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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장

대략 1주일 후, 이른 아침 나는 매여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일절 모든 것이 잘 준비되었다고 말했다. 나에게 직접 공항으로 가서 등록을 준비하라고 했다. 그녀는 이미 신분증과 이번 행차의 필요물품을 사람에게 챙겨 공항에서 나를 기다린다고 했다. 전화 속 그 말투는 약간 이상했다. 마치 약간 말하지 못하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번 행차에 대한 자세한 것을 물어 볼 생각이었지만 매여는 내가 공항에 도착하면 알게 될 것이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어떠한 것도 물을 수 없었다.

전화를 끊고 나는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엄마도 일찍부터 나를 도와 짐을 싸주었다. 덥고 추운 날씨의 의복을 포함해 정식 모임에 입을 양복, 넥타이, 구두 등등. 모든 것을 다 일사불란하게 갖추었다. 나는 트렁크를 끌고 문을 나설 수 있었다.

비록 이전에 이미 엄마에게 심리 공작을 해놓은 것이지만 막 문을 나설 때 그녀는 여전히 얼굴에 나를 떠나 보내는데 섭섭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작별 포옹을 할 때는 거의 눈물을 떨굴 뻔 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다만 그녀를 품 속에 끌어안고 그녀의 닫힌 입을 열고 그녀에게 열렬한 딥키스를 퍼부었다. 엄마 역시 아주 정이 동해 나에게 응해왔다. 내 품 안에서 전신의 매력을 뒤흔들어 나의 욕화에 불을 붙이는 것이었다. 하마터면 당장 그녀와 한 판을 뜨고 싶은 것이었다.

최후에 나는 자신의 욕망을 참으며 엄마를 안고 안방으로 돌아가 그녀를 침상에 잘 눕힌 후 달콤한 말로 달랜 후 비로서 몸을 돌려 떠나올 수 있었다.

팽창되어 아직 수그러들지 않는 양물을 달래며 나는 프라도를 몰고 공항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트렁크를 끌고 2공항으로 걸어가 매여의 지시대로 VIP실을 찾았다.

드넓은 VIP 대기실 안에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중간에 있는 소파 가운데 한 젊은 아름다운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그녀를 보고 나는 매여의 고심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비록 얼굴에는 아주 큰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그 희고 깨끗한 이마 위에 어지러이 늘어뜨린 앞머리, 어깨 위까지 풀어 헤쳐진 커피 빛깔로 브릿지를 넣은 머리결, 얼굴에 냉랭하니 도도한 신정, 이 모든 것으로 보았을 때 그 여자가 양내진이 아니면 누구이겠는가?

비록 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늘씬한 몸매를 알아볼 수 있었다. 상반신에는 연녹색의 얇은 몸에 달라붙는 외투를 입고 있었다. 외투의 허리띠는 그녀의 가는 허리를 바짝 졸라매고 있었다. 외투 가슴 한가운데 옷깃은 활짝 열려 있어 안쪽의 백색 베이직 셔츠를 노출하고 있었다. 가슴 한가운데는 정교하고 화려한 펜던트가 걸려 있었다. 은으로 된 체인 줄은 금은이 톱니바퀴 식으로 교차되어 있었다. 양 쪽 매우 곧고 긴 아름다운 다리는 순검정색의 레깅스를 신고 있었다. 발에는 11센티 높이의 녹색 무광택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뾰족한 구두 끝에는 금색 장신구가 매달려 있었다.

양내진은 분명히 나를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모습이었다. 마치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비록 약간 난감했지만 매여의 안배에 깊은 뜻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다가가 뭐라고 말을 건네려고 했다. 이 때 한 남색 제복을 입은 종업원이 다가와 공손히 예의 바르게 물었다.

“저기 선생님! 이 곳은 VIP 전용 대기실입니다. 카드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내가 무슨 VIP 카드가 있단 말인가? 심지어 신분증도 양내진이 갖고 있는 것이었다. 막 눈쌀을 찌푸리며 뭐라고 하려는데 옆에서 상큼한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사람 카드 여기 있어요. 받아 가세요.”

바라보니 계속 옆에서 냉랭히 바라보던 양내진이 마침내 소리를 낸 것이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냉랭한 것이 조금도 따스한 느낌이 없었다. 그녀의 가냘픈 손가락 속에서 금빛이 번쩍이는 카드를 그 종업원은 조심스럽게 건네 받아 살펴보더니 아주 공손하게 양 손으로 되돌려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VIP 대기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곳에서 즐거운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양내진은 그녀를 거들떠도 보지않고 다만 담담하게 대답했다.

