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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철괴리의 집에서 나온 후 나는 즉시 정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마침 아직 학교에서 파하지 않은 채 였다. 내가 곽기의 동향을 알고 싶다고 하자 그는 아주 흥분해서 나에게 주소를 하나 말해 주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 지역이 익숙치 않은 곳이라 차라리 그를 불러 만난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나는 먼저 그 KFC에 도착해 두 사람 분의 세트를 예약한 후 기다리는 틈을 이용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에게 점심 때 일이 있어 집으로 가서 밥을 먹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비록 입으로는 나보고 일찍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지만 말투 속에 부자연스러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의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상호간에 상대방이 주동적으로 먼저 입을 열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쌍방 모두 뭐라고 말해야 좋을 지를 몰랐다. 일진 무언의 침묵이 흐른 후 나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오래 지나지 않아 정욱이 백팩을 뒤에 메고 신바람이 나서 뛰어 들어왔다. 이 자식은 요즘 약간 살이 쪘는데 같은 나이대에 비해 약간 큰 체형에 황색 면상의를 입고 있어 사람들 속에서도 아주 눈에 띄었다. 그는 조금도 사양 않고 내가 건네는 햄버거를 받아 들고 당장 미친듯이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다 먹기를 기다릴 시간 없이 직접 그에게 나를 데리고 곽기가 있는 곳에 가달라고 했다. 정욱은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하기를 그 곳은 우리가 있는 이 곳에서 거리가 꽤 멀어 차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집 차고로 돌아가 프라도 SUV를 몰고 나와서 이 자식을 태우고 함께 길을 떠났다.

정욱은 이 기세 좋은 SUV에 아주 흥취를 느꼈다. 그는 진피 의자에 앉아 엉덩이를 꼼지락거리며 아주 불안하게 구석구석을 바라보았다. 내가 몇 마디 잔소리를 하자 그제서야 조용해졌다. 그는 한 편으로는 손 안의 음식물을 대처하며 다른 한 편으로는 나를 이끌어 이 대도시 안을 뚫고 지나가도록 인도했다. 우리가 대략 2시간 정도를 운전했을 때 직접 도시 서쪽 편에서 동쪽 편으로 닿았다. 바라보니 시에서 가면 갈수록 멀어졌다. 교외의 건축물이 점차적으로 왜소하게 그리고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다. 눈 앞의 도로가 이미 SUV가 통과하지 못하는 곳까지 가서 나는 도로 옆 공지에다 차를 세웠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걸어갔다. 

구불구불한 골목길 안을 몇 번인가를 꺾어 돌아가 우리는 한 촌락과 유사한 곳에 도달했다. 이 안은 이미 하나의 꽤 큰 거주구였다. 하지만 집이 모두 지난 세기 60년대의 유물이었다. 청색의 벽돌담 위에는 홍색 페인트로 크게 “헐어버릴 탁(托)” 자가 쓰여 있었다. 집은 이미 태반이 헐려 있고 무너진 담이 남아 있어 한 편으로 이곳의 처량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오는 길에 정욱이 내게 말하기를 그 날 철괴리에게 일이 발생 한 후 곽기는 어찌 된 일이지 모르게 소식이 없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행복가원 단지에서 실종된 것이었다. 그는 무슨 실마리라도 찾을까 싶어 계속 그 집을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이었다. 어느 날 저녁 그는 곽기가 그 집안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팔에는 하얀 보자기로 싼 장방형의 물건을 끼고 있었다. 마치 그가 무슨 중요한 물건을 잊고 가버려 가지러 온 것 같았다. 그래서 정욱은 뒤를 밟았다. 길에서 이 자식은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해서 결과적으로 이 자식이 시 부근의 조가당촌에 은신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현재 우리가 서 있는 곳이었다.

이 조가당촌은 도시의 변두리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비록 거리는 시에서 멀지 않았지만 촌 안의 예전 거주민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일찍이 이주를 나갔다. 이 안은 이미 철거이주개조의 붉은선 계획 범위 안에 들어가 있었다. 대부분의 거주민들은 외지에서 성으로 일을 찾아 들어온 노동자들에게 세를 주었다. 방세가 비교적 저렴한 이유로 이 곳은 아주 빠르게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들어찼다. 길거리나 야시장에서 노점을 하거나 자전거를 끌고 다니며 폐품을 줍거나 집이 없는 유랑자들이거나 또는 병과 빈곤으로 인한 노인과 환자 혹은 토지를 징발당한 옛날 민원인 등등, 아무튼 이 안에는 사회가 번영하는 속에 대량의 손실을 입은 구성원들이 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신체의 악성 종양을 이루고 있었다. 비록 보기 힘들 정도로 흉측 하지만 눈에 띄지 않은 채 다만 화려한 외면에 가려진 채 아래 쪽에서 천천히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우리가 나온 지 이미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있었다. 이때 하늘색은 이미 약간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 촌 안의 길위에는 던져놓은 각종 생활 쓰레기와 폐기물이 부패된 음식물 냄새와 배설물의 악취와 함께 오물이 되어 청석판으로 된 거리 위를 마음대로 흐르고 있었다. 적지 않은 남루한 옷차림의 면목이 초췌한 행인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 위에는 인간의 쓰라림을 실컷 맛본 몹시 피곤한 기가 걸려 있었다. 걸음걸이가 비틀거리는 것이 마치 산 송장과 마찬가지였다.

