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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안돼. 네가 만일 죄를 범하면 여기저기 숨어 다니며 유랑을 다니지 않겠어? 우리 이후에 또 마음을 조마조마하는 나날을 보내야해. 너는 내 생각은 안해주는 거야?”

백리원은 양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아주 격동하며 말을 했다. 잠옷 치마 속의 그 충만하고 알찬 양 젖무덤이 브래지어에 속박이 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아주 과장되게 상하로 기복을 이루었다.

“내가 어떻게 당신을 고려 안해? 여강 그 놈은 도둑놈 심보를 못 버리는 놈이야. 그 놈은 속이 좁아 하찮은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는 스타일이야. 언젠가는 우리를 향해 손을 쓸 거야. 나는 당신에게 어떠한 조금의 상해도 입히게 할 수 없어. 난 절대 허용하지 않을 거야.”

나는 최후의 한 마디는 거의 이를 갈다시피 하며 말했다.

“석두, 나는 네가 나를 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 기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잖아? 반드시 이런 위험을 무릎 쓸 가치가 있어?”

아마도 내 말 속의 강렬한 보호욕의 표시에 백리원의 얼굴 위에는 매우 감동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신중하게 물어왔다.

“무슨 방법? 여강은 이 십 몇 년간 무수한 나쁜 짓을 저질렀어. 누가 감히 그를 어쩔 수 있어? 누가 감히 그를 제재할 수 있어? 없어! 근본적으로 없어.”

나는 냉소 일성을 내며 반문했다.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내려보고 있어. 여강이 많은 불의를 저지르면 반드시 자멸하게 되어 있어. 나는 마지막에는 누군가 그를 정리하리라 믿어.”

백리원의 이번 말은 아주 유치했다. 이른바 하늘의 도리로써 사람을 속이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약육강식 이야말로 이 밀림사회의 규칙이었다.

“하하, 그 말들은 우민에게나 사용하는 말일 뿐이야. 이 세간에 ‘살인방화를 한 놈은 금 허리띠를 두르고 다리를 놓고 길을 닦은 사람은 시체 조차 없다” 는 말이 있어. 여태까지 무슨 하늘이 있었어? 여태까지 무슨 정의가 있어. 단지 강한 권력만이 정의였어.”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마음 속으로 자신의 부친을 떠올렸다. 여태껏 세상과 다툼 하나 없이 솔직하고 성실한 그였다. 어찌 자신이 생을 달리한 후 처와 아들이 암해와 능욕을 당할 줄 알았겠는가? 그러니 이 세상의 정의는 믿을 것이 전혀 못됐다. 일절 불공정한 모든 것은 내 수중의 무기로써 공정하게 판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네가 무슨 하늘이니 무슨 정의니 상관없어. 아무튼 나는 너를 이 길로 가게 할 수 없어. 너는 내 유일한 희망이야. 네게 만일 무슨 잘못이라도 벌어지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백리원은 나의 발 아래 엎어지더니 양 손으로 나의 다리를 단단히 껴안았다.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그녀 신상의 얇은 옷감을 통해 나는 그 두 알의 풍만한 유방이 나의 다리를 비벼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마음 속에는 조금도 사념이 들지 않았다.

“석두, 내 말 한 번만 들으면 안돼? 이번 한 번만. 기타 다른 것은 내가 모두 네 말을 들을께. 응?”

백리원은 얼굴을 추켜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 속으로 반짝이는 눈물이 있었다. 백옥같은 뺨 위 두 줄기 눈물 자국 위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비를 머금은 이화와 같이 또한 애처롭고 가련스러웠다. 돌 같이 굳어 있는 내 마음도 저절로 누그러질 수 밖에 없었다.

“알았어. 우리 먼저 이건 그만 말해. 그만 일어나. 바닥 차가워.”

이런 정경 하에 나는 잠시 그녀와 타협을 했다. 그녀의 이미 대단히 취약한 신경을 자극하는 것을 피했다. 이 여인은 나를 길렀다. 자신의 몸도 마음도 모두 나에게 준 것이었다. 설령 그녀가 무슨 잘못을 했더라도 나 역시 그녀에게 마음을 모질게 할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안돼, 너 먼저 나에게 답을 해줘. 과격한 일을 다시는 벌이지 않겠다고 말해줘.”

