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장
음력 섣달 그믐날 아침 나는 프라도를 몰고 회소고속도로 위를 날고 있었다. 조수석에는 옷을 잘 차려 입은 백리원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오늘 적갈색의 담비털 티즐코트를 입고 있었다. 크게 뒤집어진 네크라인은 하얗기가 마치 눈 같은 부드럽고 매끈한 일단의 가슴을 노출하고 있었다. 양 쪽 우아하고 아름답고 가냘픈 쇄골 위에는 복고풍의 큐빅 입체 꽃잎형의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한 무더기 인조 다이아를 박아 넣어 만들어진 설화가 그녀의 길고 하얀 목을 화려하게 눈부시도록 장식을 하고 있었다. 유순하고 매끄러운 와인색 긴 머리는 머리 뒤로 모아 틀어 올려 장엄하고 보수적인 쪽을 하고 있었다. 한 송이 재스민 꽃봉우리 모양의 순금 헤어클립이 시뇽 헤어를 고정하고 있었다. 세심하게 칠한 다홍색의 풍윤한 앵두 같은 입술과 배합하여 전신 상하로 온화하고 젊잖은 부귀 나는 기질을 넌지시 내비치고 있었다.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아냐? 그렇게 귀부인처럼 차려 입을 필요가 있는 거야?”
나는 차를 몰며 한 편으로 놀리듯 그녀에게 물었다.
“내 입은게 뭐 문제 있어? 사람들 다 밖으로 나가 일을 하다 일년 동안 고생 끝에 집으로 돌아갈 때 모두 새 옷으로 쫙 빼입고 돌아가는 거야. 뭘 바라는게 아냐. 그냥 즐거운 분위기를 위해서야. 우리 이렇게 오랫동안 나가 있었으니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고 돌아가지 않으면 친척들이 보고 업신여긴다고.”
백리원은 아름다운 눈의 흰자위를 뒤집으며 나를 간곡하게 흘겨봤다. 분명 내가 그녀의 옷에 대해 트집을 잡은 것에 굉장히 불만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두 눈으로 너의 신상을 보면서 네가 무엇을 입은지 보고 무엇을 먹는지 무슨 차를 모는지를 보고 네가 무슨 위치의 사람인지 여기는 거야. 네가 만일 다른 사람 면전에 약하게 보이면 사람들은 너를 깔보게 돼. 또 너를 얕보게 되는 거야.”
백리원의 이 한 바탕 말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다행히 그녀는 아주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우리는 비로서 난감한 국면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나는 한 편으로 차를 운전하며 한 편으로 옆 눈으로 그녀의 동정을 관찰했다.
그녀는 양 쪽 모피 속 긴 팔을 가슴 앞에 팔짱을 끼고 있었다. 검은담비가죽 모피의 길이는 허벅지 부근까지 내려오는 것이었다. 밑으로 백색의 실크 스타킹 안 둥근 무릎이 노출되어 있었다. 그 자랑스런 긴 다리에는 한 쌍의 흑색 양피로 된 끝이 뾰족한 롱부츠를 신고 있었다. 부츠통 무릎 아래 좌우 끝부분에는 일단의 백색 솜털로 치장이 되어 있었다. 비록 그녀의 양 허벅지 위에는 롱부츠가 신겨져 있지 않았지만 그녀의 다리형은 그렇게 매우 곧고 가냘펐다. 이 순간 7센티미터 높이에 지나지 않는 부츠 바닥이 약간 불안하게 차바닥을 뭉그작거리고 있었다. 뾰족한 부츠 머리는 한 번 또 한 번 수납 박스 아래 쪽을 걷어차고 있어 그녀가 극력으로 냉정하려 가장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심사는 무거운 표정과 같아 보여 나의 마음 속에 일층 곤혹감을 생성하고 있었다.
내일이 바로 설날이라 고속도로 위 차량의 물결은 역시 특별히 많았다.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나는 100km/h 의 속도로 고속도로 위를 한 시간 반 전후로 달렸다. 멀리 외형이 고향고색인 톨게이트가 보였다. 위쪽에 이체자로 ‘조산’ 이라는 커다란 두 글자가 써 있었다.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도착한 것이었다. 어슴푸레 어릴 때 엄마와 외할머니 집에 버스를 타고 장도에 오른 것이 기억났다. 길에서 또 몇 번이나 차를 갈아타고 4, 5 시간이 넘게 걸렸었던 것이다. 현재 고속도로가 분명 이미 시골집까지 나있는 것이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차는 드넓은 평탄한 현도로를 따라 달렸다. 길가로 작은 차들이 왕래가 빈번해 끊이지 않았다. 차번호판은 “회(淮)” 자 뿐만 아니라 “소(蘇)”, “절(浙)”, “휘(徽)” 등의 인근 성에서 온 차들도 있었다. 백리원이 나에게 해준 설명에 따르면 이 몇 년간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조산진의 수려한 산수풍광과 독특한 수향건축이 아주 많은 관광객을 끌어 들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드라마에 이어 인터넷 등을 통한 매체를 타고 이 곳의 이름이 소문이 난데다 세 성의 경계라는 이유 때문에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모두 휴일이면 차를 타고 관광을 온다는 것이었다.
