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장
나와 양내진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극 화장을 한 얼굴이 가득 걸려있는 ‘초강남’ 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 분점의 면적은 상당히 컸다. 정연하게 서양식 인테리어 속에 중국의 요소들을 교차해 놓고 있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런 환경과 ‘강남’ 이 무슨 공통점이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듣건대 점포의 주력 또한 매운 사천 요리를 내걸고 있었다. 어디에도 강남 수향(水鄕)의 집 내음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소문이 나서 그런지 아직 점심 시간이 아닌 것 같은데 큰 홀은 이미 좌석이 가득 차 있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밖의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하얀 티에 흑색 치마를 두른 종업원이 아주 예의 있게 우리를 가장 안쪽에 위치한 특별실 안으로 안내했다. 이 특별실 안에는 세 개의 방이 있는데 하나는 객실, 하나는 흡연실, 하나는 면적이 가장 큰 식당이었다. 안쪽의 인테리어는 색조가 금색 위주였다. 벽면은 황금 무늬 도안의 벽지가 발라져 있었다. 각종 도금한 물건과 수정등이 실내를 가득 비추고 있었다. 아주 큰 대리석 식탁에는 이미 네 사람 분의 찬구가 비치되어 있었다. 종업원이 용정차를 담아 가져왔다. 우리가 막 앉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백리원과 매여가 특별실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검정색 양복을 입은 중년의 뚱보가 두 미부인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보아하니 그가 이 가게의 사장인 듯 했다. 입을 벌려 엄마에게는 호칭을 “백사장님”, 매여에게는 “양사모님” 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그녀 두 사람에 대한 신분 지위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두 여인에 대한 서비스 또한 아주 정성스러운 것이 심지어 은근한 것이 약간은 아첨에 이를 정도였다.
종업원이 메뉴를 가져왔다. 뚱보 사장은 아주 열정적으로 야채 중심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매여는 그의 추천을 듣지 않고 먼저 엄마의 의견을 물었다. 그녀는 또 세심하게 나의 입 맛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관심에 감사를 표하며 자신은 음식을 고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이 뚱보 사장의 주도적인 서비스 하에 엄마와 매여는 아주 빠르게 음식을 골랐다. 그런 후 그는 다시 그런 은근스러운 웃음을 간직한 채 우리 네 사람을 공간에 남겨 놓은 채 특별실을 물러나갔다.
인정해야 할 것은 ‘초강남’ 이 곳의 음식이 나오는 속도는 또 아주 빨랐다. 아주 빠르게 ‘녹두순두부’, ‘쟝스꾼페이니유’, ‘농탕사과야산균’, ‘요곤사랍’, ‘회과계어’, ‘향우남과백합보’. 이러한 요리들이 올라왔다. 엄마는 우리를 불러 먹기 시작했다. 나는 이것이 사천 요리를 처음 먹는 것이었다. 몇몇 요리는 맛이 괜찮았다. 다만 어릴 때부터 싱거운 맛에 습관이 된 미각에 사천의 짜고 매운 자극에 온 몸이 화끈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마 위에는 또 한 층 엷은 땀 마저 나기 시작했다.
나와 양내진은 테이블을 떨어져 앉았다. 왼쪽에 앉은 것은 매여였고 오른쪽에는 엄마였다. 엄마는 아직 몇 젓가락 먹지 않은 상황에서 나를 바라보니 매워서 얼굴이 온통 벌건 모습을 보고 내 땀을 닦아 주려고 서둘러 물수건을 꺼냈다. 나는 한 줄기 익숙한 향기가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아마 위가 순간 서늘해졌다. 엄마의 온유한 목소리가 귓가에 전해져 왔다.
“석두야, 너 먹는게 뭐가 그리 급해? 천천히 먹어. 먼저 국물을 한 모금 마셔. 고추를 골라 내고 먹든지 하고.”
방금 방으로 들어 왔을 때 엄마는 이미 그 홍색 캐시미어 케이프 망토를 벗고 있었다. 그녀의 상반신은 다만 그 흰색 몸에 붙는 블라우스만을 입고 있었다. 봉긋 솟아 오른 양 봉우리가 블라우스를 한껏 빵빵하게 내밀고 있어 은은히 안쪽의 분홍색 브래지어의 윤곽을 볼 수 있었다. 이 두개의 사람을 유혹하는 구형물은 내 앞에 매달려 있었다. 엄마 신상 특유의 그 체향이 더욱 그윽해 내 신상의 열기를 더욱 참기 힘들게 만들었다.
