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장
몹시 무거운 발걸음을 디디며 나는 병원을 빠져 나왔다. 이 때 천색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원래 내가 있던 그 실험실 안에 꼬박 오후의 시간을 머무른 것이었다. 나는 차의 시동을 걸고 집 쪽 방향으로 몰고갔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7시가 넘었다.
나는 집 문을 열었다. 집안이 아주 쥐 죽은 듯 했다. 일절 모든 것이 아침에 문을 나설 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분명 엄마가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이었다. 그녀는 나가서 어찌 이렇게 오래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나한테 전화도 하지 않는단 말인가? 나는 자기도 모르게 약간 걱정이었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라도 발생한 것은 아닐까?
나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핸드폰 저쪽 에서는 받지를 않았다. 엄마는 도대체 뭐하는 걸까? 왜 내 전화를 안 받는 걸까? 나는 반복해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여전히 조금도 반응이 없었다. 최종적으로 나는 포기를 선택했다. 화가 치밀어 올라 핸드폰을 소파 위에 던져 버렸다.
나는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을 느꼈다. 강화의 실험실을 도착한 때부터 나는 이미 12 시간을 연속해 집어 넣은 것이 없었다. 냉장고에서 인스턴트 식품을 몇 개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하지만 나는 전혀 식욕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충대충 몇 번 먹다가 탁자 위에 던져버렸다.
이 때 문 쪽에서 초인종 소리가 났다. 나는 처음에는 엄마가 돌아 온 것이라 여겼다. 마음 속으로 격동하며 문을 열러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엄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쇠로 문을 열 수 있었다. 초인종을 누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초인종은 계속 반복해 울렸다. 나는 걸어가 현관에 설치 되어있는 보안 계통을 보았다. 문 입구 감시 카메라를 통해 전해진 화면에는 녹색 제복을 입은 어떤 자식이 그 곳에 서있었다. 그의 머리에 쓴 모자에는 EMS라고 쓰여 있었다. 손에는 또 네모난 종이박스를 안고 있었다.
나는 수화기를 들고 상대방이 온 목적을 물었다. 제복의 그 자식은 말하기를 자신은 EMS 특급 우편 배달원이라 했다.”백리원”에게 온 특급 우편을 배달 받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동영상 안을 재삼 관찰한 후 이 사람 신상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서야 비로서 문을 열었다.
나는 특급 우편 서류에 마음대로 휘갈긴 후 배달원의 수중에서 문서 크기만한 종이박스를 건네 받았다. 받아 든 종이박스의 본체는 아주 가벼웠다. 안에는 분명 무슨 큰 물건은 아니었다.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와 나는 종이박스를 식탁 위에 내려 놓았다. 다시 잠시 우두커니 앉았다. 거실 안의 시계는 7시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전히 엄마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참지 못하고 그 종이박스를 들어 올렸다. 특급 우편 표 상면에는 “백리원” 세 글자가 파란색 잉크로 적혀 있었다. 서체의 필세가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것이 보아하니 남자의 필적 같았다. 보낸 사람의 그 칸은 공백이었다. 이 종이박스는 누가 보낸 것일까?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나의 심중의 의문이 커져갔다.
재삼 고려를 해보다 나는 손으로 종이박스 위의 봉인을 뜯었다. 겉포장을 뜯어내니 종이박스 안에는 스티로풀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중간에는 아주 정교한 자색의 벨벳 상자가 놓여 있었다. 보아하니 마치 장신구함 같았다. 나는 손을 내밀어 장신구함을 꺼내 좌우를 살펴 봤다. 안쪽에 위험기관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비로소 그것을 열었다.
장신구함 안은 전혀 이상이 없었다. 조용히 은광이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만이 누워 있었다. 그것은 가냘픈 로즈골드 더블 링 반지의 몸체였다. 8개 다리 반지 받침대에는 5캐럿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있었다. 식당 불빛 아래 세세하게 빛살이 발출되고 있었다. 이 같은 가격이 고가인 다이아몬드 반지가 뜻밖에 종이박스 안에 놓인 채 무책임하게 특급 우편을 이용해 부쳐온 것이었다. 이런 일을 누가 저질렀단 말인가?
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집어 들었다. 손바닥 위에 놓은 채 꼼꼼히 살폈다. 이 반지의 크기는 의심할 바 없이 여성의 손가락을 위해 만든 것이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어디선가 본 듯 한 것이었다. 나는 생각이 났다. 전에 엄마의 손가락 위에서 이 반지를 본 적이 있었다. 눈 앞의 이것과 똑 같은 모양이었다. 설마 이 것이 바로 엄마의 손가락에 끼었던 것이란 말인가? 왜 그 것이 여기에 있는 걸까? 반지를 보낸 사람은 또 누구란 말인가? 반지를 부친 사람은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일까?
반지를 내려 놓자 원래 장신구함이 있던 자리에 한 장의 카드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카드를 들어 눈 앞으로 가져왔다. 샴페인 색의 지면 위에 파란색 잉크로 글씨가 적혀 있었다. 필적은 물론이고 잉크색도 모두 종이박스 위에 있는 것과 일치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아직 남겨두니 당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시오. 무슨 일이 생기면 날 찾아와요.”
서명하는 곳에는 “여(呂)” 자가 적혀 있었다.
이 카드는 원래 아주 울적하던 내 마음을 더욱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었다. 물건을 원래대로 수습한 후 종이박스를 탁자 옆에 놓았다. 마음 속이 아주 서글펐다. 그동안 소문을 들었을 때도 괜찮았다. 자신의 기억도 괜찮았다. 엄마와 여강의 관계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 카드와 다이아몬드 반지의 출현은 이들 소문과 추측들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것이었다.
