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장
“뭐? 넌 아직도 그가 누군지 몰라?”
철괴리는 아주 의아해하며 내가 이렇게 묻는 것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누구예요? 나 정말 몰라요.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이 아주 많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어요?”
철괴리가 이어서 꺼내는 말은 나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 자식 이름은 정양(程陽), 바로 그 종씨 성의 창녀 년 남편이야. 네가 어릴 때 아주 좋아해서 그를 따라 자주 놀러 다니곤 했었잖아? 너는 그를 정삼촌이라고 불렀지. 그게 기억이 안나?”
철괴리는 나를 똑바로 보며 엄숙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 속에는 약간의 호기심이 서려 있었다. 또 일종의 내가 말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뜻도 있었다.
정양, 정삼촌, 나는 기억의 창고 속에서 이 이름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줄곧 아무 소득이 없었다. 나의 어릴 때 기억은 아주 뚜렷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 이름은 모두 인상이 아직 뚜렷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 이름은 내 뇌 속에 조금도 인상이 남아있지 않은 것인가? 설마 그는 내가 잃어버린 그 기억들 속에 있단 말인가?
거기다가 종소정, 원래 그녀의 남편이 정양? 그럼 정욱이라고 부르는 아이는 마땅히 그들의 아들인 것이다. 이 정양은 도대체 철괴리에게 무슨 죄를 저지른 것일까? 그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 정양에 대한 말투 속에 계속해서 아주 불만스러운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의 차마 볼 수 없는 행동거지, 그의 종소정에 대한 가학행위도 이런 원인이 내재되어 있는 것 때문이 아닐까?
또 엄마와 이 정양 간에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철괴리의 묘사에 의하면 그와 우리 집안은 아주 친하게 지냈다는 것이다. 그럼 엄마의 그에 대한 태도는 또 어찌했을까? 그 유언비어들이 분명 신뢰도가 있든 없든 그 사진 속에 사람 머리를 지운 것은 분명 엄마의 소행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 중에 어째서 이들만 지워버린 것일까? 설마 이 사람들로 인한 그녀의 불유쾌한 기억을 지우기 위한 것이란 말인가?
이 세 사람 중 곽기는 일찍이 그녀와 어린 시절부터 정감을 싹터 지금은 또 그녀와 함께 동거를 하고 있었다. 여강은 일찍이 그녀 남편의 상사였다. 현재는 그녀와 불륜의 혼외관계를 지속하고 있었다. 그럼 이 정양은 또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그와 엄마 간에는 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난 어째서 이 사람 생각이 하나도 안 나죠? 이 사람은 무슨 사정이 있었나요? 그와 우리 엄마는 무슨 관계였죠?”
나는 다만 철괴리를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
철괴리는 나의 눈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 속에 한 줄기 연민 같은 것이 스쳤다. 저 것은 무슨 뜻일까? 그가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네 이 병이 정말 가볍지가 않구나. 이 사람을 진짜 잊어버리다니.”
“그가 막 왔던 그 몇 해 간의 일은 나도 잘 몰라. 본래 나와 이 자식 간에는 아무 교정이 없었어. 그 역시 나를 눈에도 안 여겼고. 나중에 내가 불구자가 된 후 너네 집 단지 안에서 문을 지킨 후 나는 비로서 이 자식이 오는 것을 주의하게 된 거지.”
“이 자식은 출근하면 아주 뺀질거려서 무슨 힘든 일을 할 때면 그림자도 볼 수 없었지. 고털보가 앉아 있는 그 위치는 또 자리를 쉽게 떠날 수가 없으니 어떤 때는 하루 종일 한 번도 못 떠날 때도 있었어. 먹고 마시는 것을 모두 위에서 해결을 해야했지. 집안의 일이야 당연히 더 돌볼 수가 없었지.”