정욱은 손에 아직 반 병쯤 마시지 않은 콜라를 들고 있었다. 머리가 새집처럼 헝클어진 얼굴이 아주 더러운 한 다섯 살쯤 된 여자아이가 안타깝게 뒤에서 따라왔다. 시커먼 손가락을 입으로 빨며 그의 수중에 있는 콜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정욱은 동정심이 풍부해서 콜라를 그 여자아이에게 주었다. 그녀는 받더니 즉시 그 반 병의 콜라를 뱃속으로 부어 넣는 것이었다. 그 속도와 기갈의 기세는 정욱을 멍하게 만들 정도였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옆에서 정욱을 기다렸다. 거리는 쓰레기가 쌓여 있어 협소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반대편에서 회색 카우보이 모자를 쓴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나와 어깨를 스쳐 지날 때 모자가 건드려졌다. 나는 고개를 돌려 미안하다고 할 생각이었다. 바닥의 모자를 집어 드는 그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아무 소리 없이 잠잠히 손에 들고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그의 급촉한 발자국 소리가 나의 의심을 불러 일으켰다. 비록 그의 신상에는 두터운 오리털 재킷을 입고 있었지만 그 곱습거리는 머리는 어깨까지 늘어진 장발이었다. 그리고 길을 걸을 때 어깨를 달싹달싹 하는 자세는 나에게 그것이 마치 곽기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어이! 당신 거기 좀 서봐.”

나는 그 사람이 걸음을 걸으면 걸을수록 빨라지는 모습을 보고 서둘러 쫓아가며 외쳤다.

그 사람은 내가 외치는 것을 듣고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더욱 발걸음을 빨리 하여 아예 앞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한층 더 나의 의심을 확인 시켜줬다. 서둘러 속도를 내어 뛰어가 그가 간 방향으로 추적해갔다.

원래 나의 걸음과 체력이라면 신체가 부실한 곽기를 당연히 따라 잡았어야 했다. 하지만 이 촌 안의 길이 사발팔방으로 나 있을 줄은 예측하지 못한 것이었다. 삼거리가 너무 많이 나 있었다. 곽기는 이 곳 환경에 아주 익숙한 듯 보였다. 몇 번 이리저리 날뛰더니 뜻밖에 나를 떨쳐버리고 일단의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한 십자로 입구를 건너 거리 한복판을 지날 때 뜻밖에 서너명의 거지가 나를 가로막고 돈을 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유랑자들을 떨쳐 버렸을 때는 곽기는 이미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들 유랑자들에게 물어보려 했다. 그런데 그들 역시 먼지 조차 없이 사라져 있을 줄을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이 때 이미 점점 황혼이 가까워 각 집의 문 입구에는 모두 떠들석하니 사람이 서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입을 다물고 있고 멍청한 얼굴상이었다. 나는 그들을 항해 곽기 이 사람을 탐문했다. 그들은 각자 아득히 먼 곳의 방언을 사용했다. 나오는 말이 마치 새가 지저귀는 듯 했다. 근본적으로 교류를 할 수 없었다. 내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찾는 법을 포기하고 있을 때 정욱이 작은 다리를 내달리며 헐레벌떡 씩씩거리며 달려왔다. 원래 그는 나를 따라 달려왔었는데 몇 블록 사이에 뒤쳐진 것이었다. 나는 서둘러 그를 불러 날 데리고 곽기의 근거지로 데려 가도록 했다. 비록 이번에 곽기가 뺑소니를 쳤지만 중이 도망가 봤자 절인 것이었다. 그가 사는 곳에 분명 내가 원하는 물건이 있을 것이었다.

정욱은 이 곳이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그를 따라 가니 우리는 아주 빠르게 그리 크지 않은 연못가에 도달했다. 한 채의 이층 짜리 작은 집이 적적하게 연못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비록 집의 구조는 청벽돌에 목재였지만 촌 안의 그들 낡은 집들에 비해서는 아주 깨끗했다. 얼룩달룩한 나무문 위에는 새 것으로 보이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보아하니 곽기가 막 문을 나오다 나와 마주친 모양이었다. 나는 한 쪽 발을 들어 올려 직접 문을 걷어차 열었다. 집안은 캄캄한 것이 한 줄기 라면수프 냄새가 났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후레시를 비쳐 전등 스위치를 찾아 켰다. 어슴푸레한 불빛이 곧바로 크지 않은 집에 충만했다. 이 집안은 아무런 물건이 없었다. 먼지가 잔뜩 쌓인 오래된 부뚜막과 나무 사각 탁자가 하나 있고 몇 개의 팔걸이가 짧은 앉은 뱅이 의자가 옆에 내던져져 있었다. 사각 탁자 위에는 몇 개의 ‘강사부’ 라 쓰여있는 컵라면 사발이 있었다. 안에 남아 있는 라면 건데기가 아직 곰팡이가 피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분명 요사이 안에 사람이 계속 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문 입구 부근의 나무 계단을 통해 이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이 곳에는 한 방이 있었다. 방 중앙에는 구식의 침상이 놓여 있었다. 침상 위에는 어지럽게 던져 놓은 남자의 옷가지가 가득했다. 나는 뒤적거리며 이불도 몇 번 뒤졌지만 무슨 특별한 것을 발견 못했다. 침상 구석 안에 하얀 보자기로 덮어 놓은 것이 있었다. 나는 하얀 보자기를 잡아 위로 끌어 올렸다. 밑에는 몇 개의 비어있는 나무 액자와 그림 공구들이 놓여 있었다. 내가 찾는 그 그림은 찾을 수 없었다. 