텅 빈 집 안에 앉아 엄마가 없는 시간을 보내려니 주변의 활력과 공기도 마치 데려간 것 같았다. 나는 자신의 마음이 답답해 견딜 수 없는 것을 느꼈다. 마치 커다란 돌맹이가 명치 한 가운데에 얹힌 것 같았다. 뇌 속으로 기억 속의 토막들을 반복해서 되새겼다. 아울러 강화의 입에서 전해 들은 그 말들.
도대체 엄마는 어떤 여인이란 말인가? 장씨를 통해 전해들은 그녀는 마치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무책임한 여인이었다. 남자의 요구에 대해 항상 묵묵히 순종했다. 강화의 입에서 말하는 그녀는 또 겉모습이 섹시하고 행위는 풍류스럽지만 내심은 아주 순결한 좋은 여인이라는 것이었다. 철괴리의 눈에 비친 엄마는 가련한 여인이었다. 그녀의 마음은 선량하고 온유하고 현숙했다. 하지만 항상 마음이 불량한 나쁜 남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기억 속의 엄마는 모순이 충만했다. 그녀는 때로는 온화하고 부드럽고 정숙하고 우아했다. 때로는 교태를 부리다가도 때로는 몸을 옥처럼 보호했다. 때로는 바람난 여자 같았다. 왜 엄마가 이런 모습이란 말인가? 나는 어떻게 해도 납득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입이 바싹 마르는 것을 느꼈다. 마음속 사악한 불길에 전신이 열이 나는 것 같아 뜨거워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주방으로 달려가 버번 위스키 한 병을 찾았다. 얼음 덩어리도 넣지 않고 직접 호박색의 액체를 유리잔에 따랐다. 그런 후 고개를 젖히고 입 속으로 들이 부었다. 문득 일진 매서운 화염이 목구멍을 타 들어갔다. 그런 후 자극적인 오크 나무와 소백의 향기가 식도로 미끌어져 들어갔다. 이어서 위 속이 마치 불이 붙은 것 같이 전신의 혈액이 모두 비등하기 시작했다.
나의 지금 주량은 약간 향상되었다. 이전의 들어가자마자 바로 게우던 것과 같지 않았다. 이 70도의 위스키로 뱃속을 채우자 약간 취해왔다. 신체는 여전히 그렇게 울적했다. 하지만 목 이상의 부분은 약간 홀가분해졌다. 기분도 평소처럼 그렇게 민첩하지는 않았지만 나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신경 쓰지 않도록 했다. 특별히 엄마에 대한 신경을.
어릴 때 항상 보았던 것은 밥을 다 먹은 후 아빠 자신은 식탁에 남아 혼자 잔을 따르고 있었다. 아직 아이였던 나는 그런 무색의 코를 찌르는 액체를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나는 지금에야 비로서 아빠 당년의 느낌을 알 것 같았다. 술은 정말 좋은 물건이었다. 그 놈은 나를 풀어지게 만들었다. 나에게 잠시 마주친 현실을 생각지 않고 잊게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나로 하여금 잠시 평정을 찾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내가 그 위스키를 거의 반쯤 가깝게 마셨을 때 집안의 대문이 간신히 열려졌다. 하이힐이 바닥을 밟는 소리에 동반해 내가 오랫동안 기다리던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석두야! 엄마 돌아왔어.”
집안에는 단지 식당 안에만 불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약간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어 앉아 불빛 아래 한 길고 가는 그림자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런 후 한 늘씬하니 얌전하고 고운 여인이 식당으로 걸어 들어왔다.
“석두! 너 뭐하고 있어? 밥은 먹었어?”
엄마는 내가 혼자 식당 안에 앉아 있는 것을 보더니 얼굴에 놀란 표정이 떠올랐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약간 모호한 취한 눈을 뜨고 엄마를 바라봤다. 눈 앞의 이 여인은 화사하니 아름다웠다. 길고 또한 곧은 아름다운 다리는 스모크 그레이색 팬티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7센티 높이의 하이힐은 그녀를 하늘하늘거리게 만들었다. 이 여인은 용모나 몸매가 모두 인생의 가장 정점인 시간에 놓여 있었다. 이것은 나로 하여금 강화가 그녀를 평가한 우물이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했다. 이 형용사는 그녀의 신상에 조금의 과장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나의 엄마였다.
엄마는 입은 것과 화장이 아침에 문을 나갈 때와 비슷했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녀 신상에 약간 같지 않은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맞아. 아침에 문을 나설 때 그녀의 머리는 위로 틀어 올린 시뇽 헤어였다. 현재 그 웨이브진 긴 머리결은 풀어 헤쳐져 있었다. 와인색의 긴 머리가 마치 폭포수처럼 어깨 위로 풀어 헤쳐져 있어 그녀의 백옥 같은 계란형 얼굴을 더욱 우아하고 아름답게 부각시키고 있었다. 나의 착각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시각 그녀가 특별히 더욱 예쁘고 매력적으로 느꼈다. 천천히 걸어올 때 그 연약한 허리가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비록 신경 쓰고 하는 동작은 아니지만 여인의 맛이 충만한 것이었다.
엄마는 내가 그녀의 말에 대답이 없는 것을 보고 다가와 내 신변의 의자 위에 앉았다. 희고 깨끗하니 긴 가녀린 손을 내밀어 나의 이마 위를 짚었다. 얼굴에 근심을 걸고 말했다.
“석두, 너 왜 그래? 어디가 안좋아?”