“저한테 주실 필요 없어요. 저 사람에게 주세요. 원래 그 사람 거니까요.”

종업원은 카드를 다시 들고 돌아섰다. 나는 그녀를 난감하게 할 생각은 없어 손을 내밀어 건네 받았다. 그녀는 아주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더니 이 모시기 쉽지 않은 두 남녀의 곁을 빠르게 떠나갔다.

나는 수중의 카드를 살펴봤다. VISA 골드 카드였다. 보아하니 꽤 귀중해보이는 모습이었다. 뒷면을 보니 내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 카드가 언제 내 것이 된 거지?”

나는 고개를 들며 물었다. 나의 질문에도 양내진의 그 얇은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다. 나는 약간 난감해하며 그녀 옆 소파 위에 앉았다. 그녀는 일부러 나를 피하지는 않았다. 다만 손을 내밀어 황갈색의 소가죽으로 된 손가방을 내 무릎 위로 던졌다.

나는 손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안에는 두 장의 우등 비행기 표가 있었다. 또 신분증과 기타 문서류 등이 있었다. 새 신분증을 꺼냈다. 위에는 냉혹한 표정의 사진 옆으로 바로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세심한 매여는 심지어 여권과 더불어 홍콩과 마카오 통행증까지 모두 나를 위해 구비해 놓았다. 여권 속에 새하얀 쪽지가 끼어 있었다. 나는 빼내서 봤다. 위에는 몇 줄 생동감 있는 필체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서명 난에 “매(梅)” 자를 보지 않았더라면 여인의 필적인지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었다.

“암(岩), 안에 문서는 윌라에게 줄 것 들이야. 특별히 진아를 같이 보내. 아이가 천진난만해 세상물정을 잘 모르니 번거롭더라도 잘 보살펴줘. 꼭 기억해줘.”

이렇게 말은 짧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매여의 의사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비록 그녀 행간마다 나보고 양내진을 잘 보살펴 달라고 하였지만 실제상으로는 우리에게 보다 많이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공간을 줄 생각인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무슨 문서를 나에게 주려고 굳이 딸을 동행시킬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나는 쪽지와 증명서들을 잘 넣고 손가방의 지퍼를 잘 닫은 후 그 골드 카드를 양내진에게 내밀었다.

“이 카드 네가 매여 이모에게 되돌려줘.”

양내진은 받지 않고 다만 냉랭하게 말했다.

“이건 엄마가 날 불러 너에게 주라고 한 거야. 엄마가 너에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다만 윌라 수나 잘 설득하라고 했어. 너 필요 없으면 본인이 엄마에게 가서 되돌려 줘. 나한테 주지 말고.”

나는 말을 못하고 다만 골드 카드를 다시 가방 안에 갈무리했다. 이 일에 대해 매여를 만나면 이야기 할 생각이었다.

“엄마가 말하길 나보고 너랑 수이모를 찾아 가라 했어. 무슨 마음으로 나보고 너를 데리고 그녀에게 가라하는지 비행기표를 내 것도 끊었더라고. 그래서 나도 온 거야.”

양내진은 두 눈을 앞쪽을 바라보며 마치 허공 중에 말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평소와 같은 활력이 없었다. 한 마디 한 마디를 마치 기계가 읊는 듯 했다.

“너 왜 그래? 또 나한테 화난 거야?”

나는 실제 양내진이 이러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이런 일반적이지 않은 여정에 꼭두가시 같은 여자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것은 심중에 화를 치밀게 했다. 설령 그녀가 아주 아름다운 꼭두가시 일지라도 그 것은 평범한 사람이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내가 어디 감히 댁한테 화를 내겠어?”

양내진은 비꼬는 말투로 대답했다.

“화 안났으면 어때서 얼굴을 잔뜩 찌푸린 모습이야. 내가 지난 번 널 만났을 때도 울다가 웃다가 하니 몸에 귀신이 달라 붙은 것 아냐?”

나는 고의로 그녀를 도발했다. 손을 내밀어 그녀의 면전에 휘휘 저었다.

“고암! 너 이 멍청한 자식!”

나의 이 말의 어디가 또 그녀에게 불을 당긴 것인지 잠시간에 냉동되어 있던 얼음덩이가 점화된 기체로 변했다. 그녀는 나의 손을 젖히며 소리를 지르며 소파에서 일어섰다.

이 때 공항 안내방송으로 이미 우리가 타고갈 비행기의 탑승수속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양내진은 LV 글자가 수놓아진 짙은 트렁크를 끌며 일어나 혼자 VIP석 입구로 걸어갔다. 나는 어쩔 도리 없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손가방과 트렁크를 끌고 따라 들어갔다.