엄마의 배려는 비록 내 마음에 드는 것이었지만 이 곳은 결국 공공장소였다. 게다가 매여 모녀 두 사람이 옆에 있었다. 나는 그녀들이 보고 오해라도 할까 두려웠다. 특별히 양내진 이 몰인정한 계집애는 아마도 나를 모친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마마보이라고 웃을 것이었다. 나는 급히 손을 들어 엄마 수중의 물수건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 알았어. 내가 할게. 괜찮아.”
엄마도 이 순간 문득 자신의 신분을 떠올리고 급히 손을 풀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우리 모자 두 사람의 얼굴 표정은 모두 약간 난감해 했다. 나는 급히 물수건으로 닦으며 얼굴을 가린 김에 나머지 두 모녀의 반응을 관찰했다. 양내진은 계속 머리를 박고 생선뼈를 발라내고 있었다. 방금 나를 본 것인지 아닌지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맞은 편 매여는 한 쌍의 아름다운 눈이 눈부시게 빛났다. 분명히 이 일막을 눈 속으로 받아 들였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만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동생! 동생이 아들을 돌봐 주는게 아주 세심해. 아무래도 내가 혀를 내두를 정도야.”
“그렇죠?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서는. 나야 언니 같은 그런 문화가 없으니 전면적인 양성 교육을 할 수는 없으니 다만 최대한 힘을 다해 그의 생활을 보살필 수 밖에.”
비록 비교적 촉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대답은 또 아주 세련된 것이었다.
“똑 같아. 나는 마음을 많이 쓰고 너는 세심히 마음을 쓰는 거지. 이 애들은 모두 쉽게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세상에 부모와 엎치락뒤치락 하기 위해 온 것이지.”
매여는 약간 감회에 젖으며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돌려 물었다.
“소암이 국외에 유학가 있는 요즈음은 네가 통 그를 돌볼 수 없었겠다. 그 혼자 처리를 잘 할 수 있었어?”
엄마는 매여가 유학이라는 이 패를 물어볼 줄은 전혀 예상 못하고 있었기에 문득 약간 멍해 하는 것이었다. 내가 급히 끼어들어 답했다.
“매여 이모, 저 국외에서 아주 잘 지냈어요. 아주 많은 친구들을 알게 되어서 혼자 밥 하는 것도 배웠어요. 엄마의 잔소리가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뭐 적응 못 할 것은 따로 없었어요.”
나의 대답은 아주 적절했다. 또 유머러스해서 매여 모녀 두 사람의 잔잔한 웃음을 불러 일으켰다. 엄마도 가볍게 나에게 한마디를 했다. 하지만 얼굴에는 꽃 같은 웃음이 활짝 피었다.
“고암! 미국의 어느 학교에서 공부를 한거야? 뭘 전공했어?”
양내진이 호기심 섞인 표정으로 입을 열어 물었다. 매여 역시 동시에 궁금하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마치 이 화제 역시 흥미롭다는 듯 했다.
마침내 이 일을 물은 것이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은근히 쓰라렸다. 엄마의 이 허영을 좋아하는 병은 정말 사람 죽이는 것이었다. 뭐가 아쉬워서 내가 유학에서 돌아왔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생각을 못 하나? 만일 누구인가 나의 학교가 어땠나 정말 가서 조사를 하면 어쩔 것인가? 이전에야 요행히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갔고 그녀의 주위 좋은 친구들은 그것에 대해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은 것이었지만 매여 모녀가 정말 물어 올 줄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실내에는 잠시간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나는 한 시간은 지난 것 같이 그렇게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매여 모녀의 그 가을 날 물결을 걸을 것 같은 눈빛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양내진의 눈 속에는 다만 단순한 호기심이 들어 있었고 매여의 눈 속에는 의문 외에 마치 내가 어떤 대답을 할지 바라보는 것 같았다. 엄마는 표면상으로는 강하게 침착한 척 하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약간 허둥대고 있는 것을 피할 길이 없었다. 나는 그녀가 신발 끝으로 나의 가죽 구두 위를 초조하게 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보아하니 이미 정신이 나간 듯 했다.
이제 내가 입을 열어야 할 때였다. 나는 일종의 묵직한 자신감 있는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
“나는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MBA를 마치고 올해 하반기에 국내로 돌아왔어.”
“와! 컬럼비아 대를 좋업한거구나. 거기 아주 명문학교인데. 대단하네.”