나는 여전히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 엄마의 시선이 탁자 위 여전히 반쯤 비어있는 술병으로 떨어졌다. 다시 나의 주정에 짙게 붉어져 있는 얼굴과 핏줄이 충혈된 양 눈을 보고 문득 알아차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예쁜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 왜 또 술을 먹었어? 엄마 가장 싫어하는게 술 먹는 사람이라는 걸 너도 모르지 안잖아?”
나는 다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계속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았다. 손으로 마치 고의로 엄마에게 상관 말라는 듯 탁자 위 술병을 들고는 입에 갖다 대었다. 꿀꺽꿀꺽 다시 몇 모금이 입 안으로 들어갔다.
나의 행위를 보고 엄마는 아주 화가나 내 수중의 술병을 뺏으며 말했다.
“석두, 너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거야? 혼자서 여기 숨어 술을 마시다니? 너는 엄마 생각은 상관 없는 거야?”
나는 손을 뻗어 술병을 되찾아올 생각이었다. 이 것은 평소라면 나에게는 식은 죽 먹기의 일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에 너무 많은 술을 마셔 나의 동작은 적지 않게 무뎌져 있었다. 엄마가 술병을 잡고 옆으로 피하자 나는 뜻밖에 잡지를 못하고 도리어 비틀거리며 식탁에 부딪쳤다. 신상의 티셔츠가 탁자 모서리에 걸려 길게 찢어지며 구멍이 났다. 비록 살은 찢어지지 않았지만 보기에 매우 곤궁했다.
엄마가 술병을 등 뒤로 감추는 것을 보자 나도 더 이상 요구하지는 않았다. 또한 옷에 걸려 다치지도 않았다. 고개를 돌려 탁자 위 술잔을 들어 입 속에다 가져갔다. 남아 있는 몇 방울의 액체가 나의 목구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나는 아직 직성이 풀리지 않는 것을 느껴 혀를 내밀어 잔 바닥을 계속 핥았다.
잔 안에 아무 액체도 남아있지 않은 것을 확인 후 나는 술잔을 탁상 위에 내던졌다. 고개를 돌리니 엄마의 아주 불만 어린 신정을 볼 수 있었다. 그 교염하고 자태가 다채로운 얼굴에는 이미 한 층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 나의 눈을 마치 경멸하 듯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눈빛은 나로 하여금 갑자기 화가 치밀게 만들었다.
“내가 당신 생각은 상관 안한다고 말한 거야? 그럼 당신은 내 생각은 상관한 적 있어?”
나는 등을 뒤로 기대며 양 다리는 대자로 벌리고는 살짝 고개를 쳐들어 엄마를 바라봤다. 자세와 눈빛을 통해 아주 무엄방자한 신호를 드러내고 있었다.
“엄마가 뭘 잘못했어? 너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엄마는 내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을 줄은 생각지 못했는지 약간 놀라며 말했다.
“자신이 한 일은 자신이 잘 알지.”
나는 냉랭하게 한 마디를 투하했다.
“엄마가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네게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거야?”
엄마는 약간 급해져 바로 묻는 것이었다.
“당신이 아무 일도 안 저질렀다고? 그럼 내가 당신에게 묻겠어. 왜 오늘 이렇게 늦게 돌아온 거야. 나 그 전에 얼마나 전화를 걸었는데 한 번도 안 받았어. 어디를 간 건지 나한테 말해 줘봐. 도대체 어딜 갔었냐고?”
나는 그녀를 똑바로 노려봤다. 입 속 말투는 호되게 변해 있었다.
“그건… “
엄마는 잠시간에 내 질문에 말문이 막힌 듯 했다. 한동안 멈춰 있다 비로서 대답을 했다.
“엄마가 아침에 말하지 않았어? 매장에 내가 주관하는 활동이 있다고. 그런 후 그 찾아온 손님들과 식사를 하고 발마사지 같은 것을 받았어. 그래서 늦게 돌아올 수 밖에 없었어.”
“엄마 점심 때 너한테 몇 번이나 전화를 했었어. 그런데 네가 통 받지를 않았어. 나중에 미용 업소에 가서 휴식을 했는데 핸드폰을 몸에 지니고 있지 않았어. 그래서 네 전화를 못 받았어. 이걸로 엄마를 원망하는 거야?”
엄마의 말은 물 한 방울 새지않게 용의주도했다. 하지만 나는 아주 확실하게 그녀의 말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러 번 실패한 교훈을 경험 삼아 나는 이미 그녀를 믿지 못했다.
나의 눈은 탁자 위로 돌아갔다. 앞서서 그녀가 앉을 때 그 흑백 트위드 핸드백을 탁자 위에 내려 놓았었다. 나는 손을 내밀어 핸드백을 가져와 안쪽 물건들을 모두 뒤집어 꺼내기 시작했다. 엄마는 내가 이럴 줄은 예측을 못했던 터라 그녀는 잠시 멍청히 있다 핸드백을 빼앗으려 다가왔다. 그러나 나는 한 쪽 손으로 가로 막았다.
“석두! 너 너무 지나치잖아. 왜 함부로 엄마의 사적인 물건을 뒤집는 거야?”
엄마는 아주 준엄하게 묻는 것이었다. 그녀의 봉긋한 쌍봉이 레이스 베이직 셔츠 아래서 기복을 이루는 것이 분명 정말 화가 난 것이었다.
“만약 떳떳하지 못한 물건이 전혀 아니라면 왜 내가 보는 것을 무서워해? 설마 엄마는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는 거야?”
나의 반격은 엄마를 문득 말문이 막히게 만들었다. 나는 입으로 말을 하며 손으로는 끊임없이 핸드백 속의 물건을 모두 밖으로 끄집어냈다.