비록 11센티미터나 되는 하이힐을 신었지만 양내진은 길을 따라 아주 빨리 걸었다. 금새 저 앞으로 걸어가 검표하는 곳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내가 다가가 표를 내밀자 그녀는 기다리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다만 검표가 끝난 후 따라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 때 그녀는 이미 비행기에 오르고 있었다. 그녀 발에 신은 힐이 너무 높아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계단을 디뎠다. 그 송곳같이 가느다란 긴 두 다리가 공중에서 하늘거리는 자태에 내 앞에 줄을 서있던 두 남자가 고개를 들고 탐욕스럽게 그녀의 외투 밑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그녀는 외투 속에 꽉 끼는 레깅스를 입고 있었지만 나는 약간 불쾌해져 손을 내밀어 그 두 남자를 밀고 들어가 앞에서 그들의 시선을 가로 막았다. 그 두 사람은 나의 체형을 보더니 모두 씩씩거리며 시선을 거두는 것이었다.

기내에 진입해서 양내진은 혼자 낑낑대며 트렁크를 선반 위로 올리려 했다. 나는 다가가 손으로 그녀의 가방을 떠받쳤다. 그녀는 접촉을 피하려는 듯 입으로 괜찮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뭐라고 하든 아주 패기 있게 그녀의 트렁크를 빼앗아 잘 올려 놓았다. 그런 후 자신의 가방을 옆에 놓았다. 이제서야 그녀는 뭐라고 더 말하지 않고 직접 의자에 앉는 것이었다.

매여가 우리를 위해 예약해준 좌석은 1A, B 였다. 바로 객실 가장 앞자리였다. 양내진 자신은 창가 쪽에 앉았고 나는 통로쪽 자리에 앉았다. 비행기를 타자 그녀는 아이패드를 열고 영화를 봤다. 불시에 아이패드 안의 내용에 따라 이따금씩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마음속으로 암암리에 생각하길 그렇게 얼마나 가랴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주동적으로 나에게 말을 하지 않으니 나 역시 그녀를 상대하기는 귀찮았다. 그래서 매여가 나에게 준비해준 자료들을 꺼내 보기 시작했다.

이 며칠간 나는 그 책들을 모두 읽었다. 기본적으로 윌라 수에 대해 초보적인 이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매여의 자료 안에는 더욱 상세한 그녀에 대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일화들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성공을 포함해 사생활 아울러 약간은 사적인 것들이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윌라 수가 성공한 여인이라는 것을 승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십대에 미국의 가장 좋은 설계사무소에 들어가 30대에 건축계의 거장으로 꼽힌 것이었다. 그녀가 설계한 건축은 아주 많은 경우에 있어 한 도시, 한 지역사회의 상징이 되었다. 게다가 그녀의 성공은 중국 문화와 최신식 설계 이념의 결합에 있었다. 독자적인 풍격의 건축 파를 창출한 것을 매원의 전체 구조와 건축의 미감을 통해 일부분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면을 보면 윌라 수는 자못 이견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비록 제삼세계의 인민들을 원조해주는 자선공익사업에 열광적으로 몰두하고 있었지만 그러나 아주 많은 사람들이 밝히는 바에 의하면 그녀가 이러한 활동을 하는 목적은 다만 명예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더 많은 시간을 그녀는 사이비 종교와 민속문화에 빠져 있었다. 이따금 또 인기에 편승해 언론에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 만으로도 그녀는 배너티 패어(Vanity Fair)가 펴낸 ‘세계 50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 들기에 충분했다.

윌라 수의 개인생활은 또 논쟁이 되고 있는 것 중에 하나였다. 생긴 것이 매우 미염한 그녀는 이미 세 번의 결혼을 했다. 하지만 매번 혼인이 모두 그렇게 길게 지속되지 못했다. 게다가 매번 이혼 후에는 전남편에게 적지 않은 금액의 위자료를 지불했다. 주변 한 인사의 폭로에 의하면 이 혼인 실패와 그녀 사생활 상의 난잡함이 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여러 번 혼내 탈선을 했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또 동시에 여러 명의 정부(情夫)를 보유하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녀의 스캔들은 가십 잡지들이 뒤쫓는 뜨거운 표적이었다.