“사실을 말하면 너네 엄마가 고털보에게 시집을 와서 고생이 많았지. 비록 고털보가 사람이 좋고 또 아내를 아주 끔찍이 위하기는 했지만 일을 한 번 시작하면 다른 일은 돌보지를 못했어. 가사일이며 아이 키우는 거며 전부 너네 엄마에게 맡기는 거였지. 내가 단지에서 경비를 보기 시작한 그 해에 단지 내에 나를 제외하고는 너네 엄마가 가장 일찍 일어나는 것이었어. 하늘이 아직 어둑어둑한데 내가 보면 너네 집 전등이 밝혀지는 것이었어. 너네 엄마가 너를 젖을 먹이고 뭐하고 하는 사이에 나는 서둘러 대문을 열러 갔지. 왜냐하면 그녀가 일찍부터 시장을 보러 문을 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 내가 알기로 고털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노류가의 만두여서 너네 엄마가 일찍 나가서 사와 그에게 아침을 차려주려는 것이었지.”
“고털보가 아침을 먹고 출근하면 너네 엄마는 요리 등의 하루 가정 일과를 시작했어.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짐없이 집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해서 너네 집안은 언제나 이웃집들에 비해서 그렇게 깨끗했지. 그런 후 오침을 자고 난 후 다시 밖으로 나가 시장을 봐왔지. 그 때는 농무시장이 여기서 아주 멀었고 버스도 지금처럼 이렇게 편리 하지가 않았었어. 때로는 다녀오는데 너네 엄마가 7, 8키로를 시장 바구니를 들고 걸어 올 때도 있었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고생스러웠어.”
“그 정가 놈이 출현한 후 그는 아주 열정적인 모습으로 가장했어. 종일 너네 집안으로 달려와서 너네 엄마가 하는 잡일을 도왔어. 그녀를 도와 야채 바구니를 나르고 무거운 물건 같은 것을 운반하고 이런 구실을 빌어 그는 일이 있든 없든 고털보에게 이야기한 후 가곤햇어. 고털보는 그가 가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어서 조금도 의심을 하지 않았어. 그를 자기 친동생처럼 돌보는 것이었어. 너네 엄마가 당시 아주 젊었었잖아. 그의 이런 종류의 아첨에 대해 방비할 생각을 못했지. 늘상 그에게 집에서 밥을 먹으라며 챙겨줬고 때로는 저녁 늦게 까지도 있었어. 그가 너네 집안에 머무르는게 고털보 보다도 많았어.”
“나중에 이웃 집에서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어. 거기다가 너도 비교적 다 컸고. 너네 엄마 또한 이러는게 안좋다고 느낀거지. 거기다가 정가 놈 또한 눈치 없는 놈이 아니고 더해서 구매 담당 직원이 되어 버리니 자주 외지로 출장을 가게 된 거야. 그래서 오는 것이 그렇게 자주 오지 않게 된 거지. 하지만 고털보는 여전히 그렇게 바빠서 내가 때로는 너네 엄마가 혼자 쩔쩔 매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가서 도와주곤 했지. 그러면 그녀는 항상 듣기 좋은 말로 거절을 하는 것이었어.”
“하지만 나는 그녀가 나를 업신여기기 때문에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 다만 그 놈의 입 헤픈 아줌마들이 함부로 지껄일까봐 그런 거였지. 그래서 나는 암지에서 몰래 몰래 돕곤 했지. 너네 집 문 앞에 연탄을 다 사용한 것 같으면 내가 리어카로 한 차를 끌고와서 밤에 사람들 안볼 때 너네 집 문 앞에 쌓아 놓고는 했어.”