백리원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목적을 달성할 때 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다만 어쩔 도리 없이 고개를 끄덕여 그녀에게 답을 했다. 내가 마음을 바꾸는 것을 보자 백리원은 간신히 우는 것을 멈췄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막 움직이다 “아얏” 하는 소리와 함께 카펫 위로 다시 주저앉았다.

“무슨 일이야?”

나는 걱정되어 물었다.

“아… 아냐.”

백리원은 내게 손을 저었다. 한 쪽 손으로 아랫배 근처를 감싸 쥐며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방금 울다가 약간 결린 것 같아.”

보고 나는 손을 내밀어 도우려 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잠시 앉아 있으면 좋아질 거야. 걱정 하지마.”

나는 다만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 가득 관심을 보이며 그녀 신변에 웅크리고 앉아 손을 내밀어 그녀의 아랫배를 살살 문질렀다. 비록 나는 별다른 의사는 없었지만 얇은 옷감을 통해 그녀의 아랫배의 매끈하고 탄성 풍부한 연한 살결을 느끼자 내 손가락이 미미하게 떨려왔다. 이 오랜만의 서로간 피부가 접촉하는 느낌에 나의 마음 밑바닥은 자연히 진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손바닥의 온도가 작용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또 신상의 매우 은밀한 부위를 내게 접촉하게 해서인지 백리원의 원래 창백했던 얼굴이 점점 붉은 구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입 안에서 흘러 나오는 향기로운 숨결이 또한 거칠어졌다.

그녀는 비록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지만 나에게 손을 멈추라고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이런 식으로 잠시가 지나자 백리원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좋아. 너 만져주지 않아도 돼. 나 일어날래.”

나는 약간 손을 거두어 들이는 것에 아쉬워하며 손을 내밀어 그녀를 부축해 일으키려 했다. 그녀가 갑자기 나의 손을 잡으며 멈추게 했다.

백리원이 고개를 들었다. 눈빛 속에는 의혹을 담은 채 물었다.

“앗! 이게 뭐야?”

나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다만 보이는 것이 그녀의 수중에 금색 물방울 형상의 타원형 팬던트 하나가 있었다.

이 팬던트는 내 엄지 손가락 두 개 크기였다. 원래 표면의 도금이 이미 퇴색해버려 안쪽의 청동으로 된 겉껍데기가 노출되어 있었다. 분명 세월이 있는 물건이었다. 팬던트 아래쪽으로는 또 홍색의 장식용 술이 달려 있었다.

백리원은 호기심에 이 팬던트의 뚜껑을 열었다. 안쪽에는 매우 정교하게 회중시계가 조형되어 있었다. 하지만 회중시계의 바늘은 이미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시계 뚜껑 안쪽 유리 뒤로 한 장의 작은 사진이 끼워져 있었다. 사진은 흑백으로 된 오래된 사진이었다. 안에는 한 젊은 여자의 두상이 있었다. 여자의 복장과 태도로 보아 적어도 전세기 60년대의 산물 같았다.

사진 속 여자는 방년 이십으로 칠흑 같은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가슴 앞으로 드리우고 있었다. 얼굴에는 청춘의 숨결이 가득했다. 그녀의 오관은 강남여자의 청수함이 깃들여 있었다. 비록 미녀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눈빛이 잔잔하니 부드럽고 동경이 충만한 것이 마치 온유하고 정숙한 여자 같아 보였다.

“그녀는 누구야?”

백리원이 회중시계 안의 사진을 살며시 만지며 물었다.

나는 바짝 다가가 이 낯설고도 또 익숙한 회중시계와 사진을 바라봤다. 마음이 기복을 이루며 들끓었다. 마치 다시 7,8년 전의 남산도에서의 그 나날로 돌아간 듯 했다.