CC 표지 자수의 채색 무늬 공단 화장품 가방, 오렌지색의 HERMES 스카프, 검푸른 색의 악어가죽 장지갑과 엄마 개인 전용의 아이폰, 핸드백은 마치 엄마의 사람 됨됨이 같이 간단하고 정연했다. 어떠한 의혹을 살만한 물품도 찾지 못했다.
나는 곧장 그 아이폰을 집어 들었다. 마음 속에 기억하고 있는 비밀번호를 입력해 핸드폰을 연 후 먼저 통화기록을 살폈다. 안에 기록된 내용은 엄마가 말한 그대로였다. 최근 열 몇 번 받지 않은 전화는 모두 내게 걸려온 것이었다. 다시 그 이전 오후 1시쯤 엄마가 나에게 세 번 전화를 걸었다. 그것을 제외하고 기타 특별한 통화 기록이 없었다. 또 낯선 사람에게 온 전화도 없었다.
통화기록을 빠져 나와 나는 문자 메시지를 열어 하나하나 살펴봤다. 역시 조금의 소득이 없었다. 설마 엄마가 이번에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란 말인가? 내가 이번에는 정말 엄마에게 누명을 씌운 것인가? 아냐! 그렇게 간단할 리 없다. 통화기록과 문자는 지울 수가 있다. 그리고 사실이 눈 앞에 있었다. 여강이 보내온 그 종이박스가 또 내 손 옆에 놓여 있었다. 엄마의 과거에 관한 이런 거짓말의 기록과 못된 행적들을 나는 또 수월하게 그녀에게 속아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핸드폰 안의 내용은 완전히 의심할 곳이 없었다. 나는 이리저리 뒤적여도 아무 것도 찾지 못하자 약간 실망하며 핸드폰을 탁자 위에 내려 놓았다. 엄마는 계속 양손을 가슴에 팔짱을 낀 채 얼굴 가득 불쾌한 표정으로 나의 행동을 바라보다 이 때 냉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어때? 엄마의 가방을 모두 수색 하셨나요? 범죄의 증거를 못 찾으신 모양이죠?”
“대검사관 나으리, 또 어디를 수색 하시려고요? 오늘 분이 풀리실 때 까지 한 번 수색해 보시죠?”
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씩씩거리며 자신의 의자로 돌아가 앉았다. 엄마는 마치 또 입을 열어 나에게 몇 마디 비웃어 줄려는 듯 하고 있었다. 이 때 옆에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는 벨소리가 울렸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눈빛을 탁자 위 아이폰으로 향했다. 핸드폰의 액정이 이미 밝아져 있었다. 한 줄 문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엄마는 손을 뻗어 핸드폰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내가 이미 먼저 빼앗 듯 아이폰을 손으로 잡았다.
핸드폰 액정을 해제했다. 그 문자 메시지는 한 낯선 번호로부터 온 것이었다. 하지만 안쪽의 내용을 보는 순간 나의 머리 끝을 곧 폭발하도록 만들었다.
“당신이 오후에 날 보러 와줘서 난 너무나 즐거웠소. 내가 반지를 우편으로 보냈으니 당신이 돌려 보내고 싶으면 아무 때나 보내구료.”
이 문자 메시지는 이미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나는 손을 돌려 핸드폰의 액정을 엄마의 면전에 갖다 댔다.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 자신이 잘 보시죠. 도대체 날 언제까지 속일 거야?”
엄마는 내 손에 핸드폰을 뺏기자 약간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 메시지를 다 보고나자 얼굴 색이 일시에 핏기가 가시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은 마치 순간 척추가 없어진 것 같았다. 힘 없이 무력하게 의자 등에 기댔다. 양 쪽 가녀린 손은 약간 어색하게 서로를 붙잡았다. 잠시간이 지나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난 이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 그 사람 문자를 잘 못 보냈나봐.”
엄마의 얼굴색과 말투는 모두 그녀가 안절부절 하고 있다는 것을 실증했다. 나는 그녀의 이런 사실을 회피하는 태도를 처음 본 것이 아니었다. 쇠는 단김에 두들겨야 한다고 결정했다. 더욱 몰아쳐야 한다. 손을 뻗어 탁자 위 그 종이박스를 그녀의 면전으로 밀었다.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그럼, 또 이거는? 설마 당신의 이름도 잘 못 쓴 건가?”
엄마는 이제서야 탁자 위 종이박스에 주의했다. 그녀는 약간 긴장한 채 종이박스를 열었다. 박스를 여는 과정 중에 그녀의 등심초 같은 손가락이 아주 분명히 떨고 있었다. 안쪽의 다이아몬드 반지 그리고 쪽지를 보고나자 그녀는 이미 얼굴이 사그러진 재와 같았다. 다시 감히 나를 똑바로 보지 못했다. 고개를 떨구고 양손을 움켜 쥐었다. 검푸른 색의 매니큐어를 칠한 엄지 손가락이 서로를 후볐다. 그녀의 내심이 아주 뒤엉키며 불안한 것을 표시해주고 있었다.
“엄마, 나한테 사실을 말해 줄 수 있어? 오늘 도대체 누구를 만났는지.”
비록 마음 속은 아주 화가 났지만 엄마의 이 순간 모습은 참으로 내가 보더라도 아름다웠다. 나는 그래서 비교적 말투를 부드럽게 바꾸며 가볍게 물었다.
나의 말투가 작용을 일으킨 것일까? 엄마는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한 쌍의 아름다운 눈 속에 우려를 담은 채 답을 했다.
“아들, 나한테 말해줘. 엄마를 오해하지 않겠다고. 그럴 거지?”
“내게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나보고 오해를 말라고 말할 수 있어?”