양내진은 경탄의 소리를 발출했다. 눈 속으로 처음 숭배의 기색을 노출했다. 매여 역시 아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학교에 대해서인지 나의 대답에 대해서 만족한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나의 반응 속도는 빨랐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번에 엄마의 지인 앞에서 간파를 당했으면 나 자신이야 이러한 허명이 상관없지만 엄마의 얼굴은 크게 손상 당할 뻔 한 것이었다. 테이블 아래 있는 그 신발 역시 가볍게 나의 바지통을 몇 번 잡아 뜨는 것이 엄마가 마치 나를 칭찬하는 것을 표시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 자신도 자신이 어째서 이러한 답안을 이야기한 것인지 잘 알 수 없었다. 나는 다만 자신의 뇌 속에 갑자기 이 학교의 이름이 떠오른 것이었다. 게다가 분명한 것은 이전에 나는 지금까지 이 이름을 말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일순간 입에서 나올 때 그렇게나 자연스러워 마치 이 이음이 나의 기억 속에 아주 오랫동안 잠재되어 있던 것만 같았다.
내가 막 자신이 이 관문을 잘 넘었다 여기고 있는데 아주 빠르게 매여가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암! 네가 공부한 학교는 미국에서 가장 좋은 상대와 법대가 있잖아. 내가 선배가 한 명 있는데 졸업 후에 컬럼비아대에서 박사 코스를 전공하고 이후 학교 교수로 남아서 현재는 또 정교수가 되었어. 그 선배가 정치경제학을 가르치는데 너도 분명 그의 수업을 들었었겠네.”
“우리는 나눠서 수업을 들어서 교수님 또한 고정이 아니었어요. 매여 이모가 말씀하신 그 분 교수님 이름이 어찌 되시는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제가 수업을 들었을 수도 있겠네요.”
매여의 이 질문은 아주 고약했다. 내가 학교 이름만 말한 것도 이미 대단한 것인데 어찌 교수의 이름까지 알 수 있겠는가? 그냥 애매모호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아! 그럴 리는 없어. 이계복 교수는 컬럼비아대 정치계열에서는 첫 째 둘 째 가는 정교수야. 네가 그 선배의 이름을 모를 리 없어.”
매여의 그 아름다운 살구 같은 둥그런 눈이 나의 시선을 잡아맨 채 놔주지를 않았다. 그토록 계속 부드럽고 따스했던 눈빛이 순식간에 예리하기 이를 데 없는 것으로 변해 있었다. 마치 나의 뇌를 뚫고서 나의 생각을 살펴 알아낼 생각 같았다. 게다가 더욱 무서운 것은 그녀의 묻는 내용을 나는 통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이 찰나간 나의 뇌는 무수한 종류의 가능한 대답을 갈아 치우고 있었다. 그리고 이 답안으로부터 가능한 결과를 아울러 추정했다. 이 교수의 이름이 생각난 것처럼 가장한다. 또는 자신이 잊었다고 사실을 알려준다. 나는 단지 두 가지 중에 선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매 한 가지가 모두 틀릴 수 있었다. 매여의 이것이 내가 한 말이 거짓이 아닌지 시험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내가 도망갈 수 없는 함정을 설계해 놓은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표면상으로는 기억을 되살리려는 모습을 가장했다. 내심 속으로는 조금도 파악을 할 수 없었다. 시간은 일 초 일 초가 지나갔다. 나는 계속 지연할 수는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결정을 해야 했다.
나는 암암리에 주먹을 쥐며 마음을 바로 잡았다. 위험을 무릎 쓰기로 결정했다.
“죄송해요. 매여 이모. 난 사실 그 분 교수님은 생각이 안 나네요. 어쩌면 제가 입학했을 때 그 분이 이미 컬럼비아대에 안 계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말을 마치고 나는 최대한 진실스런 모습을 드러내 놓고 미소를 놓으며 매여의 그 아름다운 커다란 눈을 바라봤다. 내심 속으로는 약간 조마조마했다. 이어서 매여가 어떠한 반응을 할지 몰랐다. 하지만 나는 이미 계산을 굴리고 있었다. 만일 나의 대답이 엄마의 체면에 연루되는 것이라면 그녀가 무슨 귀족 집안의 귀부인이든 큰아씨이든 상관없이 나는 즉시 엄마를 데리고 이 곳을 떠날 것이었다.
예상 밖으로 나의 대답에 대해 매여는 의아해 하지 않았다. 또한 나의 대답이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다만 가볍게 대충 서술하는 것이었다.
“그렇겠구나. 그럴 수 있어. 이 몇 년간 연락이 없었으니 내가 아마 잘못 기억하고 있었나봐.”
