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장
“매여 이모! 전 밥을 먹고 가지 않을 거에요. 엄마가 집에서 날 기다릴 거예요.”
나는 매여가 나보고 남아서 밥을 먹으라는 것을 보고 급히 그녀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소암! 뭐가 급해? 먼저 좀 앉아. 아직 시간이 얼마 안되었어.”
매여의 목소리는 비록 아주 부드러웠지만 그녀의 말은 사람으로 하여금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확고함이 있었다. 나는 다만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 앉았다.
매여는 서재의 문을 잘 닫은 후 먼저 병풍 옆으로 가서 나를 오라고 불렀다. 이제서야 비로서 서재의 구석에 또 하나의 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삼나무 판자로 된 나무 문짝을 밀어 젖히자 안쪽에 십여 평 크기의 작은 방이 드러났다. 벽은 모두 눈처럼 하얗고 어떠한 인테리어도 없었다. 천장에는 죽지로 둘러싸인 원형등이 온화한 광선을 정방형의 실내로 내리쬐고 있어 일종의 신비롭고 조용한 맛을 풍기고 있었다.
실내의 바닥 위에는 바깥에 비해 약간 높은 다다미가 깔려 있었다. 나는 양말만 신은 채 차디찬 바닥을 밟았다. 이제서야 구석에 청동 화로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 마리 고서에 나오는 맹수인 비휴와 또 무슨 사자 같은 것이 그 안에 앉아 있었다. 매여는 동봉을 집어 들고 야수의 입 안을 쑤셨다. 즉시 한 줄기 그윽한 향기가 그곳으로부터 전해져 왔다. 이 향기를 맡자 나는 기운이 북돋아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후각과 촉각이 더욱 영민해지는 것 같았다.
실내의 정중앙에는 고아한 화리목으로 만든 차탁자가 놓여 있었다. 차탁 주위에는 살색 부들 방석이 몇 개 놓여 있었다. 매여는 양 무릎을 꿇으며 아주 우아하게 방석에 앉았다. 나는 그녀의 자세를 그대로 모방해서 맞은 편에 앉았다.
이 차탁 위에는 이미 단아하고 고아한 다구가 늘어져 있었다. 매여는 옷소매를 살짝 걷어 올려 서리 같고 눈 같은 옥으로 빚은 듯한 양 팔목을 노출했다. 한 손으로 볼록한 자사 찻주전자를 들고 주전자 속 끓인 물을 자사 다반 안의 차호와 찻잔 위에 부었다. 그 정교하고 섬세하게 공예가 된 찻잔은 단지 손가락 세 개 크기였다. 하나 같이 모두 고급스런 청화자기였다. 목욕을 마친 후의 다구 위로는 미미하게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매여는 뜨거운 주전자를 옆에 내려 놓고 꽃이 수놓아진 미인도가 그려진 백자 알항아리를 들어 올렸다. 작은 은스푼을 이용해 길고 가는 비취색 찻잎을 퍼서 대략 그 자사 찻주전자의 삼분지 이 정도를 채웠다. 그런 후 다시 뜨거운 주전자 속 끓인 물을 가득 채웠다.
“소암! 엄마는 요새 잘 계셔? 못 본지가 꽤 되서 이상하게 생각지 않을까 모르겠네.”
매여는 한 편으로 수중의 다구에 집중하며 한 편으로는 생각나는대로 묻는 것이었다.
“네! 잘 계세요. 엄마도 계속 보고 싶다고 말하세요. 하지만 제가 현재 이모님이 바쁘신 것을 아니까 말렸죠. 맞아! 엄마가 저보고 매여 이모에게 문안 인사 드리랬어요.”
나는 비록 매여의 말 속 의사를 잘 모르는 것이지만 아주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당연히 나와 엄마는 현재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접착제 같이 떨어지기 힘든 사이였다.
매여는 대나무 젓가락을 이용해 차를 긁어 식혔다. 그녀는 이 주전자의 물을 사용하지 않았다. 옆에 놓여 있는 커다란 입을 가진 찻상 위에 따랐다. 다만 이미 퍼져버린 찻잎만을 주전자 속에 남겼다.