나는 그녀에게 정말 약간 짜증이 나는 것이었다.
“엄마 고의로 널 속이려 한 게 아냐. 다만… “
엄마는 막 입을 열려다 다시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다만 뭘? 말해!”
나는 못 참고 소리쳤다.
엄마는 양 눈을 무신경하게 바닥을 바라봤다. 가볍게 아랫입술을 깨물고 한 동안 머무르다 마치내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너 엄마가 지난 번 네게 말한 것을 기억하지? 네 아빠가 세상을 떠난 후 네가 또 일이 생겼을 때, 오래된 한 친구가 우리 집을 아주 많이 돌봐 주었다고.”
여기까지 말하자 엄마는 마치 어떻게 계속 말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멈추고 또 멈추고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하다 비로서 계속 말했다.
“그 사람, 사실 그는… 그는 계속 엄마를 아주 좋아했어. 엄마도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을 뿐이지만 당시 그는 마치 집안 어른처럼 아주 열성적으로 아주 후하게 우리를 도와줬어. 당연히 그는 아주 능력이 있고 백도니 흑도니 하니 평은 아무 상관 없었어. 게다가 엄마에게 무슨 요구를 하는 것도 없었어. 그래서 엄마는 계속 그를 아주 신임했어.”
말이 여기에 다다를 때 그녀의 말투는 평온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네가 남방으로 간 후 엄마는 혼자 생활했어. 아주 많은 곳이 모두 불편했어. 또 사회의 무뢰한 사람들이 늘 엄마를 희롱했어. 만일 그 친구가 손을 내밀어 도와주지 않았다면 엄마는 정말 어떻게 지냈을지 모를거야.”
엄마의 얼굴에는 한 줄기 낙담의 빛이 걸렸다. 눈빛 속으로 또 그런 침울함이 떠올랐다.
“날이 한참 흐른 후 어느 날 그가 마침내 내게 말했어. 그가 나에게 감정이 있다고. 사실을 말하자면 엄마는 당시 꽤 감동을 받았어. 더해서 약간은 보은의 심정도 있었어. 그래서… 그에게 승낙을 했어.”
말이 말미 몇 마디에 이르자 엄마는 마치 약간 부끄러운 듯 고개가 가면 갈수록 떨어졌다. 게다가 목소리도 개미 소리 같이 작아졌다.
“비록 그는 이미 일찍이 가정이 있었고 게다가 연령은 또 큰 엄마뻘로 그렇게 많았지만 그가 엄마에게 주는 느낌은 아주 든든했어. 여인이 기댈 수 있는 대상으로 충분했어. 엄마와 그가 함께 한 이 몇 년 동안 그 역시 우리를 푸대접 하지 않았어.”
비록 나는 이미 이것들을 대략 알고 있었지만 엄마의 입을 통해 친히 자신이 스폰을 받은 역사를 듣자니 서글픔을 금할 길 없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어 비꼬며 말했다.
“그렇군. 그는 확실히 당신을 푸대접하지 않았어. 당신이 현재 먹고 입고 살고 쓰는 것을 보니 다른 사람들 보다 훨씬 풍족해. 아빠가 있을 때는 당신 이런 것을 만족할 수 없었겠네?”
“아들, 너 어떻게 그런 식으로 엄마를 생각할 수 있어? 너 느끼기에 엄마가 그런 허영심을 쫓는 사람으로 보여? 나 당초 네 아빠에게 시집갔을 때 아무리 고생의 나날이 계속되어도 좋게 지냈어. 이후 집안에 그렇게 많은 일들이 벌어 졌어도 엄마는 그 때문에 자기를 팔러 나가지 않았었어.”
엄마는 나의 말투에 아주 민감했다. 아주 격동해서 반박했다. 온통 붉어진 작은 얼굴 역시 들어 올려졌다.
“그럼 말해봐. 어째서 그 사람과 였는지? 그가 그렇게 늙었다면 또 무슨 의존할 가치가 있었던 거야?”
나는 계속 추문했다.
“너도 알 거야. 여인은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아주 쉽지가 않아. 결국 남자가 있어 그녀를 위해 하늘을 떠 받쳐주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아주 나쁜 사람이 노리게 되는 거야. 엄마의 마음 속에도 우리의 관계가 부도덕하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그 때 내 신변에는 단지 이 한 사람만이 기댈 수 있을 뿐이었어. 게다가 그는 또 엄마를 보호해줄 능력이 있었어. 따라서 살아가려니 이렇게 어쩔 수 없었어. 이것이 엄마의 운명인 가봐.”
엄마는 최후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자신의 신세에 비탄에 잠기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그녀가 가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가 어떻게 자신을 변호해도 그녀가 한 선택은 모두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더욱 단호하게 콕 찍어 그녀에게 물었다.
“하하, 말하는 그 사람은 바로 이 카드에 적혀있는 여씨 성이겠지. 그 사람의 이름은 여강. 맞아?”
엄마는 내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약간 놀란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망설이다 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여 승인을 했다.
“맞아. 바로 그야.”
“어쩐지, 지난 번 내가 여강이 나쁘다고 말하니 반응이 그렇게 크더라니. 말끝마다 그를 변호하고. 보아하니 정말 그를 자신의 남자로 여기나 보지? 그래서 그를 욕하지 못하게 했군? 그랬어.”
나는 생각하면 할수록 분개했다. 지난 번 엄마와 그렇게 오래 냉전을 한 것은 바로 이 여강 때문이었다. 엄마의 마음 속에 이 사람이 뜻밖에 이렇게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나를 아주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런 것이 아냐. 아들! 여강 그는 사업을 그렇게 크게 해. 필연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죄를 야기할 수 밖에 없어. 나는 다만 네가 사람들에게 속아서 위험한 일에 연루 되지나 않을까 걱정한 거야. 엄마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너야.”