내 마음 속에 위아저씨는 계속 하늘을 떠받치고 땅에 우뚝 서있는 사내 대장부였다. 이 신체가 불구인 사내는 무쇠골격이었다. 어떠한 사람도 그 처럼 다치면 살아남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운명과 싸우려 노력했다. 나는 지금까지 그가 나약하거나 애상의 정서를 나타낸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그러한 공포스런 환경하에서 나를 보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의 그 일신의 지식과 모든 능력을 내게 전수해줬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그가 자신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유일한 예외가 있었는데 간혹 장마철이 되면 섬 안의 병자들이 모두 실외 활동이 취소가 되곤 했다. 이 때 위아저씨가 혼자 창 앞에 앉아 창 밖의 한 줄기 광선에 의지해 꼼꼼하게 손 안의 이 팬던트를 바라보곤 했다.

나는 일찍이 호기심에 물어 본 적이 있었다. 그의 수중의 그 팬던트가 도대체 무슨 마력이 있냐고? 무엇이 그로 하여금 두 시간여를 귀찮아 하지도 않고 사로잡고 있게 하는 거냐고? 그는 나에게 대답을 할 의사가 없었다. 오랜 시일이 지나자 나도 그의 이 괴벽이 습관이려니 했다. 다만 매번 다 본 후에는 그의 얼굴 위에 일종의 막연한 표정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후 며칠 동안은 그의 몹시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성격이 적지 않게 누그러지는 것이었다.

그 팬던트를 그가 어떻게 이 섬 안에서 가지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왜냐하면 섬에 들어온 우리는 모두 신상의 개인물품을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옷을 제외하고 감옥식의 방에는 아무 것도 가지고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위아저씨는 이 팬던트를 아주 잘 보호했다. 그는 환자복을 찍어 만든 끈으로 팬던트를 자기 가슴 앞에 매달고 다녔다. 그는 그것을 보물처럼 보호했다. 나를 제외하고는 근본적으로 이 비밀을 발견한 사람은 없었다. 당연히 기타 사람들은 감히 그의 물품을 수월히 접촉하지 못했다. 그의 폭력 수단과 흉포성은 섬 위 사람은 모두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비 인원들도 마치 괴물 같은 그를 역시 기피하는 것이었다.

위아저씨가 재차 이 팬던트에 대해 언급을 하게 된 것은 우리가 도망치던 그 대화재의 길목에서였다. 그는 팬던트를 내 수중에 건네주며 몸으로 반쯤 이미 그 불이 붙은 대들보 아래를 받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주 강인하게 고통을 참으며 나에게 일성 부르짖었다.

“나를 대신해 그를 찾아… “

그런 후, 그는 갑자기 멈췄다. 뒤의 한 마디 목소리는 미약하게 변해져 있었다.

“미안해… “

나는 지금도 그가 그 세 자를 말할 때의 표정을 기억한다. 마치 오래지 않아 죽을 장군이 지난 날의 살육을 참회하는 것 같았다. 그 일순간 그는 갑자기 전에 없던 노쇠한 표정을 노출했다.

그리고 내가 도망쳐 살아남은 후 비로서 그가 말한 “그”가 사실은 “그녀”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 이미 나에게 이 팬던트에 서려있는 비밀을 이야기 해 줄 사람이 없었다. 아울러 그림 속의 이 “그녀” 가 누구인지.

단지 나는 여전히 아주 뚜렷이 위아저씨가 팬던트를 바라보던 눈빛을 기억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팬던트를 내 수중에 건네며 했던 그 말을. 이후 몇 년간 나는 몇 번의 임무를 집행하는 것 외에 엄마를 다시 찾는 다는 심중의 큰 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팬던트 안의 비밀을 풀어보려고 시도를 했었다. 나는 그림 속 여인을 찾을 생각이었다. 그럼으로써 위아저씨의 나에 대한 은정을 보답하려 했다.

나는 간략히 남산도에서의 경력을 진술했다. 아울러 위아저씨가 어떻게 나를 보호하고 돌봐주었는지를. 자신이 정신병원을 도망친 후의 경력에 대해 백리원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조직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다만 그녀에게 자신이 일찍이 생존을 위해 남방에서 얼마간의 시간 동안 끄나풀 노릇과 보디가드를 했다고 했다. 아울러 모 방파의 큰 형님 밑에서 지냈다고 했다.