그녀는 다시 뜨거운 주전자를 들어 눈썹 위치까지 높이 들어 올렸다. 그런 후 밑으로 기울였다. 다만 보이는 것은 열기 가득한 물줄기가 마치 하얀 비단처럼 주전자 입에서부터 흘러 아래로 떨어져 온전하게 주전자 속으로 들어갔다. 벽녹색의 찻잎들이 소용돌이 속에 회전을 했다.
“너네 모자가 함께 법석거리며 지내는 것을 보니 두 사람은 정말 즐거운 것 같아.”
매여는 약간 한숨 섞인 표정으로 한 마디를 했다. 나는 다만 묵묵할 뿐이었다. 양씨 집안은 이러한 정황 속에 어찌 떠들석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 순간 그들의 상처를 건드린 것 같아 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매여 이모, 선한 사람은 하늘이 돕는 법이잖아요. 양백부의 이 사건을 아주 빠르게 끝낼 수 있을 거예요. 내가 보니까 변호인단이 이미 칠팔십 프로는 장악한 것 같아요.”
나는 매여 얼굴의 처량한 기색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말을 꺼내 위로했다.
“고마워. 하지만 난 법률계에 너무 오래 있었어. 이 서클 안은 백퍼센트 장악 가능성이란 없어. 구십구퍼센트에서도 의외가 출현해.”
매여는 뜻밖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또 말을 보충했다.
“때로는 백퍼센트인가 싶어도 의외의 요소에 깨져버리곤 해서 어쩔 도리가 없게 되거든.”
나는 다시 잠자코 있었다. 비록 마음 속으로는 그녀를 일만 가지라도 돕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나의 능력으로는 주먹으로 노는 것이라면 문제 없지만 이런 아주 전문적인 법률 영역의 난제를 만나면 정말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모르는 것이었다.
이 때 찻주전자의 물이 이미 평탄해졌다. 매여는 주전자 뚜껑을 잘 덮었다. 그런 후 뜨거운 주전자를 계속 사용해 끓인 물을 주전자 뚜껑에 부어 씻었다. 주전자 안과 밖의 온도가 일치되게 유지시키는 것이었다. 그녀의 매 하나의 동작은 모두 그렇게 평온하고 또 조금도 자질구레한 것이 없었다. 전심전력을 다하는 그녀의 표정과 태도는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존경의 미감을 낳게 하는 것이었다.
“네 양백부의 이 사건이 뜻밖에도 이 지경에 처한 것은 나의 예상 밖의 일이 튀어 나와서야. 검찰측의 능력으로 이러한 구두자백을 뽑아 낸 것은 나에게는 이상한 것은 아니었어. 하지만 세기회통이 이런 식으로 주동적으로 뇌물을 준 행위를 알려주는 것은 실제로 아주 보기 드문 일이야.”
“게다가 세기회통의 이 고월이 내놓은 그 계약서는 당사자의 서명이 적힌 명백한 증거로 이런 법정에서는 대단히 치명적인 증거야. 만일 이 계약서의 효력을 제거할 방법이 없다면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기본적으로 희망이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여 찬동의 표시를 했다. 오후 내내 옆에서 들으며 이 점을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매여가 마치 다 되었다는 듯한 모습이어서 나 역시 감히 입을 열어 묻지 못했던 것이다.
매여는 뜨거운 주전자 안 끓인 물을 찻잔에 한 바퀴 부어 씻었다. 그런 후 원래의 찻상 안의 찻물에 다시 한 번 씻었다. 그리고 차주전자를 차반 부근에 걸었다. 그런 후 차반을 원주 운동을 해 차주전자를 살짝 기울게 했다. 한 줄기 짙은 향의 다탕이 천천히 찻상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녀가 이렇게 해서 차주전자 바닥의 물이 차반으로 새어들어가 맛이 배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 잠시 접어두고 너도 오후 내내 들었겠지만 만일 이 계약의 효력을 없애지 못한다면 유일한 방법은 윌라 수에게 설계비로 지급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야.”
“흠! 제 기억으로 이 윌라 수라는 분은 양백부의 친구라고 했잖아요. 그녀에게 나서서 양백부를 도와 달라고 하면 문제 없는 것 아니예요?”
나는 매여가 점점 화제의 관건이 되는 곳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며 타진을 하듯 물었다.
매여는 찻잔 두 개를 일자로 늘어 놓았다. 그런 후 차반을 들어 순회하며 부었다. 하지만 매번 모두 조금씩 부어넣어 한 번에 찻잔이 가득 차지 않도록 했다.