가능하지 않아. 설마 곽기가 이렇게 빠르게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중요한 물품을 가지고 도망갔다? 내가 앞서 그를 놓치고 여기를 찾아오는데는 단 5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 집은 주변 시야가 개활되어 있었다. 곽기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우리와 마주치지 않고 이 모든 것을 하려면 하늘을 나는 재주가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재차 집을 살펴봤다. 이 집은 실제 숨겨 놓을 만한 곳이 침상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었다. 나의 시선은 그 나무 침상에 고정이 되었다. 이 침상은 황색으로 칠한 나무 등받이로 되어 있었다. 나는 세심히 그 등받이를 몇 번 두드려 보았다. 나무에서 전해져 오는 소리로 보아 안이 비어있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침상 머리와 꼬리쪽 두개의 침대 다리 중간은 모두 목판으로 되어 있었다. 나지막한 침대 밑은 다만 손가락 두개 마디의 틈이 있었다. 나는 정욱에게 핸드폰을 비추고 몸을 낮춰 보라고 했다. 그의 회답은 텅비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재차 생각에 빠졌다. 한 걸음 한 걸음 이 집의 구석 구석을 살폈다. 하나 하나 세부적으로 모두 놓치지를 않았다. 몇 바퀴를 집을 따라 돈 후에야 간신히 한 이상한 곳을 발견했다. 내 발 아래 바닥은 나무무늬 원목을 이어 붙여 놓은 것이었다. 위에는 다만 간단하게 홍색 페인트를 칠해 놓았는데 세월과 환경의 영향에 따라 마모되어 바깥 나무무늬가 모두 침전되어 일종의 간장 색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이 침상의 다리와 바닥이 접하는 곳에는 몇 가닥 신선한 나무 가시가 바깥으로 드러나 있었다. 이곳의 나무는 절대 새로 공기 중에 폭로되어 아직 산성물질에 부식되어 색이 변하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정욱에게 계단 입구로 가 있으라고 하고 손으로 나무 침상의 다리를 잡고 힘껏 들어 올렸다. 그런 후 그대로 나무 침상을 구십도로 돌렸다. 아니나다를까 원래 침상다리와 바닥이 씹질한 곳에 한 줄의 색상이 연한 세로선이 드러났다. 나는 핸드폰 후레시 빛을 가까이 해 바라봤다. 이 바닥 위에 톱질을 해서 틈을 만든 것이었다. 나무무늬의 신구 정도로 보아 분명 최근 얼마되지 않은 시간에 막 움직였던 듯 보였다. 나는 내친김에 나무 침상을 벽까지 밀어 붙여 원래 침상 밑의 바닥을 전부 드러내놨다.

정욱이 이때 걸어 다가왔다. 그는 분명 나의 관찰능력에 탄복하며 오체투지하는 것이었다. 입 속으로 신기해하며 말했다.

“곽기도 참 교활하다. 침상다리로 이 틈 위를 가려놨구나. 이 침상을 이동할 생각을 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안의 비밀을 못 찾을 뻔 했네.”

“일반인은 침상 밑바닥이 비어 있으면 주의력을 다른 데로 돌리게 돼. 아주 적은 사람만이 다시 침상다리를 관찰하는거지. 이것은 사람의 심리적 사각을 이용한거야. 아주 많은 순간 사람의 처음 본 판단이 사유의 세력을 형성하게돼. 그의 관찰능력에 영향을 주게 되는거지.”

나는 한 편으로 설명하여 한 편으로 접이용 칼을 꺼냈다. 칼을 바닥의 그 틈으로 삽입한 후 힘을 주어 목판을 젖혀 올리기 시작했다.

목판이 치워지자 하나의 장방형의 작은 사각 동굴이 노출되었다. 원래 이 바닥과 집 아래 바닥 사이에는 사이공간이 있었던 것이다. 목판을 치우자 그 사이로 2미터 좌우의 공간이 있었다. 곽기는 이 공간을 이용해 그의 물건들을 숨겨 놓은 것이었다. 비록 이 촌구석 안에는 무슨 도둑질 해갈만한 것을 찾을 수 없었지만 곽기가 이렇게 신경을 써서 감춰놓은 물건이라면 반드시 중요한 것이 틀림없었다.

작은 사각의 구멍 안의 물건을 아주 빠르게 끄집어 냈다. 하나의 묵직한 분량의 흑색 손가방과 아울러 방수포로 포장을 한 장방형의 액자 모양의 물건이었다. 나는 포장을 들어 올리고 한 귀퉁이를 잠시 들여다 보았다. 안은 확실히 그림이었다. 그것도 유채화였다. 이 안의 불빛이 너무 어두워 나는 정욱의 면전에 이 그림을 보여줄 생각을 못하고 다시 액자를 싸서 옆에 내려 놓았다. 그런 후 그 손가방을 잡아 들고 뒤집었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모두 빳빳한 백원짜리 새지폐였다. 정욱은 돈을 보고 혀를 차며 놀라는 것이었다. 나는 대충 세어봤다. 이 지폐는 20만 위엔 정도였다. 이것은 분명 종소정에게 쓸어간 그 저축의 나머지임이 분명했다.

곽기의 교활하고 담이 작은 성격에 그는 이 순간 절대 감히 이 곳을 되돌아 오지 못할 것이었다. 나는 이미 자신이 생각했던 물건을 손에 넣은지라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정욱에게 그 손가방을 들게 한 후 자신은 그 그림을 들고 이 집을 떠났다.

이 시각 밖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촌 안의 가로등 역시 하나하나 켜지고 있었다. 정욱은 그 돈이 든 손가방을 안은 채 긴장해서는 앞에서 길을 따라 갔다. 우리 두 사람이 가는 길에 아무 인영도 마주치지 않았다. 마치 저녁이 되자 촌 안의 사람들이 모두 소실된 것 같았다. 아주 순조롭게 차를 세워 놓은 곳으로 돌아왔다.