과연 차를 타고 멀리 가지 않아 한 줄기 벽록의 강줄기가 마치 휘날리듯 산간을 타고 지나갔다. 개천의 양 뚝을 따라 평지에는 허다한 건축들이 지어져 북적거렸다. 멀리 강남 민가식의 누각 팻말이 보였다. 하얀 담에 청기와를 한 담이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원래 진을 진입하려면 문표를 사야했다. 듣자하니 본래 진의 호구 주민들은 문표를 살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와 백리원은 친지를 방문하러 온 것이니 두 장의 문표를 산 후에야 비로서 진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진으로 들어선 이후 백리원은 약간 활기차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 편으로 창 밖의 건축을 보며 한 편으로 하나 하나 가리키며 나에게 보게 했다. 내가 지난 번 외할머니 댁에 와본 것은 십 몇 년 전이었다. 현재 이 진은 변화가 아주 컸다. 원래 청석판으로 한 줄로 되어 있던 거리가 확대되어 세 줄로 나 있었다. 거리 양 쪽의 건축은 통일되게 수선을 한 모양이었다. 외관상으로는 근본적으로 새것인지 낡은 것이지 구분이 안 갔다. 거리 위에는 쉴새 없이 행인들이 오고 가고 있는데 보아하니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었다. 차는 인파 속에서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한 두 걸음 옮길 뿐이었다.
이렇게 꾸물대며 운전을 반 시간 넘게 해서 차는 비로서 외할머니 집 낡은 가옥의 위치에 도달했다. 푸른 강물을 따라 흐르는 계류 옆에 떨어져 한 줄로 오래된 집들이 있었다. 거리에 붙어있지 않은 이유로 이 안의 집들은 모두 인공의 미화를 거치지 않고 있었다. 여전히 지난 세기의 풍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치형 돌다리 맞은 편에 이층으로 된 청벽돌 기와집이 하나 있었다. 내 기억 속에 어슴프레 이 곳이 외할머니 집이라는 것이 기억났다.
차에서 내린 후 백리원은 약간 어렴풋이 문 입구에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먼저 한 걸음 나서 낡은 가옥의 문입구에 도달했는데 약간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오래된 집의 문 입구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문 입구 양 쪽으로 춘련(春聯)때 쓰는 “백도별기삼천경홍매환보만가춘(白桃別其三千景紅梅還報萬家春)” 이 쓰여 있었다. 춘련의 붉은 종이는 이미 비바람을 맞아 하얗게 퇴색되어 있었다. 얼룩달룩한 목문 위에는 철장이 가로지어 잠겨 있었다. 문짝의 페인트도 벗겨진 것이 아주 엄중했다. 나는 목문 위의 청동 야수 입에 걸린 고리를 매만졌다. 손바닥에 이미 녹물이 묻어났다. 이 집은 분명히 아주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걸어 잠근 자물쇠의 금속 색상은 아주 새 것이었다. 마치 늘상 누군가 이 자물쇠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여보세요! 누구 있어요?”
나는 쇠고리를 몇 번 쳤다. 녹이 슨 고리가 청동 야수 위를 내리치며 발출하는 듣기 힘든 소리를 냈다. 오래된 가옥은 이 오래된 거리의 끝에 있었다. 멀리 번화한 시끌법적한 신거리와 달리 이 때 거리에는 행인이 없었다. 나의 목소리가 청벽돌로 된 담 위를 부딪치며 청녹색의 짙푸른 하늘을 넘실거렸다.
“어이, 누구야? 누구기에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오래된 가옥 맞은 편 한 집의 문이 갑자기 열리며 안에서 육십세 전후의 노부인이 한 명 걸어 나왔다. 내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녀를 놀라게 한 것 같았다. 부인은 얼굴에 불쾌함이 가득해서는 질책하며 말하는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단지 사람을 찾으러 왔어요.”
나는 예의 있게 부인에게 말하며 묻지는 않았다.
이 부인이 접근 한 후 나는 비로서 그녀의 외형을 자세히 바라봤다. 그녀는 키가 크지 않았다. 신상에는 홍색의 솜옷 솜바지를 입고 있었다. 발에는 보온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머리는 마치 새집 모양으로 더부룩하니 헝클어져 있었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 위에는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있어 마치 케익의 생크림을 바른 것 같았다.
“사람을 찾아? 누굴 찾기에? 이 안에는 사람이 안 살아.”
그 부인은 약간 접근했다. 그녀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사람이 안 살아요? 그럼 백씨 집안 사람들은 어디로 갔어요?”