내가 자료를 살펴 보는 동안 비행기는 이미 구름 위에 떠 있었다. 구름을 뚫고 날아가다 보니 대략 한 시간이 지나자 승무원이 기내식을 제공했다. 우리는 마음껏 먹었다. 양내진은 창문 가리개를 끌어 내린 후 분홍색 실크 눈가리개로 눈을 가리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는 것이 잠을 잘 모양이었다.

자료를 다 보고 난 후 나는 약간 저려오는 팔을 움직였다. 신변의 양내진은 이미 꿈나라로 진입한 모양이었다. 그녀의 몸이 약간 내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몇 가닥 커피색으로 브릿지를 한 긴 머리카락이 나의 셔츠 위에 늘어져 있었다. 빛나는 희고 깨끗한 얼굴이 분홍색 실크 눈가리개에 반쯤 덮여 있어 아래쪽 절반 정도의 날렵한 턱만이 드러나 있었다. 밝은 분홍색 립 글로스를 바른 작은 입은 위쪽으로 한 폭 정도 들어 올려져 있는 것이 마치 어떤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순간 그녀는 앞전의 그러한 도도하고 냉랭함이 없고 다시 자신의 순진하고 귀여운 본질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약간 사랑스런 마음이 들어 그녀의 삐져나간 몇 가닥 머리카락을 되돌려 주었다. 벨을 눌러 나 이쪽 편을 담당하고 있는 2번 승무원을 불렀다. 몸매가 늘씬하고 섬세하게 화장을 한 스튜어디스가 다가왔다. 남색의 제복을 차려 있은 그녀는 올록볼록하니 매력있는 몸매에 새하얗고 긴 목덜미 위에 홍백남색이 번갈아 그어진 스카프를 하고 있었다. 칠흑 같은 긴 머리는 머리 뒤로 쪽을 지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에 직업적인 웃음을 띠고 나의 앞쪽에 섰다. 한 쌍 가냘픈 팔을 평탄한 아랫배 앞으로 교차하며 아주 감미로운 보통화로 묻는 것이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2번 스튜어디스의 목소리는 아주 듣기 좋았다. 서비스 또한 빈틈이 없었다. 하지만 나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비행기를 탄 후부터 그녀는 마치 내 이 자리를 특별히 주시하는 듯 했다. 자주 주동적으로 다가와 나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네며 필요한 것이 없냐고 묻는 것이었다. 내 자리는 서비스 구역에서 아주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들면 승무원의 휴게실을 볼 수 있었다. 커튼 사이로 나는 항상 그녀의 신영을 볼 수 있었다. 그녀와 다른 스튜어디스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아주 즐거운 모습이었다. 나를 보며 웃는 것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나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 직업적인 범위를 초과하는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따라서 내가 요구를 하자 그녀는 아주 빠르게 가서 담요 하나를 가져왔다. 그런 후 또 아주 정성스럽게 나에게 다른 요구가 있냐고 물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고개를 끄덕인 후 다른 필요는 없다는 것을 표시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서비스실로 돌아갔다. 커튼을 걷을 때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약간 부끄러운 듯 시선을 이동했다. 비록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지만 나는 그녀의 새하얀 얼굴에 양 편 홍조가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번 스튜어디스의 아름다운 자태가 커튼 속으로 소실되는 것을 본 후 나는 담요를 들어 양내진에게 덮어 주려다 그녀의 원래 비스듬히 놓여 있던 다리가 교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얼굴 위 분홍색의 실크 눈가리개의 위치도 아래로 움직여져 있었다. 마치 방금 한 번 깨어났던 것 같았다. 나는 담요로 살며시 그녀의 무릎 위를 덮어 주었다. 그녀의 분홍색 작은 입이 갑자기 삐죽거리며 몸을 돌리고 머리를 창 편으로 기대며 입으로 투덜거렸다.

“일이 있든 일이 없든 승객이 쉬는 거를 방해하니 요새 승무원 자질이 가면 갈수록 떨어진다니까.”

양내진의 말투를 들으니 마치 이 지나치게 열정적인 2번 스튜어디스에게 불만인듯 했다. 나는 결국 그녀의 말 속 행간에 질투의 기색이 있음을 알아 차렸다. 설마 이 2번 승무원에게 질투를 한단 말인가? 나는 마음 속으로 남몰래 웃었다. 하지만 약간 기분이 좋았다. 너의 그 사람을 천리 밖에서 대하는 듯한 오만하고 냉막한 얼굴을 그리 오래도 지속할 것 같더니 이렇게 금방 진상이 드러나기 시작할 줄은 생각지 못했을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번 승무원이 다시 한 쌍의 긴 다리를 내딛으며 걸어 나왔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와인이 필요치 않냐고 물었다. 나는 무슨 와인이 있냐고 물었다. 그녀는 수중의 메뉴를 보고는 아주 많은 와인 이름을 읽어 주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그녀가 뭐라고 읽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또 그녀의 면전에서 우스운 꼴을 보이고 싶은 생각이 없어 차라리 아주 자신 있는 눈빛으로 아주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에게 하나 골라 주시는게 낫겠네요.”