SUV에 시동을 걸고 돌아오는 길에 올라서자 정욱은 비로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조심조심 다시 손가방을 검사해보는 것이었다. 호기심에 이 돈의 내력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보아하니 그는 이 돈에 대한 흥미가 그 그림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SUV가 그의 집이 있는 작은 단지 입구에 멈췄을 때 나는 비로서 이 손가방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그의 엄마에게 주라고 했다. 정욱은 비록 영문을 몰라 얼떨떨해 했지만 또 말을 잘 들어 손가방을 안고 집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 그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여니 엄마의 익숙한 신영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현관의 신발장을 살펴봤다. 다행히 그녀가 늘 신는 하이힐들이 정연하게 위에 늘어서 있었다. 집안으로 몇 걸음 걸어 들어가니 안방 문 밑으로 불빛이 내비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비로서 완전히 마음을 내려 놓았다. 식당의 불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식탁 위에 엎어 놓은 그릇을 뒤집자 몇 가지 내가 평소 즐겨먹는 음식들이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주방의 남비 안에는 아직 뜨거운 닭탕이 들어 있었다. 전기밥통 안의 밥이 한 모퉁이가 비어 있는 것으로 보아 엄마는 나를 기다리다가 이미 혼자 밥을 먹은 모양이었다.

나는 한 공기를 퍼 담고 닭탕과 함께 남아 있는 음식들을 먹었다. 집안은 조용해 다만 자신이 음식을 씹는 소리뿐이었다. 엄마는 자고 있는지 아닌지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내가 이미 집으로 돌아온 것을 아는 것인가? 예전에는 모두 거실에서 내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린 후 옆에 앉아 내가 밥을 먹는 것을 바라보며 입으로는 이것저것을 묻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귀에는 그녀의 잔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집안이 약간 너무 조용한 것을 느꼈다. 조용하다 못해 약간은 마음 마저 황량한 것이었다.

대충 배를 채운 후 나는 그릇을 수습한 후 불을 끄기 전에 또 엄마의 안방을 바라봤다. 문틈 속으로 불빛은 여전히 밝혀져 있었다. 나는 엄마를 보러갈까 했다. 하지만 문 앞에 이르러 발을 떼지 못했다. 내가 어떻게 엄마와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입을 연단 말인가? 문 입구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최후에는 포기를 선택했다. 그 그림을 가지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외면의 돛천으로 싼 포장을 풀었다. 폭이 120 * 80 크기의 그림이 드러났다. 그림의 배경은 청갈색의 유화였다. 화가는 이 그림 위에 아주 추상적인 기법으로 물체의 윤곽을 모두 그것의 가장 원시적인 구성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대량의 입방체와 기하도형으로 하나의 어둠충충한 방을 묘사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화면 중앙 쪽에는 커다란 여백을 남겨 놓아 마치 중국 전통 수묵화와 마찬가지로 다만 흑색의 가는 선으로 형상을 묘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형상은 모두 중국 전통의 선으로 묘사하는 사의화(寫意畵)로 서구식 초상화의 그 같은 미세하고 정교한 것과 같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들 선조 중에 볼 수 있었다. 화면 윗부분 중간에 묘사된 것은 한 여인이 바로 누워 있는 신체였다. 백묘 기법의 선조로 극대로 과장되게 여체의 기관을 그리고 있었다. 섬세한 팔과 손가락을 포함하여 풍만하고 비대한 유방 아울러 둔부, 여인의 양쪽 하얀 다리는 가늘고 또 길었다. 자신의 양 손을 이용해 좌우로 활짝 벌려 영문자인 “M” 자 형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인의 얼굴 부위는 화면의 가장 위쪽에 있었다. 마치 화가가 위치한 각도로 한 줄기 광선이 그 안을 비친 것 같았다. 그래서 아주 매끄럽고 섬세한 필치로 명암이 대비되어 아주 입체적으로 오관의 윤곽이 두드러지게 그 여인의 얼굴을 묘사해 놓았다. 이 여인의 얼굴은 내게 또 익숙해 마지 않았다. 완전히 바로 엄마의 모양이었다.

그림 속 이 얼굴은 엄마의 현재에 비해 훨씬 젊었다. 칠흑같이 매끄러운 긴 머리카락이 마치 해조처럼 몸 뒤로 떨어 내려져 있었다. 눈처럼 새하얀 긴 목을 약간 뒤로 젖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선명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오관 위에는 한 폭의 극히 요염한 신정이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살구 같은 눈은 살짝 가느다랗게 뜨고 있었고 앵두 같은 입술은 살짝 벌어져 눈같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있어 마치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열락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이 뚜렷하게 음마하고 방탕스럽기 그지 없었다. 이러한 표정은 내게 낯설지 않았다. 나는 이미 그 화장실 안 동영상 속에서 본 것이었다. 당시 여천의 사타구니 밑에서 그녀는 벌써 한 자락 이러한 표정을 언뜻 드러낸 것이었다. 그리고 이 그림은 아주 절묘하게 그녀의 이 일순간을 포착하고 있었다.

그림의 아래쪽은 한 성인 남자의 등이었다. 이 안에 화가는 산수화의 기법인 발묵 화법을 사용하여 그림 속 남자 신상의 근육의 선조를 아주 뚜렷하게 강조하고 있었다. 남자는 기둥 같은 양 다리를 벌리고 서 있었다. 사타구니 밑으로 두 개의 거무틱틱한 고환이 노출되어 있었다. 그 형태와 크기는 마치 인간 같지가 않고 우제류 동물의 기관에 더욱 가까웠다. 남자의 하체가 상대하는 위치로 보건대 그의 남근은 이미 여인의 체내로 들어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고환 위에는 또 아주 많은 백색의 액체가 가득 묻어 있었다.