방금까지 계속 우두커니 옆에 서있던 백리원이 마치 이 말에 깨어난 듯 했다. 그녀는 격동한 말투로 물었다.
그 부인은 앞서 나를 보고 있다가 소리를 듣고 백리원을 상하로 한 번 훑었다. 갑자기 손을 내밀어 허벅지를 찰싹 때리더니 입을 벌리고 웃으며 말했다.
“아이야, 이거 리리 아니냐?”
“앗, 당신은?”
백리원은 상대방이 그녀의 어릴 적 이름을 꺼낼 줄은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약간 예측이 안된다는 듯 자세히 부인을 살폈다.
“허, 네가 날 못 알아봐? 나 네 이(李) 숙모 잖아.”
그 부인은 백리원이 여전히 머뭇거리자 분주하게 나서 말을 했다.
“네가 잊을 수 없을걸. 우리 아들과 네가 같은 해에 생일이 같잖아. 너 어릴 때 늘 우리 집에 와서 놀았고.”
이 숙모의 얼굴 가득 마치 웃음꽃이 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웃음이 어찌 약간 가식적으로 보이는 것일까?
“아! 이 숙모세요? 저 생각났어요.”
백리원의 얼굴에 뚜렷이 노출되는 것이 그녀의 이 이 숙모에 대한 인상은 깊지가 않았다. 하지만 결국은 이웃이었다. 또한 예의를 차려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이 숙모는 완전히 백리원의 표정의 주의를 하지 않았다. 그녀 스스로 엄마의 손을 잡아 끌며 다가갔다. 또 그 밍크 모피 코트를 만지며 얼굴에 선망의 빛을 노출하며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와아, 굉장해. 이거 진짜 모피인 거지?”
“리리, 너 이 몇 년새 그곳에서 돈을 번 모양이네. 이렇게 일신에 부귀가 넘쳐 흐르니 멀리서 보면 돈 많은 집 여자로 보겠어.”
이 숙모는 그 눈빛을 백리원 신상의 그 밍크코트를 쓸어보는 것이 마치 자신의 신상에 입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운 듯 했다.
“어디 무슨 돈을 벌어요? 그냥 매장 몇 개를 열었을 뿐이예요. 그냥 밥만 먹고 살아요.”
백리원은 움직이지 않고 담담히 대답했다.
“아이야, 내가 리리 너 어릴 적부터 말했잖아. 생긴 것이 장래에 분명 행운이 있을 거라고. 고관관직의 부인이 되지 않으면 돈 많은 사장님에게 시집을 갈 거라고. 당년 네 엄마가 너를 성 안으로 시집을 보낼 때 내가 또 그녀를 말렸었는데 지금 운이 나쁘면 다음에는 좋다라는 속담을 생각 못했었네. 도리어 내가 소견이 좁았어… “
이 숙모는 끊임없이 장황하게 입을 열었다.
백리원이 보고 그녀 가면 갈수록 말을 그칠 생각을 안하니 급히 말을 꺼내 그녀를 끊었다.
“숙모, 다음에 다시 이야기 하고요. 먼저 우리 집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이야기 해줘요. 어째서 집이 모두 잠겨 있는 거죠?”
“뭐? 너 아직 몰랐어?”
이 숙모는 얼굴에 놀라는 듯한 모습을 노출했다. 우리가 계속 추문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했다.
“네 큰 오빠네 새집으로 이사갔어. 여기는 빈지 벌써 삼 년이야. 다른 개발 구역 안에다 새 집을 지었어. 그게 아주 크고 으리으리해. 진 안에서 모두 너네 집을 “백공관(百公館)”이라고 불러.”
새집으로 이사를 갔다! 백리원이 이 일을 듣고 짓는 표정으로 보아 그녀는 분명 이 일을 모르고 있었다. 이 몇 년간 그녀는 고향집으로 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친척들과 연락도 아주 적었던 모양이었다.
우리는 이 잔소리 심한 이 숙모에게서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녀가 말해준 백씨 집안의 새주소를 찾아갔다. 진의 개발구는 원래 거리와 물길 이외의 논이었다. 옛날 거주구역은 현재 통일적으로 관광상업개발 지구로 편입을 시켰다. 이 몇 년내 적지 않게 집안을 일으켜 부자가 된 거주민들은 모두 분분히 나가서 자신의 집을 지었다. 그래서 정부에서 전문적으로 계획을 해서 일대의 토지에 그들로 하여금 집중적으로 새 집을 건축하도록 했다. 관광구역이 아니 이유로 이들 새집들은 구획의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각 집들은 자기의 재력을 과시해 지어진 집들은 화려하고 웅장한 것이 으리으리하기 그지 없었다.