엄마는 아주 자신의 변호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언어 속 의사를 믿지 않았다.
“봐, 봐! 당신은 이렇게 또 그를 옹호 하잖아. 여강의 성공이 어떻게 해서 온 것인 줄 알아? 그가 국유재산을 얼마나 착복했는지 당신도 알잖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패가망신을 했는지 당신도 알잖아? 말하건대 그의 돈은 한 푼도 깨끗하지가 않아.”
나는 약간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말 속에 분노를 담은 채 여강의 악행을 지적해 엄마의 인식을 원래대로 바로 잡으려 했다.
“난 다만 일개 작은 여인이야. 그렇게 큰 도리는 몰라. 여강의 돈이 흰색이라도 좋고 검은 색이라도 좋아. 내게 또 무슨 상관이야? 네가 말한 그 사람들, 우리 집이 가장 곤란한 때 근본적으로 손을 내밀어 도와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반대로 돌을 던지고 남의 불행을 이용하려 한 사람이 적지 않았어.”
여강이 저지른 일에 대하여 엄마는 조금도 관심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는 다만 자신이 이러한 질책을 받는 것이 아주 억울하게 느끼는 것이었다.
“여강이 어떻게 나쁘던 그건 그 사람 자신의 일이야. 내가 그에게 하라고 요구한 적도 없어. 나는 다만 자신 사람의 정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뿐이야. 만일 사람이 은혜에 감사하지 않는다면 난 마음 속으로 송구스러울 거야.”
“하하, 정말 그가 우리 집에 은혜를 베풀었다 생각하는 거야?”
나는 엄마가 이렇게 깨닫지 못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네 아빠의 위로금. 이 집의 배상금. 이들 모든 것이 다행히 그가 손을 내밀어 도와준 거야. 또 당년 네게 그 일이 터졌을 때 여강이 안도와 주었다면 어ㅤㅉㅓㅎ게 네가 이렇게 빨리 나올 수 있었겠어?”
엄마는 아주 진지하게 설명했다. 그녀는 자신이 한 말에 아주 확신을 갖는 모습이었다.
“당년 내가 무슨 일이 터져? 나 병에 걸린 게 아냐?”
나는 엄마의 말 속에서 한 자락 허점을 찾아내 서둘러 바짝 기회를 빌어 그녀에게 추문했다.
“그건, 아무 일 아냐. 엄마가 말을 잘 못 했어. 넌 병이 난 거야.”
엄마는 이제서야 자신의 실언을 발견하고 황망하게 말을 바꿨다.
“하하, 내가 살인 때문에 법정에 서고 또 정신병으로 바꿔 정신병원에 치료하러 보내진 것 말이겠지?”
나는 몸을 엄마 앞으로 접근했다. 양 눈을 그녀에게 고정하며 말했다.
“아… 너 언제?”
엄마의 얼굴 위에 놀라움은 절대 감출 수 없었다. 그녀는 완전 심리적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희고 가냘픈 손이 붉은 그녀의 입을 가로 막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표시를 두 번 했다.
“석두, 너 모두 안거야?”
엄마는 아주 부자연스럽게 작은 입을 가리며 수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그래, 나 모두 알았어. 나 뭐든지 다 알았어. 유일하게 모르는 것은 왜 엄마가 이 일절 모든 것을 내게 숨기려 했냐는 거야?”
나의 한 자 한 마디 말이 나올 때 마다 이들 말은 마치 망치처럼 엄마의 마음 속을 때렸다. 그녀의 얼굴 색이 일진 붉어졌다 일진 하얗게 되었다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엄마, 당신이 속인 게 나는 너무 쓰네.”
나는 긴 한숨을 쉬었다. 말투 속에는 무한한 상심과 실망이 있었다.
“아들, 엄마… 엄마 나는 말 못할 고충이 있었어. 나는 이렇게 한 것이 좋은 줄 아는 거니?”
엄마는 다시 양 손을 함께 비틀었다.
“무슨 고충? 말해 줄 수 있어? 내가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고통스럽던 때 나의 엄마는 분명 일절 모든 것을 알고 있었어. 고의로 나에게 말하지 않고 감추었어. 설마 이렇게 한 것이 나 때문이라는 거야? 내가 좋을 줄 알았어?”
“그, 그런 게 아냐.”
엄마의 말 기운이 무력해지고 있었다.
“그럼 뭐야? 내가 한 평생 기억을 못 하기를 바랜 거야? 한 평생 짙은 안개 속을 헤매라고. 한 평생 이 뒤엉킨 일 속에 갇혀 있으라고. 그 모습을 보면서 당신은 만족한 거야? 이 것이 당신이 바랜 모습이야?”
나는 계속 언성을 높이며 추문했다. 조금도 말 속에 유정의 뜻이 없었다.
“아… 아냐… 아냐.”
엄마는 양 손으로 귀를 가렸다. 처절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아들, 엄마는 정말 그러려고 그런게 아냐. 엄마는 단지 너무 두려웠어. 정말 너무 두려웠어.”
“당신이 뭐가 두려워? 당신이 두려운게 뭐가 있어?”
“나… 난, 난 네가 이 일들을 알게 된 후 엄마를 무시할까봐 두려웠어. 난 나에 대한 너의 생각이 바뀔까 두려웠어. 나를 이렇게 엄마로 안 알아 줄까봐, 난 네가 엄마의 행위 때문에 엄마를 업신여길까 두려웠어. 심지어 엄마를 떠나버릴까 두려웠어.”