“너네 엄마가 시장을 보러 문을 나서는 것을 보면 나는 그녀가 늘 가는 그 야채 시장 문 입구로 가서 기다렸다가 그녀가 시장을 다 보고 나오면 들어주곤 했어. 계속 들고오다 집 부근에 다다르면 다시 그녀의 손에 넘겨주곤 했지. 그런 후 그녀를 먼저 돌아가게 한 후 나는 그녀가 도착했겠다 싶으면 나도 돌아오곤 했어. 버스 안에서도 우리는 모르는 사람처럼 가장했지. 좀 멀리 떨어져서, 이래야 다른 사람 눈에 뜨이지 않아 너네 엄마 입장이 곤란하게 하지 않게 하려는 거였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털보에게 그 일이 벌어졌어. 너네 엄마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진거지, 본래 고털보 한 사람의 월급으로 생활을 했었는데 현재는 원래보다 훨씬 적은 금액인 위로금을 받아서 지내려니 말이야. 나는 비록 그녀를 돕고는 싶었지만 나 역시 자기 혼자 먹고 사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일신에 뭐 돈이 나가는 것이 있어야지? 그래서 그냥 다급해 하는 그녀를 빤히 눈 뜨고 바라 볼 수 밖에 없었어. 네가 커가니 공부를 해야하고 또 돈이 들었지. 너네 엄마는 이 집 저 집을 쫓아다니며 돈을 빌려 매년 개학하면 겨우 네 등록비를 마련해야 했어. 이런게 너 모두 기억이 안나?”
철괴리의 말 속의 이러한 내용에 나의 마음은 아주 몹시 무거웠다. 나는 비록 엄마의 말을 통해 조금은 그녀의 그즈음의 시기를 보낸 것이 쉽지 않았겠다 느꼈었지만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그녀 생활의 자세한 사정을 알게 된 것이었다. 이 말들은 나의 촉감을 아주 깊게 건드렸다. 마치 무슨 물건으로 기억 속에 밀봉되어 있는 상자와 같은 것을 건드린 것 같았다. 나는 점차적으로 약간의 단락적인 정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기억하기로는 아빠가 돌아 가신 후 첫 해, 여름방학이 끝나고 두 주일이 지났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학교를 가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는 표면적으로는 평상시의 온유, 온화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세상사를 모르는 내 눈에도 그녀는 내심으로 초조하고 불안해 하는 것이 보였다. 집 안에 이미 이번 학기의 학비를 낼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존심이 아주 강한 엄마로서도 체면을 내려 놓고 아는 사람들에게 달려가 돈을 빌리러 달려간 것이었다. 하지만 평소 사이가 좋던 이웃 친구들도 이 때는 분분히 각종 이유를 대면서 회피하는 것이었다. 엄마는 이 도시에는 일가친척이 없었고 아빠쪽 편의 친척들은 평소부터 농촌 출신인 엄마를 무시했었기에 그들은 그 때 더욱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던 것이다.
내 기억 속에 어느 날 아침, 엄마는 일찍부터 일어나 큰 솥에 죽을 끓이고는 나에게 집에서 책을 보고 있으라며 함부로 나가 뛰어 놀면 안된다고 당부하는 것이었다. 그런 후 그녀는 집 문을 나섰다. 나에게는 그녀가 어디를 간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말대로 집에서 하루 종일 기다렸다. 아침에 끓여 놓은 죽을 모두 먹고 하늘 또한 어두워지기 시작했는데 엄마는 아직 집으로 돌아 오지 않았다. 나는 마음 속으로 걱정도 되고 또 무서웠다. 하지만 감히 집 밖으로 나가 그녀를 찾으러 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어디로 그녀를 찾으러 가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또 내가 밖에 나갔을 때 엄마가 돌아 올까 두려웠다. 나는 급한 마음에 다만 창문 위에 엎어져 단지 문 입구만을 쳐다봤다. 엄마의 그림자를 볼 수 있기 만을 소망했다. 결과적으로 한참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자신도 모르게 담벽에 기댄 채 잠이 들어 버렸다.”