나의 일단의 기억을 들은 백리원은 매우 겁에 질려 있었다. 그녀는 나의 손을 단단히 잡고는 놓지 않았다. 마치 내가 말한 그 생사를 넘나들던 화면이 눈 앞에 그려져 있는 것 같았다. 더욱이 내가 남산도 안의 생활조건이 아주 고약하고 환경이 열악한 것을 말하는 것에 그녀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자책하며 말했다.

“모두 내 잘못이야. 이 일절 모든게 내가 저지른 짓이야.”

나는 그녀의 얼굴이 사색이 된 것을 보고 계속 그녀에게 충격을 줄 수 없었다. 품 안에 끌어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말하지 마. 당신은 그냥 보통의 여인이야. 어찌 그런 수단이 하늘 같은 악인을 당할 수 있겠어.”

“그러면 이 모든 것이 정말 여강이 설계를 한 것이야? 그가 이런 궁리를 짜냈다면 어째서?”

백리원은 허약한 음성으로 물었다.

“내가 감히 모든 일이 모두 그가 설계한 것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가 그중 분명히 가장 큰 작용을 했을 거야. 목적은 바로 당신을 점유하기 위해서.”

나는 천천히 자신의 답안을 입 밖으로 꺼냈다. 이 모든 것은 섬에 있을 때 위아저씨가 이미 나를 도와 분석을 해준 것이었다.

“나? 왜 또 나야? 어째서 그들은 결국 이런 식 이야.”

백리원은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그 붉게 젖어있는 앵두 같은 입술이 깨물리자 한층 더 선홍빛이 되었다.

“그것은 당신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야. 아름다운 것에 사람은 모두 점유를 하고 싶어해.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정당한 방식으로 쟁취를 하려 하는 것이야. 그리고 일부분의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고.”

나는 가볍게 그녀의 흘러 내린 와인색의 긴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적지 않은 감명 속에 말을 했다.

“석두, 너 혹시 나를 속이는 것은 아니지? 내가 정말 네가 말하듯이 그렇게 좋은 거야?”

백리원의 말 속에는 자신감이 없음을 넌지시 내비치는 것이었다. 그녀는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자신에 대해서 회의가 충만했다.

“구구절절 사실이야. 당신은 가장 성심성의를 다한 좋은 모친이야. 가장 온유하게 집을 돌본 좋은 아내이고 또 가장 아름다워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좋은 여인이야. 난 일생일세 동안 당신을 보호하고 싶어.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아끼고,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거야.”

나는 머리를 숙여 가볍게 그녀의 마치 옥 같이 윤이 나고 깨끗한 이마 위에 키스를 했다.

“석두, 넌… 난… “

백리원은 약간 목이 메어 말을 입 밖으로 내지를 못했다.

“나 하늘에 대고 맹세할 수 있어. 방금 말한 것이 만일 거짓이라면 천벌을 받을...”

나의 독한 맹세는 채 끝내지 못했다. 입이 매끈하고 부드러운 한 손에 의해 가로막혔다.

백리원은 옥 같은 얼굴을 반은 격동 반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그만, 그만! 말하지마. 난 널 믿어.”

“오래 살다 보니 처음으로 이렇게 듣기 좋은 사랑의 말을 다 들어보네.”

그녀는 도리어 나의 양 손을 거머 쥐었다. 그것을 자신의 가슴 앞에 두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석두, 너 정말 나를 너의 여자로 만드려는 거야?”

“응, 당신은 내 여자로 운명으로 정해져 있어.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어.”

나는 담담히 답했다. 하지만 말 속에는 자신이 충만했다.

“하지만 우리의 장래는 어떻게 하려고? 여강은 하찮은 원한도 반드시 갚는 속 좁은 인간이잖아. 다른 사람들은 경미한 죄를 그에게 지어도 그는 모두 상대방에게 혹독하게 보복을 했어.”

생각이 이에 이르자 백리원의 얼굴에는 다시 근심이 나타났다.

“흥, 그가 보복을 할거라고 이야기 하지 마. 그가 우리 집안에 그 같은 일들을 저질렀으니 내가 먼저 똑같이 그에게 보복을 할 거야.”