엄마는 양 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 말투는 아주 애처롭고 구슬펐다.
“난 두려웠어. 정말 너무 두려웠어. 네가 집에 돌아왔을 때 난 마음 속으로 기쁘면서 또 걱정했어. 네가 차사고로 과거를 기억 못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어. 이것이 엄마에게 조정할 시간을 주었어. 그래서 엄마는 요행을 바라게 되었어. 너로 하여금 그 불유쾌한 과거를 잊어버리게 할 생각이었어. 동시에 또 자신에게도 다시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준 거였어.”
“하하, 이 얘기 저 얘기해도 당신은 모두 자기만 생각한 거잖아. 내 생각은 고려를 안한 거잖아? 설마 한 평생 동안 내 눈을 가릴 생각이었던거야? 또 허세를 부리며 나를 데리고 의사에게 보러 가서 결과적으로 그 의사는 당년 날 정신병원에 보낼 때 도와주었던, 그 사람과 결탁해서 나에게 일장 연기를 보여주었어. 나는 또 멍청하게 계속 당신들을 믿었지.”
나는 엄마의 해명에 실망이 극에 달했다. 그녀는 결국 자기가 한 일에 모두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그것들은 모두 구실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로 하여금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었다.
“당신은 정말 나의 좋은 엄마야. 하… 좋은 엄마, 하하하.”
나는 하늘을 우러러 광소를 터뜨렸다.
“아들, 내가 잘못했어.”
내가 이렇게 격동하는 모습을 보더니 엄마도 더 이상 자신을 변호하지 않았다. 분주하게 나의 손을 잡아 끌며 애원했다.
“아들, 모든 잘못이 전부 엄마 잘못이야. 너 엄마를 무시하면 안돼.”
엄마는 내 무릎 위에 엎어졌다. 그녀의 양 손은 나의 허리춤을 잡았다. 애타게 흐느끼며 애걸했다. 그녀는 말하면 할수록 격동했다. 양쪽 아름다운 눈 속에서 주르륵 주르륵 눈물이 떨어져 내리는 것이 마치 비를 머금은 이화 같았다. 이슬을 품은 해당화 같았다. 일반인이 그녀의 미태를 봤다면 철석과 같은 심장이라도 녹아 내렸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비록 엄마는 이미 목이 메였고 그녀의 눈물이 이미 나의 바지에 스미는 것을 느꼈지만 나는 여전히 무덤덤히 경직된 채 앉아 있었다. 엄마의 우는 소리와 애원은 나로 하여금 더욱 짜증을 증가시켰다. 그녀 과거의 행위에 대해 나는 참으로 화가 났다. 그녀가 일을 속이려 한 방법에 화가 났다. 하지만 또 그녀에게 약간의 동정이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씻으려 한 동기에 동정이 있었다.
이러한 정서가 나를 아주 뒤엉키게 만들었다. 짜증나고 어지러운 마음 속에 나는 탁자 위 위스키 안에 아직 반 병 남은 액체를 바라봤다. 집어 들고는 목구멍에 들이 부었다. 엄마는 내가 다시 홧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급히 몸을 일으켜 내 술병을 잡고 놓지 않으며 입으로는 애잔하게 권유했다.
“아들, 마시지 마. 또 술을 마시면 안돼. 이렇게 마시는 술은 몸을 상하게 해.”
그녀는 양 손으로 아주 꽉 쥐었다. 나는 일시에 뜻밖에 뺏지를 못했다. 엄마는 사람이 모두 내 신상에 엎어져 있었다. 나의 귀 코 속으로 모두 그녀 신상의 독특한 체향이 충만했다. 이것이 내 수중을 저절로 무르게 만들었다. 술병을 이미 엄마에게 빼앗겼다. 나는 약간 불만스럽게 술병을 다시 돌려 받으려 입으로 말했다.
“술병을 돌려줘. 빨리.”
“안돼. 그럴 수 없어.”
엄마는 이 시각 마치 소녀가 토라진 것처럼 양손으로 술병을 잡고 등 뒤로 했다.
“너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셔서 자신 취하는 것 말고 무슨 소용이 있어?”
그녀는 노파심에서 거듭 나를 타일렀다.
“소용이 있건 없건 당신 상관이 아니잖아. 날 상관 하지 마.”
나는 술기운이 이미 머리에 올라 있었다. 말투가 아주 생경했다.
“난 네 엄마야. 난 당연히 너에게 상관할 수 있어.”
엄마는 당연한 이치라는 모습이었다.
“엄마, 흥! 당신은 당신 모습이 모친 같아? 당신의 모든 행위가 엄마라는 이 칭호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나는 술기운을 빌어 자신의 마음 속에 계속 생각해 왔던 말을 꺼냈다.
나의 말은 한 글자 한 마디가 아주 예리했다. 마치 칼처럼 엄마의 마음 속을 찔렀다. 그녀는 분명 내가 이렇게 그녀를 질책하리라 예측을 못한 것이었다. 일시에 제 자리에 얼이 빠져 있었다. 원래 이미 창백했던 얼굴 색이 더욱 더 하얀 것이 사람을 서늘하게 했다. 마치 종이와 같이 혈색이 전무했다. 분명 나의 말이 그녀에게 끼친 타격은 극대한 것이었다.
나는 말을 내뱉고 나서 자신의 말투가 너무 심했다는 것을 느꼈다. 엄마의 죽을 듯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전신을 마치 덜덜 떠는 모습을 보니 그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칼에 찔린 모습이었다. 마음 속으로 후회가 일었다. 하지만 또 말을 바로 잡으려 하지 않고 다시 손을 내밀어 그녀 수중의 술병을 잡으려 했다.