그 날 나는 계속 잠들어 다음 날 아침에야 비로서 누구인가에 의해 깨어났다. 원래 엄마가 집을 나간지 하루 낮밤 만에 비로서 돌아온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얼굴 색은 아주 안좋았다. 보아하니 아주 피곤한 모습이었다. 마치 휴식을 잘 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엄마는 신상에 여전히 어제 나갈 때 입었던 서양 양장과 무릎까지 내려온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원래 단정하게 다려 입은 의복이 현재는 쭈글쭈글 주름 투성이로 변해 있었다. 그녀의 다리에 신은 살색 스타킹 역시 몇 개의 구멍이 나 있었다. 원래 머리핀으로 고정되어 묶여 있던 긴 머리는 현재 산발이 되어 어깨까지 늘어져 있었다. 게다가 머리카락은 약간 헝클어진 채 였다.
그녀는 나의 아주 걱정하는 모습을 보더니 급히 나를 안고 침상으로 갔다. 나를 재워 잠이 들게 한 후 비로서 침상 옆에서 몸을 빼는 것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꿈 속으로 빠지기 전 은은하게 기억하는 것이 화장실 속 물이 흘러 내려가는 소리였다. 내가 다시 깨어 났을 때 엄마는 이미 목욕을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 입고 내 옆에서 자고 있었다. 그날 엄마는 마치 죽은 듯이 잠을 잤다. 마치 어제 밤에 한 잠도 잠을 자지 못한 것 같았다.
다음 날 엄마는 나를 데리고 학교로 가서 등록을 했다. 나는 비록 엄마가 어디에 가서 돈을 가져 온 것인지 알고 싶었지만 나는 감히 그녀에게 이런 문제를 묻지 못했다. 다만 엄마가 반드시 내가 이런 문제를 물으면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후 나는 엄마가 입었던 그 옷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철괴리의 목소리가 나를 옛날 기억 속으로부터 돌아오게 만들었다. 그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주의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스로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시절 너네 두 식구는 정말 지내기가 쉽지 않았어. 나는 돕고는 싶었지만 무력했어. 정가 놈이 그 시기에 다시 출현할 줄은 생각 못 했었어. 앞서 몇 년전 여강이 공사의 사장이 되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가 놈이 당정의 주임으로 발탁 된거야. 그의 자리를 이어 받은 거였지.”
“정가 놈이 이렇게 빨리 진급하여 중요한 직책에 오르자 아주 많은 사람 들이 불복했어. 하지만 그의 배후에는 여강 그 거목이 서 있었어. 누가 감히 그에게 건너가 따지겠어? 게다가 그 시절 여강은 무슨 감원의 시너지 효과인가를 시작했어. 모두들 자신이 퇴직자가 되어 실업자가 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어. 정가 놈의 손 안에 분류 명단이 장악되어 있으니 누구라도 자신이 그 명단에 들어 가는 것을 무서워했지. 최대한 그에게 환심을 사려고 했어. 돈이 있는 놈은 돈을 갖다 바치고 자색이 고운 년들은 자기를 갖다 받치러 문을 드나들었어. 또 어떤 놈은 자기 마누라를 그에게 보내기도 했어.”
“최후에 명단이 확정되어 나왔는데 퇴직 된 사람들은 돈도 없고 자색도 없는 것들이었지. 마누라가 못생긴 놈들도 방법이 없었지. 기타 평소에 그 놈과 갈등이 있거나 눈 밖에 났던 놈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어. 하지만 그는 감히 절룸발이 나는 어쩌질 못했어. 그 역시 절룸발이가 원래부터 그 놈을 안 좋게 본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절룸발이는 상대하기 쉬운 만만한 놈이 아니거든. 그 놈이 날 단지 경비 보는 것에서 쫓아 냈다가는 내 바로 그 놈 반 평생은 서서 오줌을 못 누게 만들어 줬을거야.”