이렇게 수월하게 관문을 통과할지 내가 어찌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나는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테이블 아래 그 꼭 쥔 손바닥에는 식은 땀이 가득했다. 마음 밑바닥으로 요행이라고 되뇌였다. 남몰래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 때 엄마가 비로서 끼어 들었다. 화제를 기타 다른 것으로 유인했다. 매여 역시 이 방면의 화제를 계속하지는 않았다. 마치 이 일차 시험은 내가 순조롭게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종결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다시는 감히 매여를 일개 보통의 가정주부로 여기지 못했다. 이 여인은 확실히 엄마에게 들은 것처럼 아름다움과 지혜상으로는 모두 남보다 한 수 위였다. 게다가 자신의 칼끝을 삼가는 것을 이해하고 있어 사람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풀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상으로 그녀는 마치 물과 같이 겉으로는 평범해도 밑으로는 파도가 용솟음치고 있어 조금이라도 잘못 했다가는 빠져들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매여는 다시 그런 기교 넘치는 대화로서 사방을 엄습하게 만드는 수를 내밀지 않았다. 그리고 흥미롭게 나와 양내진의 상대에 대한 인상을 묻는 것이었다. 나는 햇빛이 부시는 듯한 찬란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 두 사람은 말하자면 한 눈에 반한 사이 같다고 했다. 양내진은 수긍하는 듯 그 편에서 고개를 떨구고 부끄러운 듯 말이 없었다. 사실 우리는 오는 길에 이미 상호간에 내막을 다 말한 것이었다. 양내진은 간절히 내게 말하길 그녀는 그 사람을 목전에 아직 잊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직접적으로 아직 안정적인 감정 관계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특별실에 들어오기 전 우리는 묵계를 맺었다. 피차 집안 사람들에게 알려서 그녀들의 계속되는 잔소리를 피하기로 한 것이었다. 우리는 잠시 일종의 표면상의 교제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암암리에 피차간의 감정생활에는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나와 양내진의 뛰어난 ‘연기’ 는 아주 성공적으로 두 미부인을 현혹시켰다. 엄마는 자신이 창조한 기회의 목적을 달성하자 아주 득의해 하는 것이었다. 쉬지 않고 양내진의 일과 여가 시간의 안배를 묻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매여는 자중했다. 그녀는 다만 미소를 지으며 내가 자신과 양내진과의 상호간을 진술하는 것을 바라보며 엄마가 마치 미래의 며느리에게 말하는 듯한 것을 기다렸다가 비로서 가볍게 말문을 열어 나와 엄마에게 다음주에 그녀의 집에 손님으로 초대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 속에서 내비치인 것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이 식사는 수월하게 기분 좋은 분위기 속에서 종결이 되었다.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특별실에서 나왔다. 그 뚱뚱한 사장이 때 마침 기회를 타서 다시 우리 옆으로 출현했다. 엄마가 계산대 앞으로 나가려 하자 매여가 미소를 지으며 잡아 끌었다. 뚱보 사장이 만면에 웃으며 말했다.
“백사장님! 계산 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양사모님의 귀빈은 모두 저희 회사에서 부담합니다. 모두 본점의 서비스에 만족하셨기를 희망합니다.”
매여도 그의 말에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다만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의 팔을 끌고 우리보고 문을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몸 뒤에서 여전히 뚱보 사장의 공손한 인사 소리가 전해져 왔다.
“안녕히 가십시오. 다시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문을 나서 몇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일진 급촉한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악은 내가 앞 전에 들었던 그런 피아노 독주였다. 나는 습관적으로 양내진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녀는 주의력을 옆 쇼윈도 속의 모델의 신상에 두고 있었다. 완전히 벨소리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막 그녀를 일깨워 주려 할 때 눈 옆으로 신변의 매여가 그녀의 핸드백을 뒤지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는 흑색의 양가죽 핸드백 속에서 작고 깜찍한 삼성 핸드폰을 꺼냈다. 위쪽 LED가 반짝이며 벨소리의 크기가 커지는 것으로 보아 방금 전화벨 소리는 이 곳에서 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매여는 핸드폰을 받고 아주 평온하게 대답을 했다. 그녀는 얼굴에 일종의 행복감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핸드폰 상대가 마치 그녀에게 아주 익숙한 사람 같았다. 그들이 몇 마디 대화를 하지 않았는데 매여의 얼굴색이 갑자기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한 것처럼 변했다. 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상대방의 말을 듣고는 다시 머리를 들고 약간 고뇌하는 표정으로 우리들을 바라봤다. 연후에 얼굴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엄마에게 손동작으로 우리보고 그녀를 잠시 기다려 달라는 표시를 했다.
엄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매여는 전화를 계속 받으며 다른 한 쪽 방향으로 걸어갔다. 우리가 위치한 곳은 광장 내부의 한 원형 회랑이었다. 매여는 우리가 있는 위치 건너편으로 걸어가 100여 미터 떨어진 난간 옆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 각도에서 건너다보니 그녀는 마치 전화 속의 사람과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록 나는 그녀가 말하는 내용을 들을 수 없었지만 그녀가 그 난간을 꽉 잡은 손과 발 아래 하이힐을 불안하게 흔드는 것으로 보아 이 전화에서 전해진 소식이 기쁜 소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략 10분쯤 후에 매여는 전화를 끊고 우리 이쪽을 향해 걸어 왔다. 비록 얼굴에는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는 모습이었지만 나는 또 그 잔잔하게 흐르고 있는 물 아래 어지러운 물줄기가 익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약간 미안해하며 입을 열었다.