“호호, 내가 변호사들 앞에서 그렇게 말한 것은 사실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거야. 그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서 법정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야.”
매여는 입으로 말하며 섬세한 손은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전자를 쥐고 조금 조금씩 두 개의 찻잔에 점차 차를 부었다. 최종적으로는 두 잔의 높이가 일치했다. 농도도 균등해 육안으로는 거의 조금의 차이도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윌라 수 그 쪽 편이 아주 신뢰할 만 하지 못하다는 거네요?”
나는 점차 명백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매여의 앞서의 연기는 정말 조금의 빈틈도 없었다. 심지어 나조차 어떠한 실마리도 간파할 수 없었다.
“신뢰할 만 한 것은 고사하고 지금 그녀를 만나지 조차 못했어.”
매여는 담담히 말했다. 그녀는 양 손으로 가볍게 찻잔 하나를 들어 아주 우아하게 나의 면전으로 보내 나에게 맛을 보라고 시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그리 급하게 맛을 보지 않았다. 찻잔을 코끝에 대고 섬세한 콧날을 살짝 찡그리며 세세하게 냄새를 맡았다. 마치 차향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설마 윌라 수가 돕지 않으려고 고의로 피하는 건가요?”
나는 매여의 손에서 찻잔을 건네받아 얼굴 앞으로 치켜 들고는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이건 처음부터 이야기를 해야 해. 우리가 윌라 수를 알게 된 것은 십 수년이 되었어.”
매여는 찻잔을 받쳐들고 유유히 말을 했다. 그녀의 한 쌍 아름다운 눈은 약간 모호했다. 마치 기억 속으로 몰입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윌라 수의 나이는 나보다 약간 많아. 그녀의 아버지 대는 원래 공화국의 고급 군관이야. 하지만 그녀의 모친은 동남아에 막대한 재산을 보유한 귀국한 화교 재벌의 금지옥엽이었어. 건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정치 형세가 풍운의 변화를 겪었지. 그 시대는 광기의 시기였어. 그녀 엄마의 출신 성분과 해외에서 왔다는 원인 때문에 처자의 안전을 생각해서 아내와 딸을 국외로 보낼 수 밖에 없었어. 그녀의 부친은 정치와 사업상 너무 많은 일에 연루되어 있어 자신은 갈 수 없었지. 그래서 그녀의 동년은 미국 서해안에서 성장을 했어. 그 놀라운 의외의 사건들이 발생한 후 그녀들은 비로서 돌아와 한 가족이 다시 모일 수 있었어. 그리고 우리 바깥 양반의 부친과 그녀 할아버지는 당년 모두 황푸의 4회 졸업생이었어. 양 집안의 관계는 계속 아주 좋았어. 그래서 윌라 수는 여섯 살 때부터 우리 바깥 양반을 알게 되었어.”
“나중에 그녀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국내에는 개혁 개방의 경제건설이 시작되었어. 그녀의 부모는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헤어지게 됐어. 그녀 모친은 이혼 후 그녀를 데리고 미국에 정착을 했어. 이후 그녀는 계속 미국에서 공부를 했어. 코넬 대학을 졸업한 후 그녀는 건축 설계사 일을 시작했어. 그녀의 천재성에 기대어 아주 빠르게 국제적으로 이름 있는 설계사가 되었어. 하지만 그녀의 성격은 약간 이상해. 일반적인 설계 프로젝트는 그녀에게 청하기가 아주 어려워. 그렇지만 우리 바깥 양반은 친구인 관계로 그녀에게 부탁할 수 있었던 거지.”
매여는 천천히 이 이야기를 말했다. 비록 그녀의 말투와 표정에서는 무엇인가를 볼 수 없었지만 나는 이 윌라 수와 그녀의 남편이 분명 보통의 친구 관계라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은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매여가 어째서 윌라 수를 말할 때 난감해 하는 모습이었냐를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문제는 바로 그녀의 괴벽에 있어. 그녀는 대학에서 무슨 반세속적인 사상의 조류에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게 그 때부터 일절 현대 문명의 성과를 적대시 하고 있어. 그녀는 설계 항목도 한결같이 전통적인 건재와 시공기술을 채택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일절 문명의 산물을 없애버렸어. 그래서 그녀는 전화는 물론 이메일도 사용을 한해. 그녀의 비서를 제외하고는 그녀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그럼 그 사람을 못 찾으면 양백부의 이 사건은 어쩌죠?”
