

억용이 이 말을 내뱉자 실내가 문득 조용해졌다. 황앵과 남향은 서로 쳐다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여자아이 말 속에 언급한 그 이름이 일종의 마력을 가진 것 같았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곧바로 멈칫하는 것이었다.

“할머니, 할머니! 왜 삼촌은 집에 와서 밥을 안 먹어?”

억용이 여전히 묻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앵은 이미 얼굴색이 굳어 있었다.

황앵은 마치 이 문제에 어찌 답을 할지 모르는 듯 했다. 그녀는 얼굴을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 최종적으로 약간 피곤한 듯 남향을 향해 말했다.

“향아, 네가 애들 좀 데리고 가 TV 좀 봐라. 애들 밥 안 먹는 거는 그냥 두고.”

남향은 뭐라 말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쌍둥이를 데리고 나갔다.

황앵은 탁자에 가득한 요리들을 정신 나간 듯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일순간 나는 그녀가 그렇게 미약하게 느껴졌다.

내 기억 속의 큰 외숙모는 계속 그렇게 굳강하고 침착했다.

그녀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아주 적었다. 또한 욕을 하는 경우도 없었다. 다만 그녀의 그 온유한 말로서 예의 있는 태도를 갖췄다. 다른 사람들은 자연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그녀를 경애했다. 아울러 그녀를 위해 일을 하기를 원했다.

그녀의 공부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큰 외삼촌에게 시집을 온 후 집에는 위로는 노인들이 있고 아래로는 어린아이들이 있었다. 큰 외삼촌의 월급만으로는 집안 일을 꾸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는 진안의 숙박시설을 도급을 받아 여관을 열어 간신히 그녀의 노력에 기대어 가정의 살림살이를 유지했다. 아울러 손아래 시누이와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 그녀의 능력범위 안에서 교육을 시켰다.

눈 앞의 그녀를 보니 비록 피부는 여전히 팽팽하다 할 수 있고 몸매도 여전히 호리호리하고 말 속 성음도 여전히 그렇게 듣기 좋았지만 이전의 태도에서 나왔던 그 굳강함과 침착함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 이미 만년의 부인으로 접어든 것이었다.

식당 안에는 다만 우리 세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앞 전의 시끌법석하고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로 돌아가지를 못했다. 밖에서는 이따금씩 환호성과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실내는 마치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듯 싸늘하게 느껴졌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막 입을 열려 하자 백리원이 가로막았다. 그녀는 생각하다 입을 열어 말을 했다.

“올케, 저녁에 아무 것도 들지를 못했잖아. 내가 닭국 좀 가서 뎁혀 올까?”

황앵은 이때서야 비로서 꿈 속에서 깨어난듯 했다. 그녀의 눈빛이 정체를 회복하며 말했다.

“리아, 그럴 필요 없어. 나 이미 다 먹었어.”

“아, 그럼 내가 치우는 거를 도울께.”

백리원은 잠시 주저하다 손을 내밀어 탁자 위 그릇들을 거두었다.

이번에는 황앵두 제지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들 둘이 탁자 위를 정리하기 시작하자 나도 도우려 했다. 황앵이 나를 잡아 끌며 말했다.

“그러지 마. 너는 대남자가 집안 일을 어찌 한다고? 가서 TV나 봐. 여기는 나랑 네 엄마면 충분해.”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밖으로 걸어 나가려 했다. 백리원이 마치 무엇인가 생각난듯 보충해 말을 했다.

“맞아. 나 가져온 선물을 아직 안 가져 왔네. 너 나가는 김에 차에서 좀 가져와줘.”

나는 답을 하고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대모, 이모는 뼈 한 대야를 향유하고 있었다. 프라도의 트렁크를 열고 나는 몇 개 상자를 꺼내 가지고 실내로 돌아왔다.

이 때 나는 황앵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고 있는 것을 봤다. 불빛 아래 그녀의 표정이 약간 엄숙했다. 백리원이 걸어 나오더니 내 손의 상자를 보고 나에게 먼저 오락실로 가라고 시켰다. 나는 그녀의 분부에 따랐다.

오락실 안의 불빛은 켜져 있는 것이 아주 밝았다. TV 안에서는 CCTV의 춘절연환만회를 방송하고 있었다. 코메디 배우의 익살맞은 소리 중에 큰 외삼촌의 휠체어가 중간에 놓여 있었다. TV의 형광이 그의 미미하게 떨고 있는 얼굴 위를 비추고 있었다. 백기생은 소파 위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양복 넥타이는 풀어져 있었다. 얼굴에는 술기운을 지닌 채 자는 듯 아닌 듯 했다. 남향은 쌍둥이를 끌어 안고 다른 편에 앉아 있었다. 두 어린 여자아이들은 정신을 TV 프로그램에 쏟으며 불시에 이따금씩 웃음소리를 발출하고 있었다.

백리원이 큰 외삼촌에게 준비한 선물은 두툼한 멜턴복지 외투와 파커 만년필이었다. 백기생에게는 한 쌍의 프라다 정장 가죽구두와 골드라이언 넥타이, 남향에게는 오렌지색 LV 핸드백과 Dior 향수를 주었다. 백리원은 비록 세심하게 고른 이들 선물에 적지 않은 돈을 쓴 것이지만 백씨 집안의 오늘날의 경제상황으로 보건대 사실 그렇게 귀중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백기생과 남향 모두 아주 즐겁게 받으며 계속해서 감사의 말을 했다. 두 쌍둥이도 선물을 달라고 조르는 것이지만 백리원은 그녀들을 위해서는 준비를 못한 것이었다. 다만 자신이 차던 로즈골드 팔찌를 꺼내 그녀들에게 주었다. 두 쌍둥이는 아주 즐겁게 팔에 차고는 노는 것이었다.