우리는 아주 빠르게 백씨 집안의 주소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숙모가 형용한 그런 식으로 ‘백공관’은 참으로 이 일대에서 가장 높고 큰 으리으리한 집이었다. 이 주택의 지세는 가장 높았다. 한 작은 산을 등지고 있었다. 면전에는 아스팔트가 포장된 광장이 하나 있었다. 중앙에 쌓아놓은 하나의 가산에서는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높게 주위를 두른 담 위에는 쇠바늘 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두 그루 가지와 잎이 무성한 향나무가 담장 안에서 돋아나와 하얀 담에 청기와의 집에 녹음을 보태고 있었다.
문입구를 통해 보니 이 집의 부지는 최소한 300평방 미터 이상이었다. 흑색으로 상감된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철 난간 사이를 통해 안쪽이 커다란 화원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포도 덩굴이 담과 안마당에 가득했다. 만일 여름이라면 정원 안은 분명 아주 시원할 듯 했다. 하지만 현재 날씨는 뚜렷하게 약간 추웠다. 내가 접근하는 것을 보자 정원 안에서 두 마리의 검은털 독일 셰퍼드가 뛰어 나왔다. 나를 보고 곱지않게 짖어댔다. 이 때 백리원도 걸어 다가왔다. 그 두 마리의 검은 셰퍼드가 갑자기 온순해졌다. 철 난간에 붙어서 환심을 사려는 듯 그녀의 발 아래 부츠 끝을 핥았다.
백리원은 초인종을 눌렀다. 이 때 개 짖는 소리 때문인지 집안 사람도 놀란 것 같았다. 안쪽 그 큰 저택의 흑단색 대문이 열리며 30세 전후의 소부가 한 명 걸어 나왔다. 그녀는 상큼한 목소리를 실은 말투로 걸어오며 말했다.
“이리와, 이리와, 대모(大毛), 이모(二毛) 그만 짖어.”
그녀는 앞으로 걸어오다 두 마리 검정 셰퍼드가 문 입구에 누워 아무 소리 없는 것을 봤다. 백리원이 그 놈들과 놀고 있는 모습을 보자 얼굴에 의아해하는 신색을 노출했다.
그 소부의 나이는 이십 칠팔세 전후로 신상에는 핑크색 꽃이 수놓아진 점퍼를 입고 있었다. 몇 가닥 브릿지를 넣은 황색의 긴 머리카락은 어깨 위에 늘어져 있었다. 비록 아주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오관은 청수하고 몸매는 날씬하고 피부는 희고 깨끗했다. 얼굴 위에는 강남여자에게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온유함이 깃들여 있었다.
그녀는 이마의 가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우리 두 사람을 보고 또 봤다. 말 속에 우려를 실은 듯 물었다.
“당신은… 작은 고모?”
백리원은 머리를 들어 올리며 얼굴에는 태연함과 웃음기를 머금은 채 말했다.
“향아, 나야. 내가 돌아왔어.”
소부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기쁨의 표정이 노출됐다. 그녀는 급히 문을 열고 우리를 들어오게 했다. 우리는 포도덩굴이 가득한 안마당을 지나 그 흑단색 대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두 마리 셰퍼드도 따라 들어오려다 소부에 의해 꾸짖음을 당하자 다만 불만인듯 문 입구에 주저 앉았다.
대저택 내부는 바깥에 비해 더욱더 운치가 있었다. 공간은 드넓고 밝았다. 인테리어는 현대식으로 화려했다. 진열된 것은 모두 금빛 찬란한 명청 시대의 가구였다. 소부는 우리를 드넓은 거실에 앉게 했다. 그런 후 몸을 돌려 위층으로 가 어른들에게 통고를 하러 갔다.
백리원의 소개에 의하면 방금 그 소부의 이름은 남향(藍香)이었다. 바로 큰 사촌 형의 아내였다. 그녀는 6년 전에야 비로서 시집을 왔다. 따라서 내 기억 속에는 그녀를 만난 적이 없는 것이었다. 남향은 비록 배분상으로는 백리원의 조카 며느리였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녀에 비해 단지 6, 7세 어렸다. 두 사람간의 관계는 사실 꽤 좋았다.
아주 빠르게 계단 위에서 일진 발자국 소리가 났다. 남향이 한 몸매가 작은 부인을 데리고 걸어 내려왔다. 그녀는 녹회색에 도홍색 봉황을 새긴 비단 겹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하반신에는 묵색으로 국화를 그려 넣은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발에는 굽이 낮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고전적인 네모난 얼굴의 미인이었다. 오관의 선조는 약간 강직했지만 한 쌍의 아름다운 눈 속의 신색은 아주 온유했다. 그녀의 피부는 대단히 희고 깨끗했다. 눈가와 눈 옆의 주름은 이미 아주 뚜렷했다. 어렴풋이 은발이 보이는 검은 머리는 머리 뒤로 얹혀져 구식의 헤어네트로 덮어 씌어져 있었다. 비록 나이는 오순이 지났지만 여전히 단아하고 대범한 미부인이었다. 그녀가 바로 나의 큰 외숙모 황앵(黃鶯)이었다.