더욱 스릴 있게 하는 것은 여인의 양 젖 중간 위치 그 남자의 목 위에 한 마리 검은색 숫양의 머리가 그려져 있는 것이었다. 그 양의 머리는 길고 굽은 양뿌리가 있었다. 아랫턱에는 한 움큼의 산양 수염이 달려 있었다. 산양의 수염 위에는 투명한 점액이 묻어 있었다. 흑색 숫양의 머리는 옆으로 그려져 있어 한쪽 요사스런 큰 눈이 그림의 중심과 마주하고 있었다. 마치 일종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활력이 있었다. 물론 당신이 어느 각도에서 보던지 그 눈은 모두 당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림 중심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흑색 숫양 남자의 등 부위였다. 선홍색의 유화로 한 송이 백합꽃을 채색해 놓았다. 이 백합꽃은 밖을 향해 활짝 피어 있었다. 그런 붉은 색으로 붉게 칠해 놓은 것은 마치 사람의 선혈과 같았다. 여인의 눈처럼 하얀 신상 도 적지 않은 붉은색의 인장이 물들어 있었다. 이 그림은 비록 색조는 많지 않았지만 아주 원시적이고 거친 색채를 가지고 아주 시각적인 충격력이 있었다. 게다가 더해서 요염하고 매력적인 여인의 신체 아울러 양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한 남체를 상호 묶어 놓아 이 그림으로 하여금 일종의 기이한 사악한 미감을 내비치게 하고 있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주 기분이 좋지 않게 했다. 하지만 쉽게 눈을 떼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 그림의 연구를 끝낸 후 나는 다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 그림 상의 여인은 분명히 엄마가 틀림 없었다. 오관은 물론이고 신정 또한 모두 엄마와 딱 들어 맞았다. 곽기 이 자식은 기타 방면은 잠시 말할 것 없는데 그의 그림 기교는 또 아주 괜찮았다. 게다가 이 그림의 액자 그리고 안료가 부식한 정황을 보건대 최소한 오륙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것 같았다. 그림 속 여인이 종소정일 가능성이 극히 낮았다. 그렇다면 곽기는 이 그림을 어째서 그린 것일까? 이 그림 속 숫양 머리의 남자는 또 무슨 뜻이란 말인가? 왜 곽기는 이 그림을 보물처럼 여긴 것일까? 그 안에다 간직할 뿐만 아니라 또 아주 중요하게 소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수수께끼를 지닌 채 나는 침상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다 한참 동안을 생각하다 대충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이미 9시 근방이었다. 총총히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나니 식탁에 이미 따끈한 아침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안방의 문을 바라보니 열려 있었다. 나는 저절로 가볍게 걸어가 문 입구에 도달했다. 안방 안은 불이 켜져 있어 아주 밝았다. 침상의 이불은 단정히 정돈되어 있고 엄마는 일찍이 옷을 입고 나에게 등을 댄 채 화장대 앞에 앉아 얼굴에 가볍게 무엇인가를 칠하고 있었다.

거울 속의 엄마는 와인색의 긴 머리를 높이 틀어 올리고 립글로스를 세심히 양 입술에 바르고 있었다. 그녀의 완미한 입술선이 칠해짐에 따라 화려한 밝은 붉은 색이 그녀의 눈보다 하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오늘 모처럼 얼굴에 화장을 짙게 한다는 것에 주의했다. 가느다란 눈썹은 아이브로우 펜슬로 더욱 짙고 길어졌다. 또한 담담한 은회색의 아이 섀도가 그 원래 이미 아름다운 얼굴을 더 한층 교염하니 유혹적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엄마는 명백히 이미 거울에서 나를 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급하게 무슨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아주 진지하게 남은 립글로스를 완성했다. 그런 후 다시 속눈썹을 정리했다. 나 역시 급하게 그녀의 동작을 가로막지 않았다. 양 손을 가슴에 팔짱 낀 채 문에 기대어 바라 보았다. 거울 속의 엄마가 고개를 들었다. 그 커다란 눈이 댕구르르 돌아갔다. 마치 나의 동정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요리한 후 재삼 거울 속에서 조금의 흠도 없음을 확인한 후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 케이스를 닫았다. 이제서야 몸을 일으키고 나를 향해 걸어 다가왔다.

그녀는 오늘 짙은 회색 숄칼라의 굵은 뜨개질을 한 스웨터 외투를 입고 있었다. 외투는 단지 허리 부분에 두 개의 단추만이 채워져 있어 안쪽의 검정색 레이스 베이직 셔츠의 가슴 한가운데를 드러내 놓고 있었다. 스웨터 외투 소매는 너른데 팔꿈치를 향해 위로 5센티 정도 걷어 올라가 양쪽 하얀 손목에 찬 청운 녹색빛 옥팔찌를 드러내 놓고 있었다. 그녀의 하반신에는 녹색 소나무 색의 레이스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불규칙한 치마 끝자락은 우아하게 무릎 부근까지 드리우고 있었다. 양 쪽 가녀린 아름다운 다리에는 스모크 그레이 양모 팬티 스타킹을 신고 있었고 다리에는 7센티 높이의 머리 끝이 뾰족한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흑색의 양가죽 힐 구두 몸체 위에는 금속 버클이 배열되어 있었다. 이렇듯 분장을 하니 엄마의 풍만하니 길게 빠진 하반신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어 색다른 귀부인의 우아한 기품이 있는 것이었다.

엄마는 무표정하게 나에게 걸어왔다. 나 역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우아한 발걸음으로 내 면전으로 걸어왔다. 하이힐을 신은 그녀는 고개까지 들고나서야 나와 얼굴을 마주 볼 수 있었다. 우리 두 사람 간의 거리는 손가락 하나 정도로 그렇게 가까웠다. 엄마 신상의 그 독특한 체향이 나의 코로 들어와 가득 찼다. 그 맑고 밝게 빛나는 커다란 눈동자 속은 오늘 더욱 매력적이었다. 엄마의 눈빛 속에는 약간 내가 이해 못할 것이 있었다. 그녀의 양 눈이 멀뚱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어 나로 하여금 약간 편치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우리 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 일분 정도를 대치했다.”푸훗” 하는 소리와 함께 엄마의 계속 냉랭하던 얼굴에 갑자기 찬란한 웃음꽃이 피었다. 이어서 일단의 따스한 향기의 기류가 나의 신상에 기대어 왔다. 엄마는 긴 팔을 내밀어 나의 어깨를 껴안으며 이마를 나의 가슴 한가운데에 대며 입으로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석두! 석두! 너 어째서 이렇게 얄미워? 항상 엄마 화를 돋구는거야.”