나의 말투는 아주 친밀한 맛이 있었다. 게다가 날카로운 눈빛에 2번 스튜어디스는 약간 당황한 듯 했다. 그녀의 새하얀 뺨이 갑자기 약간 불그스름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메뉴를 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생각을 하더니 비로서 말했다.

“제가 권해 드리고 싶은 것은 ‘샤블리(Chablis)’ 예요. 이건 프랑스산 최고급 화이트 와인이예요. 우리 비행기에서 최고 귀한 포도주예요. 아주 많은 우등석의 고객들께서 모두 이걸 고르세요.”

“좋아요. 그걸로 할께요.”

나는 별거 아닌 듯한 표시를 하며 응낙을 했다. 어쨌든 나야 이런 술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2번 스튜어디스는 내가 이렇게 빨리 명쾌하게 답을 하는 것을 보고 얼굴에 기쁜 기색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몸을 돌려 발걸음도 경쾌하게 걸어가는 것이었다.

“시끄러 죽겠어, 정말! 사람이 쉬지도 못하게 하는 거야 뭐야?”

2번 승무원이 막 떠나가자 옆자리의 양내진이 금방 깨어났다. 그녀는 작은 입을 삐죽이며 눈가리개를 벗었다. 발 아래 하이힐 끝으로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담요를 걷어찼다.

나는 못본 척 했다. 이 때 2번 스투어디스가 음료 서비스차를 밀고 다가왔다. 그녀는 차 테이블 위에 술잔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 술병을 들어 열고는 술잔 안에 따르고는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 한 번 맛을 보세요.”

내가 막 손을 내밀어 받으려 할 때 새하얀 섬세한 손이 한 걸음 앞서 술잔을 먼저 빼앗았다. 양내진은 술 잔을 코 끝에 대고 흔들더니 이후 경시하는 말투로 말했다.

“De’s Malanders의 샤블리! 비록 오래된 세계적인 포도주이긴 하지만 산악지대에서 출산된 보도는 너무 차서 산성과 광물질이 너무 많아. 평지에서는 그런대로 아쉬운대로 마실만 하지.”

“이런 1만 미터 높이의 상공에서는 기내의 기압이 백포도주의 타닌과 산도를 가중시켜 이 샤블리를 마시게 되면 물약을 마시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맛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이것을 좋아하는 것이지. 그러니 이런 항공편에서나 또 이런 술로 졸부들을 속일 수 있는 거지.”

“오빠야! 평소에는 항상 보르도와 프로방스의 적포도주를 마시더니 비행기 안에서 이딴걸 마셔보려는 거야? 그런 거야?”

양내진의 목소리가 갑자기 달게 변해 있었다. 그녀는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으로 나의 한 쪽 팔을 잡았다. 그 가슴 앞 탄력있는 포만함이 의식 무의식 중에 내 팔에 닿았다. 양 쪽 반짝이며 빛나는 아름다운 두 눈은 어느 정도의 도발을 지닌 채 2번 스튜어디스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양내진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 것이었다. 그녀는 마치 2번 스튜어디스를 정적으로 여기는 듯 했다. 마치 위협적인 암양을 만난 듯 날카롭게 뿔을 쳐들고 상대를 찌르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2호 스튜어디스는 완전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다만 멀거니 나를 바라보며 손에 든 백포도주병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급히 나서서 곤경에서 벗어나게 했다. 양내진의 수중으로부터 술잔을 되찾아 그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잔을 서비스차 위에 내려놓고 미안해하는 눈빛으로 2번 스튜어디스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이 술은 마시지 않겠어요. 귀찮게 했네요.”

2번 스튜어디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무 말을 안했다. 그녀는 술잔과 병을 수습하고 양내진의 얼굴 가득 잘난 척 하는 눈빛 아래 묵묵히 서비스차를 밀고 자리를 떴다. 다만 떠날 때 나에게 그지없는 유원의 눈빛을 남기는 것이었다.

2번 승무원이 스스로 멀리 떠나가자 양내진은 즉시 나의 팔을 잡은 손을 놓고 얼굴에는 다시 원래의 그 냉막함을 회복했다. 당연히 방금의 그 행동은 모두 2번 승무원을 공격하기 위해 연출한 것이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암암리에 화가 났다.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어깨를 바깥 쪽으로 돌렸다.