“동생, 소암! 정말 미안해. 집안에 잠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겠어.”
엄마는 자연히 만류할 수 없어 아주 관심 어린 말투로 매여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또 우리가 뭐 도울 것이 없냐고 물었다. 매여는 직접 대답을 하지 않고 다만 일종의 사적인 일이라 친히 해결할 것이라 했다. 그녀는 완곡하게 엄마의 호의를 거절하고 양내진을 재촉하는 것이었다. 엄마 역시 다른 사람 집안의 사적인 일을 묻는 것은 부적합한 것을 깨닫고 양내진에게 나와 연락을 하라는 등의 몇 마디 당부를 하며 나를 데리고 그녀들과 헤어졌다.
매여 모녀가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것을 보고 우리는 천천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엄마의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몇 마디 분부를 하고는 아주 빠르게 다시 걸어 나왔다. 우리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석두야! 엄마 오늘 널 실망 안 시켰지? 진아 이 여자애가 아주 괜찮아. 너도 기회를 잘 잡아봐.”
엄마는 X1의 시동을 걸며 나에게 말을 했다.
“응! 본질은 괜찮은 것 같은데 약간 너무 애지중지 키운 것 같아.”
나는 아무 목적없이 차창 밖을 쓸어봤다. 뇌 속에는 앞 전 양내진 핸드폰의 그 중국 매듭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 말했던 그 이야기들을.
양내진은 조건이 아주 좋은 가정에서 자랐다. 우월한 물질 조건이 그녀로 하여금 금전적 어려움을 알 필요없이 했을 것이고 모두 고등교육을 받은 부모가 세워 놓은 좋은 환경에서 성장한 것이었다. 특별히 매여 이 아주 뛰어난 모친이 외동 딸에게 요구하는 것은 특별히 높았다. 양내진의 자술로 보아 매여는 딸에 대하여 너무 가혹할 정도로 엄격히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학업상 동년배들에게 절대 선두를 유지할 것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게다가 과외의 시간까지도 조금도 느슨한 것을 허락치 않고 피아노와 서예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그녀가 밖으로 나가 놀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 집안의 조건은 사람으로 하여금 다가가기 힘들게 해서 대학을 들어가기 전에는 같은 연령대의 친구가 거의 없었다. 마음으로 사귈 수 있는 대상은 더할 나위 없었다.
그래서 대학 교원을 밟게 된 후에야 양내진은 비로서 모친의 통제로부터 처음으로 벗어난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주 뛰어난 외모 조건으로 즉시 교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아주 빠르게 학교의 여왕이 되기에 어렵지 않았다. 교내에서 쫓아다니는 사람이 끊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다른 학교의 남학생들도 명성을 전해 듣고 온 것이었다. 이들 광열적인 추종자들은 각양각색의 방법을 연구했지만 남녀관계에 아무 것도 모르는 양내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추종은 도리어 그녀로 하여금 귀찮게 느껴지게만 했다. 그들에게 결연한 거절을 함으로써 아주 빠르게 이들 떨어져 나간 추종자들은 그녀에게 ‘냉면여신’ 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줬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그녀는 무의미한 번뇌로부터 빠져 나올 수 없었다.
이런 일절의 것이 대학 이학년 일학기까지 이르렀다. 그녀는 학교 토론대회에서 처음으로 은(恩)을 만났다. 이 약간 마른 체형에 깊은 눈을 가진 남학생은 웅장한 힘을 사용하여 논리정연하게 전장의 심사위원과 관중들을 정복해 나갔다. 동시에 또 본래부터 자신이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양내진의 마음을 움직였다. 가장 그녀가 특별하게 느낀 것은 그녀를 대하는 은이 보통의 남자 대학생과 같지 않은 것이었다. 그녀를 여신으로 여겨 어려워하며 몸 둘 바를 몰라 한다든지, 그녀를 장난감 인형으로 여겨 정복하고 점유하려고 갈망을 한다든지 하는 것과 달랐다. 그는 나이답지 않게 무겁고 침착했다. 두 사람이 교제 중에도 항상 냉정과 자제심을 유지했다. 그녀의 우수함에 찬미를 아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그런 용인되어 나오는 오만에 대해 정면에서 비평을 해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도리어 그녀로 하여금 은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보도록 만들었다. 그들 사이 감정의 진전은 아주 빠르지는 않았지만 대학 2학년 2학기가 되자 두 사람은 공공연히 피차간에 자신의 애인으로 승인하게 되었다.