비록 굵은 뜨개 스웨터에 가로막혀 있지만 나는 엄마의 가슴 앞 풍만하기 이를 데 없는 쌍봉의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다 더해서 엄마의 나무라는 듯 웃는 듯한 맵시 있는 말, 나의 마음은 이미 태반이 물러지고 있었다. 나는 급히 엄마의 손목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하며 웃었다.

“엄마, 나한테 화난 것 아냐?”

“화 내면 뭐해? 네가 아무리 얄미워도 내 아들인데. 내 신상의 일점 혈육이니 평생 화내 봤자지.”

엄마는 나의 가슴을 붙잡고 약간 얼굴을 떨어뜨렸다. 얼굴을 웃는 듯 아닌 듯 나를 바라봤다.

“헤헤!”

나는 약간 검연쩍음에 머리를 긁었다. 우리 모자간의 매듭을 엄마가 풀 줄은 생각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한 시름을 덜어주는 것이었다. 만일 이런 식으로 서로 답보 상태의 국면이 계속되면 우리 두 사람 모두 아주 불편했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와 하루 빨리 좋은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너 이 망할 아들! 어제는 한 마디도 없이 하루 종일 밖에 나가 나는 저녁을 해놓고 기다리는데 아무리 해도 돌아오지를 않고. 너 사실대로 말해봐. 어제 뭐 하러 나간거야?”

엄마는 작은 주먹을 들어 올려 가볍게 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당연히 곽기의 그 일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종전대로 양내진이 불러낸 것으로 했다. 두 사람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늦어서 하는 김에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준 후에 돌아왔다고 했다.

엄마는 선홍의 작은 입을 아름답게 내밀며 원망했다.

“너 와서 밥 못먹는거야 괜찮아. 전화 한 통화를 못해줘? 엄마 화나서 밥도 몇 숟갈 못 뜨고 일찍 침상에 누웠어. 나중에 네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 네가 들어와 엄마를 찾을지도 몰라 나 방안에서 널 한참이나 기다렸지. 밤새 잠 한숨도 못 잤어.”

“너 내 눈 이렇게 부은 것 봐. 오늘 화장품으로 가릴 수 밖에 없잖아.”

엄마는 말을 하며 검푸른 색 매니큐어를 바른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확실히 은회색 아이 섀도 아래 그 아름다운 살구 같은 눈이 약간 발갛게 부어 있었다.

나는 자신이 때로는 확실히 너무 고집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제나 엄마에게 주동적으로 가서 화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엄마의 이 여학생 같은 태도의 원망을 들으니 다만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좋아! 너 빨리 가서 밥 먹어. 그렇지 않으면 식어 버리겠다.”

내가 용서를 비는 자세를 드러내려 하는 것을 보고 엄마는 더 깊이 따지지 않고 나를 잡아 식당으로 끌고 갔다.

“난 이미 먼저 먹었어. 오늘 아침에 매장에서 V I P 활동이 열려서 내가 건너가 주관을 해야해. 넌 같이 안가도 돼.”

나에게 밥을 차려준 후 엄마는 같이 앉지 않는 것이었다. 보아하니 그녀는 이미 문을 나설 준비를 다하고 있었다. 나 역시 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답을 했다. 어차피 나는 오늘 한가지 일을 하러 가야했다. 엄마가 옆에 없어야 움직이는게 편했다.

가기 전 엄마는 나의 이마 위에 가볍게 키스를 해 향기를 남겨 놓았다. 그런 후 흑백 격자 트위드 핸드백을 들고 하이힐을 가볍게 밟으며 집 문을 나섰다.

엄마를 보낸 후 나는 빠르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 그 그림을 가지고 문을 나섰다. 한 시간 후 나의 프라도 SUV는 이미 의대부속병원 후문 옆에 정지해 있었다.

최근 얼마의 시간 동안 나의 이 곳에 오는 차수와 빈도수가 적지 않게 낮아져 있었다. 신변에 발생한 아주 많은 일들 때문이기도 했고 다른 이유는 강화의 치료방법 역시 병목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나의 기억 회복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그 소수의 사람만이 아는 실험실을 들어가자 강화 교수 얼굴 위에 비교적 의외라는 신정이 노출됐다.

어제 그 그림을 보고 난 후부터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이 이 그림 속의 내용을 어디에선가 본 것 같다고 느낀 것이었다. 하지만 뇌 속 기억을 아무리 뒤져봐도 확실한 답안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때 나는 강화가 일찍이 나에게 이야기 한 적 있던 “정경 재현” 치료법이 떠올랐다. 마침 내 현재 수중에 비교적 유용한 도구가 있었다. 이 실험에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을지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그림의 내용은 사실 엄마에게 보이도록 하는 것은 불편했다. 공교롭게 그녀가 오늘 또 일이 있어 나와 같이 가지 못하니 바로 내가 바란대로 된 것이었다.

나는 간단히 자신이 온 이유를 설명했다. 강화는 그의 사무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는 금테 안경 뒤 가늘고 긴 눈을 미미하게 뜨고는 전 신경을 주의해 듣는 모습이었다. 내가 그 그림을 이야기 할 때 그의 안경 뒤 눈빛이 문득 확실히 커졌다. 이 일에 대한 엄마의 비밀을 지키는 것을 요구해 동의를 받은 후 나는 그 그림을 꺼내 그의 눈 앞에 전시했다.

만일 실제로 기타의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면 나는 원래 기타의 사람에게 이 그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비록 이 그림 속 여인이 바로 엄마라고 확정할 수는 없었지만 그림 상의 여인의 오관은 실제 엄마와 너무 닮아 있었다. 이렇게 음마스런 분위기의 노출 충만한 그림을 기타의 남자의 면전에 폭로하는 것은 상대방이 엄마의 육체에 음심을 품든 안 품든 관계없이 나로서는 참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이 치료 계획의 주도자로서 그에게 이 그림을 보여주지 않을 수 없었다.