“정가 놈은 그 즈음에 너네 엄마를 찾아 오는게 적지 않았어. 비록 현재 그 놈이 벼락출세를 했지만 나는 너희 엄마가 그에 대해 새로운 안목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 여전히 그에게 똑같은 대우를 해줬지. 한 번은 내가 보는데 그 놈이 너네 집 안에서 뛰어 나오는거야. 아주 기분 나쁜 표정이었는데 한쪽 얼굴이 벌겋게 부어 있는 것이 너네 엄마에게 따귀를 맞은 것 같았어. 짐작컨대 그 놈이 너네 엄마에게 무슨 적절치 못한 말이나 혹은 행동을 한 것 같았어. 하지만 내가 계속 부근에서 그 놈을 지켜봤어. 만일 그 놈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르면 내가 그 놈을 작살을 내려고 했지.”
“그런데 그 일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놈이 다시 출현한거야. 그 놈이 무슨 수단을 발휘를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너네 엄마의 그에 대한 태도가 아주 많이 변해 있었어. 마치 그녀는 이미 그 일을 잊어 버린 것 같은 모습이더라고. 정가 놈이 찾아 오는 것도 아주 빈번해졌어. 게다가 네가 학교를 간 시간을 골라서 와서는 한 번은 너네 집 안에 아주 오래 머무르고 있더라고. 몇 번은 내가 그 놈이 회사의 그 폭스바겐 산타나를 타고 길가를 돌아다니는 것을 봤는데 네 엄마가 그의 차 안에 앉아 있었어.”
“나는 그 때 정말 궁금했어. 너네 엄마가 어떻게 그 정가 놈과 그렇게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 몇 번은 내가 그녀에게 정가 놈이 무슨 협박을 했냐고 물었어. 그녀에게 내가 그 정가 놈을 두들겨 패서 다시는 감히 찾아오지 못하도록 만들겠다고 했지. 하지만 그녀는 늘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아무 일도 없다고 말했어. 그러면서 정가 놈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데 내가 편견을 가지고 봐서 그렇다고 하는 거였지. ”
“내가 당시에 했던 말에 너네 엄마가 화가 적지 않게 났나봐. 그녀는 내 말을 듣고 눈물까지 흘리기 시작하는 것이었어. 나는 이전에 그녀가 사람을 욕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그 날은 그녀 정말 아주 화가 났었나봐. 하지만 욕해봤자 또 약한 것이었고 말투도 아주 격동해서 내게 말하는 것일 뿐이었지. 나야 뭐 마음이 또 작은 사람이니 사람을 나쁘다고 여기니 다시는 그녀의 일에 관여 안하겠다고 했지.”
“내가 확실히 마음이 좁은 것이었지. 그녀가 나를 못 믿는 모습을 보니 마치 내가 그 정가 놈 보다 못하다는 것 같아 내가 당시에는 아주 고집이 치밀었어. 당장 그녀에게 말하길 그녀가 무슨 짓을 하든 어차피 남편도 없으니 누가 참견할 자격이 있겠냐고. 이후에 우리는 다시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지.”
“사실 나는 말을 하고 난 후 바로 후회를 했지. 하지만 다시 얼굴을 풀고 너네 엄마를 찾아가 사과를 못했어. 다만 남몰래 자신을 병신이라고 욕을 할 뿐이었지. 하지만 난 여전히 그녀에게 관심을 끊을 수 없었어. 여전히 그녀의 거동을 유의해 살펴봤지.”
“그럼 살펴봤을 때 엄마와 정양 간에 무슨 상식 밖의 일이 있었나요?”
나의 목소리는 약간 쓰고 떫었다.
“절룸발이인 내가 종일 그녀의 신변에 있을 수는 없었어. 그래서 그녀와 정양 간에 무슨 일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볼 수는 없었지. 하지만 내 생각에 그들간에 일이 벌어졌다 해도 희안한 일은 아니야.”
철괴리의 말투는 약간 신중하게 변했다. 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 계속 걸리는 일이 있어. 아주 수 년간을 말야. 현재까지도 깨닫지를 못하겠어.”