양내진의 눈에 비친 은은 바로 그녀가 계속 갈망하고 숭배해오던 남성의 본보기였다. 그리고 은의 재능과 능력 또한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는 양내진보다 일 년 일찍 입학을 해서 수학과에서 전국 동학과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이 전공을 계속 공부한다면 아주 우수한 인재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 비록 곁으로 알게 된 은의 가정 조건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고 심지어 사회의 저층에 속한다고 볼 수 있었지만 양내진은 시종 그의 천재성과 노력이라면 은은 장래에 반드시 뛰어난 전도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의 품에 안겨 첫사랑의 희열과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동경에 쌓여 대학 3학년 1학기를 맞았을 때 갑자기 악몽과 같은 일이 발생해 그녀의 꿈을 찢어버렸다. 은이 뜻밖에 의외의 사고 속에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고와 관련된 소식과 실마리는 뜻밖에도 아주 적고 또 적었다. 심지어 은이 도대체 어떻게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확실하게 설명하는 것 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 사건은 몇 만명이 공동생활을 하는 캠퍼스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마치 호수 속에 물방울 하나가 떨어진 것과 같은 것이었다. 다만 약간의 논의가 있었으니 아주 빠르게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양내진이 심지어 모친이 있는 사법 계통의 통로를 통해 수색을 했지만 조금의 소득도 없었다. 마치 무형의 담벼락이 있어 아무도 접근을 못하게 진상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이후 양내진은 다시 다른 이성에게 마음의 문을 열 수가 없었다. 그녀의 내심 속에는 자나깨나 은의 목소리와 웃는 얼굴 뿐이었다. 물론 그 후 더욱 우수하고 걸출한 남성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 사랑했던 은에 비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의 사고를 인정해버린 외계를 믿지 못했다. 계속 은이 이미 세상에 없다는 것을 승인하는 것을 거절했다. 내심 속으로 변함없이 그가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는 소망을 남겨 놓고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신문 전공 출신인 그녀는 아주 빠르게 국내에서 지명 높은 매스미디어 업체인 ‘신경제’ 에 들어갔다. 그녀는 자신의 정력과 시간을 모두 일에 쏟아 부었다. 자신이 계속 품어온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신문 속에 진실을 말하기 위해 쫓아 다니고 사회의 공중과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자신의 휴식시간 까지 모두 일로 채웠다. 그러지 않으면 한가할 때면 은과의 그 가슴 쓰라린 연정이 생각이 나니까.
이 일절의 모든 자초지종을 알고 있는 매여로서는 마음이 급해졌다. 그녀는 딸의 성격을 깊이 아는지라 그녀가 일에만 빠져 종신대사를 그르칠까 걱정했다. 그래서 계속 그녀가 고를 만한 청년 준걸을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찾았다. 하지만 내가 엄마에게 대충 얼버무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태도로, 이들 소개하는 대상들은 양내진의 면전에서 수확을 거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 비로서 나와 그녀가 만날 기회가 온 것이었다.
“석두야, 여자 아이들은 모두 그런 성격이야. 너 너무 강하게 굴지 말고 때로는 태도를 좀 낮춰. 홍홍거리라고, 여자아이들은 그런게 필요해.”
엄마의 신신당부가 나를 깊은 생각 속에서 일깨웠다.
“엄마, 감정의 일은 강제로 되지 않아. 자연스러운게 제일 좋아. 너무 마음 급하게 그러지 마.”
엄마는 차 안에서도 내 귀에 잔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나의 귀는 빠르게 굳은 살이 배겨갔다.
“진아는 각 방면으로 모두 아주 우수해. 게다가 집안 조건이 아주 좋아. 너 그 애가 우리 집으로 시집오도록 노력해. 장래에 너희들 분명 행복할 거야. 엄마도 마음이 놓일 거고.”
엄마는 여전히 나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이 때 차는 이미 지하 차고를 빠져 나가 다시 코너를 돌아 간선 도로로 진입하고 있었다. 갑자기 광장 상업로 길가에 두 익숙한 아름다운 자태가 보였다.
“엄마! 차 좀 옆에 세워.”
나는 급히 차창 오른쪽을 가리키며 엄마를 보고 말했다.
“저기 봐. 저쪽에 서있는게 매여 이모네 아니야?”
엄마도 이 때 발견을 했다. 우리보다 10분 먼저 떠났던 매여 모녀가 이 시각 분명히 광장 입구에서 멀지 않은 거리 옆에 서있었다. 양내진이 쉬지 않고 택시를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간 길 위 차량의 흐름이 아주 많아 빈 택시를 잡기가 어려웠다. 엄마는 급히 오른쪽 깜박이를 켜고 차를 그녀들 면전에 대고 정지했다.