나는 매여의 말 뜻을 알아 차렸다.
“그래서 내가 오늘 바로 너에게 한 가지 일을 부탁하려는 거야.”
매여는 머리를 들었다. 그 정광이 담긴 아름다운 눈동자가 나의 양 눈을 마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요? 매여 이모! 말해 봐요.”
나는 매여의 눈빛에 조금도 약해지지 않고 전면에 자신의 확고함과 자신을 전시했다.
“이 얼마간의 시간 동안 나는 아주 많은 계통을 통해 간신히 윌라 수의 비서와 연결을 했어. 우리가 적지 않은 수단을 쓰자 그는 겨우 윌라 수가 목전에 운남의 샹그릴라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암시를 주었어. 하지만 그는 우리를 위해 이 일을 통보해줄 수는 없다는 거야. 게다가 나 역시 이 일을 낯선 사람에게 부탁할 수는 없어. 그래서… “
“나보고 윌라 수를 찾아가라는 거군요? 그녀를 설득해서 양백부의 증언을 서달라고.”
나는 기본적으로 매여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주동적으로 그녀의 말을 이어 입을 열었다.
매여는 아름다운 두 눈에 크게 기대하는 눈빛을 내비치며 나를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서는 다시 멈췄다. 마음 속으로 약간 결심을 주저했다. 만일 평소 같으면 매여가 이렇게 친히 옥으로 빚은 듯한 입술을 열어 내게 부탁을 해오는데 내가 어찌 사양을 할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나는 성심으로 그녀의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얼마 전에 나는 막 엄마와 금기를 돌파한 것이었다. 모자 두 사람이 목전에 아주 감미로운 단계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때에 엄마를 집에 남겨두고 혼자 밖으로 나가는 것은 실제로 마음을 놓기가 힘든 것이었다. 이것이 나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한참을 망설이게 하는 것이었다.
“이모도 이 일이 너를 비교적 난처하게 한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아무리 심사숙고해도 적합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어. 어쩔 도리 없이 너에게 입을 연거야.”
“음, 내 생각에 매여 이모의 신분과 말솜씨면 윌라 수에게 직접 가는게 더 좋지 않아요?”
나는 조심스럽게 매여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호호,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좋지.”
매여는 약간 자조하듯이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실을 너한테 말하자면 만일 내가 윌라 수를 찾아간다면 그녀를 설복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녀라는 사람을 만나보지도 못하게 될 거야.”
“왜요? 윌라 수는 양백부 집안과 대대로 교분이 있지 않아요? 당신들은 마땅히 모두 비교적 친하지 않나요?”
나는 마음 속에 계속 품고 있던 의문을 꺼냈다.
“휴, 이건 너무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해야겠지. 네 양백부와 윌라 수는 어릴 때부터 소꿉친구야. 그녀는 계속 양백부에 대해 마음 속에 사랑을 품고 있었어. 후에 우리가 서로 사랑해 결혼한 후 그녀는 양씨 집안으로 발길이 거의 줄었어. 게다가 나에 대해서는 계속 아주 안 좋았어.”
매여의 계속 평정하기가 물과 같던 얼굴 위로 이례적으로 한 줄기 파동이 출현했다. 마치 윌라 수 이 이름이 그녀 기억 속에 마주치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을 건드린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일이 이렇게 난감한 거야. 나는 그녀와 만나봤자 방법이 없어. 또 만날 수도 없어. 그리고 기타 다른 사람을 나는 또 못 믿겠어. 유일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너야.”
“소암! 너 이모 부탁을 거절하지는 않겠지?”
매여의 말에 나는 어찌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 나는 약간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그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를 피해 숨듯이 수중의 찻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 마셨다.
이 차가 비록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온도가 여전히 아주 높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나는 급작스럽게 이미 반쯤 들이켰다. 갑자기 입술과 혀 전부를 데었다. 입 안이 화끈거렸다. 매여의 면전에서 부끄럽게 뱉아낼 수도 없어 다만 강하게 참으며 입 속으로 찬 바람을 들이켰다. 비록 극력으로 숨기려 했지만 얼굴 위로 저절로 찡그리는 상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나의 매우 곤궁한 모습을 보고 매여의 마치 서리와 같이 엄중하던 얼굴 위에도 한 줄기 웃음이 나타났다. 그녀는 미미하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너 너무 경솔했어. 차는 그렇게 마시는게 아니야.”