나는 냉소를 치며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실력이 너무 강해. 또 정부가 뒤를 봐주고 있어. 우리가 어떻게 그의 상대가 될 수 있겠어?”

백리원은 그녀의 미려한 작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걱정 외에 전에는 볼 수 없던 것이 더해져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한 아내가 그녀의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과 같았다.

“그건 당신이 걱정할 필요 없어. 나는 폭력을 완전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폭력을 포기할 수는 없어. 나는 여씨 집안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응분의 징벌을 내릴 거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나는 이번 말하는 것에 어조를 묵직하게 냈다. 말 속에 드러나는 장악력은 백리원을 완전 탄복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나의 어깨를 틈이 없도록 끌어 안았다. 부드럽고 매끈한 뺨을 나의 가슴 앞에 기댔다. 한 쌍 아름다운 눈은 감은 듯 아닌 듯 마치 내 신상의 강대한 수컷 냄새를 탐닉하는 듯 했다.

“하지만, 석두! 난 여전히 걱정돼. 너는 이 시기 동안 여강이 무슨 행동을 할 거라고 생각해?”

“말하기 어려워. 춘절 기간 동안 그는 분명 공사다망할 거야. 하지만 이 사람은 교활한 속임수와 꾀가 많으니 우리는 또 조심해서 방비를 잘 해야할 거야.”

“응!”

백리원은 아주 앙증스레 답을 했다. 그런 후 나의 어깨 위에 기대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위에는 여전히 그 팬던트를 잡고 있었다. 한참을 이리저리 뒤척이더니 그녀는 마치 무엇을 발견이라도 한 듯 갑자기 말을 꺼냈다.

“이상해.”

“뭐가 이상해?”

나는 아무 생각없이 여전히 그녀의 풍만한 방향이 넘치는 동체 속에 잠겨 있다가 입에서 나오는대로 물었다.

“이 물건. 나 이전에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백리원은 수중의 팬던트를 만지작거리다 가는 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 속에는 약간의 주저함이 서려 있었다.

“뭐? 당신 이걸 본 적이 있다고?”

나는 마치 천둥을 맞은 듯 반사적으로 격동해서 물었다.

“응.”

백리원은 비록 나의 거동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진지하게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수중의 팬던트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사실, 나는 이 아래쪽 장식이 약간 눈에 익다고 느꼈어.”

“장식?”

나는 말을 듣고 시선을 팬던트 아래쪽 그 장식용 술로 향했다. 이 장식은 내가 팬던트를 볼 때 마다 아래 달려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지금까지 장식 속에 무슨 비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적이 없었다. 어째서 백리원은 이 장식을 언급하는 것일까?

“이 생김새와 이 뜨개질 모양을 봐봐. 이건 단지 한 지방에서만 이런 식으로 짜는 거야.”

백리원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장식을 다뤘다. 이 장식은 홍색의 자수용 실로 짜서 하나의 간단한 동심결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 후 아래 쪽으로 한 무더기의 술을 느려뜨리고 있었다. 장신 본신의 조형은 특별한 곳이 없었다. 게다가 여러 해 동안 바람과 햇빛을 타서 색깔과 광택 그리고 형상 등이 모두 적지 않게 바래져 있었다.

“어느 지방?”

나는 팬던트를 손에 잡은 채 몇 번이나 뒤집으며 살폈지만 아무 실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물었다.

“바로 우리 고향이야. 조산진과 부근의 몇몇 촌락. 우리 그 곳의 꾸냥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장식을 짜는 것을 배웠어. 이건 집안 여인들이 대대로 전승해 내려온 수공예야. 바깥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어. 우리의 것이 디자인이 참으로 많고 매듭을 짜는 것이 예쁘고 또 견고해.”

백리원은 매듭 수공예를 말하며 얼굴 위에 긍지의 신정을 노출했다. 마치 다시 꾸냥 시절의 나이로 돌아간 듯 했다.

“이 장식이 정말 고향에서 만든 것이라고 확신해?”

나는 일각도 지체 않고 물었다. 이것은 내가 처음으로 이 장식물의 단서를 찾은 것이었다. 마치 암흑 속에서 허구한 시간을 모색하던 사람이 한 줄기 빛을 찾은 것과 같았다.