“언니! 두 사람 왜 아직 여기 서있는거야? 오늘 진아가 차를 몰고 언니 데리고 왔다고 하지 않았어?”
엄마는 창문을 내리며 궁금한 듯이 물었다.
“아이, 화가 나 죽겠어요. 어찌 이렇게 재수 없는 일이.”
양내진은 잔뜩 볼통한 모습이었다. 매여가 급히 그녀의 불평을 저지 시키며 얼굴 가득 급한 기색으로 물었다.
“동생! 우리 급한 일이 있어 가야하는데 우리 좀 데려다 줄 수 있어? 여기는 차를 잡을 수가 없네.”
엄마는 자연히 두말없이 허락을 했다. 나는 급히 내려 차 뒷문을 열었다. X1의 섀시는 비록 아주 높지는 않았지만 그들 두 사람은 7센티의 하이힐을 신은 것이었다. 나는 신사답게 모녀 두 사람을 부축해 차에 태웠다. 모녀 두 사람의 섬세한 손은 모두 길고 가냘펐다. 하지만 매여의 옥과 같은 손이 딸보다 아주 많이 차가운 것을 분명 느낄 수 있었다. 그 검정색 스타킹에 감싸인 네 개의 길고 아름다운 다리가 차 안으로 들어갔다. 매여는 아주 예의있게 나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차 문을 닫았다.
차안에서 양내진은 아주 분개해서는 내게 이야기 했다. 그녀가 오늘 아침에 왔을 때 지하 주차장은 이미 자리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잠시간에 구석진 모퉁이에 차를 세울 곳을 찾고는 그들이 일이 있어 차를 옮길 것 같으면 전화를 하라고 자신의 명함을 관리원에게 남겼다. 그런 후 우리와 오전을 보낸 후 그녀 역시 이 차에 대한 것을 잊고 있었다. 우리와 헤어진 후 그녀 두 사람이 차를 세워 놨던 위치로 가서 보니 차를 이미 교통경찰이 견인해 갔다는 것이었다. 바닥에는 벌금 통지서만 남아 있었다.
매여가 급하다 하여 이 일을 처리할 수 없어 그녀 두 사람은 길로 나가 택시를 잡으려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긴 시간 동안 지체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내가 모녀를 봤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그 같은 정황을 보건대 택시를 잡으려면 아직도 20분 이상은 허비했을 듯 싶었다.
“언니도 너무 서운하네. 진아 차가 끌려 갔으면 바로 나한테 전화를 했어야지. 왜 전화를 안 줘?”
엄마는 입으로 원망하며 매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X1을 몰고갔다.
후시경을 통해 나는 매여가 얼굴색이 굳은 채 창 밖을 바라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아주 중한 일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또 가벼운 목소리로 엄마에게 변명을 했다. 우리 모자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런 후 다시 침묵 상태에 돌입했다. 엄마 역시 분명 매여의 이상한 정황을 주의한 것 같았다. 그녀 역시 운전에 전념했다. 차 안에는 나와 양내진을 제외하고는 한마디 했다가 또 한동안 말이 없다가 분위기가 약긴 이상했다.
대충 한 시간 후 X1은 화휘구의 정부기관 사무실이 밀집한 큰 길로 접어 들었다. 최후에는 한 높고 커다란 기풍 있는 건축물군 앞에 멈췄다. 미황색의 그리스식 건축물이 좌우로 대칭된 구조였다. 검푸른 색의 펜스 앞으로 두 명의 제복을 입은 경찰이 서 있었다. 문 앞에는 두 마리 백옥석으로 만든 사자가 위용을 뽐내며 거리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흉포하게 부르짖고 있었다. 문 입구의 간판에는 한 줄로 검정 글씨로 “회해시 화휘구 인민검찰원” 이라고 쓰여 있었다. 매여는 더 이상의 긴 말 없이 감사하다고 한 후 양내진을 데리고 총총히 그 건축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와 엄마는 그들 두 사람이 펜스 뒤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차 머리를 돌려 집 방향으로 몰고갔다. 매여의 방금 평소와는 다른 침묵에 대해 엄마 역시 약간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녀는 매여가 처세에 능한 여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 아무리 큰 일이 있어도 그녀를 예의에 벗어나게 할 수 없었다. 희노애락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오늘 발생한 일은 그녀에게 있어 분명 아주 엄중하다는 말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방금 그렇게 이상하게 행동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말을 꺼낼 생각을 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그녀의 입을 열게 하는 것은 또 어려운 일이었다. 엄마도 이에 대해 조금의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나는 가슴 속으로 몇 가지 가능성에 대해 추론해봤다. 하지만 모두 자신에 의해 부정이 되어졌다. 평소에 나는 이렇게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한 번 만난 적 밖에 없는 매여 모녀에게 어째서인지 모르게 한 줄기 호기심과 관심이 생기는 것이었다. 아마도 양내진의 그런 아름답고 또한 가혹한 이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 어쩌면 매여의 그 온유하고 고요한 살구 같은 동그란 눈 때문인지도 몰랐다. 나는 결국 자신과 그들 두 사람과 일종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한 끌림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일종의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석두야, 우리 매여 언니네 일에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그 집안이 시에서 그래도 실력있는 집안이야. 진아의 아빠는 또 액면가 수백억의 상장회사 사장이야. 어떤 일이라도 그들에게 어렵지 않을거야.”