그는 이 말을 하며 약간 주저하는 것이었다. 나는 무슨 일이냐고 그에게 추문했다.
“너네 엄마와 한 번 다투고 난 후 그녀는 단지 밖을 드나들 때면 나를 피하는 것이었어. 나 역시 얼굴을 피하고 그녀와 응대를 안했지.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람 같이 마주치면 얼굴을 피하고 한 편으로 걸어가곤 했어.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암지에서 그녀와 정가 놈이 오고 가는 것을 주의했지. 그녀가 정가 놈에게 능욕을 당하는 것이 두려웠던 거지.”
“아마 그 다툼이 있은 후 반년 정도가 지난 어느 날이었을거야. 난 아침부터 술을 좀 마셨어. 이후에 집에 누워 자고 있었지. 결과적으로 일어났을 때는 저녁이었어. 그래서 너네 엄마가 시장을 보러 갈 때 내가 그녀 뒤를 따라가지 못한거지. 평소에는 내가 모두 멀리서 따라 갔다가 그녀가 시장을 다 보고 나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봐야 비로서 안심을 했거든.”
“내가 깨어 났을 때는 이미 6시가 다 되었어. 집 안을 살피니 너 혼자만 있고 너네 엄마는 집안에 없었어. 나는 너에게 엄마 어디 갔냐고 물었지. 너는 바보같이 시장 갔다고 말하는거야. 그녀는 평소에 2시에 나가서 아무리 못해도 3시 반에는 돌아 왔었거든. 어째서 이렇게 오래도록 나가 있는걸까?”
“나는 당시 마음이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그녀가 밖에서 무슨 사고라도 났을까 두려워 서둘러 그녀가 늘 가는 그 야채시장으로 달려 갔어. 하지만 그 곳에 도착해도 그녀를 볼 수가 없었어. 거기서 우리 단지 까지는 단지 버스 한 대 만이 경유하거든. 그 시절 버스는 여섯 시가 넘으면 일을 끝냈거든. 만일 막차를 놓치면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했어. 내가 고개를 돌려 정류장으로 달려와 보니 과연 막차 버스가 이미 출발을 한 것이었어.”
“나는 방법이 없이 다만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집을 향해 걸어서 이동을 했어. 그 길은 내가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었어. 내가 그 버스의 종점을 지날 때 갑자기 그 늘어선 버스 틈으로 어떤 버스 안에서 한 사람이 나오는게 보였어. 바로 그 정가 놈이 아니었겠어? 그는 그날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활개를 치며 걷는 것이었어. 단지와 상반된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이었어. 저 놈이 어째 버스를 타고 있었을까? 나는 이상해하며 길을 가려 했지.”
“그런데 내가 몇 걸음을 걸으려니 그 버스 안에서 또 여인이 한 명 내리는 것이었어. 그리고 우리 단지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이었어. 나는 보고 멍할 수 밖에 없었어. 바로 너네 엄마가 아니었겠어? 그녀가 어찌 이 차에 타고 있었을까?”
“원칙대로라면 이 버스는 막차보다 1시간 전에는 도착을 해야하는 거였어. 차 안의 기사와 손님들은 일찍이 각기 집으로 갔을텐데. 어째서 너네 엄마가 이 시간에 차에서 내린 것일까? 게다가 또 정가 놈이 내린 뒤에. 설마 그들이 함께 차 안에 앉아 있었던 것일까? 나는 당시 그녀에게 물을 수 없어 다만 뒤를 몰래 따라갈 수 밖에 없었지.”
“그 시간 하늘은 이미 어둑해져 있었어. 너네 엄마는 그녀가 평소에 늘 입던 옷을 입고 있었어. 바로 네가 지난 번 보았던 그 종씨 성의 창녀 년이 신상에 입었던 그거 말야. 발에는 5센티 높이의 샌들을 신고 손에는 야채 바구니가 들렸는데 야채는 많지 않았어. 하지만 걸어가는 것이 아주 느렸어. 약간 절뚝 절뚝 거리는 것이 보아하니 마치 몸이 아주 무거운 모습이었어.”