백리원은 황앵을 본 후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얼굴 위 표정은 아주 격동하는 것이었다. 한 쌍 붉은 입술을 가볍게 떨며 그녀는 한 마디 부르짖었다.
“올케!”
그리고 앞으로 나가 막 계단을 내려오던 황앵을 껴안았다.
그녀는 굽이 높은 롱부츠를 신고 있어 키가 황앵에 비해 머리 하나가 컸다. 하지만 황앵의 품 속에 뛰어들어 안기는 자태와 신정은 마치 딸이 부모를 만난 것과 같았다. 그리고 황앵 역시 아주 동정적으로 그녀를 쓰다듬었다. 얼굴 위에는 온유하고 자애스런 신정이 마치 엄마가 평소 나를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큰 외숙모는 사실 엄마보다 20살 이상이 많았다. 백리원은 집안의 어린 소녀였다. 어릴 때 모두 큰 외숙모가 키운 것이었다. 그녀와 황앵은 명분상으로는 비록 시누이와 올케였지만 감정상으로는 모녀에 더 가까왔다. 나는 비록 어릴 때 몇 번 밖에 큰 외숙모를 못 봤었지만 내게 남겨진 영상은 아주 깊었다. 그녀는 평소 줄곧 그렇게 온유하고 대방했다. 사람을 대하고 장사를 하는 수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이런 어린 사람들에게도 온화하고 즐겁게 말을 했다. 나는 그녀가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친척과 이웃들 모두에게 이 큰 외숙모는 칭찬이 자자했다.
“리아(莉兒), 네가 겨우 집에 돌아왔구나. 이 몇 년 잘 지냈어? 집에 소식 한 자 없으니 오빠랑 올케들이 모두 걱정 했잖아.”
황앵은 백리원의 등을 가볍게 다독이며 말투를 부드럽게 해서 말했다.
“올케, 나… 흑흑흑, 나도 많이 그리웠어.”
백리원은 정이 동하는 듯 황앵을 끌어 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됐어 됐어. 괜찮아. 너 현재 집에 왔는데 뭐하러 울어. 설날이야. 마땅히 즐거워야 하는 거야.”
황앵의 일거일동은 모두 모성이 극진했다. 그녀는 한 편으로 말하며 한 편으로 백리원의 여린 뺨을 매만졌다.
“응.”
백리원은 아주 앙증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황앵은 아주 세심하게 그녀의 얼굴의 눈물 자국을 닦아주고는 그녀의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어디 보자. 우리 집 리아가 이렇게 예뻤구나. 이 몇 년 사이에 더 좋아진 것 같아.”
“응, 나 아주 잘 지냈어. 올케 마음 놓아요.”
백리원의 얼굴에 웃음이 쌓였다. 황앵을 잡아 끌어 나에게 걸어왔다.
“올케, 나 기쁜 일을 이야기할게 있어.”
나는 방금 까지 꽤 오래 서있었다. 그들 시누이와 올케가 상봉하여 기쁨에 빠진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 때 얼굴에 찬란한 미소를 노출하며 말했다.
“큰 외숙모! 안녕하세요?”
황앵은 꼼꼼히 나를 보고 또 봤다. 그녀의 눈가에는 이미 뚜렷이 눈주름이 있었다. 하지만 맑고 투명한 양 눈은 여전히 아주 미려해 마음을 움직였다. 이 부드럽고 고요한 아름다운 눈이 나를 상하로 한 바퀴 훑어보더니 얼굴 위로 내심으로부터 비롯된 찬란한 웃음이 피었다. 나의 양 손을 잡아 끌며 웃으며 말했다.
“잘됐다. 석두 너도 돌아왔구나.”
그녀는 나를 끌어 소파에 앉히고는 세심히 나의 상하를 한 바탕 살폈다. 얼굴 가득 춘풍을 싣고는 백리원을 향해 말했다.
“너 봐라. 네 큰오빠가 일찍이 말했었잖아. 우리집 석두가 팔자가 센 아이라고. 비록 젊을 때 약간의 곡절이 있겠지만 결국 전화위복이 될 거라고.”
“봐봐, 얘 현재 생긴게 이렇게 건장한 것. 네 조카들보다 훨씬 커. 리아 너 이제 고생에서 다 벗어날 거야.”
황앵이 완곡하게 말하는 동안 백리원은 근심이 기쁨으로 변한 듯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석두, 네 대명(大名)도 또 큰 외삼촌이 널 도우려 한 거잖아. 너 어릴 때 늘 병을 앓아 책에 써있기를 센 팔자의 이름은 눌러 앉혀야 한다고 그런거잖아. 이것도 정말 그 이가 말한대로 아니겠니?”