나는 쑥쓰러워하며 뱉으려 했다. 이미 뜨거운 차는 식도를 넘어가 버렸다. 매여가 하는 말을 듣고 나는 저절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방금 급하게 먹어서 뎄어요. 우리가 차를 먹을 때처럼 그냥 마시는게 아닌가 봐요? 이 차는 또 기타 무슨 마시는 법이 있는 건가요?”
“다도는 일종의 차를 생활방식으로 여기는 거야. 마시는 것에도 다만 그 중 하나의 순서가 있어. 목적은 차를 마시는 것을 통해 마음을 정하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키고 기를 배양하고 수신의 효과가 있어. 이로써 ‘편안하고 고요한 무욕무위’의 상태에 도달하는 거야.”
매여는 고개를 살짝 움직였다.
“네가 방금 마신 법은 다만 차를 갈증을 해소할 음료로 여긴 거야. 이러려면 내가 앞 전에 한 바탕 그렇게 애를 쓸 필요가 없는 거야.”
“그게, 전 아직 잘 이해가 안되는군요. 차를 마시는데 이렇게 여러 길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나는 약간 쑥스러워하며 어깨를 들썩였다.
“모르는건 죄가 아냐. 내가 너에게 차를 어떻게 음미하는지 이야기 해 줄게.”
매여는 친히 향그러운 입술을 열어 감칠 맛 나게 이야기했다.
“차를 음미하려면 단정하게 앉아 마음을 바로 해야해. 몸이 바르지 않은 자는 마음이 바르지 않아. 진정한 차의 도를 깨달을 수 없어.”
말을 들은 나는 즉시 허리를 똑바로 펴며 가슴과 배를 편 채 앉았다. 이러한 자세는 일찍이 남산도의 병실에서 훈련을 한 바 있었다. 당시 자신은 위 아저씨의 엄격한 요구를 처음에는 이해 못한 것이었지만 결국 훈련을 통해 매우 곧바르게 앉는 자세를 터득한 것이었다. 매여는 이를 보더니 아주 칭찬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차에는 사품(四品)이 있으니 일품은 그 상(相)이요.”
매여는 말을 하며 찻잔을 가슴 앞 일미터 좌우로 들어 고개를 내리고 세밀히 바라봤다. 나는 그대로 따라했다.
“이품은 그 향(香).”
나는 매여의 동작을 모방해 찻잔을 코 끝으로 들고 세밀히 냄새를 맡았다. 과연 청향이 코를 찌르니 마음까지 스며드는 것이었다.
“삼품은 그 미(味).”
매여는 이제서야 찻잔을 입술로 이동했다. 하지만 다만 동작을 아주 적게해 한 모금만을 마셨다. 그런 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마치 맛을 음미하는 즐거움에 다다른 듯 했다.
나는 이미 잔 속의 찻물을 이미 다 마셔버렸기에 이 순간 다만 눈을 빤히 뜨고 매여의 우아한 자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녀의 가늘고 긴 목이 미미하게 상승했다. 눈처럼 하얀 목 위에는 한 줄 주름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마치 옥석으로 조각을 해놓은 것 같았다. 얇은 양 입술이 굳게 닫힌 채 비록 혈색이 지나치게 없었지만 여전히 사람을 움직이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매여는 품에 대한 말한 후 입을 벌린 채 멀거니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고 자연히 빙그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내 수중의 찻잔이 이미 비어있는 것을 보고 손을 내밀어 다가왔다. 그녀 수중의 그 잔을 건네주며 가볍게 말했다.
“이걸 마시며 맛을 음미해봐. 내가 마시던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내가 감히 다른 말 없이 손을 내밀어 찻잔을 건네 받을 때 매여의 손가락과 접촉을 했다. 다만 손가락이 접촉하는 느낌은 온유하고 매끄러웠다. 마음 속이 저절로 진탕했다. 하지만 매여는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않는 듯 했다. 그 가을 호수와 같은 눈으로 담담히 나를 바라봤다.