“나는 속으로 달려가 그녀를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어. 하지만 그녀가 나 이 사람을 무시할까봐 두려웠어. 다만 멀리서 그녀를 따라 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 갈 때 까지 쫓아 갈 뿐이었지.”
“그럼 당시에 그 버스 위로 올라가 무슨 이상한 것이 있나 살펴 볼 생각은 안했나요?”
나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
“아이야! 내가 정말 후회하는게 절룸발이 이 놈의 뇌가 잘 돌아가지를 않아서. 내가 그날 돌아와 침상에 누워 한참을 생각하다가 비로서 살펴보러 돌아갈 생각을 했지. 결과적으로 그 종점에 가보니 이미 문이 닫겼어. 이 절룸발이는 담을 넘을 방법이 없어 다음날까지 기다렸다가 그 버스에 탈 수 밖에 없었어. 결과적으로 기사가 이미 빨리도 버스 청소를 해버려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어.”
철괴리의 말은 또 내 일단의 기억을 환기 시켰다. 나의 뇌 속 어느 한 지방이 점화된 것 마냥 기억의 화염이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 날의 정경이 점점 내 눈 앞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날은 일요일이었다. 나의 기억도 철괴리가 말한 것과 같았다. 집에 머무르며 숙제를 했다. 엄마가 나가고 그렇게 오랜 동안 돌아 오지 않는 것이었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배가 점점 꼬르륵거리기 시작할 때 엄마의 신영이 비로서 문 입구에 출현했다.
엄마는 문을 들어 오더니 시장 바구니를 옆에 떨구었다. 그녀의 신체가 소파 위에 맥없이 무너졌다. 마치 아픈 듯한 모습이었다. 철괴리의 말 속 그녀의 옷 차림은 도리어 괜찮은 것이었다. 그는 에둘러 감춘 것이었다. 엄마의 신상의 옷은 단정치 못한 정도가 아니었다. 그녀 신상의 그 회색의 시폰 외투는 이미 찢겨져 구멍이 나있었다. 눈 처럼 하얀 팔이 밖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하얀 색 속치마는 위치가 비뚤어져 있고 안쪽의 분홍색 브래지어의 끈은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양 다리는 힘 없이 무력하게 벌려져 있었다. 살구색 주름치마는 허리 위까지 끌려 올려져 있어 하반신 희끄무레하게 팬티 레이스 모퉁이가 노출되어 있었다. 분명 심한 모습이었다. 나는 이전에는 엄마가 이렇게 의관을 흐트러뜨리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평소 우리 집이 아무리 돈이 없어도 밖으로 나갈 때는 반드시 그럴 듯 하게 입고 다녀야 한다고 강조해 온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토록 방치한 채 흐트러진 엄마의 모습은 내가 처음 본 것이었다.