황앵은 큰 외삼촌을 말하자 얼굴 위로 숭배의 빛이 가득했다.
큰 외삼촌은 확실히 재능이 출충한 사람이었다. 그는 육십년대 대학을 졸업하고 계속 고향의 현 중학에서 교사를 하다 나중에 담임교장을 역임후 은퇴했다. 하지만 내가 오늘에서야 비로서 알게 된 것은 자신의 이름을 그가 지었다는 것이었다.
“맞아, 올케! 큰 오빠는? 집에 있어?”
백리원은 오빠의 이름을 듣자 즉시 말을 꺼내 물었다.
“오빠 방금 전 잠이 들었어. 저녁에나 다시 그를 보러 가.”
황앵은 완곡히 사절을 했다.
“앗! 큰 오빠 몸이 아직 안좋아? 지금도 약 먹는 거 아냐?”
“응, 그는 그냥 그대로야. 몇 년 됐잖아. 하지만 정신은 여전히 좋으니 괜찮아.”
남향이 주방에서 녹차 몇 잔을 내왔다. 아주 공경스럽게 먼저 시어머니에게 주고 그런 후 백리원과 나에게도 잔을 건넸다. 그들 시누이와 올케 두 사람은 그 곳에서 집안의 여러 해 묵은 지난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남향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의 나이는 요영 누나와 비슷했다. 비록 요영누나와 같이 요염하고 박력있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훨씬 부드럽고 얌전했다. 나는 이 사촌 형수에게 호감을 느꼈다. 두 사람이 말하는 것이 또 잘 맞았다.
남향의 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그녀가 백씨 집안에 시집을 온 것은 내가 병에 걸린 후 두 번째 해였다. 그래서 다만 이 사촌 동생이 하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뿐 나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본지인이 아니었다. 이웃 성의 외진 산촌에서 나온 것이었다. 남방의 모 소수민족의 후대에 속했다. 남향은 큰 사촌 형과 서로 알게 된 후 나중에 시집을 와서 외삼촌 일가와 서로 잘 어울렸다. 그녀의 얼굴 위에 조금도 감추려 하지 않는 행복한 웃음을 통해 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몇 년 백씨 집안의 경제상황은 확실히 가면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다. 큰 외숙모가 대화 중에 언급한 것에 의하면 큰 사촌형이 원래 진 안의 당위위원이 되어 앞선 이년간 이미 진장(鎭長)에 발탁이 되었다. 진 안의 관광사업도 그의 손에 의해 추진이 되었다. 그래서 이 며칠간 그는 계속 상급의 지도자들을 접대하느라 바빴다. 매우 늦어서야 겨우 집에 돌아오곤 하는 것이었다.
이 때 문밖에서 갑자기 시끌법적한 소리가 전해져왔다. 내가 소리를 듣고 바라보니 옥을 다듬은 듯한 어린 여자아이 두 명이 종종걸음으로 뛰어들어 오는 것이었다. 그녀들의 신상에는 핑크색 다운재킷을 입고 있었다. 양 갈래 머리를 땋아 활발하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비록 신형은 작았지만 비율을 통해 볼 때 양 쪽 흰 다리가 마치 싹이 튼 작은 나뭇가지처럼 곧게 솟아 있었다. 가장 나를 경탄하게 한 것은 그녀들의 몸매와 얼굴이 거의 도장을 찍어 나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게다가 오관의 표정도 모두 집안 안방에 걸려 있는 그 그림 위의 소녀와 아주 흡사했다.
“엄마, 엄마!”
두 소녀는 문을 들어서자 재잘재잘대며 남향에게 뛰어 들어왔다. 남향도 행복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을 품 안에 끌어 안았다. 손을 내밀어 그녀들의 다운재킷 위 눈꽃을 쓸었다. 두 소녀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 백리원을 바라봤다.
“소련아, 소용아! 어서 이리 와.”
황앵이 소녀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들의 몸 위를 깨끗이 털고나자 이 두 마리 어린 새는 할머니에게로 뛰어들어 안겼다. 분명히 황앵이 그녀들을 아주 총애하는 모양이었다. 한 편으로 손으로 그녀들의 얼어서 피부가 벌개진 얼굴을 어루만지며 또 과일과 떡을 그녀들에게 좀 먹이는 것이었다.
“올케, 얘들이 외조카 딸들?”
백리원이 웃음기를 머금은 채 여자애들을 보며 물었다.
“그래. 얘들이 네 조카의 친딸들이야. 너 지난번 왔을 때 향아가 막 애를 가졌지 않았었어? 나중에 낳으니 쌍둥이였어. 애석하게 너 이 고모 할머니를 못 본 거지.”
황앵은 우리를 가리키며 애들에게 가르쳤다.
“내새끼들, 이리. 여기는 고모 할머니고, 여기는 외숙이야.”