나는 심신을 가다듬었다. 찻잔을 눈 앞으로 들었다. 손에 닿는 곳이 찻물의 온도 때문인지 매여 손의 따스한 기가 남아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잔 안의 찻물은 청록의 미를 자랑했다. 백자로 된 잔 테두리에는 마치 입술 자국이 남아 있는 듯 했다. 이 곳에 얼마 전 매여의 단향 같은 입이 닿았던 것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것은 나로 하여금 간접적으로 그녀의 입술과 키스를 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나의 마음 속이 갑자기 불같이 달아 올랐다. 하체가 약간 단단하게 청바지를 들고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차를 음미하려면 시간을 잘 통제해야 해. 만일 가장 최적의 온도를 놓치면 이 잔의 차 맛은 나빠지거든. 또 다시 음미할 수가 없게 돼. 망설이면 안돼.”
매여의 맑고 싸늘한 목소리가 귓전으로 전해지자 나는 전신을 떨었다. 급히 찻잔을 입술에 대고 가볍게 한 모금을 훌쩍였다.
한 줄기 달콤한 온류가 입을 타고 들어와 식도를 지나 위장으로 진입했다. 마치 일천만의 선녀들 같이 신상을 노래하는 것 같았다. 그 차향 속에는 또 마치 한 자락 있는 듯 없는 듯한 향기를 지니고 있었다. 내가 매여의 그 꽃잎 같은 양 입술을 연상하자 입안에 온통 침이 분비되어 가득해졌다. 입 안에 향기가 남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구멍 밑바닥으로부터 한 줄기 옅은 안개가 피어 올라 문득 달고 시원한 맛이 돌아왔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듯 하며 마음이 후련하니 기분이 유쾌했다.
“앞의 삼품은 품천, 품지, 품인이라 이르는데 천지인(天地人) 이 세 가지 품을 완성한 후 최종적으로 또 마음에 각인을 시키는 것이니 이 제 사품은 바로 품심(品心)이야.”
매여는 보충을 마치고 찻잔을 탁자에 내려 놓았다. 양 손을 아주 자연스럽게 꿇어 앉은 양 무릎 위에 놓으며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나는 입을 다물고 눈을 감은 채 다만 눈 앞의 이 여신같이 빼어난 미인을 회상하며 감상했다. 비스듬히 귀 밑 머리까지 휘갈려진 긴 눈썹부터 가늘고 긴 섬세한 아름다운 옥과 같은 코까지. 윤이 나고 깨끗한 둥근 이마에서 마름 열매 같은 아래턱 까지. 너무나 가녀린 허리부터 곧고 긴 양 다리 까지. 이 신상의 매 하나의 선이 모두 천지간의 영기가 충만해 있었다.
매여는 양 무릎을 부들 방석 위에 앉아 있기 때문에 넓직한 바지통 밑으로 투명하고 정교한 다리가 노출되어 있었다. 정말 옥과 같이 윤기가 나고 비단 같이 부드러운 것이 엄마의 다리와 비교해도 조금의 손색이 없었다. 그 발등의 피부는 하얀 것이 거의 투명에 가까웠다. 은은히 아래 파란 정맥이 내비쳤다. 열개의 백옥으로 빚은 듯한 발가락은 마치 꽃잎처럼 한데 모아져 있었다. 어떠한 매니큐어도 칠하지 않은 발톱은 등불 아래 담담한 분홍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매여가 사색을 끝낸 후 양 눈을 떴다. 그 유리를 마주보는 것 같은 아름다운 눈이 내 얼굴을 쓸어봤다. 한 줄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충동이 전신을 휘감았다. 그 순간 나는 거의 몸이 있는 곳의 일절을 잊었다. 다만 조용히 그녀의 면전에 앉아 있었다. 한참을 눈 앞의 그 비길 데 없는 아름다움 속에 잠겨 있었다. 매여의 그 앵두 같은 양 입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자신이 이 아름다운 눈의 주인을 위해 어떠한 일이라도 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결코 사양할 수 없었다.
“좋습니다. 가겠습니다.”
나는 부자연스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마치 마귀 하나가 나의 마음 속에서 인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록 나의 대답은 약간 갑작스러운 것이지만 매여는 의외라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담담한 미소를 노출했다. 눈빛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네가 응낙할 줄 알고 있었어.
“저는 힘을 쓰겠지만 윌라 수가 그렇게 기이한 여인이라면 제가 정말 그녀를 설득 시킬 수 있을까요?”
나는 목을 만지며 시선을 매여의 신상에서 떠났다. 동시에 자신 하반신의 꿈틀거림을 억제했다.