“이봐. 뭐하는 거야? 나 건들지마!”

양내진은 앙칼지게 소리쳤다. 하지만 몸은 어쩔 수 없이 나 쪽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너 방금 승무원에게 왜 그렇게 이야기를 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 안들어?”

나는 나무랬다.

“아이야, 정말 여자를 퍽도 아끼시네요. 그 승무원이 생긴게 좀 반반했나보죠? 누구 맘에 드셨나봐요?”

양내진의 이 말은 시샘이 가득이었다.

“이상하게 굴지마. 저건 저 사람들의 일이잖아. 뭐가 문제 될게 있었어?”

나는 얼굴색을 무겁게 하며 말했다.

“없다고? 그럼 그녀 혼자 비행기에서 일하나? 왜 이 자리에만 달려오는걸 좋아하는 거야? 2시간 동안 6번이나 왔었어. 왜 이렇게 열정적으로 서비스를 하는 거야?”

“그녀가 왜 오는걸 좋아하는지 그건 그녀의 일이야.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무슨 상관이 없어? 네가 사람에게 집적거리지 않았으면 사람이 다가올리 있어? 분명 네가 호색한거지. 보는대로 다 좋아하잖아.”

“뭐가 분명하다는 거야? 내가 뭘 호색해? 내가 뭘 보는대로 다 좋아해?”

이렇게 처음으로 누구에게 호색하다고 들으니 나는 정말 웃지도 울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럼 너 말해봐. 너 우리 집에서 날 울려 놓고는 어째서 갈 때 나한테 말 한 마디 없이 튄거야? 또, 너 집으로 돌아가서 이 며칠 동안 나한테 전화 한 통화 안했잖아.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양내진은 양 손을 가슴 앞에 팔짱을 끼고 잔뜩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 양(楊) 아가씨! 너 날 좋아하는 것을 승인하는 거야?”

나는 간신히 이해를 했다. 양내진이 구구절절이 불평하고 차가운 얼굴을 한 것은 모두 나의 앞전의 무례에 대한 항의 표시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이러한 모습은 마치 자신이 나의 여자친구가 된 듯한 모습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내가 뭐 어쨌다구? 네가 하도 헛소리 하니까 그렇지.”

양내진은 급히 입을 열어 반박했다. 하지만 그녀의 새하얀 얼굴 위에는 이미 양 편의 홍조가 떠올라 있었다.

“말이 난 김에 이야기 하는데 너 무슨 이유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는 거야? 내가 무슨 여자랑 이야기하든 상관할 자격이 없잖아!”

나는 양 손을 펼치며 아주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너 나가 죽어! 어쩌면 이렇게 사람이 얄미워.”

양내진은 내 말에 크게 부끄러워하며 주먹을 들어 내 어깨 위를 치려 했다.

“알았어, 알았어. 싸우지마! 나 여기서 너에게 정식으로 사과할께.”

나는 이 어린 꾸냥의 얼굴이 얇은 것을 알고 있어 농담을 그쳤다. 이제는 빠져나갈 시간이었다.

“진아, 화내지마! 오빠가 너에게 보상을 잘 해줄께.”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들고 손바닥 안으로 잡으며 양 눈은 그녀의 눈빛에 고정을 한 채 가장 진지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했다.

“뭐야? 너 무슨… “

양내진이 말을 끝내기 전에 그녀의 얇은 입술은 이미 나에게 틀어 막혀졌다. 나의 양 입술이 그 부드럽고 반질반질한 입술 위에 잇대어졌다. 코 속으로 소녀 특유의 방향이 깃든 체향이 전해졌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반응을 보이기 전에 몸을 빼내어 분리한 후 웃음기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양내진은 나에 의해 갑자기 강제 입맞춤을 당하자 그 자리에 얼어 붙었다. 그녀가 정신을 되찾았을 때는 양 입술 위 압력이 이미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의식적으로 손가락 두 개를 입술 위에 대고 멍하니 있었다. 마치 앞서의 충격에서 깨어나려는 듯 했다. 하지만 그 하얀 작은 얼굴 위는 이미 온통 붉은 구름에 휩싸여 있었다.

“너 이 나쁜 새끼! 왜 몰래 남의 입술을 빼앗는 거야?”