쌍둥이는 즉시 고분고분히 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보아하니 그녀들은 집안에서 비록 총애를 받는 것이지만 예의 규범은 아주 중시하는 것이었다. 이 것은 마땅히 황앵의 가교(家敎) 덕분이었다.
이 쌍둥이들은 올해 6살 전후였다. 한 명은 이름을 억련(忆蓮)이라 하고 다른 한 명은 억용(忆蓉)이라 했다. 억련이 억용에 비해 몇 초 먼저 태어나서 이론상으로는 그녀가 언니였다. 하지만 둘이 함께 서있으면 완전 구분이 되지가 않았다.
“너네 아침에 옷을 산다고 성으로 들어가지 않았어? 어째서 이렇게 일찍 돌아온 거야?”
황앵이 쌍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애롭게 물었다.
“우리 옷을 다 산 후에 삼촌이 누굴 찾아가야 된다면서 기사를 불러 우리를 먼저 집으로 태워달라 했어요.”
한 소녀가 불쑥 말을 했다.
“네 삼촌이 몇 시에 돌아 온다고 말이 없었어?”
황앵은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삼촌 말이 없었어요. 다만 말하기를 우리보고 밥먹는거 삼촌 기다리지 말랬어요.”
다른 한 소녀가 작은 소리로 답했다.
나는 지금까지 계속 옆에서 그녀들의 대화를 들으며 심중으로 희미하게 어딘가 약간 이상한 것을 느꼈다. 소녀들이 말한 “삼촌” 이라면 마땅히 집안의 어느 친척일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황앵이 그를 언급할 때 약간 부자연스러운 것일까? 그리고 백리원이 소녀들의 대답을 들은 후 원래 약간 긴장하던 정서가 곧바로 풀리는 것이었다.
내가 막 무엇을 묻기 위해 입을 열려 할 때 황앵이 공교롭게 나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백리원을 잡아 끌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석두야, 너 오랜만에 돌아 왔잖아. 고향이 이 몇 년간 변화가 아주 많아. 네 사촌 형수랑 나가서 구경을 좀 해봐.”
나는 일어서며 백리원을 바라봤다. 그녀는 가볍게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놀러 나갔다 와. 나랑 큰 외숙모는 집안 일 좀 이야기하고 있을 테니. 너 여기 앉아 있으려면 답답하잖아.”
기왕에 이렇게 된 바에야 나도 무슨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향과 함께 대저택의 대문을 걸어 나왔다.
문을 나서 나와 남향은 느긋한 걸음으로 옛거리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신상에 둥근 깃에 허리가 잘록한 백색 오리털 재킷으로 갈아 입었다. 바짝 몸에 달라붙는 청바지가 그녀의 가는 다리를 틈이 없도록 조이고 있었다. 발에는 하얀 색의 7센티미터 높이의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소부의 청춘과 곱사함이 드러나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남향은 한 편으로 나에게 진 안의 명소의 명칭을 소개하며 한 편으로는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의 성격은 온순하고 나와 연령 차이가 또 크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대하는 것이 서로 사이가 좋았다. 길에서 만나는 아는 마을 사람들 모두 그녀와 인사를 했다. 대다수의 사람이 호기심을 갖고 내가 누구냐고 물었다. 남향은 인내심 있게 그들에게 나의 신분을 이야기 해줬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나에 대해 아무런 인상이 없었다. 그들은 다만 인사치레로 빈 인사말을 하며 바삐 자기 볼일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엄마와 큰 외숙모가 없으니 나는 앞 전에 말하지 못했던 그 의문에 대해 물었다.
“사촌 형수, 아까 큰 외숙모가 언급한 ‘삼촌’은 누구 예요?”
“아, 그건 너의 둘째 외사촌 형.”
남향은 나의 물음을 듣고 약간 주저하다가 비로서 대답을 했다.
남향의 말에 내 심중에 계속 존재하던 의구심이 풀렸다. 어쩐지 내가 앞전에 계속 백씨 집안에 약간 이상한 구석이 있다고 느꼈는데 느낌이 무엇인가 빠진 것 같은 것이었다. 원래 문제는 여기서 나온 것이었다.
큰 외삼촌은 두 명의 아들이 있는데 큰 아들의 이름은 백기생, 바로 남향의 남편이었다. 작은 아들은 백준생으로 나에 비해 단지 6살이 많았다. 우리는 어릴 때 고향에 돌아올 때 몇 번 만났었다. 그는 그 때 이미 나보다 훨씬 컸고 나는 늘 병에 걸려 신체가 허약했기 때문에 언제나 그에게 괴롭힘을 당했었다.
거기에다 이 둘째 외사촌형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아주 싫어해 종일 밖으로 나가 빈둥거리며 놀러 다녔다. 비록 누차 큰 외삼촌에 의해 꾸지람을 받았지만 바뀌지를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차라리 공부를 포기하고 하루 종일 사회상의 불량인사들과 함께 어울렸다. 듣건대 또 현지의 모 방파의 우두머리라 했다.