“바로 그녀가 여인이기에 나는 네가 나서는 것이 필요한 거야. 물론 그녀가 아주 기이하긴 해도 내 생각에 너라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나는 네게 있는 일종의 독특한 매력을 믿어.”
매여의 말은 약간 이상한 것이 있었다. 그녀의 그 조용하고 소담한 양 입술에서 한 남자를 찬미하는 말이 나왔다는 것은 아주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또 분명히 그녀의 이 말을 친히 귀로 들은 것이었다. 설마 그녀의 천태만상을 겪어도 놀라지 않던 마음 역시 흔들리는 때가 있단 말인가?
“하하! 제가 무슨 매력이 있어요? 매여 이모 너무 저를 높게 보는 것 아니예요?”
나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며 이해 못한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넌 매여 이모의 남자 보는 눈을 믿어야 해. 네 신상에는 일종의 나이를 초월한 성숙함과 침착함이 있어. 눈빛 속에는 우울함이 충만해 있지만 한 줄기 작렬하는 뜨거움이 내포되어 있어. 내 생각에 아주 극소수의 여인만이 너의 눈빛에 저항할 수 있을 거야.”
말이 여기에 이르자 매여는 마치 약간 실태를 깨달은 듯 했다. 그녀의 신분으로 내 면전에서 이런 말은 약간 부적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일종의 색다른 느낌이 무럭무럭 피어 올랐다. 양 눈을 타는 듯이 뜨겁기 그지없도록 그녀의 그 가을 호수와 같은 눈에 묶었다. 그녀의 동그란 눈 속에 일순간 미망의 실색이 떠오르는 것을 포착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주 빠르게 자신의 정서를 조정했다. 화제를 돌려 이동하기 시작했다.
“진아가 안보이네? 그 사건 이후부터 그 애가 이성에 대해 모두 거들떠도 보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건드린게 너야. 일거일동이 모두 이전에 비해 아주 쾌활해졌어. 정말 너한테 너무 감사해.”
매여는 딸을 들먹이며 매우 수월하게 앞전의 작은 상황을 풀어 나갔다. 하지만 이 것은 도리어 우리 두 사람에게 모두 안도의 숨을 쉴 수 있게 해주었다.
“매여 이모! 과찬이예요. 진아는 확실히 귀여워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사이의 이런 작은 난감함이 지나간 후 매여는 다시 나의 작렬하는 눈빛을 직시하지 못했다. 그녀는 우아하게 몸을 일으켜 서방 쪽으로 걸어갔다. 책장 위에서 몇 권의 책을 찾아와 나의 수중에 넘겨주며 간곡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 안에는 윌라 수의 작품 걸작선이 있어. 그녀 자신이 쓴 수필집 한 권이랑. 또 그녀가 평소에 몰두하고 있는 종교 문화 방면의 책이야. 가져가서 한 번 봐. 그녀와 대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야.”
나는 책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또 한 가지 일이 생각나 급히 물었다.
“맞아, 매여 이모 나 한 가지 골치 아픈 일이 있어요. 해결할 수 있을까요?”
“무슨 일인데? 말해봐.”
“그게 제가 출국할 때 신분증을 잃어버렸어요. 돌아온 후에 재발급을 못 받았어요. 만일 비행기 타다가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까봐요.”
“아! 그래?”
매여는 눈쌀을 찌푸리며 생각하다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네 증명 사진만 있으면 내가 며칠 내로 사람을 시켜 만들어 줄게. 비행기표도 모두 내가 끊을 테니 너는 다만 내 통지만 기다리고 있으면 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간 하늘색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우리는 아랫층으로 내려가 하얀 벽을 찾았다. 매여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나의 증명사진을 몇 장 찍었다. 나의 생년월일 같은 것은 일찍이 엄마 그 쪽에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신분으로 이러한 신분증을 만드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 분명했다. 바로 나의 하나의 난제가 해결되는 것이었다.
사진을 찍은 후 매여는 또 나에게 밥을 먹고 가라 했다. 하지만 엄마가 집에서 밥을 해놓고 있을 것이기에 완곡하게 거절을 했다. 내 태도의 단호함을 보고 매여 역시 고집을 부리지는 않았다. 나는 혼자 차를 몰고 매택을 떠났다.