강화의 그림을 볼 때의 표정과 기색은 아주 진지했다. 그는 돋보기를 가져와 그림 위를 하나하나 몇 번이나 훑어봤다. 심지어 손가락으로 캔버스를 더듬어보며 꼬박 이십여분을 봤다. 그는 양손을 맹렬히 마주 잡으며 일진 쾌활한 웃음을 터뜨렸다. 입으로 멈추지 않고 부르짖었다.

“아주 좋아. 아주 좋아.”

“무슨 뜻이세요? 뭐가 좋은거죠?”

나는 그의 웃음소리가 약간 귀를 찌르는 것을 느끼며 불쾌해서 물었다.

“말해봐. 넌 이 그림에서 무엇을 보았어?”

강화는 나의 질문에 직접 회답을 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이 그림을 저는 처음 본 것이예요. 그런데 이 그림을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정말 기억을 아무리 다시 떠올려봐도 생각이 안나는 거예요. 그래서 교수님께 도움을 받고자 찾아온 거에요.”

나는 망설이다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어제 밤 이 문제가 계속 나의 마음 속을 맴돈 것이었다. 이 그림이 내게 준 충격은 너무 특수했다. 특이한 화풍 게다가 음마스러운 화면은 물론이고 내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뇌 속을 짜내도 관련된 사항을 떠올릴 수 없었다.

강화는 내가 말할 때 다시 자신의 책상 뒤로 돌아가 앉았다. 그는 편안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나의 표현에 불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말이 끝난 후 그는 가볍게 식지를 흔들어 나를 지적하며 말했다.

“내가 방금 말한 “아주 좋아”는 사실 두 가지 뜻이 있어. 첫째 “아주 좋아”는 이 그림이 아주 좋다는 뜻이야. 구도와 색조 모두가 일류일 뿐만 아니라 이 그림을 유럽에 가져가 그 곳에서 경매를 하면 가격이 빈약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

나의 얼굴 위로 빠르게 발작하려는 모습을 보고 그는 또 나에게 손가락을 흔들며 계속 말했다.

“격동하지마. 다른 “아주 좋아”는 바로 너에 대해 말한거야. 이 그림은 너에게 이렇게 큰 충격을 주는데 충분했어. 게다가 너의 봉인된 기억에 접촉할 수 있었어. 그것은 너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 하나의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어. 그리고 내가 말했던 “정경 재현”에 더할 나위 없는 도구라는 것이지.”

“그것이 바로 내가 현재 교수님을 찾은 원인이죠. 나에게 그 “정경 재현”을 빨리 안배해 주시죠.”

나는 재촉했다.

나의 절박한 심리상태를 보자 강화 역시 더 이상 긴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실험실 안의 몇몇 조수에게 몇 마디 분부를 내리는 것이었다. 대략 십분쯤 후 그는 친히 나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왔다. 우리는 아주 외진 작은 길을 따라 한 외면에 붉은 벽돌로 쌓은 구조가 마치 창고 같은 집에 도착했다.

이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안쪽과 바깥은 완전히 서로 별개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 안은 하나의 거대한 치료실로 개조되어 있었다. 창고 중간에는 사면이 유리로 된 방이 하나 있었다. 방 바깥에는 아주 많은 고급스러 보이는 전자의료기들이 놓여 있었다. 강화의 소개에 의하면 이 안은 그가 아주 많은 돈을 들여 만든 “인체정신연구실” 이었다. 방은 모두 6세티 정도 되는 두꺼운 방탄 유리로 둘러 싸여 있었다. 유리는 투시 방지 처리를 해서 안에서는 바깥을 볼 수 없도록 했고 밖에서는 아무 장애 없이 안쪽 방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강화가 스위치를 누르자 치료실의 한쪽 유리 벽이 위쪽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그는 손짓을 해 나로 하여금 따라 들어가도록 했다. 이 치료실은 대략 50 평방 미터 크기였다. 바닥은 매끄러운 속이 찬 동판이고 6미터 높이의 천장 중앙에는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무영등이 있었다. 주위에는 또 CCTV 카메라 류의 감시 기자재들이 있었다.

몇 명의 조수들이 힘을 합쳐 몹시 무거운 금속의자를 밀고 들어왔다. 그들은 의자를 동판 바닥의 버클에 고정했다. 나는 힘껏 흔들어봤다. 의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강화는 나에게 설명을 했다. 이 치료 과정 중에 환자가 무의식 중에 사람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혹자는 자신에게 의외의 상해를 입히기도 해서 치료 인원과 환자를 분리 한다는 것이었다. 말을 한 후 나보고 이 방에 잠시 혼자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이 의자는 내 치료에 필수 용도라고 했다.

“고암! 주치의사의 신분으로 나는 먼저 너에게 다음과 같이 경고를 해야 해.”

강화는 얼굴에 엄숙한 신색을 띠고 점잖게 종이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하나, 환자의 치료과정 중에 발생하는 의외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나는 환자에 대해 강제성 있는 제한 조치를 실시한다. 나는 환자의 신체에 위해가 없다는 보증을 할 수 없다.”

“둘, 치료과정 중에 환자가 경련, 발작, 쇼크 등의 부적합한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전력을 다해 대책을 세워 구하겠지만 의외의 상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보증할 수 없다.”

“셋, 환자는 이상의 약정을 자원해 접수했으며 치료과정 중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 받아들일 것을 동의한다. 주동적으로 법률상의 상응하는 모든 요구를 포기한다.”

읽고 난 후 강화는 나에게 종이 위에 서명하게 했다. 만일 내가 다른 이의가 없으면 즉시 치료를 시작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필기구를 받아 빠르게 나의 이름을 적었다.