주방 그 쪽으로 돌아가보니 황앵 역시 탁자 위를 깨끗이 정리를 끝내고 있었다. 이 때 백리원이 그녀에게 준비한 선물을 내놓았다. 이것은 가져온 선물 중 가장 비싼 것이었다. 허텐(和田)의 토파즈로 만든 비녀였다. 비녀 머리는 봉황의 머리 모양의 조형으로 입 속에는 한 알의 진주를 머금고 있었다. 비녀의 몸체는 맑은 황색으로 빛나고 있어 등불빛 아래 담담한 빛살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것은 우리가 함께 몇 집인가를 뒤져서 찾아낸 것이었다. 보석 본신이 아주 드문 것일 뿐만 아니라 그 공예가 더욱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었다.

“너는 얘도 뭐 하러 이렇게 많은 돈을 썼어?”

황앵두 물건을 볼 줄 아는 사람이라 그녀는 한 눈에 이 옥비녀의 가치가 싸지 않다는 것을 알아봤다. 작은 목소리로 불평을 했다.

“올케, 올케가 우리 집에 한 공헌을 어디 이 비녀 하나로 보답을 할 수 있겠어? 나 현재 또 능력이 좀 돼. 언니가 나에게 보내준 그 것들에 내가 조금 보답을 하게 해줘.”

백리원은 황앵의 손을 끌며 진의를 담아 말하는 것이었다.

“허, 너도 참, 한 집안 식구끼리 무슨 공헌을 이야기해? 이후에 천만에라도 그렇게 말하지마. 말이 새나가면 다른 사람들 웃겠다.”

황앵은 분명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말 속에 약간 울음기가 배어 있었다.

“알았어. 나 바로 올케가 찬 거를 보고 싶어. 올케. 내 말 들어봐.”

백리원은 약간 응석을 부리며 황앵의 손을 잡아 끌며 흔들었다.

황앵은 분명 이 옥비녀에 호감을 보였다. 비록 입으로는 백리원에게 돈을 많이 썼다고 원망하는 것이었지만 백리원이 다시 간청하자 그녀의 머리 뒤로 틀어 올린 머리 속으로 비녀를 꽂았다.

과연 이 옥비녀를 황앵의 머리 위에 꽃자 그녀의 온화하고 현숙한 얼굴과 배합하여 청담하고 단아한 분위기가 정말 아주 잘 들어맞았다. 비록 세월은 이미 그녀의 신상에 흔적을 남겨 놓았지만 또한 세상풍파를 다 겪은 미감이 있는 것이었다.

백리원은 자신의 선물이 가져온 효과에 아주 만족해 했다. 그녀는 마음이 동한 듯 황앵을 끌어 안았다. 두 사람의 연령 차이는 그렇게 컸지만 각자의 미태를 자랑하는 부인이 서로 껴안는 사이 나는 황앵이 마치 그녀의 귓가에 뭐라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백리원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떨어진 후 백리원이 몸을 돌려 나를 잡아 끌며 한 편으로 말했다.

“우리 밤에는 여기 안 있을 거야.”

“뭐?”

나는 잠시간에 반응을 못하다 반문해 물었다.

“그럼 어디서 자?”

“난 옛날 집으로 갈 생각이야. 그 곳이 더 익숙하니 안전감이 들어.”

백리원의 아름다운 눈 속에는 간청의 신정이 들어 있어 나로 하여금 거절하기 어렵도록 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한 이유는 조금 억지스러움이 있었다.

“그래도 돼나? 외숙모. 사촌형들이 우리보고 무슨 생각이냐고 느끼지 않을까요?”

나의 생각은 인지상정이었다. 평소 세사에 정통한 백리원이 분명 생각할 바가 아니었다.

“내가 올케에게 이야기 했어. 상관없어.”

백리원이 갑자기 내 귓가로 입을 가져왔다. 그녀의 붉은 입술 속으로 방향을 담은 숨결이 작은 음성과 함께 뿜어지며 속삭였다.

“옛날 집 거기서 우리 둘이, 좋지 않아?”

그녀의 최후의 그 말들은 말투가 애매해 나로 하여금 생각을 오락가락하도록 했다. 나는 신상이 갑자기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원래의 우려는 잠시 내던져버리고 분주하게 승낙을 했다.

이 때 황앵이 걸어 돌아와 한 더미 열쇠를 백리원의 수중에 건네 주었다. 그녀는 마치 이미 우리의 생각을 안다는 듯 작은 소리로 백리원에게 당부했다.

“여기 열쇠야. 집은 내가 일주일에 한 번 청소를 해. 침구랑 이불은 네 방의 옷장 안에 들어 있어. 밤에는 좀 추우니 난로 가져가는 것을 잊지마.”

그녀의 당부대로 일을 끝내자 황앵은 친히 우리를 문 밖으로 전송했다. 내가 차의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한 후 그녀의 작고 정교한 몸이 가로등 불빛 아래 가만히 서있었다. 그 토파즈 비녀가 야색 속에 담담한 빛살을 발산하고 있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