더욱더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엄마의 그 하얗고 윤기 흐르는 무릎 위에 그 날 뜻밖에도 두 군데 붉은 흔적이 있었다. 그 흔적은 무늬가 뚜렷한 선홍색이었다. 마치 엄마의 무릎이 무엇인가 단단한 물체와 마찰을 해서 초래된 결과인 것 같았다. 게다가 보아하니 마찰의 정도가 가볍지 않았다. 엄마는 이렇게 길을 걸어 돌아오면서 분명 굉장히 아팠을 것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눈가에는 눈물의 흔적이 있었으리라고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엄마는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작은 입을 틀어 막고 남몰래 흐느꼈다. 나는 당시 아주 당황해서 어찌 할 바를 모르며 다만 알고 있는 유치한 말들을 사용하여 엄마를 위로하려고 시도 했었다. 엄마에게 제발 울지 말라고 빌었다. 이해하지 못한 채 엄마에게 왜 우냐고 물었었다. 현재 기억을 떠올려보니 그 날 엄마는 분명 극도의 고통스런 일을 당한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 그토록 강했던 그녀가 눈물을 떨어뜨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 날 엄마는 나에게 아무 것도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분명, 일개 세상사를 모르는 어린 아이에게 그녀의 불행에 대해 이야기 한들 또 어쩌겠는가? 그녀는 다만 묵묵히 우는 것을 마친 후 몹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벌겋게 부은 눈으로 내 밥을 차려 주러 갔다. 내가 밥을 다 먹자 그녀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 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몸을 씻는 것이었다. 그 후의 일은 내가 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철괴리의 묘사는 내 기억 속 부분 유실된 내용을 각성 시켰다. 비록 하찮은 단편이지만 결국 나의 기억이 회복 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각성 하기까지는 아직 더욱 많은 단서들과 자극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간신히 몇 건의 일을 알아낸 것이었다. 하나는 그 두 장의 사진 속 지워진 사람들이 모두 아빠의 당년 회사 속 동료들이라는 것이었다. 그 중 한 명은 앞서 알고 있던 엄마의 정부인 여강, 다른 한 명은 나의 예측 밖의 인물이었다. 그는 뜻밖에 종소정의 남편 정양이었다. 게다가 철괴리의 진술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엄마와 이 정양이 일찍이 아주 친밀했다는 것이었다. 그들 간에 어떤 일이 발생 했으리라는 것이 분명했다. 이 일들이 추측컨대 나의 그 유실된 기억 안에 깊이 감추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찌 이 사람에 대해 조금의 인상도 없을 수 있단 말이겠는가?
가장 내가 이해가 안가는 것은 철괴리의 입으로 말한 그 사정, 엄마는 그날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인가?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상심과 굴욕에 울게 만든 것일까? 왜 엄마는 지금까지 이 일을 거론하지 않는 것인가? 이 일은 그 정양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나는 계속 철괴리에게 물으려 했다. 그런데 신상의 핸드폰이 갑자기 벨을 울리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내가 전화를 받자 상대편에서 아주 조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석두야! 너 어디야? 빨리 집으로 와.”
“뭐 하려는거야? 오지 말라니까? 너 이 변태!”
엄마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그녀의 이 몇 마디 말은 내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엄마!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나 바로 갈게.”
나는 급히 물었다.
“우리 아들이 근처에 있어. 금방 돌아올거야.”
엄마는 여전히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내 말을 듣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내 앞에서 꺼져버려!”
전화 반대편의 목소리가 아주 떠들석해졌다. 엄마가 마치 누군가와 다투는 것 같았다. 누군지 남자의 목소리가 얼핏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의 목소리는 내게 꽤 익숙했다. 하지만 일시에 누구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너 이 창녀 년… “, “아닌 척 지랄은… 넌 아주 남자가 그리운 것 아냐?”, “내가 오늘 너를 아주 맛이 가게 해주지.”
전해져 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끊어졌다 이어졌다 했다. 모두 엄마를 능욕하는 말이었다. 마치 그가 이미 손을 쓰기 시작한 것 같았다.
이어서 나는 옷감이 찌이익 하고 찢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엄마가 일성 비명을 질렀다.
“아악! 아… 안돼!”
“팍! 팍!”
이어서 육체가 뒤얽히는 소리가 계속됐다. 마치 엄마가 상대방과 몸싸움을 벌이는 것 같았다. 그런 후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진 것 같았다. 다만 통화음 신호만이 들려왔다.
나는 뜨거운 피가 머리 끝까지 치솟는 것을 느꼈다. 엄마가 이 시각 집 안에서 남자에 의해 능욕을 당한다는 생각에 나는 다시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철괴리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여유도 없이 즉시 문을 박차고 나가 집 쪽을 향해 내달렸다.
- 계속 -