강화는 서명한 종이를 조수에게 건넸다. 그런 후 나에게 그 금속의자에 앉게 했다. 의자 위의 회색 쿠션은 진피였다. 나의 체형으로 위에 앉으니 딱 좋았다. 의자의 팔 받침대와 발을 밟는 발판에 모두 두 개씩 가죽 고리가 있었다. 몇 명의 조수들이 다가와 나의 사지를 묶었다. 그것들은 그 네 개의 가죽 고리 위에 고정이 되었다. 이들 가죽 고리는 모두 소가죽으로 만들어져 있고 이음 부위는 강철로 되어 있어 빠져 나가기 힘들게 되어 있었다.

나는 방에 들어올 때 이미 외투를 벗고 잇었다. 현재 흑색의 긴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한 여조수가 나의 머리를 뒤로 잡아 끌었다. 그런 후 또 가죽 띠를 의자 뒤에서 꺼내 나의 목을 의자 위에 고정 시켰다. 다른 한 조수가 마치 솥뚜껑을 엎어 놓은 것 같은 헬멧을 가지고 왔다. 여조수는 아주 조심해서 헬멧을 나의 머리 위에 씌었다. 나는 헬멧 안이 아주 많은 매끄러운 볼로 되어 있음을 느꼈다. 마치 차디찬 대리석 같이 나의 두피 위를 누르고 있었다.

강화가 옆에서 설명해주길 이 헬멧은 그가 독자적으로 발명한 미세 전파 치료기라는 것이었다. 내 뇌의 전파 운전 정황을 관측하여 전류 자극 상응 부위의 뇌신경을 조절하여 최대한 병소를 용해해 없애는 것으로 “정경 재현” 치료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한 기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에게 경고하기를 이 치료 과정 중에 약간의 생리상의 통증을 피하기 힘드니 심리적으로 준비를 잘 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이 강한 성격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했다.

내가 의자에 고정된 후 조수들은 강화의 명령에 따라 모두 이 창고를 물러 나갔다. 이후 강화도 이 치료실을 빠져나가자 이어져 있는 그 유리벽이 천천히 내려왔다. 최종적으로 나는 밀폐된 유리방 안에 혼자 있었다.

이어서 일진 기계가 동작하는 소리와 함께 방안 외부가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강화가 창고의 불을 모두 끈 것 같았다. 이어서 나의 머리 꼭대기 그 무영등도 꺼졌다. 갑자기 사방이 일편 무성무식의 암흑 속으로 몰입했다. 나는 등 뒤에서 눈꼽만한 녹색의 광선이 내비쳐 오는 것을 느꼈다. 분명 앞에서 보았던 그들 의료기기의 지시등 불빛이었다.

돌연간 방안 사면의 유리가 마치 불을 밝힌 액정화면 같이 갑자기 여러가지 빛깔의 빛이 발출되어 나왔다. 이어서 일진 전파의 어지러운 신호, 유리벽 상에 갑자기 내가 가져온 그 그림의 파노라마 이미지가 나타났다. 나는 이 그림이 액정화면을 통해 나오는 것인지 투영되어 형성된 것인지 확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그림의 효과를 아주 뚜렷이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화폭 위 유채된 무늬 또한 모두 어슴푸레 볼 수 있었다.

“고암, 고암… “

강화의 자못 자성을 지닌 목소리가 방 어느곳에서 나오는지 모르게 나오고 있었다. 마치 나의 앞뒤전후에 모두 사람이 있어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다만 가볍게 나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를 뿐이었다. 게다가 매번 말투와 어조가 모두 변화가 없었다.

강화의 말소리에 이어 내가 앉아 있는 이 의자가 완만하게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나로 하여금 다른 유리벽 상에 있는 그림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것들은 모두 일치해서 그 그림의 내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만 각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의자는 가면 갈수록 빨라지기 시작했다. 유리벽 위 화면이 마치 따라서 변화하는 것 같았다. 끊임없이 각도가 변화해 나의 돌아가는 시선에 배합 되었다. 내 눈 앞의 그 그림이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림 속의 인물이 더욱 입체적으로 변했다.

“나를 따라 읽어. 고암, 나는 고암이다… “

강화의 목소리는 한 줄기 저항하기 어려운 설복력이 있었다. 나는 저절로 그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의자가 회전함에 따라 나의 뇌 속은 한층 평정을 방해 받고 있었다. 하지만 눈 앞의 화면은 한층 더 진실 같았다. 그것은 마치 엄마의 완미한 여체, 흑색 숫양의 머리를 한 요사스런 남체가 마치 자신의 면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생동감이 있어 만일 나의 손발이 묶여 있지 않았더라면 손을 내밀면 만져질 것만 같았다.

“나는 고암이다. 나는 현재 아주 안전하다… “

강화의 어조가 마치 여름 밤 난풍 마냥 평온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 편으로 따라 반복하며 다른 한 편으로는 자신의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 지는 것을 느껴 아래로 드리우기 시작했다.

“나는 현재 이 안에 서있다. 나는 잠이 온다… “

이 목소리는 가면 갈수록 가늘어졌다. 거의 마치 개미 목소리 같이 작아졌다. 하지만 나의 귓속에는 아주 뚜렷이 박혀왔다. 나의 눈꺼풀은 이미 완전히 닫혀졌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그림 속의 인물을 볼 수 있었다.

“고암, 잠을 잔다. 잠을 잔다… “
강화의 목소리는 마치 멀리 하늘가에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깨어 있을 수 없었다. 사유에 빠지며 잠이 든 듯 아닌 듯 중간 상태에 빠져 들었다. 방안에는 다만 나의 길었다가 짧았다 하는 호흡 소리만이 남았다. 일절 모든 것이 마치 끝없이 넓은 암흑 속으로 빠져 드는 것 같았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