내가 막 집 문을 들어서자 한 줄기 음식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등이 켜져 있는 식당으로 걸어가니 식탁 위에는 이미 한 상 가득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뱀장어탕, 홍사오, 불수두당, 홍소회어, 황민율자계 등등이었다. 이 때 주방 문이 막 열리며 엄마가 허리 춤에 앞치마를 두르고 와인색의 긴 머리를 뒤로 묶은 채 기뻐하며 말했다.
“석두! 너 돌아온 거야?”
“응! 나 왔어. 엄마!”
이 너무나 익숙한 그리고 신선함과 아름다움이 충만한 얼굴을 보자 나의 마음으로 문득 일진 따사로운 열류가 지나갔다. 바깥세상의 오색찬란함이 아무리 분분해도 이 여인의 내 마음 속 위치에는 전혀 영향을 줄 수 없었다.
“빨리 앉아. 먼저 좀 먹어. 나 밥 떠올께.”
엄마는 한 편으로 부르며 한 편으로 주방으로 들어가 두 그릇의 김이 펄펄 나는 백반을 가져 나왔다.
자신이 정말 배가 고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엄마가 옆에 있고 자기 집 밥 냄새가 가장 좋은 것이니 나는 특별히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나는 또 네가 오늘 밥을 먹으러 못 돌아오는 줄 알았어.”
엄마는 이야기를 하며 내 옆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래? 내가 분명히 집에 와서 먹는다 했잖아. 난 엄마가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거든.”
나의 말은 분명히 엄마를 아주 즐겁게 한 것 같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 속에는 웃음기가 충만했다. 한 편으로 분주하게 나에게 찬을 집어 주며 한 편으로는 관심있게 매여의 일에 대해 물었다. 나는 간단하게 정황을 설명했다. 설명하는 김에 매여가 나에게 도와달라고 한 윌라 수를 설득해야 하는 이야기를 한 바탕 들먹였다.
“석두야, 이 무슨 수라는 사람을 꼭 찾으러 가야 하는 거야?”
엄마는 이 일을 듣더니 약간 의외라는 듯 머뭇거리는 말투로 내게 물었다.
“응! 나 이미 매여 이모에게 답을 했어.”
나는 엄마의 약간 유쾌하지 않은 듯한 모습을 알아차리고 보충했다.
“엄마 걱정마. 나 많아야 이삼일이면 돌아올 거야. 위험한 것도 없어.”
“응, 알았어.”
엄마는 입으로는 비록 아무 말을 안했지만 말투 속에 그녀가 이 일을 비교적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엄마는 갑자기 침묵했다. 양 눈은 식탁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혀 젓가락이 밥알을 들지 못하고 입으로 운반을 못했다. 밥알이 다시 그릇 안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니 그녀 수중의 젓가락이 마치 천근이나 되듯 무거워 보였다. 한참이 지나도록 몇 번 들지 못하는 것을 보니 심사가 아주 무거운 모습이었다.
나는 눈으로 보며 마음 속으로 갑자기 견디기가 어려웠다. 수중의 그릇을 내려 놓으며 손을 내밀어 엄마의 비옥한 교구를 안아 일으켰다. 그녀를 내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안으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엄마! 왜 그래? 어디 안좋아?”
엄마는 약간 부자연스럽게 이마에 드리워진 머리를 쓸어 올렸다.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며 아랫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고개를 가로 저으며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꺼냈다.
“아니야, 난 그냥 좀… 좀… 너랑 헤어지기가 싫어서.”
내 품 속의 이 여인은 아주 취약했다. 그녀는 너무 많은 생사의 이별을 겪었다. 이것이 그녀로 하여금 극도로 안전감이 없게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는 이제 막 새로운 기댈 곳이 생긴 것이었다. 막 미래와 행복의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녀는 이런 일절의 것 들이 눈 깜짝 할 사이 사라져버리는 것이 두려운 것이었다. 그녀는 마치 가련한 한 마리 어린 토끼 같았다. 눈꼽 만큼의 바람에 풀이 흔들려도 그녀는 아주 불안해 하는 것이었다.
“내 사랑, 걱정마. 난 엄마를 떠나지 않아.”
나는 가볍게 그녀의 매끄러운 긴 머리결을 매만지며 입으로는 최대한 따스하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엄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 난 영원히 엄마를 내 품 안에 안고 있을 거야. 영원히 엄마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