엄마의 어디에서 그런 폭발된 힘이 나온 지 몰랐다. 나는 그녀에 의해 뒤로 밀려났다. 뒤이어 그녀는 술병을 감싸 안고 자신의 입으로 가져 갔다. 나는 갑자기 발생한 이 일막에 놀랐다. 내가 반응을 해 달려 가기도 전에 엄마는 이미 남아 있던 적지 않은 위스키를 자신의 입 속으로 채워 넣었다.
엄마는 분명 술을 마시지 못했다. 나는 이전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술을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이렇게 한 것은 마치 내가 앞전에 한 말이 그렇게 격동되었다는 듯 했다. 최후에 한 모금을 다 마실 때까지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않고 한 입에 다 마셨다. 황망히 술병을 뗀 후 쉬지않고 기침을 했다. 그녀의 하얀 작은 손으로 명치를 가볍게 두드렸다. 마치 안쪽의 그 술 기운이 빠져 나가기를 재촉하는 듯 했다.
가볍게 두드리기를 몇 번 후 그녀는 앵두 같은 입술을 살짝 벌리더니 한 모금 술액을 토해냈다. 똑바로 흘러내려 그녀의 가슴 앞 굵은 뜨개 스웨터 외투 위를 적셨다. 하지만 그녀는 닦으려 하지 않았다. 양 쪽 긴 팔로 식탁 위를 짚은 채 눈빛을 멀뚱히 전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이미 술기운이 온 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입을 열어 권고하려 했다. 하지만 말이 입 밖으로 어찌된 일인지 모르게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도 술이 머리 끝으로 치밀었다. 방금 마신 위스키가 나를 편하게 하기는 커녕 도리어 나의 머리가 아파왔다. 나는 사지가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몸이 무거운 것이 마치 납덩이 같았다. 자신을 제어 못하고 식탁 위로 엎어졌다.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온몸이 모두 아주 답답했다.
이렇게 얼마나 오래 누워 있었는지 몰랐다. 나는 마치 잠이 든 듯 아닌 듯 싶었다. 한 차디차고 부드러운 손이 나의 이마로 뻗어왔다. 엄마의 익숙한 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와 나로 하여금 약간 정신이 들게 했다.
“석두 너 피곤해?”
“방으로 가서 자. 여기서 누우면 안돼. 추워 감기 걸려.”
어렴풋한 중에 손 하나가 나의 어깨를 잡았다. 비록 그녀의 힘은 아주 작았지만 나는 그 힘을 빌어 일어났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자기 방의 방향을 인식하고 걸음을 그쪽 방향으로 해 걸어갔다. 이 순간 나의 걸음걸이는 또 비틀비틀 거렸다. 가구에 닿지도 않았는데 발 밑이 미끄러졌다.
이 때 한 따스하고 부드러운 여체가 나의 겨드랑이 아래를 파고 들었다. 그녀는 손으로 나의 허리를 부축했다. 한 손은 나의 팔을 그녀의 어깨 위에 거쳤다. 나를 도와 평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이 때 나는 이미 엄마의 도움을 무력하게 거절 못하고 다만 엄마의 좁은 어깨를 껴안고 그녀의 인도 하에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식당에서 방까지는 겨우 몇 걸음이었지만 나는 걷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했다. 본래 나의 키와 체중은 엄마의 체격으로는 부축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술기운의 작용으로 나의 걷는 것이 대충대충 이었다. 평형을 유지하기가 아주 어려웠다. 엄마는 나를 부축해 방으로 들어가는데 적지 않은 힘을 소모했다.
나는 간신히 자신을 그 침상 옆으로 옮겨갔다. 내 몸은 무너지듯 침상을 향해 쓰러졌다. 자신 누으러 쓰러짐과 동시에 껴안고 있던 엄마의 그 손이 기운에 딸려왔다. 엄마는 “어멋!” 소리를 내며 내 손의 힘에 끌려 발 밑이 미끌어지며 뜻밖에도 나의 신상에 엎어졌다.
내가 얼굴을 천장으로 향한 채 였기 때문에 엄마가 이렇게 엎어지자 나와 얼굴과 얼굴을 마주 한 채 함께 붙은 것이었다. 비록 피차 신상의 의복을 입고 있었지만 나는 아주 뚜렷이 그 두개의 탄력있고 부드러운 원형의 살들이 나의 가슴을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엄마의 그 요염하기가 복숭아 같고 자두 같은 옥으로 빚은 듯한 얼굴이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녀 선홍의 작은 입이 살짝 벌어져 술기운과 뒤섞인 향기가 얼굴에 확 끼쳐왔다. 나의 심장은 저절로 가속되기 시작했다.
우리의 양 눈은 반쯤 마주치고 있었다. 쌍방이 점차 술기운의 마비 속에서 다소 회복이 되고 있었다. 엄마는 이러한 것이 약간 부적당하다고 의식을 한 것 같았다. 그녀는 한 쪽 섬세한 손을 나의 가슴 위를 짚었다. 힘을 빌려 몸을 일으키려 했다. 자신이 비록 많은 술을 마신 것은 아니었지만 70도의 버번 위스키가 일단 입에 들어가면 그 때 술기운이 이미 전신으로 퍼진다는 것을 생각 못한 것 같았다. 엄마의 양 손이 어찌 힘을 쓸 수 있겠는가? 내 몸 위에서 기어 일어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몇 번이나 맹렬히 힘을 주어 일어 나려다 다시 엎어져 돌아오는 것이었다. 자신 심지어 이동할 손가락의 힘 조차 없어지자 숨을 가쁘게 쌕쌕 몰아 쉬며 나의 가슴 위에 누워 움직이지 조차 못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