양내진은 양 손의 주먹을 쥐며 욕을 하려는데 나에 의해 그녀의 팔을 붙잡혔다. 힘을 빌어 그녀의 교구를 품 안에 껴안았다. 그녀는 몇 번 무력한 반항을 했다. 내 신상에서 농후한 남성의 냄새를 맡자 마음 속이 이미 반쯤 무뎌져 버렸다. 나는 한 쪽 팔로 그녀의 호리호리하고 부드러운 어깨를 안았다. 그녀의 전신이 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신상의 뼈가 모두 빠져 나간 것 같았다. 이미 나의 품 안에 안겨 있었다.

“너 날 얕보는 거지? 내가 이 며칠간 얼마나 잠도 못 잤는지 알아?”

양내진은 머리를 내 가슴에 깊이 파묻으며 작고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랑 엄마랑 이야기 끝나고 나에게는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냥 가버리고.”

“내가 옆에 있는데도 사과는 못할 망정 스튜어디스나 건드리고 있고.”

“나쁜 자식, 넌 나쁜 자식이야.”

나는 양내진을 이렇게 안은 채 품 속 소녀의 털어 놓는 말을 들으며 입으로는 부드럽게 다독였다. 점점 품 안의 목소리가 가면 갈수록 작아지더니 최후에는 일절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원래 이 계집애가 또 잠이 든 것이었다.

그녀는 한 쪽 가녀린 팔은 내 목을 걸고 다른 한 손은 나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비스듬히 나의 가슴 앞에 기댄 채 잠이 든 것이었다. 몇 가닥 커피색 브릿지를 한 긴 머리카락이 그녀의 이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분홍색 입가는 미미하게 위쪽으로 치켜 올라가 있는 것이 마치 심정이 좋아진 모습이었다. 나는 그녀의 아름다운 꿈을 깨울까 두려워 이 자세를 유지한 채 그녀를 자게 놔두었다.

대략 한 시간 후 비행기 몸체가 구름에서 이미 하강을 하고 있었다. 기내 방송에서는 우리가 이미 목적지인 ‘디칭(迪慶)공항’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꿈속에 빠져 있는 양내진을 흔들어 깨웠다. 그녀는 비록 입을 삐죽이며 아직 잠이 부족한 모양이었지만 나의 재촉하에 몸을 일으켜 비행기에서 내렸다. 나는 트렁크를 끌고 그녀 뒤를 따라 걸었다. 승무원들이 분분히 객실 입구에서 일렬로 늘어서 승객들을 전송했다. 가엽게도 그 2번 스튜어디스의 아름다운 자태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약간 아쉬워하고 있을 때 한 단발의 단아한 중년 승무원이 다가왔다. 그녀는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내 트렁크 지퍼가 잘 닫히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런 후 주동적으로 가방을 잘 닫아주며 종이 쪽지 하나를 남몰래 내 손안에 건네 주었다. 나는 즉시 멈칫하다 얼굴색 변화 하나 없이 감사하다고 말을 했다. 중년의 스튜어디스는 온화한 미소와 함께 몸을 돌려 떠나갔다.

틈을 내 몰래 손 안의 쪽지를 바라봤다.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것 같았다. 양내진에게 들킬까 두려워 나는 다만 종이 쪽지를 바지 주머니 속에 찔러 넣었다. 이 때 양내진은 이미 지면에 내려서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한 편으로 답을 하며 한 편으로 트렁크를 끌고 그녀에게 걸어갔다.

디칭공항을 나오자 밖은 햇빛이 찬란했다. 다섯 시간 전 음냉한 동부 해안 도시에 있던 우리는 신기한 것을 느꼈다. 디칭 샹그릴라 공항은 아주 작았다. 밖은 모두 낮은 건축과 일망무한한 푸른 하늘이었다. 우리는 공항을 나온 후 택시를 잡아 현성으로 급히 달려갔다.

디칭은 장족, 바로 티베트족의 자치주다. 전, 장, 천 3성이 교차하는 곳에 처해 있다. 주내에는 유명한 샹그릴라가 있다. 1933년 제임스 힐턴의 장편소설 ‘잃어버린 지평선’ 속에 수차례 멀리 동방군산준령 속의 영구히 평온한 곳으로 ‘샹그릴라’를 묘사했다. 후에 수 년이 지나며 탐색과 고증을 통해 마침내 현재의 현 소재지가 확정되어 현재 샹그릴라는 이미 ‘세외도경’의 대명사가 되었다. 현대 문명에 오염되지 않은 기이함과 미묘한 자연경색으로 세계 각지의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샹그릴라는 과연 헛명성을 얻은게 아니었다. 붙어 있는 천장고원과 삼강이 교류하는 대자연이 설산, 초원, 총림, 호수 등이 1만 평방미터 내의 산곡 안에 집중되어 있었다. 택시가 달리는 새로 깐 아스팔트 길 위에서 창 밖 미경이 사람의 눈을 쉬게 놔두지 않았다. 양내진 역시 처음으로 이곳을 오는 것이라 길 위에서 지나가는 풍경에 경탄을 멈추지 않았다. 앞 전 비행기 위에서의 피곤은 어디로 날라 간 것인지 모를 정도였다.