“응, 현재는 분명 적지 않은 여인들이 밖으로 나와 이것을 만들고 있지만 이 장식은 몇 십년이 된 거야. 그 시절에는 단지 우리 고향에서만 만들었었어.”

백리원의 말은 의심의 여지없이 침착했다.

나는 이 세월이 오래된 장식을 매만지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입을 열어 물었다.

“당신 얼마나 오래 고향에 안 가본 거야?”

“고향? 안 가본 지 꽤 오래 됐어. 삼사년 됐을 거야.”

백리원은 입에서 나오는대로 답했다. 그녀는 내 어깨 위에 기대고 있던 머리를 들었다. 얼굴에 경계의 신색을 띠우며 말했다.

“너 그건 뭐하러 물어?”

“나 고향에 가 볼까하고.”

나는 가볍게 백리원의 등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잠옷치마 속 풍만한 옥체가 약간 미미하게 떠는 것이 느껴졌다.

백리원은 즉각 응대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볍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눈빛을 약간 피하는 것이었다. 나는 약간 이상함을 느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째서? 가고 싶지 않아?”

“난 가 볼 생각이야. 간김에 얼마 동안 여강을 피할 수도 있는 거고. 만일 당신 혼자 이곳에 있는 것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면 나 혼자라도 갈 거야.”

백리원은 여전히 침묵했다. 그녀는 카펫 위에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길지 않은 잠옷 치마가 위로 치켜 올려져 그 새하얗게 빛나는 백옥 같은 허벅지를 겹친 채 푹신한 카펫 위에 펼치고 있었다. 나는 그 길고 가녀린 다리 끝, 그 눈처럼 하얀 수정처럼 빛나는 발끝, 주홍색의 매니큐어를 칠한 희고 보드라운 발가락이 부지불각 중에 안으로 바짝 조이고 있는 것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당신 무슨 걱정 있어? 만일 우리가 가는 것이 내키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

나는 백리원의 정황이 약간 이상한 것을 보고 방금의 이 문제가 그녀에게 곤란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비록 이 안에 무슨 원인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약간 작은 소리로 타진하 듯 물었다.

“아냐, 괜찮아. 그럴 필요 없어.”

백리원의 원래 가는 목소리가 더욱 작아져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얼굴은 평상시의 따듯한 웃음이 회복되어 있었다.

“나도 가본지가 오래 되어서 이상하게 그립네.”

비록 백리원의 얼굴에는 웃음을 걸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나의 눈빛을 피하고 있었다.

“당신 정말 좋아. 나 정말 당신을 사랑해.”

나는 충심으로 찬미를 바치며 입을 열어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하려 했다.

“응, 안돼, 지금은 싫어.”

백리원은 섬세한 손으로 나의 입을 가로 막았다. 그녀는 나에게 손가락을 가로 저으며 말했다.

“내일이 바로 설날이잖아. 집 안에 설맞이 용품이 아무 것도 사 놓은 게 없어.”

“설맞이 용품? 뭘 좀 사야 하는 거야?”

나는 검연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설이라는 것이 내게 있어서는 이미 너무 아득했다. 나는 거의 그 때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건 네가 상관할 필요 없어. 너는 그냥 차만 운전해주면 돼. 또 날 도와서 물건만 들어다 주면 돼.”

백리원은 설을 이야기하자 사람이 흥분하는 것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동작을 경쾌하게 카펫 위에서 기어 일어섰다. 간드러지게 가녀린 손가락을 내밀어 나를 콕콕 찌르며 말했다.

“만일 네가 계산을 해주고 싶다면 나도 개의치는 않을 거야. 히히!”

나는 어쩔 도리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기꺼이 동반하겠다는 동작을 했다.

“그럼, 우리 지금 바로 출발 준비를 시작해.”

백리원은 드레싱룸 문 입구로 걸어가며 뒤돌아보고 웃더니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 그런 후 눈처럼 하얀 다리를 내딛어 안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고개를 가로젓고 다만 그녀의 어린 새처럼 유쾌한 발걸음을 쫓아 몸을 움직였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