엄마는 내가 그녀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말을 꺼내 달래주는 것이었다.
“회사? 그녀 아빠의 회사 이름이 뭐야?”
나는 엄마의 말에 신경 안쓰며 다만 입에서 나오는대로 한 마디 물었다.
“음… 뭐라더라? ‘동’ 뭐라고 그랬는데? 생각이 잘 안나네. 내가 이런 것은 좋아하질 않… 맞아. 내 기억에 마지막 두 글자는 ‘건설’ 이었어.”
엄마는 입술을 깨물며 기억 속을 수색하며 떠올리려 애썼다.
“동”, “건설” 나는 이 글자들이 아주 익숙한 것을 느꼈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누구한테 들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뇌 속에 마치 슬라이드처럼 허다한 어휘와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이들 분산된 파편들을 한 군데로 모아 하나의 완전한 해답을 찾아냈다. 맞아! 이 글자를 나는 분명 들은 적이 있어. 게다가 최근 얼마의 시간 이내에 말야. 마치 누구인가의 입으로부터 나온 것을 들은 것 같았다.
“아! 나 생각났어. 그 회사가 아주 많은 정부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고 했어. 우리 집 부근에 그 임대주택 단지도 그 회사가 건설하는거야. 우리 그 단지 안에도 또 토지개발을 하고 있고.”
엄마는 마치 답을 찾았다는 듯이 아주 흥분해서 운전대를 치며 말했다.
“임대주택”, “행복가원”, “우리 그 단지”, “토지개발” 나는 이들 어휘 중에서 일종의 일관된 해석을 찾아나갔다. 내가 최근에 “토지개발” 과 관련된 것을 어디서 들었더라? 나의 인상 속에 아주 깊이 박혀있던 화면이 점차 내 눈 앞에 떠오르고 있었다.
호화스런 고급호텔, 어둠컴컴하고 협소한 밀실, 공포스런 “V I P S”, 오비서의 음험한 얼굴, 여강의 노련함. 내가 우연히 들었던 그들의 그 때 비밀스러운 담화. 아울러 그들의 담화 중에 언급되었던 정국 투쟁과 경제이익. 가장 관건은 그들 입 속에서 대국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인 회사. 그 여강이 필수적으로 빨리 제거해야 한다던 회사의 이름이 이미 퍼즐이 맞춰지고 있었다.
“동방건설! 맞아. 바로 이 이름이었어. 매여 언니 남편이 바로 이 회사 사장이야.”
엄마는 마침내 답안을 떠올리자 마치 여자아이처럼 흥분했다. 하지만 옆에 앉아 있는 나는 눈쌀을 찌푸렸다.
엄마의 말은 나의 짐작을 일보 확인해 주었다. 과연 내 예측대로였다. 매여가 그렇게 다급한 얼굴로 검찰원으로 급히 달려 간 것은 분명 친인이 어려운 일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이 회사의 사장이었다. 일찍이 바로 여강의 눈엣가시였다. 목전의 정황으로 보건대 오비서의 지시가 이미 작용을 발휘한 것이었다. 여강은 마땅히 매여의 남편에게 손을 쓴 것이었다. 매여 집안의 능력이 강대하다 해도 뒷배경이 두터운 여가 형제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었다.
지난 번 여천의 병실 안에서 여강이 요즈음 밖에서만 활동한다고 몽란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가 계속 동방건설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책략한 것 같았다. 그의 이번 출수는 반드시 흉악하고 또 치명적일 것이었다. 매여 집안이 이미 오랫동안 암산을 계획한 이 음모에 어떻게 대응을 할 수 있을까? 나의 눈 앞에 갑자기 매여와 양내진의 각종 모습과 사람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드는 추파, 아울러 여강의 그 매와 같은 사람을 쪼을 것 같은 날카로운 눈빛이 떠올랐다. 나의 마음은 갑자기 아주 무거워졌다. 자신도 모르게 양 손을 불끈 쥐는 것이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