남향이 내게 말해주길, 그녀가 시집을 올 때 백준생은 이미 그 지방 현성의 유명한 깡패 두목 중의 하나였다. 교외 부근의 건재시공 비즈니스를 독점했다. 하지만 몇 년전 정부가 암흑가 세력을 손 볼 때 붙잡혀 들어 갔었다. 백씨 집안이 무슨 채넣을 통해 죄명을 감경시켰는지는 모르지만 다만 오 년의 옥살이를 하고 가석방이 되어 나왔다. 이것이 바로 몇 개월 전의 일이었다.
우리가 동네를 한 바퀴 돌아 자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오후 무렵이었다. 황앵과 백리원 두 사람은 마치 이미 이야기를 다 끝낸 듯 거실에 단정하게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쌍둥이는 일찍이 TV를 보러 방으로 들어가 있었다.
“향아, 너 마침 잘 돌아왔다. 우리 식사 준비를 시작하자.”
황앵이 우리가 문을 들어서는 것을 보고 급히 손짓을 했다.
남향은 두 말 없이 답을 하며 옷을 갈아 입고 주방으로 가서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케, 나도 도울께.”
백리원도 그 밍크코트를 벗고 안쪽에 입은 미백색의 레이스 원피스를 노출했다. 앞치마를 두르고는 가서 도우려 했다.
“그러지 마. 리아 너는 손님이야. 이런 일은 하면 안돼. 뭐나 좀 마시고 있어. 나랑 향아 둘이 해도 충분해.”
황앵이 급히 저지를 하며 말했다.
“올케, 어떻게 나보고 백씨 집안의 여자가 아니라고 해. 시집 가기 전에는 나랑 올케랑 같이 일을 했잖아. 나보고 도와 달라고 한게 몇 번이었는데.”
백리원이 황앵의 말꼬투리를 잡는 것이 보아하니 그 같은 정형은 여자아이가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는 것과 비슷했다.
“호호, 알았어. 계집애도.”
황앵은 어쩔 도리 없다는 듯 다만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
이 세 명의 강남 여자들이 허리에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바쁜 모습을 보니 마치 한 폭의 연대가 오래된 미인화 같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불시에 우위 지방의 사투리를 실은 여자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주방은 일편 살아있는 향기가 넘쳐 흘렀다.
나는 혼자 심심해 거실을 한가롭게 거닐었다. 백씨 집은 아주 큰 대저택이었다. 드넓은 1층에는 사람이 주거하지는 않고 현관을 들어오면 마주해서 커다란 거실 하나가 있었다. 왼쪽 편에는 주방과 식당, 오른 편은 오락실로 쓰는 커다란 방이었다. 안에는 당구대와 다트판 등의 오락거리들이 설비되어 있었다. 두 소녀들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쌍둥이는 동시에 나란히 고개를 돌리며 웃음을 띠우며 말했다.
“외숙, 안녕!”
“너네 뭐 보고 있어?”
나는 얼굴을 풀며 다가가 그녀들 옆에 앉았다.
“씨양양과 후이타이랑.”
오른쪽 소녀 아이가 TV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에는 아주 귀여운 양떼들과 한 마리 겉모습이 익살스러운 회색 늑대가 벌이는 아이들의 스토리가 펼쳐지고 있었다. 쌍둥이는 아주 흥미 있게 보는 것이었다.
“너희들 중 누가 억련이고 누가 억용이야?”
나는 호기심에 물었다.
“내가 억련이고 쟤가 억용이예요.”
왼쪽의 여자아이가 다른 아이를 가리키며 웃으며 말했다.
“아녜요. 내가 억련이고 쟤가 억용이예요.”
오른쪽 여자아이가 희희거리며 반박했다.
나는 세심히 쌍둥이를 보고 또 봤다. 겨우 두 사람 간의 차이를 발견했다. 비록 소녀들의 오관과 얼굴형 몸매 모두 똑 같았지만 그 중 한 명의 귓불이 더 동그랬다. 다른 한 명의 귓방울은 비교적 납작했다.
나는 왼쪽의 여자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억련이지. 맞지?”
소녀는 내 말을 듣고는 새까맣고 또렷또렷한 커다란 두 눈동자에 불가사의하다는 신정을 노출했다. 다른 한 소녀가 약간 의심쩍은 듯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나는 손가락을 흔들어 비밀이라는 표시를 했다. 이 어린 꾸냥들은 비교적 활발했다. 그녀들은 나의 흔드는 손을 잡아 끌며 달디단 음성으로 말했다.
“외숙, 말해주세요. 우리 엄마도 늘 못 알아본단 말이예요.”
“답은 아주 간단해.”
나는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내밀어 그녀들의 목을 가리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