공항에서 샹그릴라 현청 소재지인 ㅤㅈㅖㄴ탕진까지는 5, 6키로 거리였다. 하지만 택시는 진에서 멈추지 않고 도로를 따라 시골길을 계속 운전했다. 대략 다시 7키로 정도를 지나자 길 위에는 인적이 없이 황량한 산곡이었다. 그런 후 한 완만한 산비탈 앞을 운전해 천천히 흐르는 긴 강을 지나자 네 채의 백색 전통 티베트 민가 건축이 강을 따라 펼쳐져 있었다. 이 곳이 우리 이번 행차의 투숙할 곳이었다. 바로 샹그릴라 링하 반얀트리 호텔이었다.

반얀트리의 위치와 자리로 말하자면 이 곳은 원래 비교적 외지고 조용한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호텔 홀에 들어가 체크인을 할 때 이 반얀트리는 모두 이미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매여가 앞서 우리를 위해 방 두개를 예약해 놨는데 그 중 하나가 전기가 고장이 나서 수리중이라 입주할 수가 없었다. 카운터는 얼굴 가득 죄송한 빛으로 우리를 향해 사죄를 했다. 이 때 하늘색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어 다시 현성으로 돌아갈 차를 부르기도 뭐했다. 나는 양내진의 몹시 피곤한 모습을 보고 다시 계속해 엎치락뒤치락 하기도 뭐해서 직접 서비스맨으로 하여금 남아있는 그 방으로 짐을 보내도록 했다.

반얀트리의 객실은 모두 독립적으로 한 채씩 되어 있었다. 우리가 기거하게 된 집은 티베트식 목축업 양식의 2층 작은 집이었다. 매 층은 대략 175 평방에 또 밖에 정원과 발코니가 있었다. 위 층은 침실 하나와 거실, 아래 층에는 화장실, 드레싱 룸이었다. 손님은 모두 직접 계단을 통해 이층으로 진입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층은 잠겨 있었다. 나는 전에 티베트인의 풍속 습관에 대해 본적이 있었다. 그들의 전통 집은 일층은 모두 가축을 기르고 있었고 이층이 주인이 사는 곳이었다. 이 안의 건축설계는 티베트인의 전통이 어디에나 스며 있었다. 게다가 아주 교묘하게 현대화 설비를 그 가운데 배치해 놓았다.

침실로 들어가자 양내진은 즉시 일성 유쾌한 비명을 발출했다. 금방 그 눈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커다란 침상으로 뛰어 들어 암홍색의 실크 베게에 파묻으며 기분 좋게 숨을 쉬었다. 이 침실 안에는 도처에 티베트식 문화 양식이 충만했다. 백색의 벽면에는 외면으로 목재의 뼈대가 노출된 것이 보였다. 발 밑에는 수공으로 짠 카펫이 깔려 있었고 문양이 된 소파와 화장대, 침대 머리에 걸려 있는 두루마리식 그림인 탕카 등이 자신이 순수한 티베트인 집 안에 있는 것 같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반얀트리는 과연 비싼 값어치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 곳을 찾아 온 것은 그 멋진 환경 때문이 아니었다. 가장 주요한 요소는 바로 윌라 수 였다. 매여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이미 이곳에 일주일을 머무르고 있다 했다. 그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 임무를 완성할 기회를 찾는 것이었다. 당연히 지금은 그녀를 찾을 적합한 시기가 아니었다. 긴 비행으로 우리의 위는 텅 비어 있었다. 여행 후의 편안함에 빠져 있는 양내진에게 어떻게 밥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자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다만 전화를 해 식사를 보내달라고 했다.

한참이 지난 후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티베트족 전통 복장을 한 직원이 목제 끌차를 밀고 들어왔다. 안에는 오륙 종의 티베트 음식이 있었다. 음식의 향내를 맡자 내가 부를 새도 없이 양내진이 기쁨에 겨워 달려왔다. 입으로는 연신 “배고파, 배고파. ”를 주절이며 낮은 사각 탁자에 꿇어앉아 손을 쉬지 않고 놀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